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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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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일본 미술관 기행

진용주 | 단추 | 2019년 01월 30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8점
편집/디자인
4.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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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9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784g | 152*225*27mm
ISBN13 9791189723019
ISBN10 1189723018

관련분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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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우리교육>의 기자로, 디자인하우스 단행본 편집장으로 지냈다. 일본 미술에 매료되어 어림잡아 50만 킬로미터를 넘게 여행했다. 일본 미술이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세계미술사의 굵은 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제국주의 역사를 근본부터 회의한 한 작가를 알게 된 후, 일본 현대 미술의 깊고 다양한 심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통을 혐오하거나, 혹은 그것을 깊이 껴안고 시작하거나 어찌됐든 전통과 길항하고 대적하며 현... <우리교육>의 기자로, 디자인하우스 단행본 편집장으로 지냈다. 일본 미술에 매료되어 어림잡아 50만 킬로미터를 넘게 여행했다. 일본 미술이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세계미술사의 굵은 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제국주의 역사를 근본부터 회의한 한 작가를 알게 된 후, 일본 현대 미술의 깊고 다양한 심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통을 혐오하거나, 혹은 그것을 깊이 껴안고 시작하거나 어찌됐든 전통과 길항하고 대적하며 현대미술의 길을 개척해가는 작가들이 부러웠다. 빈한한 농민화가부터 현대적 귀족 자제까지 출신성분의 다양함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들의 당대 미술을 보고 또 보았다. 본 적 없던 그림들, 그러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몰랐던 일본 미술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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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머리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좋아하는 장소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여러 번, 여러 시간, 여러 계절에 와보는 것이다.”

_자신만의 사적인 미술사를 쌓은 한 여행가의 성실한 기록


고백컨대 아쉬운 사진이 하나 있다. 비슷한 사진들이 반복된다는 이유로 뺐는데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삿포로 지역에 1.89제곱킬로미터(여의도 면적의 2/3) 땅에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모에레누마 공원을 찍은 사진이다. 같은 장소를 다른 계절, 다른 시간에 찍은 사진들 밑에는 저자가 이런 설명을 달아 두었다.

“좋아하는 장소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여러 번, 여러 시간, 여러 계절에 와보는 것이다. 아름다움과 맞장구치는 것은 부지런함이다.”

저자 진용주의 여행 방식을 가장 잘 설명한 문장이 아닐까 싶다. 그는 지금까지 1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일본을 100회 이상 여행했다. 일정 기간 동안 대부분 기차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JR패스만 해도 100장 이상 끊었고, 기차로 다닌 거리만 해도 50만 킬로미터 이상이다. 전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로 일본 북쪽 끝 홋카이도로 들어가 기차로 아오모리를 거쳐 남서쪽 끝 야마구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비행기로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미니 일본 종단도 마다하지 않는다(52쪽).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천정에 사각형 구멍을 낸 제임스 터렐의 작품 [블루 플래닛 스카이]를 소개하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낮이 밤으로, 밤이 낮으로 바뀔 때 일어나는 본질이 뭘까. 모르겠다. 답은 정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순간을 제대로 경험해보는 것이다. 터렐 방은 요약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 오로지 체험해야 한다. (...) 시간을 많이 들이면 더 좋다. 아침, 오후, 저녁, 밤의 풍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혼자라도 좋고, 좋은 사람과 함께여도 좋고, 친구들과 와도 좋다. 날이 맑아도,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어도 좋다. 어떤 방식이든,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순간’을 제대로 경험해보라. 꼭 낮이 밤으로, 밤이 낮으로 바뀌지 않아도 된다. 바람이 부는 것도, 멈추는 것도, 그림자가 지는 것도, 햇빛에 눈이 부시는 것도, 아니 당신이 들어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변한다. ‘변화의 순간’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디 흔할까. 그러니 ‘일본 미술관 중 어디가 제일 좋나요’라는 질문에 ‘그때그때 다릅니다’라고 대답하지만, 사실 마음속에 정해둔 답은 이곳, 이 방이다.(245~246쪽)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서 수백 킬로미터 길을 가고, 또 몇 번이고 다시 찾는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것, 연관된 다른 작품을 찾아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키는 것, 그래서 자신만의 사적인 미술사의 영역을 성실히 쌓아가는 것, 이것이 진용주가 스스로 “10년 동안의 공부”라고 했던 그만의 여행법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무를 흔들 듯
우리를 흔드는 것은 예술이고, 이야기고, 상상이다.”

_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미술관 30곳


이 책에는 저자가 다닌 수백 군데의 일본 미술관 중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23곳을 소개한다. 그밖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토쿄와 칸사이 지역의 경우, 국내에 자주 소개된 미술관을 제외하고 꼭 추천하고 싶은 몇 군데를 묶어 소개한다.

일본 미술관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버블 시대에 일본의 지자체와 기업과 개인 부호들이 채워 넣은 콘텐츠들의 양이 방대하다. 세계에서 3점밖에 없는 고흐의 해바라기 중 하나도,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도, 샤갈의 발레 무대그림도, 둔황이나 누란 같은 실크로드의 번성했던 도시에서 가져온 벽화나 불상들도 일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둘째, 그 자체로 좋은 건축물로 평가받는 미술관이 많다. 한편에서는 토건 행정의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미술관 운영의 주체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에게 설계를 의뢰해 지은 미술관들이 많다. 이사무 노구치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모에레누마 공원의 경우, 노구치 사망 이후 17년이 걸려 건설했을 정도로 스타 건축가들의 뜻을 따랐다. 셋째, 미술관이 지역 문화 활동의 중심 역할을 한다. 각종 지역 예술제가 열리고,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 활동의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에치고츠마리 사토야마 현대미술관의 경우,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지역 예술제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평소에는 지역 주민들의 목욕탕이자 장터로 이용되며 지역성을 표현한 작가들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 옆에 지역 예술가들의 전시가 같은 비중으로 일상적으로 열리고 있어 지역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쉼터이기도 하다.

“그림의 힘은 세다”

_당대의 삶을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결투해낸 수많은 작가들 이야기


저자는 수많은 미술관들을 다니며, 그 속에서 현대 일본 사회, 문화, 혹은 자신의 문제를 고민했던 작가들을 만났다. 저자는 수많은 것들에 지치고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삶을 지켜내려고 했던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의연하고 늠름한 예술에 반응했다. 그는 그들이 만들어낸 의연하고 늠름한 예술들을 아끼고 기억해주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들의 이름들을 기억하고, 그이들이 세상에 건넨 목소리들을 함께 기억해주는 것이 동아시아의 한 시민으로서 맡을 수 있는 작은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의 어두운 역사, 감추거나 부정하고 싶은 부분을 정면으로 직시하려 한 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일본 미술 안에 여성의 자리, 변경의 자리, 마이너리티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자랑의 리스트는 한도 끝도 없이 긴데, 자랑하지 않는 것들은 리스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걸 찾아내는 것 자체가 일이었고, 공부였다._머리말

그가 만난 작가 중에는 일본 근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생을 살아낸 작가들이 많다. 가령, ‘이시가키 에이타로’가 그렇다. 그는 인종주의와 파시즘, 자신의 모국까지를 포함해 일체의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작가이다. 그밖에도 노동하는 이의 세계관으로 북방의 대지와 그 위에서의 삶의 간난신고를 그린 ‘칸다 닛쇼’, 아이 다섯 딸린 이혼녀라는 세간의 수근거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인도로 건너가 그전까지 일본화에 없던 담대한 그림들을 개척한 ‘아키노 후쿠’가 있다. 저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으로 불에 탄 ‘검은 시체’를 내세우며 피해자인 척하는 일본 사회에 대해, 전쟁 후 중국인들의 복수심으로 살가죽이 벗겨져 내걸렸던 일본인들의 ‘붉은 시체’를 기억해 그것을 평화의 원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카즈키 야스오’를 마음 깊이 기억하고,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2011년 3월 12일의 신문들을 모아 전날의 대지진과 희생자들의 소식을 담은 지면을 오려내 새싹으로 피워낸 ‘테루야 유켄’을 기억한다. “모두가 폭탄 따위 만들지 않고, 어여쁜 불꽃놀이만 만들었다면, 절대로 전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라며 색종이들을 잘게 자르고 찢고 오려 불꽃놀이 그림을 만든 ‘야마시타 키요시‘, 오래된 불상과 절, 폐 탄광촌의 아이들, 피폭자 환자들의 모습 등 일본 사회/문화의 다양한 표정을 카메라로 찍으며 일본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물었던 ’도몬 켄‘을 기억한다.

카즈키 야스오는 각자 자기 몫의 오늘의 행동을 통해 기억에 저항하고, 현실에 맞서자고 이야기한다. 오늘은 오늘의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싸울 수 있다. 미술관에 가는 것이 오늘의 근심을 함께 나누는 행동일 수 있다면 그것은 카즈키 야스오와 또 누구누구들의 이름이 있어 가능해진 일일 것이다. 호사가 아닌, 오늘 몫의 삶을 사는 것, 일본 미술관 기행의 또 하나의 이유일 테다._412~413쪽

추천평

이 책에 소개된 일본의 미술관은 경이롭다.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미술관이 일본 열도 구석구석에 있다는 것이 놀랍다. 또한 일본의 미술관이지만 일본의 과거와 현재, 샤갈에서부터 한국의 불화까지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

과연 제국을 경영한 나라답다. 그러나 진용주는 이 대목에서 많은 한국인이 넘어지는 ‘문명 제국’ 일본에 대한 경탄이나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민족주의적 반감으로 넘어지지 않는다. 기실 이 두 생각은 모두 “한국은 안 돼”라는 열등감의 다른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 열등감의 투사로 일본을 대하기엔 반대인 것처럼 보이는 두 반응이 동시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넘어지지 않고 일본을 본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멋진 점이다. 비판을 잃어버리는 것도, 비판으로 아름다움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어야 비로소 가능한, 매우 드문 감각이다. 서문에서 그는 이것을 ‘자랑’과 ‘자랑 아닌 것’을 분별하는 힘을 기르는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진용주에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그가 여행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술비평가도, 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다만 여행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다. (특히 그가 사랑하는 여행지는 서몽골이다. 서몽골의 초원과 산맥을 그는 고향처럼 여긴다.) 워낙 미술관과 박물관을 좋아하지만, 그의 시선은 미술애호가가 아니라 여행자에 있다.

여행자로서 무엇을 본다는 것은 늘 애달픔과 호기심 혹은 경탄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애달픔은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도 새겨져 있는 아픔을 읽는다. 삶이란 늘 아프고 애잔한 것이기에 여행자는 지구의 여기저기에서 애잔한 삶, 수많은 고통을 만난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드러나지 않는 아픔을 읽어내는 것에 익숙하다. 이것이 산다는 것에 대한, 혹은 살고 죽은 것에 대해 늘 경의를 표하고 마음에 새기며, 사라지는 것을 기억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여행자의 마음이다.

나는 이 마음을 가장 잘 간직한 여행자가 진용주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그런 작품들에 대한 진용주의 발견이 가득하다. 토치기 미호의 『눈물의 달』이라는 작품은 ‘추모의 마음, 사랑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마음이 수천 개의 별이 된’ 작품이다. 소비에 위축된 사람의 모습을 그린, 노동하는 농민이자 화가였던 칸다 닛쇼의 작품을 소개할 때도 그렇다. 그의 이야기들을 들으면 진용주는 작가들과 여행자로서 공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자의 위치를 잊지 않으면서도 방관하지 않고 그들의 고통에 손을 보태는 일을 늘 해왔다. 단적인 예로 그는 티베트의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본의 예술가를 초청해 그 아픔이 공명할 수 있는 광주에서 지인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여행자들은 한 곳에서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동시에 흩어져 있는 것을 애써 찾아다니며 하나의 이야기로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찾아다닌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센주 히로시의 작품들이 그렇고, 교토와 칸사이 지역의 작은 산사에 모셔져 있는 불상들이 그러하다. 하나하나를 만나기 위해 가방을 싸고 길을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여행자의 책이다.
- 엄기호(사회학자,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단속사회』 등 저자)

진용주와 함께하는 일본 미술관 기행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갔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하고, 복잡하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계절과 날씨, 햇빛과 바람이 그리는 풍경까지 고려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길을 선택하는 건 단순한 이유다. 좋아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설명할 때 표정만 봐도 그가 얼마나 그 작가의 작품과 미술관을 지극히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토란 같은 일본의 미술관을 여러 해 동안 반복 취재하며 켜켜이 쌓은 정보들로 가득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그의 연애담인 셈이다. 사랑이 차고 넘치는 연애사를 엿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이명재(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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