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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5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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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용량 | EPUB(DRM) | 59.76MB 파일/용량 안내 |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2.1만자, 약 4만 단어, A4 약 7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 ISBN13 | 9791193078716 |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리는 좀비라 하면 죽었던 시체가 다시 살아나 다른 감각은 사라지고 오직 먹는 것에 집중해서 사람을 물고 뜯는 것을 떠오른다. 그들에게는 인지와 기억이라는 영역이 남아 있을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람을 먹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아서 인지기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덜 잔인하게 느껴진다.
영화 <웜 바디스>처럼 좀비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인지라는 영역이 남아 있어 소중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좀비의 출현. 뇌가 바이러스에게 잠식 당해도 기억하고자 애쓸 만큼 소중한 무언가가 있었음을 좋겠다.
이번에는 SF와 좀비가 만나서 어떤 스토리를 전해 줄까,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소설을 읽었다. 거기에다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이 더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줄거리 요약
지금으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멀지 않는 미래에 필리핀의 쓰레기 섬에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창궐하게 된다. 그리고 지구에서 320광년 떨어져 있으며 백조자리 방향의 쌍성계 누에이를 공통 중심으로 공전하는 세 번째 행성인 에르사와 2번째 행성 카르노가 소설의 배경이다. 에르사는 제2의 지구라고 할 정도로 유사한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이주지로 떠오르게 된다. 카르노는 핏빛 오로라를 가지며 지구와 70% 유사한 곳으로 대기가 부적합하여 이주지에서 탈락한 곳이다.
1부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세계는 새로운 이주지로 발탁된 에르사 행성에 우주선 ‘키사’를 보낸다. 우주선에는 진균학자인 묵호와 기계 엔지니어 옥주를 비롯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 20명이 타고 있다. 동면 시간 12년. 옥주가 눈을 떠보니 원래 있던 곳이 아니라 엔지니어실에 캡슐이 옮겨져 있었다. 그리고 손잡이와 주변에는 핏자국은 가득했고 내부 시스템은 망가져 있었다.
인공지능을 회복시키자, 탐험선이 도착한 곳은 처음 목적지인 에르사가 아니라 카르노라는 것과 대장 타일러가 다른 사람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명 중에서 옥주를 제외한 나머지 19명이 심정지 이후 다시 살아 움직이는 좀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친구 묵호가 다른 좀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인 인식 장기기억이 활성화되어 옥주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옥주는 친구이자 가족 같은 존재, 세상에서 애정 어린 한 사람인 묵호를 두고 에르사로 떠날 것인지, 아니면 묵호와 함께 우주선에 남을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2부 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후, 선택받은 사람만이 탈 수 있는 이주선에 타지 못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미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 버린 괴물들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심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게 된다.
식물인간인 엄마와 단둘이 남은 소녀와 왼쪽 다리가 절단인 된 은미와 자폐아 딸 노윤이가 만나, 카르노로 떠나기로 하는데, 이들은 구조 헬기에 탈 수 있을까.
3부 우리를 아십니까.
부부인 두 여자와 장수풍뎅이라는 이름을 가진 줄여서 장풍이라 불리던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다. 간호사인 나는 종양이 생기면서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병원을 나와 좀비가 된 두 사람이 거북이를 바다에 보내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아무도 없었다. 좋은 구절
나는 지금도 되뇐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난 곳도 아니다. 여기는 잠시 머무는 곳이다. p16.
나는 강하고 질긴 생존자임과 동시에 숨 쉬는 것이 삶의 최대 업적이어야 할 존재다. 살아남았으나, 결국 숨만 쉬며 지내야 한다.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p20.
나를 증명하기 위한 말은 그만하고 싶다. 나는 이제 서른이 넘었다. 10대의 내가 계속해서 귀찮게 구는 것을 멈추고 싶다. p21.
옥주, 너는 찾았니?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줄 줄 알았던 바깥에서 얻어 온 상처를 감싸줄 줄 알았던, 언제든 돌아갈 둥지인 줄 알았던 하나뿐인 부모가 우리의 삶을 종말로 만들려 했던 이유. p49.
이 시시함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얼마나 악을 쓰고 버텨야 하는지, 이 모든 시시함, 별일 없이 무난한, 어제인지 오늘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정도로 특색이 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거. p54.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에 다다르기까지, 절대로 꺼지지 않는 단 한 번도 멈춰본 적 없는 숨. 독자적이고 고유한 생의 박동 …. 이름 같은 것. 바뀔 수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지. 이름 없이 사는 존재는 없지. 제 이름을 알지 못하더라도 명명은 세계의 첫 번째 관문. 모두가 문을 통과할 때 몫의 숨과 이름을 얻는다. p132.
그놈의 요즘 같은 시대. ‘시대’가 삶의 범위를 납작하게 누른다. 시대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지운다. 차라리 그렇게 벅벅 지워지면 좋으련만. 완벽하게 지워지지도 않고 눌린 자국이 된다. 그것은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 p194.
‘우주를 정의 내린 건 인간이잖아요. 저 밖에 있는 공간을 우주라고 부르자고. 저기에 우주가 있다고. 더 큰 것에 작은 것이 담기는 게 진리니까. 우주는 제 안에 인간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팽창하지만, 인간은 우주를 알고, 우주를 명명하고, 우주를 헤아리려 하잖아요. 사람들은 우주에 우리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예요. 우주가 우리 뇌에 담긴 거예요. 더 큰 쪽이 늘 작은 걸 이해해요. 더 큰 게 언제나 더 고요하고, 잠잠하고, 잘 견뎌요. p206.
원래 종은 다 다양해. 아기는 미숙하고, 어린이는 시끄럽고, 청년은 혼란하고, 노인은 느리고 그런 거지. 세상살이 대부분을 보면 우리는 비정상의 범주에 속해 있지. 의사니까 더 자주 느끼지 않나?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나. p214.
아내의 손을 찾아내 손을 포겠다. 아내의 손도 내 손과 다르지 않았다. 몸이 차갑던 나와 달리 늘 따뜻했던 육체, 그 수족, 나의 손난로, 나의 아랫목, 내가 사랑했던 이 행성의 가장 따뜻한 온도. 이제 없다. p253
그 순간이, 나 홀로 버텨 살고 있는 행성의 핵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행성의 중심, 이 행성에 자기장을 만들고, 행성을 뜨겁게 하고, 행성에 산맥과 절벽을 만드는…. 아내는 모른다. 네가 나의 내핵이었다는걸. 굳이 말하지 않았다. 로맨틱한 비유가 아닌 것 같아서. p264.
천선란 표 SF 좀비 소설
바이러스로 세계가 멸망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이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을 떠난다. 좀비만 남아 버린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 소수라고 불렀던 사람들이었다.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책은 아포캅립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생존하고자 하는 치열한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가족’을 단위로 ‘인간관계성’에 집중하고 있다.
가족은 우리가 이타성을 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이다. 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하지만, 가장 잔인하게 상처를 주는 존재 역시 가족이라는 점이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경험한 옥주와 묵호를 보면서 끔찍한 폭력에는 이유가 따라와야 할 것 같았다. 이유 없이 가족으로부터 폭력을 당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은 자폐아를 둔 엄마, 식물인간이 된 엄마와 소녀, 가정 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이지만, ‘생존’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주인공이 처한 외적인 환경은 절망에 가깝지만, 소중한 존재를 지키기 위한 ‘생존’의 영역으로 가면서, 마음이 따스해진다. 결국, 우리는 사람 때문에 죽을 수도 있지만 사람 때문에 살아가기도 한다. 거기에 천선란표 기발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SF 소설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달달한 로맨스, 마음이 훈훈해진다는 점에서 정세랑 작가의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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