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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년 03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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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 쪽수, 무게, 크기 | 172쪽 | 256g | 128*194*20mm |
| ISBN13 | 9788936439002 |
| ISBN10 | 8936439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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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성해나/창비)
이 책은 부모의 재혼으로 만나 4년 남짓 '가족'이라는 이름을 공유했던 네 사람의 이야기다. 잠시 이뤄졌던 가족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건네려던 다정함이 가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말도 이야기도, 그리 다정하진 않다.
기하의 아버지는 평생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만 고집하던 사람이다. 새 가족을 맞이하며 처음으로 거금을 들여 디지털 DSLR을 샀다. 변화는 새로운 가족을 기대하는 아버지의 방식이었다. 아토피를 앓는 재하의 흉터를 서툰 포토샵 솜씨로 지우고, 가족 사진을 사진관 쇼윈도에 걸어두었던 아버지. 이혼 후에도 재하의 졸업식마다 찾아가 셔터를 누른 다정한 사람이다. 훗날 재하에게 그 카메라를 쥐여주며 "더 좋은 걸 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맹목적이고 서툰 사랑이었지만, 이 모든 애정이 그에겐 기도였다.
재하 어머니는 기하에게 죽은 친어머니의 자리를 빼앗은 객처럼 느껴질까 봐 늘 조심한다. 친아들과 공평하게 대하려 타미 힐피거 셔츠를 사서 내밀고, 다정하게 손을 내밀기도 하고, 기하가 기숙사로, 군대로 떠난 뒤에도 그가 좋아하던 콩잎 짠지를 담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전화를 걸어왔다. 끊임없이 거절당하면서도 계속 내어주었다. 평생 온전한 가족을 갖고 싶었던 그녀의 욕심은 이뤄지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따뜻한 그 품이 모두가 편한 것은 아니었다.
19살의 기하는 예민하다. 새어머니에게 결코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저기”, “그쪽”으로 부른다.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세계에 불쑥 들어온 낯선 이들. 가족사진에서 재하가 어깨에 기대자 몸을 뺀다. 그러나 매주 수요일 재하의 병원 진료에 동행했고, 식당에서 재하가 좋아하는 중국 냉면의 뭉친 땅콩 소스를 말없이 풀어주었다. 말로 하지 못했을 뿐,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기하의 방식은 달랐다. 서툴지만 다정한 기도와 따뜻한 품이 기하에게는 조여오는 압박으로 느껴진다.
재하는 친부의 폭력을 감추려 넉살 좋게 굴던 아이였다. 짐이 될까 봐 과장되게 밝은 척했던 11살은, 어른이 된 후 깊은 우울 속에 닫혀버린 청년이 된다. 그 낙차가 이 소설에서 가장 아프다.
15년 만의 재회에서도 둘은 살갑지 않다. 삶이 평탄하지 않았지만,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주 가던 인릉을 찾은 두 사람은 역광 속에서 누가 기하이고 재하인지 구분되지 않는 두 점 그림자로 남는다. 원망 대신 서로의 얼굴에 드리운 세월의 그늘을 가만히 받아들이는 장면이다. 가족이라는 밝은 빛 아래에 시커먼 점이 된 두 아이.
고베에 정착한 재하는 새아버지가 남긴 낡은 카메라로 다시 일상을 찍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는 허물어지고 없는 옛 사진관 주소로 편지를 부친다. 닿지 못할 편지를.
완벽하지 않아서 상처를 주고, 피치 못한 사정으로 소중한 인연을 지난 여름에 두고 오기도 했다. 그 실패가 영원한 비극은 아니다. 함께 중국 냉면을 나눠 먹고 서로의 등을 쓰다듬던 서툰 다정의 시간은,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하는 작은 이정표로 남는다. 다정하진 않았지만 함께였던, 완성되지 못해 두고 왔지만, 그래도 삶의 귀퉁이가 된 그 여름으로 남는다.
"누구든 그곳에서는 더 이상 슬프지 않기를."
재하가 부친 수취인 불명의 편지는, 두고 온 여름을 그리워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안부다.
2026.06.07
#두고온여름
#성해나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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