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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6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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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80g | 128*188*20mm |
| ISBN13 | 9791170613831 |
| ISBN10 | 1170613837 |
37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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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를 이해했다. 난 이 책을 읽어서는 안 됐다. '절대로 열면 안 된다'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책장을 펼쳤다.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그렇게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열람 엄금>은 도쿄에서 벌어진 대량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사건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 기사, 목격자의 증언, 녹음 파일, 지도 등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며 독자가 실제 사건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독특한 구성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걸 넘어, 살인 사건의 현장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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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정신과 전문의 '우에하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에하라는 대량 살인 사건의 범인 '야에가시'의 정신 감정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책에는 야에가시와의 면담 내용을 녹음한 데이터까지 함께 제시되어 있어, 독자는 사건을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기록을 확인하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면담 속 야에가시는 계속해서 ‘도메키’라는 괴물을 언급한다. 그는 도메키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도끼를 휘둘렀고, 그것을 없애려 했지만 끝내 불가능했다고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이후 야에가시는 우에하라에게 “당신이라면 놈과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 당신에게 맡기겠다”라는 기묘한 말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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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에하라는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한다. 야에가시가 살인을 저지른 뒤 몇 주 동안 숨어 있었다는 신사를 찾아가고, 그가 일했던 잡지사를 방문해 사장과 대화를 나눈다. 우에하라가 조사한 내용 역시 신문 기사, 도면, 사진 등의 자료를 통해 구체화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우에하라의 뒤를 따라 단서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흩어진 기록들 사이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날의 일은 점점 더 선명해지는 듯하지만, 동시에 ‘도메키’라는 존재는 오히려 더 불가해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독자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과, 어쩌면 알아서는 안 될 것에 다가가고 있다는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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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도메키’는 초현실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잇따른 의문의 죽음, 어디선가 자신을 감시하는 공포의 눈, 없애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서늘한 기척은 이야기 전체에 오컬트적 분위기를 드리운다. 그러나 단서를 통해 밝혀지는 도메키의 정체는 예상 밖이다. 도메키는 괴물이 아니라, 전국의 영상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방범 카메라, 휴대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에 포착된 영상은 다크웹의 특정 사이트에 업로드되고, 고액을 지급한 회원들에게만 공유된다. 이들은 그런 행위를 ‘궁극의 리얼리티 쇼’, ‘참여형 스너프 필름’이라는 기괴한 말로 포장한다. 결국 도메키의 눈이 포착한 피해자들은 타인의 고통을 가학적 즐거움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파괴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의 공포는 더욱 섬뜩해진다. 도메키의 눈은 비현실적인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 은밀히 자리한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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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영화 <스노든>이 떠올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미국 국가안보국 NSA에서 일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정부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그는 테러 방지를 명목으로 개인의 통화 기록, 이메일, 인터넷 활동이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내부 고발을 결심한다. <열람 엄금>의 말미에서도 NSA가 주도해 운영한 군사 목적의 통신 감청 시스템 ‘에셜론’이 언급된다. 이 대목은 책 속의 감시가 단순한 허구적 장치에 머물지 않음을 환기한다. 도메키의 눈이 기괴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괴물이 아닌 영상 관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공포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감시는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개인정보와 사생활은 쉽게 노출된다. <열람 엄금>은 공포 서사를 빌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감시의 구조와 그 불안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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