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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8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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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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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58.54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4.8만자, 약 4.5만 단어, A4 약 9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91056006 |
2024년 06월 12일 ~ 2024년 07월 02일
2024년 06월 12일 ~ 2024년 06월 16일
2024년 06월 05일 ~ 2024년 07월 04일
2024년 03월 21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8월 04일 ~ 2024년 12월 3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4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돌이켜 보건대, 10대 시절의 수학에 대한 기억이란 지독히 나쁜 추억뿐이다. 수학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학생이 문제풀이를 틀리면 갖은 체벌로 공포를 조장하는 분들이었다. 손바닥 매질은 기본이고, 엎드려 뻗치게 해서 매로 곤장을 치다시피 하고, 책상 위에 단체로 무릎 꿇고 앉게 해서 허벅지를 매질하고, 출석부로 머리를 내려치고, 팔뚝 안쪽의 여린 피부 가죽을 오색찬란한 멍이 들도록 비틀어 꼬집고. 지금 떠올려도 헉-소리가 절로 난다. 때때로 아직도 꿈속에서 그 장면들이 소환되는 악몽을 꾼다.(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그 시절에 수학 시험을 백 점 맞는다 한들 수학을 좋아서 했을 리 없다. 입시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학창 시절 자체가 수학 시간에 선생님의 압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학이었고, 울며 겨자 먹기였다. 대학에 가서 가장 좋았던 점은 과의 특성상 수학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일 정도로. 이러니 나는 오랜 시간을 수학과 내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대까지만 해도 '나란 인간은 뼛속까지 문과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수학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건 30대를 통과하면서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폭발적인 독서 시기를 30대에 거쳤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물리나 수학으로 조금씩 독서의 저변을 넓히면서 흥미가 생겼다. 독서를 통해 접하는 물리나 수학은 학교에서 배울 때와 달라서 (한 마디로 인간미와 스토리가 넘쳤다!) 둘 다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뼛속까지 문과형이던 나는 40대에 이르러서는 골수에서 이과형도 얼마간 조혈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이론이나 공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수준은 못 되지만, 다양한 개념과 법칙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해석하는 시각이 깊어지는 경험을 얻는 기쁨이 너무나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나이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다.
경험의 예로 최근에는 독서모임에서 3대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인 [우리들]을 읽다가 허수와 무리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어 뉴턴 하이라이트의 [허수란 무엇인가?]까지 찾아본 적이 있다. [우리들]에 나오는 ‘Χ와 루트 -2와 전락으로 가득 찬 이 삶’이라는 문장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있다. 김상근 교수님의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를 읽고 EBS 다큐로 제작된 방송분을 보다가 리만 가설 설명에 흥미를 느껴서 [리만 가설] 책까지 구입을 했다. 그러다 보니 김민형 교수님의 책도 관심의 연장 선상에 들어왔고, 최근에야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을 생각이 들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 구입을 했다. 때마침 신간도 출간된 터라 바로 2권 격인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기 시작했다.
2권에 대한 첫 소감은, 솔직히 1권보다 어려웠다. 출판사 편집부도 책머리에 “이 책의 내용이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라고 했고, 김민형 교수님도 서문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예측하여 “특히 7장은 한탄이 나올 것이다. ‘이제 계산은 그만 좀 하시오.’”라고 언급하셨으니 나도 대놓고 솔직하게 말하련다. 2권은 1권의 심화 과정 같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보면 1권으로 입문을 뗐으니 더 발전적인 심화로 가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입문만 계속 나오면 안 되나 싶을 정도로 두 권 간의 난이도 차가 크게 느껴졌다. 나는 여기까지인가, 내 문과형 본성은 숨길 수 없는 것인가, 좌절감이 다시 밀려와 수학이 필요 없는 순간들이 나를 유혹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심히 고민이었다. 1권보다 못하다, 어렵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주구장창 맴돌 때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 김민형 교수님께서 강연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의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하여 리뷰쓰기를 멈추고 방송을 손꼽아 기다렸다. 본방 사수로 김민형 교수님이 출연하시는 회차(172회)를 시청했고, 방송이 기대 이상으로 재밌고 즐거워서 내친김에 지난 회차 강연(77회)도 찾아보았다. 태도가 마음의 자세까지 바꾸었다. 그 후에 책을 재독하니 집중이 더 쉬웠다. 오호라, 처음 읽을 때는 공회전하듯 헛돌던 문장들이 제법 명징하게 이해가 되었다. 아이고나 세상에나. 내가 이해 못 한다고 평가절하의 리뷰를 쓸 뻔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조금 나아졌을 뿐 어려움은 여전히 느낀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수학이 사랑스러워지니까 어려움이 흥미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리뷰이지만 책 내용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무슨 재주로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요약한단 말인가. 괜히 더 어렵고 헛갈리게 써서 책을 읽고 싶지 않게 부추기면 안 되기도 하고. (체르멜로 순서수, 디오판토스 방정식, 튜링 프로그램, 급수 함수, 아인슈타인 방정식 등등에 집착하지 않고 공식 너머의 중요한 의미만 캐치하는 걸로 만족하자!) 난 그저 감상만 쓸 수 있을 뿐이다. 동기 부여는 요약이 아니라 감상이 한다고 믿는다.
여기가 이 독서의 끝이 아니다. 누군가는 수학의 매력은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정답을 찾지 못한 수학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수학도, 삶도, 세상에 대한 이해도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답 못지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책의 내용을 더 이해하고픈 욕심에 인터넷에서 교수님의 강의를 검색해보았다. 네이버 지식라이브ON과 edwith, 카오스재단과 아터앤스터디에도 강의가 올라와 있었다. 이 강연들 모두 듣고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어보려 한다. 몇 번이고 다시여도 좋을 것 같다.
♥ 김민형 교수님, [또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도 출간해주실 거죠? 순간이 영원이 될 만큼 오래오래 강연해주시고 책도 계속 내어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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