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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발행일 | 2011년 08월 30일 |
|---|---|
|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512쪽 | 692g | 137*203*35mm |
| ISBN13 | 9788954615365 |
| ISBN10 | 8954615368 |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김연수 작가의 추천. 카버가 그랬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그랬고, 살만 루슈디가 그랬다. 부커상 3관왕이란 그닥 땡기지 않는 수상 경력 보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장식한 작품이란 것보다, 내겐 김연수의 극찬이 훨씬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허나 이 소설을 읽으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소설을 재미로 읽지 무슨 각오씩이나 하고 읽는담?' 뭐 이런 태도라면 굳이 이 소설을 찾아 읽을 필요까진 없다. 하지만 소설적 문법을 따지지 않는다면(김연수 작가는 본인의 글쓰기는 안 그러면서 포어나 루슈디처럼 색다른 문체에 지대한 열망이 있나보다), 색다른 문체의 맛(가령 주제 사마라구 혹은 포어의 그것처럼)을 느끼고 싶다면, 역사소설에 흥미를 느낀다면, 무엇보다 보르헤스나 카프카, 마르케스, 귄터 그라스의 글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이 책 <한밤의 아이들>은 당신에게 천일야화를 끈끈하게 들려줄 세헤라자데가 될 것이다.
서두가 너무 거창한가? 무릇 독서는 읽는 환경에 따라 많이 좌우되는 행위다. 회사를 잘리며, 가족 문제로 심신이 지쳐있던 즈음에 접하게 된 이 소설은 그야말로 '늪'이었다. 빡빡한 편집에 각 권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우선 압도되고(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러냐 싶을텐데. 막상 읽어보면 엄청나게 진도가 안나간다. 호흡의 길이가 제각각이고, 매 페이지 각주를 찾아가며 읽다보면 평소 소설 읽는 속도의 약 3배 이상이 걸린다고 보면 정확하다.), 인도라는 공간적 배경과 독립, 분리, 전쟁이란 시대사적 배경, 거기에 인도 특유의 끈적함이 더해지면... <한밤의 아이들>은 지독한 늪 그 자체라 하겠다.
이 소설은 어떻게 요약할 방법이 없다. 책 소개에 의지하자면 '<한밤의 아이들>은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태어난 1001명의 아이들 중 12시 정각에 태어나 신생 독립국 인도와 운명을 함께하게 된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이다. 외증조부에서부터 자신의 아들에 이르기까지 약 5대에 걸친 어마어마한 시간적 배경을 자랑하는 이 소설. 징글징글하게 어렵게 읽혔다. 막장소설을 욕하면서 본다고 하지만, 이 소설은 묘하게 독자를 끄는 힘이 있다. 퍽퍽한 피자에 목이 메일 즈음, 청량하게 목을 적시는 한 조각 오이 피클이라고나 할까?
절대 몰입이 힘든 일상 속에서 대략 일주일 넘게 걸려 읽은 이 소설. 소설 자체보다 시대의 아이콘처럼 한시대를 풍미했던 '살만 루슈디'의 삶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인도, 영국, 미국. 이렇게 3나라를 모국이라 여기는 작가. 다양한 언어 습득과 유희는 물론 종교적 융복합, 인종문제, 전통과 현대, 무엇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거 보르헤스를 칭하는 에테르 아니었나?)이라 불리는 환상과 일상의 무딘 경계 등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위치를 점한 작가가 바로 '살만 루슈디'라 하겠다.
절대 긴 리뷰는 쓸 수 없다. 또 써서도 안된다. 루슈디 문학의 본령이자, '금세기 영어권에서 탄생한 가장 중요한 작품 가운데 하나 '(뉴요커 지가 그랬다지)인 이 작품은 지금도 전세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읽히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 관련된 다양한 학술적 접근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완성된 하나의 텍스트가 아닌 현재도 정반합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가 되고 있기 때문. 끝나지 않는 소설이랄까?(문득 최제훈의 <일곱개의 고양이 눈>이 생각난다.) 하여 일독만으로 리뷰를 쓸 수는 없다. 적어도 10년 정도의 숙성을 거쳐 제대로 된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진 않을까?
언뜻 로베르토 볼라뇨의 <전화>, <먼별>, <칠레의 밤>을 읽으며 느꼈던, 소설은 그 시대적, 민족적 경험치의 합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런 대가는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시대가 낳는 것이라는, 그래서 인도만큼, 아니 훨씬 시대적 아픔을 많이 간직한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대가가 언젠가는 잉태되리라 생각된다. 아니 이미 잉태됐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리뷰로 정리되지 않은 채, 이렇게 <한밤의 아이들>과 일별해야 할 것 같다. 인도라는 미지의 세계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문화, 역사, 아픔을 온전히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루슈디가 이룩한 한 개인사와 인도사의 오묘한 조합이 더욱 명징하게 이 소설을 이해할 수있는 단초가 되지 않았나 싶다. 살만 루슈디의 다른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 아니라면 적어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완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왜냐하면 선정 기준이 나름 뚜렷하기 때문. 8명의 편집위원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발간에 부쳐'에서 언급했듯, '인류가 무지와 몽매의 어둠 속을 방황하면서도 끝내 길을 잃지 않은 것은 세계문학사의 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별들이 길잡이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김은국의 <순교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84>,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정도를 읽었다. 발간된 80권 중에 10권 남짓 읽은 셈인데, 이 소설 <한밤의 아이들>을 통해 이 80권의 책을 다 읽고 싶은 강한 욕망을 만난다.
<한밤의 아이들>. 인도 문학의 본령이자, 보기 드문 수작이다. 내 머리가 산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었다면 더욱 좋았을, 그런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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