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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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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다 죽다

정사의 정치학 혹은 지독한 순정이나 아련한 절망의 형식

[ 양장 ]
박종성 | 인간사랑 | 2012년 02월 20일 리뷰 총점7.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3.4점
편집/디자인
3.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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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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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85g | 210*297*20mm
ISBN13 9788974180492
ISBN10 897418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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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저자 : 박종성
서원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다.『혁명의 이론사』(1991) 쓸 때만 해도 줄곧 그 공부나 할 줄 알았다. 아니, 그러려고도 했다. 그러다 보면 바뀌리라 여겼지만 어림없는 세상이었다. 광장 너머 ‘이론’으로 혁명을 꿈꾼 대가를 곱씹으며 꼼짝달싹 안 하는 나라 한쪽에서 책이나 쓰자고 덤벼든 게 스무 해 남짓이다. 혁명가는 쓰러져도 그가 빠져들던 믿음의 불꽃만큼은 오래갈 것 같아 붙잡은 게『박헌영론』(1992)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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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둘이서 끔찍이도 사랑하다 어느 한쪽이 먼저 목숨 끊거나 함께 죽는 ‘그 일’을 세상은 언제부턴가 ‘정사’라 부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가혹한 자살이요, 누구도 등 떠다밀지 않은 가련한 결행이었으나 저들의 숱한 죽음은 무엇보다 ‘시대’와 ‘인습’에 대한 저항이었다. 게다가 상식의 파괴로 엄혹히 기억되고 있다.
정사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1) 선행先行과 2) 동반, 그리고 3) 추종의 예가 그것이다. 정사의 패턴은 곧 ‘먼저’ 죽거나 ‘같이’ 가거나 ‘뒤따라’ 사라지는 모양새를 갖추되, 각기 그에 걸 맞는 시차의 정치성을 지닌다. 사랑을 앞에 두고 처절한 고뇌로 시달릴 때 자신의 자취를 스스로 거둘 일이라면 ‘언제’ 그 일을 단행할 것인지는 따라서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것은 분명한 목적과 치열한 자기변명을 골자로 삼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나 할 일도 아니다. 자신의 자신을 향한 다스림의 극치인 정치적 과업으로 말이다.
세상에 이처럼 완전한 의식교류와 지극한 합의의 원형이 또 어디 있을까 ? 그것도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극도의 선명함과 오로지 두 개의 메뉴 사이에서 자신을 지탱해야 하는 절박함이라니. 그것이 힘겹거나 지루했다면 애당초 시작이나 할 일이었을까. 하물며 더 이상 갈 데 없고 머물 곳조차 없는 처소에서 같이 사라져야 할 그 과업에 기꺼이 ‘나섬’이랴. 그건 곧 보통의 ‘동의’나 ‘찬성’이 아닌 절대 합치의 모형인 셈이다.

이 책은 ‘사랑하다 죽기’로 작정한 이들이 끝내 어떻게 그 관문을 넘어서는지 살피려 한다. 아울러 다양한 정사의 방식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준 ‘떨림’과 ‘울림’의 인문학은 무엇이었는지, 그렇게 사라져간 이들의 ‘몸부림’은 오늘 사회과학으로 어떻게 되살아나고 있는지 새삼 헤아려본다. 사람들은 잊었건만, 역사는 결코 잊지 않은 그 내력들일랑 도무지 ‘뭐’였을까. 기억의 편린은 하릴없는 조각들로 나뒹굴망정, 서둘러 떠난 넋의 자락들을 조합해서라도 저들의 동기와 사연의 속내를 다시 살필 수 있다면 사랑밖에 할 일이라곤 더 없는 ‘삶’의 속살은 이제 기꺼이 보여줄 때가 된 게 아니겠는가.
멀게는 조선시대로부터 가깝게는 조금 전까지, 어쩌면 그리도 ‘거짓처럼’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흔쾌히 목숨을 던지는 걸까. 그걸 어찌 몇 마디 건조한 어투로 바꿔 책으로 담을 일일까 마는 누구도 찬찬히 따지려 들지 않던 그 일들은 자체만으로 존귀한 게 아닐까. 누군가의 말처럼, 하필이면 1920년대가 연애의 시대로 도드라지는 까닭은 정녕 따로 있었던 걸까. 가슴 뛰는 어휘 그대로 ‘연애’ 그 본연의 꽃망울을 선연한 핏빛처럼 온 가슴, 온 몸으로라도 터뜨리지 않고선 견디지 못할 시기가 강점기 조선이었던 건 정치적 무능이나 역사적 질식과 맞바꿀 무엇이나마 그 안에 숨어 있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온 나라 뒤흔들던 정사의 내막들일랑 이제는 왜 거들떠도 보려하지 않는 걸까. 죽더라도 이제는 곧바로 사랑 때문이 아닌, 수많은 변명과 도피의 출구 앞에서 어쩌자고 비루하게 면피하려는 것인지 옛 사연들도 때로 겹쳐 보도록 하자. 자유와 평등의 새날이 밝자 어쩌자고 정사의 빗줄기는 가늘어졌는지, 아울러 그 까닭의 깊은 속살은 저들 옷섶 사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좀 더 헤집어보자.
그 정도 순수도 통하지 않고 그만큼의 열정도 받아줄 세상 아닌 데가 ‘여기’라면 이제 공동체는 허물이며 국가는 껍데기다. 그 많던 열녀와 정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세상 둘도 없던 가인佳人들과 흐느낌조차 억누르며 사라진 정인情人의 혼백들일랑 지금 하늘 채 어디쯤 헤매는 중일까. 먼저 가 기다리겠다며 약조야 없었을지라도 이제 그만치 더는 뒤따르지 않을 주검들이라면 앞선 외로움 달랠 길도 서둘러 쓸쓸하였던 저들 차지다.
하지만 오해는 말자. 이제 와 혹시라도 정사의 미학을 계몽하려는 건 결코 아님을. 바닷가 절벽 어느 지점, 죽기를 작정하며 나타난 두 사람 등 떠다밀려고 예까지 헤쳐 온 건 정녕 아니었음을 말이다. 행여 다시 누군가 죽음의 시치미 잡아떼려 들 때 온전히 기억할 여력 남는다면 마저 새겨두기로 하자. 죽기는 따로 죽겠으되 저지르긴 함께 저지르는 정사란 지상 최대의 화사한 혁명이자 들끓는 소통의 정치임을. 그것은 지독한 순정의 반어 아니면 이승 끝자락에서 아련한 절망의 형식으로 빛나는 사정없이 검푸른 별똥별 꼬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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