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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6년 02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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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368쪽 | 396g | 128*188*21mm |
| ISBN13 | 9788932925585 |
| ISBN10 | 89329255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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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은 55세 늦은 나이에 데뷔하여 추리소설과 대중소설로 글쓰기 기법을 익힌 뒤 프랑스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첫 번째 비장르 소설 『오르부아르(Au revoir la-haut)』로 2013년 프랑스 문학 최고 영예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르트의 누아르 소설이다.
이 소설은 그의 미발표 작품으로 그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가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1985년에 쓴 작품을 다듬어 최근에 발표했다. 미발표 작품에 최초의 작품이라고 하나 역시 대가의 작품이라 완성도 높다.
추리 소설 장인으로 평가받던 작가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독자인 나는 누아르의 창조자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눈을 반짝이며 읽는다.
“ 내가 가진 확신은, 누아르 독자는 피와 죽음, 즉 불공정함을 기대하며, 이를 직면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주저함을 그의 반응들로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자 그래서 여기에 내 첫 번째 소설이 있다.
항상 그렇듯이 이것은 양보 없는 독자에게는 가혹하게, 우호적인 독자에게는 호의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
_『대문자 뱀』 머리말 중, 9쪽
👤냉혹하고 매력적인 노년의 여성 킬러 마틸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하다
나는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사랑하고, 장르소설도 많이 읽어보지 않은 독자이다. 그렇지만 나는 작가가 치밀하게 계산하여 구축한 스릴러에 감탄하고 인간 사회의 비정함을 극적으로 연출하는 느아르에 우호적이다. 장르소설에 대하여 아는 바는 적지만 매력적인 주인공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정도는 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기억의 혼란으로 조금씩 빈틈을 보이기 시작하는 냉혹하고 매력적인 노년의 여성 킬러 '마틸드'이다. 예순셋의 마틸드는 작달막한 키에 뚱뚱한 체격을 가졌지만 과거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1941년 19세부터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다. 그녀의 첫 살인은 20세 때였다. 툴루즈의 게슈타포에 체포된 세 명의 동지를 탈출시키는 작전에서 그녀는 독일군 두 명을 제거하며 천부적인 킬러의 자질을 드러내 보였다.
“ 마틸드는 어떤 존재였느냐면....... 앙리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본다. 마틸드를, 그러니까 전쟁 때의 마틸드를 회상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단어가 필요하다. 목이 그어진 두 병사의 에피소드는 동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지만, 마틸드가 그 독일군 하사관과 함께 보낸 밤은 조직원들 전체를 얼어붙게 했다. 이때부터 그녀와 함께 일하기를 피하는 이들과, 이와는 정반대로 오직 그녀만을 신뢰하는 이들, 이렇게 두 부류로 선명하게 나뉘었다. 그녀는 유령이자 수호신이었고 뮤즈이자 부적이었으며, 여신이자 악마였다. ” _ 84쪽
🩸폭주하는 킬러 마틸드,
이제 조직에서 제거 대상이 되다
마틸드는 전쟁 이후 의사인 닥터 페랭과 결혼했고, 딸 프랑수아즈도 낳았다. 그녀는 레지스탕스 활동으로 장관에게서 훈장도 수여받았다. 이 유복한 과부인 예순셋의 마틸드는 사람들의 의심을 전혀 사지 않는다. 그녀가 DRH라는 암살 조직의 구성원이며 임무에 실패한 적이 냉혹한 킬러라는 것은 그 누구도 몰랐다. 커다란 키에 근육이라곤 없는 부실한 체격, 탈모 때문에 정수리가 휑한 서른다섯의 수사관 바실리에브의 의심을 사기 전까진 말이다.
마틸드는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기억은 엉키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불안한 것은 암살 미션을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절차들을 하나둘씩 어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암살 대상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남겨선 안 되며 암살에 사용된 무기는 반드시 버려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무기를 버리지 않고 다른 살인에 또 사용한다. 그녀의 집안에는 그녀가 살해한 인물들에 정보가 가득 차 있다.
이제 그녀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킬러가 아니다. 그녀의 거듭된 실수는 경찰의 의심을 사게 된다. 이제 그녀는 조직의 위험요소가 되었고 급기야 본인이 제거 대상이 된다.
소설은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수사관 바실리에브, 그녀를 제거해야 하는 DRH의 대장 앙리, 또 다른 킬러 등의 인물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등장시키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마틸드의 목은 서서히 조여온다.
소설 중반부터 폭주하기 시작하는(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이 폭주가 누구누구를 죽이는지는... 밝히지 말아야겠다) 마틸드, 그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이 대문자 뱀은 희한한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 사타구니에 들끊는 조그만 뱀들에 특별한 혐오를 느끼며, 거기에다 독을 내뿜기 때문이다. 놈은 작은 뱀들을 싫어하는 커다란 뱀이다. 당신의 이마 한가운데 총알을 박는 그런 종류가 아니라, 당신이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없이 당신의 무게에다 총알 두 발을 쏘는 진짜배기 뱀인 것이다.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자이리라. “
_151쪽
🇫🇷1985년의 프랑스
이 소설은 198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킬러는 공중전화로 미션을 전달받는다. 킬러들을 성가시게하는 CCTV는 아직 비싼 가격 탓에 건물과 도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 않다. 1985년 프랑스에 일어난 잔혹한 살인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과학수사대가 아닌 감식반원들과 직관과 감에 의존하는 수사관들이다. 잔혹한 범죄 사건은 언제나 대중들의 엔터테인먼트였다.
이 소설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빈부격차에 대한 묘사가 곳곳에 녹아있다. 부유층/중산층/빈민층 등 계급에 따라 구분된 거주지, 그들이 먹는 것, 그들이 사용하는 가구 등에 대한 묘사에 눈길이 간다. 프랑스 소설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프랑수아즈 사강,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읽어본 적 있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디디에 에리봉을 읽었다. 귀족, 하인, 하녀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 이 프랑스산 누아르 소설을 읽으며 여전히 노골적으로 존재하는 신분사회 흔적들을 쳐다본다.
📌가진 자
“ 고인의 배우자 캉탱 부인의 목소리를 특별히 호감이 간다고는 할 수 없다. 공들인 발음, 거만한 어조, 신중하게 고른 어휘 등은 통화라기 보다는 어떤 귀부인의 문화적 쇼케이스에 가깝다.
여기서는 세월과 거주하는 이들의 교양, 그리고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구들과 대귀족의 선물들, 여행의 기념품들이 곧 취향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없는 자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증명을 위한 급여 명세서, 공과금 청구서, 영수증이었기 떄문에 불법적인 것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게 사회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에게는 지독하게 힘든 일이었다.“
📌이민자
“그녀는 캄보디아를 탈출하여 고생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다시 말해서 자조하듯이 들려준다. 온 가족이 타고 나온 보트, 난민촌, 인정받지 못한 학위, 공부를 다시 해야 했던 것......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배운 프랑스어는 여기서 쓰는 프랑스어와는 별 상관이 없었어요>”
등등등
✍️
범죄소설을 읽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다. 냉혹한 킬러 마틸드는 잔혹하게 살인을 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아들을 빼앗겼었고, 망가진 삶을 회복하여 어떻게 해서든 그 여섯살난 아들을 돌보려고 노력하는 젊은 여성의 삶을 무참히 앗아간다. 엄마를 재회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 잘생기고 의젓한 여섯살난 아이의 삶이 안타깝다. 그런데 너무나 모순적이게도 그 여성을 살해한 마틸드가 파멸하지 않기를 바란다.
형사 바실리에브가와 캄보디아 이민자 출신 테비의 은근하고 수줍은 관계의 시작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들이... (스포방지)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데도 마틸드가 어떻게 해서든 파멸하지 않길 바란다. 도덕이 다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속절없이 주인공에게 빠져들었다.
이 작품을 다 읽고 장바구니에 피에르 르메트르의 대표작 『오르부아르』부터 『대단한 세상』, 『화재의 색』 등 여러 작품을 담았다. 대부분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의 '발자크'라고 평가받는 그의 작품들을 하나씩 다 읽어보고싶다. 부조리 철학이 탄생한 그곳 프랑스를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들 말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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