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br/>서문<br/>3판 서문<br/><br/>서론<br/><br/><b>1부</b><br/><br/>1장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br/>사랑에 빠진 여자 ㅣ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ㅣ 노처녀 ㅣ 과부 ㅣ 유부녀 ㅣ 여성의 부정<br/><br/>2장 여자 미노타우로스와 그 딸들<br/>교태 ㅣ 수작 ㅣ 여성의 정욕 ㅣ 내숭 ㅣ 여자 미노타우로스<br/><br/>3장 나는 너의 주인이자 신<br/>유행에 맞게 가슴 과시하기 ㅣ 치마 ㅣ 코르셋 ㅣ 머리, 모자, 신 ㅣ 혁명 모드 ㅣ 실용적인 모드 개혁<br/><br/>4장 여성의 몸은 한 편의 시<br/>여성의 육체적 초상화 ㅣ 여성의 정신적 초상화<br/><br/><b>2부</b><br/><br/>1장 여성의 일<br/><br/>2장 비너스의 일<br/><br/>3장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카바레까지<br/><br/>4장 세계 역사에 등장하는 속치마<br/><br/>5장 여성 시민, 여걸, 독부<br/><br/>옮긴이 후기<br/>예술가 색인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결혼 생활 안에서의 여성을 다루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 남자(바지)를 차지하려는 투쟁은 시대를 막론하고 풍자적 캐리커처에 끝없는 소재를 제공했다. 결혼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물질적, 정서적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였다는 전제 아래, 경제적 발전을 토대로 이룩된 일부일처제 하에서 혼전 순결과 결혼 후의 정절이라는 여성의 성도덕이 계급과 시대에 따라 달리 발현되는 모습과 이것이 캐리커처에 반영된 형태를 살펴보았다.

캐리커처는 16세기와 17세기에 주로 다양한 상징 표현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시민계급이 점차 세력을 얻으면서 발달하게 된 그로테스크풍의 풍자 형태로 변천했다. 그로테스크풍 캐리커처의 풍자화가로는 호가스와 울라프 굴브란손, 독일의 브루노 파울, 프랑스의 레앙드르, 부쉬와 오버랜더를 들 수 있다. 캐리커처의 마지막 단계는 풍자적으로 그리는 사실화로, 이의 완성자는 오노레 도미에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노처녀, 과부, 유부녀, 시어머니나 장모, 부정한 여성을 소재로 한 풍자 그림, 캐리커처를 나라별, 시대별로 소개했다.

여자 미노타우로스와 그 딸들

성생활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역할을 타고났으며, 이 수동성에 걸맞은 자연스럽고 여성적인 구애 형태가 발달했는데, 이것이 교태이다. 여성의 교태는 시선과 몸짓과 의복의 언어이다. 모드, 노출, 분, 애교점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교태에 비해, 수작은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캐리커처는 여성들이 지닌 요염한 수단과 방법을 밝힘으로써 여성이라는 창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를 정열적으로 부르고 있다.

메살리나와 같이 여성의 정욕이 더 강하다는 비난은 남성들의 관심사를 대변한다. 그러나 정욕적인 여성의 표본이라고 비난받는 범주인 수녀들 또한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종교개혁 시기인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재산이 분산되지 않기 위해 수녀원으로 보내졌던 여성들의 정욕과 방종은 수많은 풍자문학에도 등장하며 캐리커처에서도 다루어졌다. 과부와 최상류층 부인들의 방탕함도 이에 못지않았다. 성적 존재로서의 여성, 성 개념이 의인화된 상징인 여자 미노타우로스도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너의 주인이자 신

여성의 의복은 관능의 문제이다. 모드는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봉건제, 절대군주제, 시민사회제하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모드는 극단적으로 과장되고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이는 캐리커처에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모드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중요한 경향은 가슴과 엉덩이와 허리를 관능적으로 과시하는 것이다.

가슴을 과시하기 위한 첫 번째 모드는 노출, 즉 데콜테였다. 둥근 엉덩이와 넓은 골반을 강조하는 치마 모드는 허리받이 치마, 굴렁쇠 치마, 크리놀린의 형태로 발달하였다. 허리를 졸라매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이 목적에 쓰이는 도구들 또한 오래되었는데, 코르셋이 그 발달한 형태였다. 코르셋은 어떤 시대가 커다랗게 솟은 가슴과 큰 엉덩이와 부푼 허리 아래 살을 선호하면 그 형태를 만들어 주고, 작고 부드러운 가슴과 가는 허리를 원하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들과 기괴한 머리 모양과 모자 패션에 대한 풍자 그림들도 살펴보았다. 고전적 복장이라 일컬어졌던 혁명 모드와 이 노출의상이 반영된 캐리커처들, 계획적으로 보급된 모드의 실용적인 개혁(여성의 치마를 바지로 바꾸려는)에 대한 비판이 반영된 캐리커처들을 소개했다.

여성의 몸은 한 편의 시

여성의 몸과 여성의 정신이 풍자그림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노동과 질병으로 망가진 여성의 육체적 기형에 대한 풍자는 대부분 비유적인 모습, 온화함이나 신경질적인 조급함, 사치와 인색함, 특별한 사회계층에 대한 공격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풍자는 사물을 초월하여 있는 고귀한 이성이 아니라 당시에 통용되는 도덕률의 표현일 뿐이며, 결코 여성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적이 없었다. 여성의 성격 가운데 가장 특징적이라고 거론되는 수다 떠는 버릇, 심한 신분 자랑과 지위 낮은 사람들에 대한 오만, 여성끼리 갖는 경쟁심과 증오심 등이 캐리커처에서 다루어졌다.

여성의 일에서 여성해방운동까지

가정주부, 공장 노동자, 하녀, 창녀, 배우, 가수, 작가, 정치가 등 일하는 여성을 풍자그림들이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았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육체적ㆍ경제적인 종속은 한 사회의 전체적인 노동과 생산과정에서 여성들이 하는 역할도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가장 하위에 있는 업무가 여성의 몫이 된 것이다. 일하는 여성 가운데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하녀가 지속적으로 캐리커처의 관심을 끌었다.

남성들의 강압적인 요구의 희생양이 된 하녀들이 사회풍자의 주제가 되었다. 유혹하는 창녀, 숭배를 받는 창녀, 사회제도의 병적인 모순으로서의 창녀를 그린 사회 고발 형태의 캐리커처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양하게 등장했다, 극장에 속하는 가수나 배우, 무용수 같은 여성들에 대한 찬미와 그들의 도덕을 그린 캐리커처도 다수 남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나 마리아 테레지아, 빅토리아 여왕,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예카테리나 여제와 같은 통치자, 그리고 애첩의 통치는 언제나 캐리커처의 공격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여성해방운동이 점차 일어났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도 달라졌지만, 겨우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거나 일부 계급, 유산계급의 해방에만 그쳤을 뿐 여성 전체의 정신적, 육체적, 법적 지위 향상은 아직 요원하다. 여성의 남성화를 표방한 초기 여성해방운동부터 경제적이고 관습적인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연애'라는 이름으로 성해방을 추구하던 여성들, 블루 스타킹(글을 쓰는 사람들) 등 여성 지식인들, 혁명에 참여한 영웅적인 여성들이 캐리커처에 추하고 기괴하게 반영된 모습을 살펴보았다.

<b>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부터 여성해방운동까지 16~20세기 초 캐리커처에 포착된 여성들의 삶!</b><br/><br/>"여성은 가장 확고한 신념과 끝없는 절망과 엄청난 고통의 소유자이며, 가장 소모적인 증오와 가장 정열적인 열광을 의인화한다. 여성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어떤 남성을 경사가 급한 나락으로 이끌고, 또 다른 남성을 평탄한 길 위에서 죽게 만드는 '춤추는 운명'이다."<br/><br/>"진실은 평범함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극단에 놓여 있다. 극단적으로 과장해야만 사물의 본질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극단적인 과장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캐리커처 작가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작품에서 증명하려고 애썼던 것이다."<br/><br/><b>중세 이후 여성들의 성도덕과 연애와 결혼 풍속, 교태와 관능의 도구로서의 모드</b><br/><br/>『풍속의 역사』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푹스의 저작인 이 책은 사유재산에 기반을 둔 모든 사회질서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사회 문제로서 여성 문제를 바라본다. 여성은 수천 년 동안 육체적 약자ㆍ경제적 약자로서 억압받아 왔으며, 사회조직의 형태만 변하고 근본은 변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이런 상태는 지속된다. 저자는 여성 억압의 근본 원인을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중세 이후 여성들의 성도덕과 연애와 결혼 풍속, 교태와 관능의 도구로서의 모드, 시대와 계급에 따라 변하는 도덕률을 통해, 당시 여성들의 생활사를 살펴보았다.<br/><br/>유부녀를 다룬 장에서, 결혼 생활과 관련하여 끝없는 참견과 '배려'를 한다는 명분으로 부부 사이를 끼어드는 시어머니나 장모가 등장한다. 이들 개념은 무의식중에 뭔가 적대적이고 방해가 되는 것과 연결된다. 이들은 부부 사이에서 말을 가로채고 참견하며, 모든 일에는 자신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캐리커처에 묘사된 것처럼(그림 127) 켄타우로스 시어머니나 장모가 되어 복수심에 불타 숨을 헐떡이며 집과 마당과 들과 숲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돌아다닌다(221쪽 참조).<br/> <br/>모드와 관련된 재미있는 내용 하나를 살펴보자. 가슴과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는 모드가 기괴하게 발달하면서, 우스꽝스러운 모드도 나타났다. 쿠션을 대서 엉덩이와 허리 아래를 부풀려 강조하는 모드인 허리받이 치마와 굴렁쇠 치마는 원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기에 적당하다는 조롱을 받았다. 이들 치마에 관한 풍자 그림에도 이른바 이 모드의 '유래'가 숨겨져 있다. 임신을 숨기려는 이런 치마의 의도는 임신부들이 허리받이-'임신 감추기 복대'-를 스스로 감거나 다른 사람이 감아 주는 모습으로 그림들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467~470쪽 참조). <br/><br/><b>하녀와 블루 스타킹 등 일하는 여성에 대한 풍자 캐리커처</b> <br/><br/>주부와 하녀, 공장 노동자, 가수와 배우, 작가, 정치가, 여성해방운동가 등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생활상과 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풍자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br/><br/>일하는 여성 가운데 하녀는 단연 풍자그림의 주제로 다양하게 다루어졌다. 하녀의 도덕적 결함, 하녀는 부도덕의 전형이라는 초기의 풍자에서 벗어나 남성의 강압적인 요구의 희생양이 된 하녀들의 비참한 처지를 사회적으로 풍자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포랭의 <아직 쉴 수 없는 하녀>(그림 356)를 보면,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 녹초가 된 하녀가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다. 이윽고 주인이 찾아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음을 음탕하게 상기시킨다. 그러나 하루의 노동이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한 시간 후에는 아마 주인의 아들이 그녀의 방을 찾아올 것이다(590쪽 참조).<br/> <br/>여성 지식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게 활동했던 사람들은 블루 스타킹, 즉 글을 쓰는 여성들이었다. 1825년 이후 캐리커처에 자주 등장한 이들 블루 스타킹은 자신들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도덕과 동일하게 취급되었으며, 이들 여류 작가들이 가정 일을 등한시한다고 묘사되었다. 오노레 도미에의 <블루 스타킹> 시리즈(그림 426~428)는 여류 작가들에 대한 가장 탁월한 풍자적 주석이며 예술적으로도 뛰어난 시리즈로 그 의미가 크다(726~728쪽 참조).<br/> <br/><b>극단적인 과장을 통해 사물의 진실을 드러내는 캐리커처의 진수들</b><br/><br/>이 책에는 오노레 도미에, 가바르니, 고야, 롤랜드슨, 레즈니체크, 빌레트, 기브슨 등 당대에 활발히 활동하고 작품성 높은 풍자화가들의 작품이 다수 실려 있어, 과장의 미학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캐리커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캐리커처에는 끊임없이 여성이 등장해 왔다. 캐리커처로 보는 여성사는 "여성 각자, 전체가 견뎌내야 했던 인생의 비극에 관한 가장 음울한 표현이며 거울"이고, "그 본질상 국가와 사회를 대상으로 가장 무거운 고발장을 꺼내 펼치기도 한다." 여성과 관계있는 모든 것을 익살맞게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들, 상징적이며 그로테스크하고 사실적인 작품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한 그림뿐만 아니라, 넓은 범위에서 캐리커처로 볼 만한 경향을 띤 풍자적인 그림 형태와, 인물과 풍속과 상황을 강조하여 묘사한 그림을 포함하였다. <br/><br/><b>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 문제의 본질 간파</b><br/><br/>백여 년 전의 저작인데도(1906년 초판 발행) 푹스의 글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여성 문제의 본질을 간파한 견해가 많다. <br/><br/>"인간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다고 할 수 있는 '여성의 엄마 역할'이, 언제 어디서나 여성을 물질적인 약탈에 복종하는 온순한 대상으로 만든다는 점" 또는 "'여자는 집에 있어야지'라는 견해를 기본부터 흔든 것은 경제적 변화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지금 들어도 불편을 느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은 여성들 가운데 언제나 작은 부분, 즉 유산계급만 해방시켰을 뿐이다."라는 언급은 양극화의 폐해가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최근 보고에서도 확인된다. - 옮긴이 후기 중에서

캐리커처를 통해 여성 억압의 본질을 잘 설명했다는 점, 그리고 캐리커처를 삽입하여 독자들이 여성 억압사를 상상이 아닌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인순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