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리작가협회 최고 작품상 수상작!
여자 탐정의 이상적 모델을 정립한 기념비적 걸작!!
“오늘날 추리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보스턴 글로브〉
“1970년대에 쓴 스릴러인데도 단 한 치의 박력도 사라지지 않았다.” 〈보그〉
“문학적 추리소설의 최고봉, P. D. 제임스는 문학의 단순한 분류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시카고 선 타임스〉
“그녀는 천사처럼 쓴다.” 〈런던 타임스〉
“자기, 이제 새 직업을 구해야겠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니까.”
남부럽지 않게 많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 P. D. 제임스가 창조한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담 달글리시일 것입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형사죠. 그는 사건의 내막을 설계도처럼 조망하는 추리력과 기품 있는 태도와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심문 기술을 가진 훈남입니다. 즉, 그는 ‘경찰 소설’이라는 서브 장르의 전형적인 주인공입니다. 독자들은 달글리시가 똑똑하고 강하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으며, 그 믿음을 통해 비로소 평안한 마음으로 흉악한 범죄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아담 달글리시 시리즈는 최고의 승차감과 완벽한 안전성을 보장합니다. 이미 많은 영미권 독자들이 그 점을 증언한 바 있습니다. 믿고 탑승하셔도 좋습니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아담 달글리시 시리즈의 스핀오프라 볼 수 있습니다. 아담 달글리시도 나오고, 그와 함께 일했다가 탐정 사무소를 차린 남자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달글리시 시리즈와는 다릅니다. 일단 주인공, 즉 탐정이 여자입니다. 그렇다면 미스 마플 같은 지혜로운 캐릭터일까요? 아니요, 그녀는 이제 20대 초반입니다. 그러면 우수한 경찰 훈련을 받은 재원인가요? 아닙니다. 그녀는 무능하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에게서 기본적인 탐문 조사를 배웠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천재적인 탐정일까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델리아 그레이는 이제 첫 사건을 맡았을 뿐입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서 ‘재능’을 눈여겨본 사람은 무능해서 경찰에서 쫓겨난 뒤 탐정 사무소를 차린 남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살했습니다. 의지할 가족도, 친구도, 특별한 커리어도 없는 코델리아 그레이는 말 그대로 혼자서 시작합니다. 심지어 독자들마저 아직은 그녀의 편이 아닙니다. 독자들은 코델리아를 믿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면 코델리아 역으로는 조디 포스터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양들의 침묵〉 말고 〈택시 드라이버〉에 나왔던 느낌으로요.
"…뜨개질이란 게 헛된 노력과 비애와 무익함의 상징으로 적절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코델리아가 처음 맡은 사건은 한 명문가 자제의 자살입니다. 돈과 권력의 냄새가 나고, 어딘가 일그러진 유사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나간 삶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과 그런 게 뭔지 아직 이해할 수 없는 케임브리지 수재들이 나옵니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세계관은 하나같이 다른데,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세계관을 가장 확고히 믿었던 사람이 한 명 나옵니다만, 그 사람이 믿었던 대상은 다름 아닌 궤변으로 이루어진 공허함일 뿐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확고한 중심(주인공)을 지닌 달글리시 시리즈와는 달리 모든 인물이 인생이라는 미로 속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델리아 그레이는 아담 달글리시의 후예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로스 맥도널드나 대실 해밋의 세계에서 날아와 케임브리지에 불시착한 것처럼 보입니다.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구조를 따라 진행됩니다. 탐정이 만나게 되는 건 기발한 트릭이 아니라 욕망이 빚어낸 어두운 풍경입니다. 용의자들의 동기는 서로 반목하며 충돌하고, 난생처음 사건을 맡은 22세의 탐정은 그 욕망과 절망의 폭과 깊이를 완전히 가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코델리아 역시 동년배 중에서는 삶의 무상함을 가장 잘 이해하는 축에 속할 것입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자마자 죽었고, 딸에게 관심 없는 아버지 때문에 임시 보호 가정을 전전했고, 자신이 케임브리지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지성을 갖춘 걸 알고 기뻤던 적도 있고, 이후 그 모든 희망에 관심이 없는, 그저 조수가 필요했던 아버지(떠돌이 혁명가 겸 시인)를 따라 수년간 세상을 떠돌아다녀야 했으니까요. 그녀는 대학에 갈 수 없었고 임시직만을 전전했으며, 앞으로도 거대한 행복 같은 걸 만나리라는 기대는 떠올려본 적조차 없습니다. 코델리아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의 세계를 태어나면서부터 체득한 유망주입니다.
“겁먹을 게 뭐가 있어요? 그저 남자들이나 상대하게 될 텐데.”
심지어 코델리아는 젊은 여자입니다. 하드보일드 소설 속의 세계는 늘 탐정을 겁박하고 괴롭히지만, 그 상대가 22세의 여성이라면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하겠죠. 코델리아는 자신을 탐정이라고 밝힐 때마다 상대의 반응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불신과 빈정거림은 그녀가 부당하게 감당해야 하는 반응입니다. 그러나 코델리아는 그 부당하게 짊어진 짐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님을, 그저 비뚤어진 세상 또는 운명이 무심코 던진 돌멩이와 비슷하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자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고 있음을 알고,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지금 그녀는 탐정이니까요. 일을 잘하고 있으니까요. “겁먹을 게 뭐가 있어요? 그저 남자들이나 상대하게 될 텐데.”
물론 이 소설은 그렇게 간단하게 마무리되지는 않습니다. 좋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다 그렇듯이 이야기의 절정은 주인공의 내적 딜레마와 함께 찾아옵니다. 또한 좋은 하드보일드 소설들이 그렇듯이 절정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하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됩니다. 엔딩을 담당하기 위해 등장한 아담 달글리시는 유명 인물의 카메오 출연이라고 폄하하기에는 자신의 역할에 너무나 잘 맞는 일을 수행했고, 등장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드러내는 장치들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게끔 세심하게 배치되었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미국의 걸작 범죄 누아르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지요. 멋진 마무리입니다.
아쉽지만, 코델리아 시리즈는 딱 두 편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거의 십 년의 간격을 두고 속편이 출간됐죠. 어쩌면 발표 당시(1972년)에는 앞서간 감수성을 가진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21세기에 다시 이 작품을 만나는 건 그래서 조금 각별한 데가 있습니다. 탐정이 가지고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모든 외적인 속성을 가지지 못한, 오직 뛰어난 두뇌와 판단력만으로 범죄의 진실에 도전하는 젊은 사람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델리아 그레이는 뛰어난 탐정이며, 그녀가 활동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 역시 탁월하니까요.
작가의 말
젊고 열정적이며 지성까지 갖춘 코델리아 그레이는 별 볼 일 없는 사설탐정 버니 프라이드의 동업자다. 버니가 권총 한 자루와 성공을 빈다는 말만을 남기고 죽었을 때, 다들 코델리아 혼자서는 탐정사무소를 운영할 수 없으며 사설탐정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델리아는 버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탐정사무소를 운영한다. 처음 의뢰받은 일은 목숨까지 위협하는 꽤 어려운 사건이다. 코델리아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을 만나고 의뢰받은 사건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죽은 학생에게 동지애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용감하고 쉽게 의존하지 않으며, 탐정 일이 여자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직업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성공하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P. D. 제임스
추천사
“P. D. 제임스는 ‘최고로 위험한 수수께끼로 독자를 끝까지 붙들고’ 용감하지만 상처받기도 쉬운 젊은 탐정 코델리아 그레이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뉴욕 타임스〉
“1970년대에 쓴 스릴러인데도 단 한 치의 박력도 사라지지 않았다.” 〈보그〉
“문학적 추리소설의 최고봉, P. D. 제임스는 문학의 단순한 분류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시카고 선 타임스〉
“살인사건의 여왕, 4반세기에 걸친 그녀의 생생하고 매력적인 추리소설은 P. D. 제임스를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이자 코난 도일 경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빼어난 후계자 자리에 올려놓았다.” 〈타임〉
“그녀는 천사처럼 쓴다. 모든 등장인물을 뚜렷하게 그린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등골이 서늘하게 설득력 있는 분위기를 그려낸다. 그리고 단 한 순간도 질주의 속도와 흥미진진한 추리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해낸다. 〈런던 타임스〉
“우리가 운이 좋다면, 언제나 영국이 있을 것이고, 언제나 P. D. 제임스가 있을 것이다.” 〈코즈모폴리턴〉
“제임스 선생은 그저 경이로운 작가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에밀 졸라, 발자크, 새커리, 디킨스의 소설을 읽는 정신으로 P. D. 제임스의 소설을 읽는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제임스는 그 어느 작가보다 추리소설의 속도와 긴장감을 잘 전달한다.” 〈피플〉
“오늘날 추리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보스턴 글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