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 출간 200주년 기념 한국어판 출간"
세상 모든 문학의 원형이 담긴, 끝없는 이야기의 시작!
한겨울, 따스한 이야기가 필요한 시간‥첫 이야기를 읽는다!
그림 형제가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민요?전설 등을 수집하여 엮고, 문학적 감수성을 더한 그림 동화 (원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Kinder-und Hausm?rchen) 초판 출간 2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어 완역판이 출간되었다. 그림 형제는 평생의 작업으로, 최종 판본(7판)까지 끊임없이 수정을 거치며 이야기를 다듬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되어 있는 7판에 실리지 않은 모든 작품까지 망라하여 아동?청소년 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김경연이 그림 형제 민담집 을 선보였다. 또한 우리 작가의 손으로 새롭게 그린 일러스트는 한국 독자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상상력을 선사할 것이다.
헌신적으로 이야기꾼을 찾아 민담을 채록하며 '이야기의 뿌리'를 찾고자 노력한 그림 형제의 작업은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에 모티프를 제공하는 등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놀라운 감동을 주고 있다. 그들이 모아낸 신화와 전설, 아름답고 환상적인 세계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즐길 수 있는 문학의 원형이다.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세계에 알려진 책이며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그림 형제 민담집 은 끝나지 않는 이야기의 수원(水原)이다. 한겨울,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소리 내어 같이 읽는 마법 같은 시간은 어떨까? 2012년이 기억 속으로, 민담 속으로 사라지고, 2013년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간, '영혼의 음식'(Soul Food) 같은 이야기를 만난다.
그림 형제의 동화, 이야기, 민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우리의 수집 방법에 관한 한, 우선 충실과 진실을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부가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전해 받은 이야기의 상황이나 특징을 미화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받았던 내용 그대로를 재현했다.
- 그림 형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는 2012년 12월 20일, 출간 200주년을 맞았다. 이날 구글은 여러 작가들이 그린 "그림 동화" 삽화를 로고로 장식하였다. 올해는 백설공주 빨간 모자 헨젤과 그레텔 등 2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와 연극이 여럿 선보였으며 기념 음반이 출시되기도 하였다. 또한 독일의 카셀 그림 형제 박물관에서는 출간 200주년을 기리는 다채로운 거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백설 공주 , 빨간 모자 , 헨젤과 그레텔 , 라푼첼 , 개구리 왕자 , 늑대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 브레멘의 음악대 등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야기들이다. "그림 형제 동화"로 알려진 이 책에서는 동화라는 말 대신 민담이라는 말을 택했다. 동화는 어린이라는 독자를 전제로 하지만 민담은 특정 연령의 독자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독일어의 '메르헨M?rchen'을 동화로 옮기는데, 메르헨은 어원상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림 형제의 메르헨은 작가를 알 수 없이 전해 내려오는 민간 전승의 옛날이야기, 즉 폴크스메르헨Volksm?rchen을 수집하여 다듬어 낸 것이다. 익숙한 우리말로 굳이 옮기자면 전래 동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전래 동화 역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 가운데 일부를 일컫는다고 할 수 있다.
최종 판본에 실리지 않은 41편을 모두 찾아 국내 초역 소개한 것뿐만 아니라, 한국어판 그림 형제 민담집 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민담 판본과 수록작 일람표'를 담은 것이다. 그림 형제는 민담 수집 과정에서 이야기 자료를 일일이 색인표로 기록하고 정리했고, 그 이야기의 유래와 원형을 규명하고자 노력했다. 따라서 각 판본에서 어떤 작품이 빠졌고 들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림 형제의 꼼꼼한 발자취를 함께 담는 의미가 있다. 한 예로 푸른 수염 이나 장화 신은 고양이 는 프랑스 페로의 이야기로 유명한데,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초판본에도 수록되어 있는 민담이다(최종 판본에서는 그림 형제가 유래와 근원을 따져보아 빠진 것이다). 판본이 거듭되면서 어떤 이유로 이야기가 빠지거나 새로 들어갔는지 살펴보는 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모두 다 들어서 아는 '권선징악' 이야기일까?... 이야기는 힘이 세다!
"자, 왕비님 내 이름이 뭘까요?"/ "쿤츠인가요?"/ "아니오."/ "하인츠인가요?"/ "아니오."/ "그럼 혹시 룸펠슈틸츠헨인가요?"/ "악마가 말해 주었군! 악마가 말해 주었군!"
난쟁이는 발을 구르며 부르짖었다. 어찌나 화를 내며 오른쪽 발을 굴렀던지 몸까지 땅속 깊이 딸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 다음에는 화가 나서 미쳐 버렸는지 오른쪽 발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는 자신을 둘로 찢어 버렸다.
(/ '룸펠슈틸츠헨' 중에서)
"한스야 어디 갔었니?"/ "그레텔한테 갔었어요."/ "그레텔은 어디 있니?"/ "밧줄로 끌고 와 건초 시렁 앞에 묶어 두고 풀을 던져 주었어요."/ "바보 깉은 짓을 했구나, 한스. 그레텔한테 다정한 눈길을 던져 주어야지."/ "괜찮아요. 다음엔 더 잘할게요."
한스는 외양간으로 가서 송아지며 양들의 눈알을 모두 뽑아서 그레텔의 얼굴에 던져 준다. 그레텔은 화가 나서 줄을 끊고 도망간다. 이렇게 해서 한스는 신붓감을 잃어버린다.
(/ '영리한 한스' 중에서)
"난 나일까, 아닐까?" 그러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잠시 망설이며 서 있다가 마침내 생각했다. "집에 가서 내가 나인지 아닌지 한스에게 물어 봐야지. 그러면 알게 될 거야." 그녀는 문 앞으로 달려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한스, 안에 엘제 있어요?" "그래요. 엘제는 안에 있소." 그녀는 깜짝 놀라 말했다. "오, 하느님. 그럼 난 내가 아니구나." 엘제는 마을 밖으로 달려갔고, 그 뒤로는 아무도 그녀를 다시 보지 못했다.
(/ '영리한 엘제' 중에서)
다채로운 상징과 은유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 민담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생각하고 말하는 진지한 동물들, 독자를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하는 상상 속 풍경들, 아름다운 셋째 공주, 끝내 왕위를 이어받는 팔푼이 왕자 등등 익숙하고 친밀한 플롯에 독자들은 읽지 않았어도 "그림 동화"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이 시련 끝에 왕이 되거나, 마녀의 시험을 모두 마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주를 얻는다든가, 왕자는 잃어버린 자신의 몸을 찾고, 공주는 잠에서 깨어나고, 마녀는 벌을 받는 익숙한 스토리의 마지막, 그 뒤에 추임새처럼 들어 있는 기가 막힌 한두 줄은 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행간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도록 이끈다. 이는 그림 형제가 일일이 채록하고, 수없이 다듬고 그린 세계 속에서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문학으로 새롭게 읽도록 한다.
너무 잔인해서 아이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너무 순수하여 어른들이 읽기에는..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모두 찾아/ 비단 천에 감싸/ 노간주나무 아래 놓아 주었네./ 삐릿, 삐릿, 난 정말 예쁜 새야!
(/ '노간주나무' 중에서)
"얘야, 내가 너의 두 손목을 자르지 않으면 악마가 나를 데려가겠다는구나. 나는 겁이 난 나머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소녀가 말했다. "아버님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저는 아버님의 자식인걸요." 소녀는 두 손을 내주고 자르게 했다.
(/ '손이 없는 소녀' 중에서)
그림 형제가 이 책을 출간한 당시에 (지금도 그럴 수 있지만) 부모들은 '너무 잔인하고 성적인 표현, 폭력성 짙은 장면이 있어 아이들에게 읽힐 수 없다, 어떻게 읽히면 좋겠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러한 장면들은 쏙 빼고 읽어주기도 했다. 이럴 때면 그림 형제는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도 순진하게 들어 넘길 걸세"라고 대답했다. 내밀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 이야기의 원형에서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깊은 곳의 정신을 문학적 '동화'를 통해 만나며 어른들은 찬찬히 자신의 영혼을 돌아보고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자기를 확립해나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잔혹하다든지 아름답다든지 주제에 따라 분류해 놓고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 아니라, 듣고 또 들은 스토리의 '진부한 옛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전에 말 한 마디, 휘리릭 날아가 버린 새 한 마리, 지나가는 토끼 한 마리, 보자기, 모자 등 소품 하나의 상징과 은유 속에 숨은 '인간'을 바라보면서 '진짜 문학'으로 각자 자신만의 "그림 동화"로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