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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12년 07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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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 파일/용량 | EPUB(DRM) | 18.46MB 파일/용량 안내 |
| ISBN13 | 9788937493881 |
35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작년에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으며, 제인 오스틴이 언급되는 대목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울프는 오스틴이 살았던 18세기 말에서 19세기에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강조했어요. 여성은 자기만의 공간도, 경제적 자유도 없이 창작을 이어가야 했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여러 제약 속에 놓여 있었다고요. 하지만 오스틴은 거실 한쪽에서, 가족들의 시선과 방해를 감수하며 소설을 써 내려갔습니다. 울프는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오스틴이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문학적으로 균형 잡힌 작품을 완성해 낸 드문 작가라고 평가해요. 이 대목을 읽으며 『오만과 편견』이 궁금해졌습니다. 제목은 익숙했고 영화로도 상영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힘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오만과 편견』은 겉으로 보면 단순한 연애 소설처럼 읽히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당대 사회의 구조와 인간 심리가 정교하게 담겨 있는 작품이에요. 제인 오스틴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이 타인을 어떻게 오해하고 또 이해해 가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사회적 조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오만'과 '편견'이라는 두 개의 시선이 있어요.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과 재산에서 비롯된 자부심으로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엘리자베스는 그런 그의 태도를 근거로 그를 성급하게 단정해요.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완전히 틀린 것이 아니라는 데 있어요. 다아시는 실제로 오만했고, 엘리자베스의 판단 역시 그 경험에 기반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오스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리는 '얼마나 쉽게 타인을 단정 짓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두 사람이 각자의 오만과 편견을 자각하고, 서로를 다시 바라보며 자신의 판단을 수정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인식의 성장'이라는 의미로 확장돼요.
제인과 빙리의 관계를 보면, 이들의 사랑은 갈등이 거의 없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 보여요. 그러나 그 관계조차 개인의 감정만으로 완성되지는 않아요. 주변의 시선과 개입, 특히 계급과 체면이 결혼의 성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작품은 사랑이 개인적인 감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드러내요.
이 소설에서 결혼은 낭만적 선택이라기보다 경제적·사회적 생존 전략에 가까워요. 베넷 가문의 딸들이 처한 상황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줘요.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가문의 재산이 먼 친척인 콜린스 씨에게 상속되는 구조 속에서, 딸들은 자신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방법이 거의 없어요. 이들에게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출구에 가까워요. 이러한 맥락에서 엘리자베스의 어머니가 딸들의 결혼에 집착하는 모습은 단순한 희화화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것은 오히려 당시 여성들이 마주해야 했던 불안과 현실을 반영하는, 절박한 태도로 읽혀요.
또한 한 가족 안에서도 각기 다른 태도와 욕망이 드러나요. 제인은 온화하고 신중하며, 엘리자베스는 비판적이고 자의식이 뚜렷해요. 반면 메리는 어설픈 지성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리디아는 충동적이고 경솔하며, 키티는 쉽게 휩쓸리죠.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과 결과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통해, 오스틴은 인간을 단순한 유형으로 환원하지 않아요. 이는 곧 ‘가족’이라는 울타리조차 개인의 삶을 규정할 수 없음을 보여줘요.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존재들이 모여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균형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다양한 차이를 안은 채 공존을 배워가는 가장 처음의 공동체라고 할 수 있어요.
한편, 작품 곳곳에는 신분에 따른 위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요. 높은 지위를 가진 인물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행사하며 타인을 억압해요. 특히 신분을 앞세워 관계를 통제하려는 태도는, 사랑과 결혼마저 계급 질서 안에 묶어 두려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줘요. 그러나 오스틴은 이러한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보다,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독자가 스스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요.
이 소설이 단지 시대의 한계를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는 이유는,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에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감정과 이성을 조율하며 자신을 변화시켜요. 그리고 결국 사랑 역시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위에서 다시 선택해요. 이는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올바르게 보는 법'을 배운 결과에 가까워요.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에 대해 "너무 가볍고 밝고 반짝거려서 그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을 만큼, 『오만과 편견』은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밝은 분위기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 읽다 보면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고,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됐어요. 아마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흥미로운 연애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였을지도 몰라요. 일정 부분 '신데렐라'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그 밝고 경쾌한 표면 아래에 훨씬 더 복합적인 의미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돼요. 지금은 저 시대와는 많이 다르지만, 첫인상의 중요성, 소통의 부재가 낳는 오해, 현실적인 조건이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존감과 성찰을 겸비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결혼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는데,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을 감수하는 삶을 선택하기보다는 신중히 상대를 선택해 결혼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작품은 우리 역시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편견을 가질 수 있음을 돌아보게 만들어요. 그리고 질문해요.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공정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내리는 판단은, 과연 우리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인가. 사람의 다양한 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 하고요. 사랑 이야기처럼 시작된 이 소설은, 그렇게 인간과 사회를 함께 비추는 거울로 남아요. 감사합니다.
#오만과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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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서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인기있는 서사 구조이다. 누구나 제각기의 이유로 험난하고 불합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어트를 할 때 먹방을 찾게 되는 것처럼, '신데렐라' 서사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도 일종의 대리만족에 가깝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바뀌지 않는 삶에 지쳐가다보면 백마 탄 왕자님이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아무 이유 없이 내게 사랑에 빠진 잘생긴 재벌이 날 괴롭히는 이 사회에 통쾌한 펀치를 날려주길 꿈꾸게 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요즘에는 아무 이유없이 사랑 받는 주인공은 인기가 없다고 하며, '사랑을 받을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럴 때면 새삼 능력주의에 찌든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오만과 편견』 또한 전형적인 '신데렐라 서사'의 구조를 일부 담습한다. 명문가 자제 '다아시'는 '오만'을 대표하는 주인공이고, 변호사의 딸(오늘날 '변호사'가 상징하는 사회적 지위와는 달리 보잘것없는 가문으로 묘사된다.) '리자'는 편견을 대표하는 주인공이다. '다아시'는 귀족으로서 자신의 사람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만 오만한 태도로 오해를 사고, '리자'는 당차고 지혜롭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자신의 단점을 성찰하면서 진실한 사랑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다.
'신데렐라 서사'가 인기가 많은 만큼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모 장면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다아시가 자신의 오만함을 부끄러워하면서 리자의 친인척들을 깍듯이 대하는 모습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금잔디의 가족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길거리 음식을 '먹방'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레이디 캐서딘 드 부르'가 '리자'와 담판을 지으러 오는 장면을 보다보면, <시크릿 가든>에서 박준금(김주원의 엄마)이 길라임에게 돈봉투를 내미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그러나 이 소설이 여느 K-드라마와 다른 점을 꼽자면, '사이다'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인기를 끄는 소설, 웹툰, 드라마는 선역과 악역이 극명하게 갈리며, '권선징악' 서사를 빼놓을 수 없다. 주인공이 악역에게 복수하고, 악역이 자신의 잘못의 정도에 비례해서 징벌을 받는 상황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최소한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주인공의 '일침'으로 망신을 당하는 장면은 들어가야한다.
반면 『오만과 편견』 에는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다. 특히 주연과 조연의 관계에서 이 점이 두드러진다. 작중에서 가장 선하고 신중한 성격의, 당대의 이상적인 여성 상으로 그려지는 '제인'은 '리자'의 친구 '샬럿'으로부터 '여자가 그런 기술로 자기 감정을 숨기면 사랑하는 남자를 붙잡을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다. (33p.) (실제로 그로 인해 그가 사랑하는 남자 '빙리'와 성사되지 못할 뻔한다.) 또한 '리자'를 가장 아끼는 '베넷' 씨는 딸들의 뜻을 존중하는 따뜻한 아버지인 듯 하나 관점에 따라 자녀 교육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가장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p.292)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생계를 위해 돈 많은 집안의 자제와 결혼을 선택해야하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실리를 택할 것인지,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장애물이 되는 작중 인물들을 시종일관 비판하는 어조로 서술하지만 그들에게 '극단적인 징벌'(죽음)을 내리지는 않으며, 가장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있는 상황 속에 처한 그들의 미래를 묘사한다.
『오만과 편견』은 전형적인 서사를 따르는 로맨스 소설이기에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한다. 동시에 당대의 기준으로 입체적이고 생동감있는 인물들을 제시하며 주인공들 앞에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이것이 여전히 『오만과 편견』이 로맨스 소설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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