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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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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2월 15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64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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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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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3203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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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87년 대전 출생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를,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신동엽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이 있다. 1987년 대전 출생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를,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신동엽문학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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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나는 매번 웃지 않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해왔다”

『최선의 삶』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임솔아 두번째 소설집
문지문학상 수상작 수록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진심으로 연기하는 공모자들
모든 것이 말해졌다고 믿는 세계에서
아직 말해지지 않은 마음을 기다리는 일

깊고 단정한 문장을 신중하게 건네는 작가 임솔아의 두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임솔아는 2015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최선의 삶』과 2017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등을 출간하며 소설과 시를 써왔다. 이 책에는 제10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희고 둥근 부분」을 포함한 아홉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다.
첫 소설집 ‘작가의 말’에서 “삶을 이어갈 나와 내 소설 속 인물이 앞으로도 닮은 모습일 수 있을까. […] 내가 쓴 소설 곁에 내가 있고 싶다”라고 바랐던 것처럼, 임솔아의 소설 속 사람들은 작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고 변화해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에서는 주로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전까지 나와 닮은 존재를 새기려 애썼던 작가는 이제 다른 희미한 존재들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는 듯하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우리 각자의 어제를, “미래의 나에게 전해질 문장”(『Axt』 인터뷰)들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임솔아의 소설은 희미해서 보이지 않는 눈송이 같은 이들을, 선명히 구분되지 않는 진심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나는 상황 파악이 느린 사람이다. 말할 타이밍도 자주 놓친다.
그 상황에 내가 무슨 감정을 느껴야 했는지, 어떤 말을 했어야 했는지 뒤늦게 생각난다.
기억을 복원하고 싶다기보다는 당시를 이해하고 싶어서 복기를 계속해왔다.
그런데 이해하려는 노력을 반복할수록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밖에 없더라.
현실을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이해에 번번이 실패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그 노력이 소설을 남기는 듯하다.
―2021년 9월 『씨네21』 인터뷰에서


“잠깐만 그럴듯하게 보이면 돼요”
겹겹의 최선으로 이루어진 완벽해 보이는 세계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입장이 있다. 누군가는 제도와 환경이 부여하는 몫이나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충실히 따른다.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따르지 않거나 수행하지 못해 소외되거나 스스로 배제된다. 임솔아의 소설에는 최선을 다해 이 역할극을 해내느라 자신을 기만하거나 서로에게 악의 없는 악의를 건네는 사람들과, 역할극의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작가는 그들을 판단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을 가만히 이어나간다.
요즘 사회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능력은 눈치가 아닐까. 새로운 무언가를 요구하면서도 ‘안전한 비판’ ‘익숙한 다름’처럼 제도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 있기를 바라며, 그에 응하지 않거나 못할 때는 쭉정이처럼 골라낸다.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에서 눈치는 ‘웃음’으로 구현된다. 교실에서 장난을 당해 넘어진 아이를 보며 반 아이들이 터뜨리는 웃음, 넘어져 피가 난 아이가 애써 흘리는 웃음, 엄마가 선생님 앞에서만 짓는 굽신거림 섞인 추임새 같은 웃음…… 어릴 때부터 ‘나’는 웃음을 매개로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가 공모해 만들어내는 눈치라는 세련된 억압에 동조하기를 거절한 사람이다.
소설은 “내가 선택한 무표정을 지”키며 사는 10년 차 프리랜서인 ‘나’가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유지하는 동안 그 밝은 무표정의 세계에 어떻게 웃음이 비집고 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서울 집값 때문에 지방으로 가고, 겨우 입주한 빌라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 눈앞을 가리고, 날림 시공한 천장에 빗물이 새 곰팡이가 핀다. 성실하게 살아온 ‘나’가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내 명의의 집 한 채’를 가지려 할 때 들이닥친 현실이다. ‘나’는 보험 제도의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해 집을 고칠 때, 그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며 다른 사람에게 팔며 낚았다는 기분이 들 때 히죽이며 웃는다. 이 웃음은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자조”도 “나의 선택에 대한 가책을 삭제하면서 생기는 빈틈에 재빠르게 메워지는 대체 감정”도 아니지만, 결국 공모에 동조하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넘는 경험을 했고 다음에는 더 쉽게 넘게 될 것이다. 그의 선택을 냉소하기 어렵다. 임솔아의 소설은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열심히 하지 마요. […]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요.
―임솔아, 「리기다소나무」 부분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도 있다. 간절히 일하고 싶었던 오십대 여성 원영은 연구용 초파리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초파리 기르기」). 원영은 가족을 돌보듯 초파리를 아끼고 보살폈다. 연구소에서 일한 뒤 병에 들자 딸 지유는 산재가 아닐까 의심하지만 원영은 자신이 ‘여성, 아내, 엄마’가 아닐 수 있었던 곳, 꿈이 이루어졌던 곳에 원인을 돌릴 수 없다. 「손을 내밀었다」의 학교는 학생들의 자살이 빈번해지자 자살한 학생들에게서 나이가 많다는 공통점을 엮어낸다. 학교는 만학도들을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규칙적인 상담을 받기를 의무화하며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한다. 자살 위험군에 속한 하연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자살한 학생의 룸메이트인 척 애도문을 읽는다. 죽은 학생이 얼마나 학교를 사랑했는지와 ‘손잡기’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하연의 감동적인 거짓말은 문학평론가 홍성희의 말처럼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제도 속에서 역할극이 어떤 방식으로 승인되고 확대되는지”를 보여준다. 「단영」의 효정은 사찰 하은사의 충실한 주지다. 절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던 그는 출가를 한 승려는 무성의 존재로 살아가야 하지만 비구니는 무성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뒤로 효정은 이상적인 여성성이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신도들의 판타지에 부합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을 수 있는 “온화한 미소”를 띤 채 효정은 꽃이 아름다운 하은사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밤 심어두었던 꽃을 짓밟고 다닌다. 여성을 위한 공간이지만 찾아온 여성들의 사연을 모른 척한다.
임솔아는 2017년경 「신체 적출물」을 집필할 때부터 스스로 공감하고 옹호할 수 있는 입장 외에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들의 입장에도 동등하게 이입해 맥락을 이해해보려 시도했다고 최근 한 강의에서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에는 그 시도의 결과물이 실려 있다. 자신을 기만하는 데서 시작하여 타인을 배제하고 스스로 제도와 동일시하는 데까지 다다른 그들은 어쩌면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 문제는 역할에 따라 연기하기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타인의 시선과 제도라고 임솔아의 소설은 되풀이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안 보이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어?”
세상을 견디게 하는 임솔아식 온기

입장의 차이로 관계는 삐걱거린다. 「희고 둥근 부분」의 진영은 교사로서 자신을 신뢰하는 학생 민채에게 최선을 다해 부응하려 했지만, 진영의 진심은 어느 시점부터 민채에게 “하는 척”으로 느껴진다. 밀가루를 먹을 수 없는 원영의 생일에 케이크를 준비하는 지유와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지유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첵스초코를 준비하는 원영처럼(「초파리 기르기」) 서로를 아끼지만 정작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임솔아가 오랜 시간을 들여 소설에 여러 입장을 그려 넣은 것은, “우리의 소통에 불일치하는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를 대화하게”(「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 하기 때문이 아닐까.
표제작에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대답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의 문경과 아란은 10년 전 기숙학원에서 만났다. 문경은 돌보는 일이 천직이라 생각해 간호대를 가지만 꿈을 포기해야 했다. 문경은 아란에게 더는 푸념하고 싶지 않다. 문경의 꿈을 너무 잘 알고 곁에서 응원하던 아란은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문경에게 왠지 미안해진다. 그들은 서로 상대를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친구라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에 진심을 숨기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 10년 전처럼 그네를 타며 통화하던 어느 밤, 문경이 새로 던진 “아무것도 아냐”라는 말은 관계의 매듭을 짓고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이제 아무도 안 보살펴. 나만 생각해. […] 근데, 나 이제 좀 만족해. 지금 내가 좋아.”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은 「그만두는 사람들」에서도 발견된다. 집필 당시 문학을 그만두고 싶었다던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 있는 이 소설을 채우는 것은 본래의 자리를 떠났거나 떠나려고 준비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만두는 것을 억누르기 위해 쓰는 사람이 되어버린 ‘나’는 그만두기 전 마지막 전시를 연 미술작가 재연의 전시에 위로를 받는다. 스웨덴에서 유학 중인 친구 혜리는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토로할 곳이 없어 ‘나’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도 개입도 불가능하고 그저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던 그들은 여전히 멀리 있지만 일상을 공유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사이가 된다.
임솔아의 사람들은 「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에서 만난다. 소설집에 실린 소설 일곱 편으로부터 각각 이름 하나씩을 가져온 이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은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름만 같은 채 설정만 빌려온 것일 수도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글들은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거나 누군가를 저격하고 있다. 진심을 말하고 있는지 실제로 마피아게임을 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무엇이 마피아의 거짓말인지 확신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거짓을 말하든 진실을 말하든 둘을 교묘히 겹쳐 이것이기도 저것이기도 한 것을 말하든” “말해지는 것 혹은 말해졌다고 믿는 것 속에서 말의 이면을 보는 일”일 것이다(홍성희). “침묵할 수 있어서 좋았던 관계”였던 독서모임이 “침묵으로 모두에 그저 동조하려고, 동조를 하면서 그저 지속하려고” “할 말을 삼키려고 침묵”하는 관계가 되었다. 임솔아의 사람들은 그 침묵을 깨려 매듭을 짓고 이야기를 꺼낸다. 단호한 끝맺음 다음 다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말해지지 않은 마음을 기다린다. 임솔아의 소설을 관통하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허공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여러 사람의 손이 조금씩 받아내는 「그만두는 사람들」 속 재연의 전시처럼,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비를 저 손들이 다 받아내고 있는 것”처럼, 작고 오랜 시도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목격이 불가능한 경계선(「희고 둥근 부분」)을 찾으며 임솔아는 가만히 말을 건넨다. “그만두지 않고 엉성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허공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한 사람이 두 손을 오목하게 모았다. 두 손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았다. 손안에 투명하게 차오르던 물이 손가락 사이로 이내 흘러내렸다. 다른 사람의 두 손이 그 물을 받아냈다. 또 그 아래에 오목한 두 손과 흘러내리는 물이. 또 그 아래 두 손과 흘러내리는 물이…… 비가 오는 것 같았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질 비를 저 손들이 다 받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두는 사람들」

그만두기 직전에 그만두지 않는 일을 지속하는 것. 제도가 주거나 빼앗는 역할이 사라진 자리에서 임솔아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의 역할을 만들고, 그것을 지킨다. 족쇄가 되지 않는 역할들로 만날 것을 기다리며, 그것이 가능하기를 작게 바라며. 홍성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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