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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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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 양장 ]
클레어 키건 저/허진 | 다산책방 | 2023년 04월 26일 | 원서 : Foster 리뷰 총점9.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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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6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252g | 132*192*20mm
ISBN13 9791130698199
ISBN10 11306981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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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키건은 1999년 첫 단편집인 『남극(Antarctica)』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7년 두 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Walk the Blue Fields)』를 출간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쓰인 『맡겨진 소녀』는 같은 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되었다. 최근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앤 그리핀의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 산문선』,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전 2권),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와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할레드 ...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앤 그리핀의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조지 오웰의 『조지 오웰 산문선』,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전 2권),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 마틴 에이미스의 『런던 필즈』와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할레드 알하미시의 『택시』, 나기브 마푸즈의 『미라마르』, 아모스 오즈의 『지하실의 검은 표범』, 수전 브릴랜드의 『델프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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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73

출판사 리뷰

추천평

소설 『맡겨진 소녀』에서 모든 존재들은 온당한 시선을 받는다. “가지가 땅에 끌리는” 수양버들이나 더 이상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개, 우편함까지 매일 달음질쳐 나가는 ‘나’, 상실 뒤의 나날들을 미움과 증오와 복수가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침묵으로 보듬으며 살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까지. 깊고 서정적이며 감동적인 이해가 모든 장면에 램프처럼 환하게 가닿는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이 소설을 펼쳤을 때 나는 여러 일에 지쳐 아주 나쁜 상태였으나 단번에 읽어 내려간 뒤에는 이 새로운 전율을 표현할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읽는 모두를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한” 시절로 데려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섬세한 사랑을 “손안”에 쥐여주는 이 소설의 가슴 벅찬 여름날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 김금희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문장은 몹시 정밀하다. 그는 한 소녀의 눈으로 아일랜드의 목가적 풍경 속 어느 특별한 여름을 군더더기 없이 정확히 묘사한다. 고요하지만 뜨겁게 끓어오르는 문장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말에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작가는 유년의 신비와 고독 그리고 기쁨과 슬픔 등 인간이 생에 걸쳐 거듭 풀어야 할 원형적 감정들을 깊이 있게 다루며,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정수를 펼친다.
- 김보라 (영화감독)
감히 체호프에 비견할 만하다.
- 데이비드 미첼 (소설가)
키건은 지독하게 경제적인 작가다. 이 소설의 모든 말 없는 여백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 매기 오패럴 (소설가)
모든 문장이 문체와 감정을 어떻게 완벽하게 배치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 힐러리 맨틀 (소설가)
작가는 언제 머뭇거려야 할지 잘 알고, 아무 수확 없이 그렇게 하는 법이 절대 없으며,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는 절대 겁을 먹지 않고 해야 할 말을 한다._데이비 번스 문학상 선정 이유
- 리처드 포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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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9.6/ 10.0

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AI리뷰 안내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성장 소설로, 주인공 소녀가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가정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킨셀라 부부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은 소녀에게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준다. 이 작품은 간결한 문장과 이미지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소녀의 내면 변화를 통해 독자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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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함축의 이미지가 긴장과 완성도를 높이는 놀라운 성장 소설 - 클레이 키건의 <맡겨진 소녀>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i*******n | 2025-01-16 | 신고
[맡겨진 소녀] - 클레이 키건

한줄평 : 함축과 축약의 이미지가 긴장과 완성도를 높이는 놀라운 성장 소설 저자가 '긴 단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단편과 중편 사이에 있는 짧은 소설이다. 양장본으로 책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 책으로도 1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과 공간도 매우 한정적이고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쉽게 읽어 내려가기가 어렵다. 작가가 '애쓴 흔적을 들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기에 우리는 읽으면서 단어가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사를 중심으로 읽어간다면 이 책은 두어 시간이면 후루룩 다 읽어낼 만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고 그렇게 읽어서도 안 된다.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묘하게 무르익은 바람이 이제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온다. (21)

서사는 아빠가 주인공을 친척집에 장기간 맡기면서도 아이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매정하고 아빠로서도 빵점이다. 그렇지만 서사를 통해 이해하는 아빠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곧바로 서술되는 주변 배경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통해 독자는 또 다른 세상과 서사를 만난다. 

'묘하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무르익은 바람' 이 주는 이미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의미하는 것,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오는 것에 대한 풍경이 주는 이미지의 변화를 생각한다. 독자는 이미지를 구성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말은 하지 않지만 맡겨진 아이에게서 발현되는 것으로 서사와 다름 없는 중요한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다 잊어버리는군." 킨셀라 아저씨가 말한다. "금방 옷을 갈아입혀 주마."
"하지만 열두 달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지." 아주머니가 우리 아빠를 흉내 내며 말한다. (22)

여기가 두 분이 주무시는 곳이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두 사람이 같이 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3)

더 이상 부연 설명이 없는 짤막한 대화나 혼잣말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다 쓴 다음에 최대한 덜어내기를 하는데 그 과정은 눈물겹다. 나는 작가로서 글을 쓸 때 그 눈물 겨운 덜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고민하면서 써 놓은 그 장면, 그 문장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욕심을 버리고 문장들을 버린다. 그래야 단촐해진 문장은 더 빛을 발한다. 클레이 키건은 기꺼이 그 작업을 수행했다.

욕조 물이 차오르자 흰 욕실이 어딘가 변해서 눈앞을 가린다. 전부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23)

이 한 문장을 길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생각한다. '전부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은 이 장면 속에서 그저 욕조 물이 차오르면서 아이가 느끼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작가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라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음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짧지만 무언가를 암시하는 이러한 문장은 곧바로 독자에게 중요한 문장임을 깨닫게 하고, 그대로 각인된다. 아, 이 책은 전부 보여주는 책이 아니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눈 앞을 가리는 부연 김 속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는구나. 새삼 다짐하게 만드는 놀라운 문장, 보석 같은 문장으로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나는 책을 읽기 전 우연히 "말 없는 소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는 영화를 먼저 봤다. 2024년 이 책이 예스24와 알라딘, 그리고 각종 도서 인풀러언서들의 블로그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제목과 영화의 장면을 보는 즉시 이 책을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래서 나는 꽤 진지하게 영화를 봤다. 나는 책 재목이 '말 없는 소녀'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소녀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녀일 거라는 추측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간간이 소녀는 말을 했다. 영화에서 제목을 "말 없는 소녀"로 바꾼 이유는 어쩌면 책의 서사가 대화보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대화는 아주 필요한 경우에만 간략하게 언급된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은 생각을 표현하는 한 문장으로 스치듯 지나간다. 매우 중요한 서술임에도 그 한 문장 외에는 부가적인 감정의 전달이나 설명이 거의 없다. 독자가 매우 예민하고 세심하고 그 부분을 포착해 내야 한다.

집에 도착하자 개가 일어나서 자동차 앞까지 우리를 마중 나온다. 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68)

작가는 영민하고 우리는 한 문장을 읽는 즉시 그 대화, 그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어 줄 변곡점임을 깨닫는다. 그건 놀랍고도 신비한 일이다. 우리는 책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느슨한 순간에 비범하게 그 장면을 포착해낸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라는 아저씨의 말 속에서 곧 그 말이 재현될 장면이 나오겠구나 직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소설의 백미가 될 것이다.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아저씨가 말한다. ...
아저씨가 웃는가.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73)

너무 짧은 소설이어서 이 책의 줄거리를 밝히는 것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매우 송구한 일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맡겨진 소녀' '말없는 소녀' 'foster'라는 원제목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 어린 소녀이며 누군가에게 맡겨져서 보육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성장소설과 다른 점은 아이가 다시 원래의 가정으로 금방 돌아간다는 것이다. 영원히 맡겨지는 것이 아니다. 방학 기간 동안 잠시 단 둘이 사는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걷다가 절벽과 암벽이 튀어나와 바다와 만나는 곳에 도착한다.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73)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 아주머니가 말한다. "그렇지만 너도 알고 있었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본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가짜 부모랑 여기서 영영 살 수는 없잖아."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80)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차라리 빨리 가고 싶다. 얼른 끝내고 싶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축축한 밭과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들, 언덕들을 내다본다.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푸르러진 것 같다. (81)

아이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집에서 살면서 이전의 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온전히 자신만을 보살펴주는 사랑을 받았다. 충분히 넘칠만큼 받았고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했다. 그 성장은 나무들이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푸르러진 것처럼 느끼는 아이의 시선으로 드러난다. 아이는 아이답게 더 푸르러졌다. 이전에는 아이 같지 못했지만 맡겨진 집에서 나무가 푸르른 것처럼 푸른 아이의 정체성을 회복한다. 그리고 아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깊고 따뜻하고 풍부한 감정을 읽어낸다.  슬픔의 깊이와 넓이까지 헤아린다. 그만큼 자란 것이다.

나는 손을 놓으면 물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저씨를 꼭 붙든 채 아주머니가 목구멍 속으로 흐느끼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는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다. (98)

작가는 구구절절 어떤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놀라운 문장들을 읽으며 전율한다.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그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98)

아저씨의 품에 달려가 안긴 채 다가오는 아빠를 보며 '아빠' '아빠'라고 두 번을 부르는 그 외침 속에 작가는 독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아빠'는 누구인가. 그것은 책을 읽은 독자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가 해석하는 아빠의 이미지에 따라 책은 다시 독자만의 이야기가 되어 다양한 변주로 새롭게 흘러갈 것이다. 이제 이 소녀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책은 그 뒷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 않지만, 푸름을 잃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 다섯 번째 아이는 다시는 자신의 집에서 경험하지 못할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 상상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그 뒷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한다.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나타나겠지만 아이는 '입을 다물고' '울음을 참으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리라.

아이가 성장한 만큼 독자 역시 성장한다. 모르지만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느껴진다. 나는 이미 어른이므로 아이가 느낀 그 폭풍 같은 감정만큼의 성장은 아니겠지만 나무가 조금 더 푸르러지는 것 만큼의 성장, 성숙, 감정의 깊이는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훌륭한 소설을 만나 책을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결코 슬프지 않은 책이다.
2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23 댓글 23 접어보기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말 없이 영화를 막아서는 소설
평점10점 | k*******6 | 2024-04-24 | 신고
지인이 영화를 세 편 추천했다. 그중 하나가 ‘말없는 소녀’였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맡겨진 소녀’라고 했다. 그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 창을 띄웠다. 영화 제목들은 뒤로하고 ‘맡겨진 소녀’를 입력했다.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소개하는 기사가 떴다. 저자는 이십여 년 사이에 소설을 단 네 권 출간했는데, 여러 문학상을 받은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했다. 예스24에 들어와 확인하니 번역되어 나온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둘 있었다. 한 세대에 한 명만 나오는 작가’라는 문구가 눈이 띄었다. 호기심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바로 주문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저자의 다른 책과 함께. 백 페이지 남짓한 소설책 두 권을 받아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맡겨진 소녀>부터 읽었다. 를 읽기 시작했다. 묘사가 자세한 것 같지 않은데도 어떤 풍경과 분위기가 저절로 그려졌다. 심지어 등장인물의 마음속까지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소녀도, 소녀를 맡아준 부부도 말이 많지 않았지만, 스치는 장면 속에서 단단한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아주머니와 우물로 가는 길에 소녀는 혼자 생각한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말 많은 이웃의 폭로로 부부의 ‘비밀’과 아픔이 드러난 날, 아저씨는 소녀의 새 “구두 길들이러” 소녀를 데리고 밤 산책에 나선다. 밤길을 걸으며 말한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등장인물이 ‘단어 한 낭비하지 않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저자와 닮아 보였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자 어리둥절했다. 처음 접하는 세상에 다녀온 듯했다. 소녀는 자신의 느낌을 ‘아빠가 떠난 맛’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소설의 맛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묵직하고 따스하고 벅차고 믿음직스럽고 아련하고 안타깝고 찔린 듯이 아프고 또 설레는 맛, 그리고 내가 잘 느끼지 못한 많은 맛이 숨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설의 여운을 가득 안고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두 번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다. 두 소설은 계속 마음속에서 살아나 말을 걸었다. 일주일쯤 후 두 소설을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아는데도 책을 읽는 동안 수시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장 하나하나를 새롭게 만났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울 것 같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새로울 것 같다. 며칠 후 영화를 검색했다. <말없는 소녀> 예고편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예고편을 봤다. 영화에 대한 평도 좋고, 소설을 몰랐다면 당장 보고 싶을 영화다 싶었다. 망설이다가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소설이 주는 여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15 댓글 7 접어보기
종이책 주간우수작 [2024-055] 한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풍경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m******1 | 2024-02-24 | 신고

 

따뜻함이 그립다는 건 누군가로부터 사랑과 친절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막막하고 차가운 현실이 지속되다 보면 그것이 일상인 듯 익숙해집니다. 누군가에게 말 못 할 비밀이 많아지고, 진실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되곤 합니다.

실제로 '자유'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답답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가정이나 그 사회의 문화나 분위기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다양한 감정을 발설하고, 그것이 수용되어야 합니다. 그것의 유무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과 성품은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여기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두 가정이 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하는 두 가정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감정의 온도차는 그대로 느껴집니다. 존재 자체가 귀하게 받아들여지는 곳에서는 어떤 실수도 용납됩니다.

아일랜드의 작가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의 작품은 매우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입니다. 작품이 펼쳐지는 배경 묘사는 다채로운 빛을 드러냅니다. 화려하고 섬세하며 역동적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절제됩니다. 제한적인 설명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가의 여백은 독자의 창작으로 이어집니다. 작품에서의 빈 공간을 독자들이 채워갑니다. 그리하여 키건의 작품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함축적인 문장들은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새롭게 다가옵니다. 독자들이 숨죽여 그의 글을 읽게 만듭니다.

이 책 『맡겨진 소녀』는 한 아이의 시선을 통해 두 가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황. 시원한 설명 없이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친척의 집은 어떤 사정이 있는지', '자신은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를 아이는 알지 못합니다.

흐릿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점차 따스함으로 채워집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배려와 친절이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가 뚜렷해집니다. 불분명한 경계 속에서도 소녀의 감정은 점차 분명해집니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가정이지만 그곳에서도 꼭꼭 숨겨놓은 비밀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 같기도 합니다. 마음 한구석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인생의 큰 전환을 가져올 만큼 중차대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건을 어떻게 통과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묘하게도 극적 장면이 적은데 가슴은 조마조마합니다. 키건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 듭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함께 느끼며. 이야기의 소녀가 됩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 앞에서 뛰어놉니다. 이것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느낌일까 고민해 봅니다. 우리는 그것을 자유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짧지만 여운이 오래갑니다. 섬세하고 간결한 문장들의 연속에서 복잡하지 않은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절제된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분명하지 않았던 정서의 묘사는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명확해집니다. 독자들은 그 감정선을 함께 따라갑니다. 작가의 다른 이야기가 무척 듣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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