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철
국내작가
번역가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감독의 다큐 영화 [The Joycean Society](2013)는 30년 동안 Finnegans Wake를 읽고 있는 스위스 ‘취리히제임스조이스재단(Zurich James Joyce Foundation)’의 ‘독서 모임’과 좌장인 Fritz Senn 교수를 조명하고 있는데, 몇 해 전 필자는 ‘조이스 문학 영토’ 순례길(유럽 12개국: 2019. 5. 7.~6. 27.)에서 Senn 교수의 배려로 그 모임에 참석(2019. 5. 23.~24.)하여 ‘『경야』를 읽는 경이로운 모습을 경탄스럽게 읽으면서’ 한국에서의 ?경야? 독회 공간을 구상하고 『경야』 평역 작업에 착안한다. 대학원 공부 시절 조이스와의 만남을 주선했던 김종건 교수의 초판 『경야』(2002)에 조역(助譯)한 지 22년 만이자, 7년 전 지리산 자락에 서은(棲隱)해서 ‘한국제임스조이스연구센터’를 연 지 4년 만에, 총 4권-17장-628면-62개 언어-63,000단어-21,490행의 『경야』 중에서 1권 1장을 평역(easyfree translation【152:12-13】)하는 데에만 1여 년의 신산(辛酸)을 겪는다.
한편 인쇄소의 교정원 출신(취리히대학 중퇴로 최종 학력은 사실상 고졸)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3개나 소지하고 있으면서 자신의 저서 어디에도 biographical note나 academic background를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음으로써 text 자체에 천근(千斤)의 무게를 두고 있는 금세기 최고의 조이스 권위자 Senn 교수와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를 창립(1979. 11. 14.)하고 세계 4번째로 『경야』를 번역(2002. 3. 5.)한 조이스학(學)의 거목 故 김종건 고려대 명예교수 그리고 조이스 학회의 빛나는 Joycean scholars 모두가 필자에게는 ‘잘 닦여진 거울(nicely polished looking glass)’과 같은 존재들이다.
암스테르담 산드베르크 연구소(Sandberg Institute Amsterdam)의 아론 슈스터(Aaron Schuster) 박사는 ‘만약 독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경야』(If there was ever a book that had no need for a reader, it’s Finnegans Wake.)’일 거라고 했는데, 필자는 ‘만약 번역을 필요로 하지 않는 책이 있다면, 그건 바로 『경야』’라고 역설(逆說)하면서 다만 ghost group의 일원으로 남아 종신토록 경·야·역·정(經·夜·譯·程)[‘경야역정’은 ‘피네간의 경야를 평역하는 멀고 먼 여정’을 말하는 것으로 존 번연(John Bunyan)의 ‘천로역정(天路歷程)’을 패러디한 필자의 조어]의 길 위에 서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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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경야의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