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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6년 12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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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2쪽 | 458g | 153*224*20mm |
ISBN13 | 9788974745424 |
ISBN10 | 8974745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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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폐해야 말하면 끝도 없겠지만, 역사상 유일하게 전 인류를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도 바로 자본주의다. 빈부의 격차를 벌려 상대적인 박탈감에 인간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하루 온종일 먹을 것을 위해 일해야 하는 노동시간의 고됨을 혁신적으로 줄여준 것도 자본주의다. 대공황으로 자체 모순을 증명하기도 했지만, 다른 제도와 사상을 결합하여 또 그 나름대로의 수정된 대안을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근대 계몽사상과 자유주의가 태동하면서, 국부론을 쓴 아담스미스와 같은 근대 사상가들에 의해 그 정신의 싹을 틔우고, 산업혁명의 물질적 토대 하에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다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중세에는 자유로운 사고가 종교로 인해 억압당했고, 모든 가치를 인간이 아닌 신 중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특히, 종교라고 하면 자본주의와는 좀 거리가 먼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막스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은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칼뱅주의를 비롯한 개신교 여러 종파의 종교윤리와 일맥상통한다고 말한다. 개신교정신인 프로테스탄티즘이 바로 초기 자본주의 정신이며, 이를 통해 급속한 경제적 성장과 자본주의 발전을 이뤄냈다고 논증한다. 그렇다면, 개신교가 과거 가톨릭에 비해서 신 중심에서 탈피하고 뭔가 자유로운 정신을 독려한 그런 종교개혁이었던가
사실은 정 반대다. 루터에 이은 칼뱅의 종교개혁은 전통적인 신앙에서의 헐거운 종교적 지배와 현실에서 어느 정도 허용된 자유를 더욱 옥죄는 방향의 개혁이었다. 그러면 언뜻 생각하기에 더 엄격한 교회의 지배는 자본주의와는 연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프로테스탄티즘이 자본주의 정신이 된 걸까. 이 책의 1부는 지루할 정도로 종교의 변천과 분파에 대해서 나열하고 있어 따분하기 이를 데 없지만, 2부에서는 드디어 개신교가 어떻게 자본주의와 연결되는지를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개신교에서 나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예정설이라는 것인데, 사람은 날 때부터 천국에 갈 사람과 지옥에 갈 사람이 정해져 있어,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도, 죽을힘을 다해 선을 행하고,오직 신만을 바라본다고 해도 한 번 예정된 신의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다. 뭐, 이런 신이 있냐고 할 정도로 굉장히 독선적이고 무자비한 신을 그리고 있는 이 예정설은 아마 그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개신교에서는 기본 교리로 받아들여졌던 듯하다.
이 예정설 하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선택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늘 신을 기쁘게 하는데 봉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게 주어진 소명을 현실세계에서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다. 이 ‘소명’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종교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에게 주어진 능력을 충실히 발휘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쉼 없는 노동은 신의 말씀에 충실히 따르는 행위다. 단지, 노동을 통해 얻은 재물과 부를 개인의 안락을 위해서 사용하지만 않으면 된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신의 말씀에 복종하는 행위다.
따라서, 초기 자본주의 청교도인들은 종교윤리에 따라 엄격한 금욕주의를 실천했으며, 재산과 부를 축적해도 사치하지 않았다. 그 부는 그대로 다시 재투자로 이어졌으며, 이는 자본의 축적을 통한 산업의 발전, 자본주의 성장에 극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가의 이익추구 행위도 당연히 신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행위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처럼, 주인이 맡긴 달란트는 묻어둘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힘껏 발휘해 두 배, 세 배로 늘려나가는 것이 신이 부여한 소명을 충실히 이행하는 길이 된다.
그런데, 돈이라는 것이 스스로 욕망을 부추기는 존재랄까? 시간이 흘러 재화와 부가 축적되면서 처음에 가졌던 종교적인 신념이 슬며시 변질되게 된다.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인지, 신의 약속과 내세의 축복은 돈과 재물의 현실적 힘 앞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따라서, 막스베버가 살던 그 시절에 벌써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적 윤리는 옅어지다 못해 거의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신을 위한 소명의 발현이었던 노동과 이익추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다.
막스베버는 약간은 한탄스러운 듯 말미에 적고 있다. 검소함과 신에 대한 신실한 마음, 그리고 윤리적 행위와 같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이 어느새 사라지고 이제는 돈과 물질에 대한 숭배만 남은 것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그는 이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다. 마르크스처럼 역사에는 단계가 있어 결국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고정된 사고를 그는 거부했으니까. 아마 그는 종교개혁이 우연히 자본주의의 발전에 원동력이 된 것처럼, 어떤 새로운 변화를 인간 자신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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