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불우한 가정환경, 부상 등 모든 불리한 조건을 딛고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가 된 미스티 코플랜드
발레 안팎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전하는 삶을 고백하다
발레리나는 크게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무대 위를 가득 채우는 군무 무용수인 코르 드 발레, 독무를 출 수 있는 솔리스트, 발레단에서 제일 높은 위치의 발레리나로서 주역을 맡는 수석 무용수. 1940년에 설립된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이하 ABT)에서는 단 한 번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적이 없었다. 2015년, 미스티 코플랜드가 ABT의 75년 역사상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가 되기 전까지는. 대형 발레단의 정식 단원이 된 최초의 미국계 흑인 발레리나인 레이븐 윌킨슨은 백인 우월주의 비밀단체인 KKK와 싸워야 했고, 발레단을 떠나 네덜란드로 이주까지 해야 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애샤 애쉬, 알리시아 그라프 맥 등 피부색으로 인해 부당한 일을 겪어야 했던 많은 흑인 발레리나가 있었다. 이들의 한을 풀어 주듯, 미스티 코플랜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간 흑인 발레리나가 되어 발레계에 새 역사를 썼다.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는 미스티 코플랜드가 발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수석 무용수라는 자리에 오르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다. 사실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의 삶을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라는 말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불우하고 위태로웠던 어린 시절, 중요한 시기마다 찾아온 크고 작은 부상들, 갑작스러운 체격 변화 등 흑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그녀가 수석 무용수가 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환희와 절망의 반복으로 굴곡진 삶의 리듬과 발레라는 무용의 리듬이 어우러진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흡입력이 있다.
불우한 13살 소녀, ‘발레계의 신데렐라’가 되다!
발레를 잘하는 법이 아닌, 발레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법을 제시하는 책!
2015년《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개척자’ 부문에 미스티 코플랜드의 이름이 오른다.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인 그녀가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발레계에 다양성으로 향하는 문을 만들어 준 선구자로서 인정받은 것이다. 13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흑인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의 성공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미스티 코플랜드는 ‘발레계의 신데렐라’라고도 불린다. 요정 할머니가 신데렐라에게 유리 구두를 신겨주었듯이, 불우한 환경에서 발레를 전혀 모르고 자랐던 미스티 코플랜드도 훌륭한 멘토를 만나 재능을 찾고 토슈즈를 신는다. 미스티 코플랜드와 신데렐라는 어려운 환경에 있다가 좋은 어른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는 점도 닮았지만, 이후 스스로 성장하여 자신에게 놓인 어려움을 주도적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에는 불우하고 위태로운 환경에 놓여 있던 어린 미스티 코플랜드가 마음이 따듯한 발레 선생님을 만나 재능을 발견하고 발레리나로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이 담겼다. 독자들은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몰입하게 되고, 그녀를 응원하게 될 것이며, 마침내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를 향한 여정
미스티 코플랜드는 15살에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인 ‘뮤직센터 스포트라이트 어워드(Music Center’s Spotlight Awards)’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발레 신동으로서 주목받는다. 이후 ABT에 입단하여 1년 만에 꿈에 그리던 역할을 맡을 기회를 얻지만, 허리 부상으로 인해 포기하게 되고 1년간의 공백기를 가진다.
재활을 마치고 부상만 회복하면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녀에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뒤늦게 사춘기를 겪으면서 마른 몸매에서 굴곡진 몸매가 되었고 근육량이 늘어나 체격이 바뀐 것이다. 이렇듯 책에는 부상, 체격 변화와 같은 모든 발레리나가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변수들과 이를 하나씩 해결하고 극복해 나가는 여정이 담겼다. 이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무용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 나아가 그녀는 발레단 내에서 소수에 속하는 흑인 무용수로서 피부색으로 인한 편견도 극복해야 했다. 특히, 대다수가 백인인 발레계에서 흑인 발레리나가 고전 발레 작품의 주역을 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전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미스티 코플랜드에게 이는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숙제였다. 그렇기에 그녀가 솔리스트가 된 후 주역을 맡은 작품인「불새」는 이 책에서 의미 있게 다뤄진다. 「불새」는 「백조의 호수」와 마찬가지로 흑인 발레리나가 주역으로서 무대에 선 적이 없던 대표적인 고전 발레 작품이다. 그녀가 이 작품에 주역으로 설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녀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마침내 주인공인 불새로서 당당히 날아오른 그녀의 모습은 무용수를 포함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다.
나를 위한 발레가 모두를 위한 발레로!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 모두의 삶에 영감을 주는 한 발레리나의 삶
13살의 미스티 코플랜드는 자신을 위해 토슈즈를 신었다. 어머니의 잦은 재혼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밀리듯 이동해야 했던 어린 소녀에게 발레는 유일한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이후 피부색으로 인한 편견, 체격 변화, 부상 등을 극복하고 마침내 솔리스트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이제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위해서 무대에 서기로 한다. 자신의 무대로써 발레가 백인 엘리트 집안의 자녀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 것이다.
또한, 책에서 그녀는 평소에 발레를 보러 오는 사람뿐만 아니라 한 번도 발레 공연장에 온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공연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가수 프린스와 합동 무대를 하면서 다소 폐쇄적으로 보였던 발레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많은 대중에게 알린 바 있다. 실제로 미스티 코플랜드가 수석 무용수가 되면서 흑인 발레리나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이 깨졌고, 발레계에서도 발레리나의 다양성을 본격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미스티 코플랜드는 나이, 가정환경, 피부색에 상관없이 발레계의 문이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 또한, 소외계층의 유색 인종 아이들이 발레를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쁠리에(Project Plie)’의 설립을 돕는 등 발레단 안팎으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이 책 『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저서들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믿고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소심하고 자기 회의에 자주 빠지곤 했던 어린 미스티 코플랜드는 발레를 만난 후 180도로 달라졌다.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기 시작했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몰입할 수 있는 프로가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타인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도 자기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이뤄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금도 많은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코르 드 발레부터 시작해서 솔리스트가 되고 수석 무용수라는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발레를 놓지 않았던 미스티 코플랜드의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무용수는 물론 꿈을 꾸는 모든 사람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