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조사한 기간은 한 달여(2024. 12. 7.~2025. 1. 11.)로 매우 짧은 편이었지만 대체로 집회 초기 국면에서는 충격과 공포, 분노와 배신감 표현이 많았던 반면, 후기로 갈수록 초기의 부정적 감정 표현은 점차 줄어들면서 결의와 승리의 확신, 연대 의식의 표현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투쟁 지속의 결의가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도록 하고 연대감이 확장하는 경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내란 반대 집회는 단순히 계엄 반대와 대통령 파면만을 주장하는 무대가 아니라 내란 세력에 대한 공동 저항과 대안적 사회구성 의제를 제기하는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즉 참여자들에게 탄핵은 민주주의의 종착점이 아닌 변화의 출발점이다. 윤석열 체포와 탄핵 인용(파면)에서 사회대개혁의 요구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상의 파괴에 저항하는 헌정구성적 정치: 내란 반대집회가 여는 민주주의의 성찰과 희망_김현준)

실로 탄핵 집회에서 나온 자기소개는 다양하게 이뤄졌다. 거주지, 나이, 직업, 소속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성적 지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성애가 ‘정상인’으로 확고히 규정된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청중 앞에서 밝힌다는 것은 개인적 결단을 넘어 정체성 투쟁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한편으로 퀴어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려는 극우 개신교와 이에 동조해온 정치권을 향한 투쟁을,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외치는 동료 시민들을 향한 외침이다.
(난 누구, 여긴 어디? 광장에 선 사람들이 답하다_김성일)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30대 청년’은 12 · 3 비상계엄 선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를 성찰한다. 그는 폭력과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의해 삶을 빼앗긴 사람들의 비극에 대해 우리가 분노하지 않았고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채상병의 죽음을 은폐한 시간, 신림동 반지하 참사 현장을 방관한 시간, 오송 참사를 대비하지 않았던 무책임한 시간, “화물, 건설, 조선소, 학교,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을 내건 투쟁을 탄압한 시간들”이 겹치고 쌓인 “윤석열의 시간들이 지금까지 무사히 흐를 수 있었기에 비상계엄도 가능했다”라고 것이다. 이러한 성찰은 12ㆍ3 내란이 민주주의의 위기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위기, 신자유주의 체제에 여러 폐해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애도와 사랑의 연대_ 정원옥)

한두 번의 투표만으로 지역주의가 무너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콘크리트를 부숴버리는’ 지역주의 극복은 새로운 민주주의와 더 많은 민주주의로의 전진으로만 가능하다. 같은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기존 체제의 바깥에 있었던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작동이 멈춘 곳이기 때문이다. ‘TK의 딸들’과 ‘술집여자’가 있는 곳이, 성 소수자와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청소년이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민주주의가 멈춘 곳에서 이를 작동시켜야 한다. 우리 일상의 정치에서, 나와 내 가족들 간의 관계에서, 일터와 삶터에서, 사회의 곳곳에서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30년 묵은 지역주의를 무덤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보수의 심장은 늙어 죽을 것이다: 대구, 부산 지역 시민 발언을 중심으로_최준영)

일부 10대 청소년들은 관찰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 문제를 바라보고 언급하였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비판하고, 때로는 같이 슬퍼하고 이를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한 청소년은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인데 왜 가지고 있는 자유의 크기는 다를까요”라는 질문을 하였고, 또 다른 청소년은 “저와 같은 학교 밖 청소년뿐만 아니라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하며, 평등한 사회를 위한 희망을 말하였다. 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경험한 차별과 불평등, 경제적 격차, 교육 불평등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며 소수 집단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를 강조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세대: 청소년의 목소리_이윤서)
--- 「시민 발언 주요 분석」 중에서

활동가들은 평등한 집회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다 평등한 사회운동을 만들어가려는 활동가의 노력은 ‘윤석열즉각퇴진X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출범 첫날에도 확인할 수 있다.
“처음에 이름이 윤석열즉각퇴진X사회대개혁 비상국민행동이었는데, 첫 회의에서 활동가들이 문제제기해서 ‘국민’을 뺐어요. 그리고 가능한 한 구호에서도 ‘국민’을 쓰지 못하도록 했죠. 국민이란 말을 계속 쓰면, 누군가는 어쨌든 배제되니까요. 특히 지금 이주민 혐오, 특히 중국 혐오가 심하잖아요.”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긴 토론과 투표를 거쳐, 근소한 차이로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졌다. 결국 연대체의 최종 명칭은 ‘윤석열즉각퇴진X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으로 결정되며, 비-국민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활동가들의 의도가 반영되었다.
(평등하고 역동적인 광장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매개자로서 활동가_박이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광장 안팎에서 활동가들은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관련하여 지호는 활동가의 역할을 “시민들에게 집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 “매개하는 사람”, “안내하는 사람” 등으로 표현한다. 이때의 활동가는 시민들을 이끄는 역할이 아니라 시민들을 매개하는 역할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활동가는 시민을 무엇과 매개하는가, 라는 질문이 남는다. 그리고 그 답은 하나가 아니다. 활동가 그리고 활동가로 이뤄진 조직을 경유하여 시민은 다른 개인, 집단 그리고 의제와 매개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매개로부터 연대와 연결의 감각도 만들어질 수 있다. 연대와 연결은 그저 한 공간에 같이 모여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치밀한 고민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광장을 꾸린 이들: 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본 광장과 그 ‘이후’_조윤희)
--- 「활동가 인터뷰 주요 분석 」 중에서

1. 선결제 릴레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집회 장소 인근 카페와 식당 등 여러 매장에서 메뉴를 선결제하여 현장에 있는 시민들을 응원하는 간접적인 집회 참여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선결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생겼을 정도로 선결제 릴레이는 2024년 12월 한 달 동안 크게 확산하였다.

2.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 집회가 낯선, 처음 참여하는 시민들을 위한 〈2024 첫 집회 참가자 가이드〉가 SNS에 등장하였고 이 안내문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집회 참여 시 필요한 준비물과 적당한 옷차림, 추운 날씨에 핫팩을 붙이는 팁부터 위기 상황 발생 시 대응 지침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사전에 확인하면 유용한 팁들이 담겨있다.

3. 응원봉: 응원봉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질적인 상징 중 하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은 응원봉에 연결감과 소속감을 부여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4. 깃발들: 응원봉과 함께 깃발은 자기 개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이라는 유대감을 공유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광장에 모인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깃발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바람에 나부끼는 광경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5.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 윤석열즉각퇴진 · 사회대개혁비상행동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을 만들어 배포했다. “민주적 집회는 집회 참여자가 서로를 평등하게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라며, 집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과 행동을 제안했다.

6. 나눔 문화: 집회 현장에는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한 수많은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화장실 위치정보 공유’와 같은 유용한 정보들이 SNS를 중심으로 공유되고 확산했으며, 여자 화장실에는 누구든 가져갈 수 있도록 생수, 초코바, 여성용품, 핫팩 등이 비치되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 촛불에 참가한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한 키즈버스” 운행도 나눔 문화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7. 시민 발언: 집회에서 소수가 발언을 독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민이 발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도입하였다. 발언 시간은 3분 내외이며, 시민들은 대개 자기소개로 발언을 시작해 집회에 참여한 이유, 요구하고 싶은 주장, 자신의 경험과 생각 등을 이야기하고, 구호와 제창으로 마무리된다. 12ㆍ3 내란 이후 집회에서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는 성 소수자를 가시화하고 연대를 끌어내는 효과를 확산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8. 다시 만난 세계: 2016년 이화여대 학생들의 시위에서 즐겨 불렸던 〈다시 만난 세계〉는 2016년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 다시 등장했다. 12 · 3 내란 이후 광장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포함한 몇몇 케이팝 노래는 ‘민중가요화’ 되었고,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대표곡으로 자리 잡았다.

9. 은박담요: ‘노동자 시민 윤석열 체포 대회’ 사흘째(1월 5일),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새벽부터 내린 눈 속에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대로의 시민들은 보온용 ‘은박 담요(space blanket)’까지 동원해 가며 밤을 새웠다. 그 모습이 흡사 은박지로 포장된 초콜릿 ‘키세스’의 모습을 빼 박아서 사람들은 이에 ‘키세스단’, ‘키세스 시위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키세스단은 민주주의의 겨울을 이기는 민주시민들의 뜨거운 ‘복사열’과 의지를 상징한다.

10. 난방버스 · 난방성당: 남태령, 한남동 시위에 등장한 이래, 난방버스는 이제 겨울철 집회의 필수품이 되었다. 집회 후원자들은 후원금과 핫팩, 간식 등 각종 현물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버스까지 후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난방성당’으로 불리는 꼰벤뚜알프란치스코수도회는 남자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명명했다. 화장실을 안내하고자 밤길에 응원봉을 든 사제(수사)와 그 뒤를 따라 언덕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화장실 가는 행위마저 성스럽게 만들어주었다.

11. 말벌 동지: 말벌 동지는 하청노동자와 해고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투쟁하는 현장에 말벌 아저씨처럼 순식간에 뛰어가 연대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말벌 동지는 전국장애인철페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투쟁, 동덕여자대학교 공학 전환 반대 투쟁,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거통고지회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 구로구 환경지회 파업 출범식, 구미 옵티칼 고용승계 고공농성 등 다양한 투쟁사업장에 깃발을 들고 함께한다.

12. 디자인행동: 2024년 12월 4일부터 2025년 4월까지 디자인을 행동 도구로 시각적 스펙터클을 보여준 사례로는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네트워크’(13개 단체 참여)가 있다. “이게 바로 안티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는 끝났다” 등의 구호가 담긴 피켓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 피켓 이미지를 오픈소스로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로 ‘일상의 실천’이 기획한 ‘시대정신’ 프로젝트가 있다.

13. 아카이브: 12 · 3 내란 이후의 광장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었다. 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기록과정보·문화연구모임이 만든 ‘12.03 계엄사태와 민주주의 위기’, ②남태령 기록보관소, ③ 남태령 트위터 아카이브 프로젝트, ④ 시국의 여자들, ⑤ ‘윤석열 물어가는 범청년행동’이 분석한 〈언급되지 않는 청년 100인의 목소리〉, ⑥ 《극우 리포트: 성소수자 혐오부터 내란 옹호까지》, ⑦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CGSI)-성명 및 자보 아카이빙 ‘2024년 12월의 목소리들’, ⑧ ‘윤석열 즉각퇴진ㆍ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시민발언 분석팀’의 시민발언 아카이브 등이 있다.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문화/과학〉 편집위원회의 공동연구도 12 · 3 내란 이후의 광장을 기록하려는 아카이브 활동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 「탄핵위키: 광장의 문화적 실천 13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