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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7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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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518g | 153*224*20mm |
ISBN13 | 9788984072374 |
ISBN10 | 8984072370 |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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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신작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 기억 속에 미스터리처럼 남아있는 일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난 마지막 선물을 받고도 깨닫지 못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할머니가 날 부르셨다.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2003년 여름의 난 강원도 일주 도보여행 중이였고 그 여행은 다소 지루했지만 매우 무난했다. 원통을 5킬로도 채 남겨두지 않은 그 시점까진 말이다. 원통까지 5킬로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본 시점부터 난 이유 없는 다리통증에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난 미시령 초입까지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원통에서 하루를 지내야 했다. 그리고 밤새 내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과 꿈을 가까스로 헤치고 나왔을 땐 아버지의 전화한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부음이었다. 내가 쉽게 차를 타고 돌아올 수 없는 미시령 안으로 들어가길 할머니는 애당초 원치 않으셨던 것일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생각에 잠겼다.
전라도 진도의 기나긴 옛 장례의식을 따르고 할머니의 시신을 하관하는 날. 나는 맨 앞에서 장손으로서 할머니의 영정을 모시고 걸었다. 97세의 호상,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선산까지 장례행진을 하는 동안 나의 다리는 여전히 심한 통증으로 절룩거린 채였다. 이후 시신을 내리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머리가 비뚤어진 것을 발견했고 큰 고모부가 말했다. 장손인 자네가 바로잡게. 주저하던 나는 구덩이 속으로 내려가 할머니의 머리를 잡고 조심스레 바로잡았다. 치르르 느껴지던 차가운 한기, 하지만 그 몇 초 동안 금세 한기는 온기로 변하는 듯 했다. 놓기 싫어. 한순간 난 정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난 놀라 우두망찰 멍하니 서 있었다. 사촌 형의 손을 잡고 구덩이에서 올라오던 나는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다리의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던 것이다. 악, 외마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난 몹시 놀랐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의아해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일 뿐일까 하고 말이다.
우리는 아기가 태어나면 주위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축하선물을 건네곤 한다. 평생토록 태어났던 날을 기념하고, 노래하며 행복해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면 십중팔구 침울해 한다. 어떤 종류의 죽음이든 슬픔으로써 예를 갖추려한다. 기일이 되면 우린 애도하고 우울한 노래를 듣는다. 도대체 우리는 왜, 태어나고 죽는, 삶의 가장 큰 두 과정을 극과 극으로 바로보고, 또 느끼는 것일까. 결국 <마지막 선물>의 저자인 오진탁 교수도 결론적으론 우리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면 너무나도 큰 선물을 받게 된 것이라 믿는다.
난 멀리서 할머니의 초대장을 받았고, 할머니의 죽음이란 잔치에 참석했다. 하지만 할머니께 드릴 아무런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듯 할머니의 죽음 선물을 고르는 나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와 가족, 모든 이에게 당연한 듯이 찾아올 죽음에 대해서 좀 더 느긋하고 편안하게 맞아야 할 것이다. 어떤 특별한 사람에게만 오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 준비하고 대화하고,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되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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