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보는 것의 미학, 진중권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미학이란 말을 자주 쓰기 시작했다. 본래 철학의 한 분야인 미학은 이제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쓰이는 말이 되었다. 이 미학 대중화의 중심에는 우리 시대 대표 논객으로 더 유명한 진중권의 책 《미학 오디세이》가 있었다. 무명의 대학원생이었던 저자가 유학비를 벌기 위해 집필한 이 책은,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총 150만여 권이 판매되며 우리에게 미학에 눈을 뜨게 해준 ‘미학의 교과서’, ‘시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08년, 미학자의 시선으로 정리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 편》이 출간되었다. 말 그대로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시킨 신개념의 서양미술사다. 2011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을 거쳐 2013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까지,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여정이 5년 만에 완결되었다. 저자 진중권은 자신의 본령인 미학과 미술사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서양미술사라는 어지러운 미로에서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자처한다.
미학의 눈으로 서양미술사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학은 이미지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 관념적인 세계에 대한 예술의 접근 방법을 다루며, 예술의 역사는 그 시대의 예술적 인식, 사고, 관념, 가치체계 등이 결합된 패러다임의 변화과정을 다룬다. 따라서 미학의 관점에서 예술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예술의 형식적·내용적 측면과 함께 양식의 변화, 더 나아가 예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정신, 문화적 맥락까지 다룬다는 의미이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60년 전의 시대정신과 예술관을 통해 예술의 역사를 읽었다면,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오늘날의 미감과 시대정신을 통해 과거의 예술을 지금 여기의 예술로 되살리고 있다.
기존의 미술교양서가 통시적이고 양식사 위주의 접근법을 취해 ‘수박 겉핥기’에 그치기 쉬운 데 반해, 이 책은 미학의 주요 논쟁거리를 다룬 《미학 오디세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시대별 사조에 반영된 당대의 예술 정신과 조형원리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탐구한다.
- 경향신문
남다른 시각, 우리 시대 미감으로 쓴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는 서양미술사 강의와 신문 연재를 통해 직접 독자들과 학생들을 수없이 만나 소통해온 진중권의 고민과 노하우가 가득 담긴 책이다. 양식사를 시대 순으로 나열한 서양미술사는 자칫 예술 작품을 천재성의 산물이나 조형 그 자체로만 보고 그 이면의 깊은 사유와 시대 문화적 배경을 간과하게 만든다. 저자가 세 권의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서양미술사의 세부를 충실하게 조망하는 것보다 그 방대한 역사의 골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는 독자들이 서양미술사의 복잡한 미로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미술사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특별하고 깊이 있는 독서 체험을 선사한다.
미술사를 이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을 지붕에 올려놓는 사다리에 불과하다. 비트겐슈타인의 말대로, 지붕에 올라갔거든 이 사다리를 치워버려라. 이 책을 읽은 후에 독자가 또 다른 독서들을 통해 자기만의 미술사를 주체적으로 재구성한다면, 저자에게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지은이의 말'에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 편》은 미술사의 맥락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양식을 선택하여 그 각각의 구체적인 조형 원리 및 그 바탕에 깔린 예술 의지까지 드러내는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미술사학에서 널리 알려진 대가들의 논문이나 저서를 선택하여 이를 시간 순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미술사를 재구성했다. 서양미술의 원리를 그 시대의 상황 안에서 공시적으로 설명하며 동시에 서양미술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통시적으로 서술한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은 모더니즘의 태동에서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제1차 모더니즘, 즉 유럽 모더니즘 운동을 살핀다.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을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12개의 유파를 다룬다. 모던은 정치, 경제, 예술 영역에서 일어난 총체적인 변화였으며 예술에서의 모던은 운동의 성향이 강한 아방가르드(전위)였다. 그들의 선언문을 중심으로 ‘그들이 뭘 하려고 했는가’, ‘그 다음에 그들이 설정한 과제가 조형 예술적으로는 어떻게 다가왔는가’,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의 질문을 던지며 아방가르드 예술의 본질을 이루는 주요한 철학적 배경, 작품, 영향 등을 살핀다. 100년이 지난 모더니즘을 시대의 담론과 미학적 관점으로 새롭게 조명하면서 한편으로는 20세기 초반 미술사의 큰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고전예술편』
《미학 오디세이》(전3권)로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한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 그가 이번엔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서양 미술사’를 손에 들고 우리 곁으로 귀환했다. 이미 여러 종류의 서양미술사가 나와 있는데, 거기에 하나를 더 덧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미술사는 다양한 양식에 속하는 작품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서술한다. 2천 년이 넘는 역사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개관하려면, 다뤄야 할 사조들이 너무 많아 각각의 양식을 짧게 설명하고 넘어간다. 이런 미술사는 오랜 시간에 걸친 미술사의 흐름을 개관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를 피상적 사실들의 홍수 속에 빠뜨리는 단점이 있다.
진중권의《서양 미술사》는 기존의 서양미술사 구성 및 서술체계를 단호히 버렸다. 저자는 대상 영역을 미술사의 맥락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몇몇 주요한 양식으로 한정하되, 선택된 양식들 각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형의 원리 및 그 바탕에 깔린 예술의 의지까지 드러내는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 이 깊이를 확보하기 위해 미술사학에서 널리 알려진 대가들의 논문이나 저서를 선택하여, 그것들을 선형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미술사를 재구성했다. 즉 ‘서양미술의 원리’와 ‘서양미술의 역사’를 하나로 묶어내, 서양미술의 원리를 그 시대의 상황 안에서(공시적) 설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통시적)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편』
모더니즘의 태동에서 2차대전 직전까지 제1차 모더니즘, 즉 유럽 모더니즘 운동을 살핀다. 야수주의에서 시작해 입체주의, 추상미술, 절대주의, 표현주의, 다다이즘, 신즉물주의를 거쳐 바우하우스까지 12개의 유파를 다룬다. 이들은 운동의 성향이 강한 아방가르드(전위적인)였다. 그들의 선언문을 중심으로 주요한 철학적 배경, 작품, 영향 등을 살핀다.
‘모더니즘’은 주로 예술사조를 가리킨다. 예술에서의 ‘모던’은 데카르트적 근대가 아니라 20세기 대중사회, 소비사회인 ‘현대’를 가리킨다. 세기말을 전후하여 유럽의 사회는 전통사회의 틀을 벗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삶의 문화를 갖게 된다. 현대인은 흔히 플라뇌르(flaneur, 보들레르)로 상징되는 공동체의 뿌리를 잃고, 방황하는 원자화된 익명의 개인들이다. 모더니즘 예술은 바로 그 ‘현대성’이 투영된 예술이다.
모더니즘 예술의 특징은 비합리주의(초현실주의, 정신병적인 것, 아이-되기), 반이성주의(의식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다다와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 반인간주의(동물적인 것, 기계적인 것), 우연성(뒤샹과 케이지의 알레아토릭Aleatorik 예술 작품을 창작할 때 우연성이나 즉흥성을 도입하는 것)의 추구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오늘날 포스트모던의 철학자라 부르는 사람들이 내놓은 이론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한스 제들마이어는 문화보수주의자로서 현대예술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그는 현대예술을 추동해온 네 가지 근원 현상을 끄집어내어, 그 각각의 논리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제들마이어가 보기에 현대예술의 네 가지 기획은 어느 것이든 자기모순에 빠져 필연적으로 좌절하게 되어 있다. 현대예술은 혁명을 통해 전통적 가치를 부정했으나 결국 새로운 우상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우상들의 숭배도 그들을 구원할 수 없음이 분명해지는 순간 스스로 예술이기를 거부하는 미적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제들마이어는 “과거와 연결된 강인한 정신”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편』
미학과 미술사를 접목하여 후기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 세계와 비평의 역사를 넘나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아방가르드의 정치적 성격은 희석되고 뒤샹의〈샘〉이 주었던 새로움과 파격은 오히려 예술의 규칙이 되었다. 일상의 사물과 예술 작품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예술가의 선언문이 아니라 비평가의 평론이었다.
이 책은 전후 예술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주요 비평가들의 평론을 중심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미니멀리즘, 해프닝, 플럭서스, 팝아트 등 후기 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의 예술을 탐구한다.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의 바탕에 깔린 사유와 논리를 명료하게 드러냄으로써 현대예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하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