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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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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

[ 양장 ]
페테르 센디 저 / 고혜선, 윤철기 공역 | 문학동네 | 2012년 01월 16일 | 원제 : La Philosophie dans le Juke-Box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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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2년 0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51쪽 | 362g | 146*224*20mm
ISBN13 9788954617192
ISBN10 895461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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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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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페테르 센디 Peter Szendy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음악 이론가이다. 파리 10대학(낭테르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퐁피두센터 산하 음악연구기관 ‘이르캄Ircam’의 편집위원을 지냈고, 파리 라빌레트에 위치한 ‘음악도시’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음악, 문학, 영화 미학이며, 오페라 대본과 성악곡을 쓰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듣기: 우리 귀의 역사Ecoute, une histoire de nos oreille...
역자 : 고혜선
가톨릭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대학원에서 빌리에 드 릴아당의 환상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세기 프랑스 환상문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대중문학의 세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캐나다 퀘벡의 20세기 SF 문학과 영화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에 출강하고 있고 옮긴 책으로 빌리에 드 릴...
역자 : 윤철기
서울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주와 문화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문화 사회의 정치사회적, 심리적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 소재 퀘벡 주립대학UQAM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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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126-127

출판사 리뷰

히트곡을 철학적으로 사유한다
『주크박스의 철학 ― 히트곡』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히트곡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대를 미학적이고도 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지은이 페테르 센디는 히트곡이 지닌 진부함banalit?과 특이함singularit?은 철학적 경탄의 대상이 될 자격이 있다고 강조한다. 히트곡의 통속성에는 무엇이 감춰져 있나? 히트곡에는 어떤 특이한 정동 ??ffect이 작용하나? 어디나 있을 법하지만 어디서 왔는지 모를 단순하고 짧은 곡조가 어떻게 둘도 없는 음악이 되어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들 앞에서 센디는 시적인 느낌을 주는 텍스트들과 몸을 섞어 논지를 풀어간다. 우리는 라디오나 카페, 편의점에서 최신 유행곡을 듣는다. 듣는 게 아니라 들린다. 들으려 하지 않아도 도처에서 물줄기처럼 쏟아진다. 귀에 관띆?대고 각양각색의 곡을 들이붓듯. 이 책의 원제 Tube는 일차적으로 ‘관?파이프/튜브’를 뜻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박 난 노래’, 즉 ‘히트곡’의 은어로 통용된다. 소설가이자 재즈 뮤지션이었던 보리스 비앙이 산업계에서 성공을 거둔 노래를 뜻하는 말로 ‘Tube’를 처음 사용했다.(18쪽) 센디는 이 용어를 다양하게 전용하여 히트곡의 속성과 현대 자본주의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히트곡 수용의 심리 기제와 반응 양태에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상품으로서 자신을 지켜가는 히트곡의 생존 전략까지, 노래의 가사와 영화의 줄거리, 철학적 사유가 서로 갈마들어 논지가 저절로 드러나게, 논지의 다른 면이 엿보이게 하는 교묘한 방식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히트곡의 자기생산, 자기욕망 구조·노래는 노래를 노래한다
오늘날 히트곡은 전 세계를 일주한다. 하나의 곡조가 세계 곳곳에서 수용되고 소비되는 일이 가능해졌다. 센디는 일차적으로 이 동시대적 현상을 분석하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음악학자답게 듣기의 내적 기제를 추적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히트곡이 생겨나는 철학적 조건과 역사적 맥락을 살피면서, 듣는 이의 입장에서 구성되는 히트곡의 특성과 영향을 있는 그대로 탐구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히트곡은, 단순한 경제적 관점의 예술사회적 분석 대상을 넘어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사유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먼저 페테르 센디는 히트곡을 접하는 청취자의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사람들은 그런 히트곡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여러 해가 지나 그런 노래를 다시 들은 누군가는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 향수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우리를 멋대로 사로잡는 이 기생충 같은 음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갖은 애를 다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다. 히트곡에는 우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있다. 혹자는 이를 귀벌레라고 부른다. (9쪽)

대중음악을 지칭하는 이 ‘귀벌레’는 『가디언』지의 한 기사에서 따온 말로, 히트곡을 듣는 이가 자율적인 상황에 있지 않음을 가리킨다. 그는 감염돼 있고, 그 감염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 불가항력성은 직접적으로 히트곡 탄생의 역사적 문맥을 더듬을 때 발터 벤야민의 산책자 개념과 함께 다시 언급된다. 19세기의 프랑스 파리, 자본주의 세계의 수도였던 파리의 아케이드 상점가를 거닐면서 유리 진열장 안에 놓인 상품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도취’에 빠지곤 했던 산책자처럼, 히트곡을 듣는 사람은 “낡은 외투”를 껴입듯 노래가 환기시키는 상황에 에워싸인다.

사물들이 보고 듣는 것에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도취감, 벤야민이 끊임없이 포착하고자 했고 노래가 자양분을 얻는 바로 그 도취감. 벤야민은 한 유고 2;에서 “대중가요 후렴구가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매력”은 “낡은 외투로 몸을 감싸듯 노래가 환기시키는 상황에 에워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책자가 지겹도록 상기하는 것처럼, 노래가 상기하는 것은 사물들 사이에서 사물들이 보는 관점과도 일치한다. 같은 글에서 벤야민은 “대중예술과 키치”는 “우리로 하여금 사물의 편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결론 내린다. (23-24쪽)

대중음악의 총아인 히트곡은 태생적으로 물신성과 비의성을 지닌다.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이 물질성과 비의성이 히트곡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논리적으로 규명하는 일이다. 다만 문제는 히트곡이 물신성을 지니고 있음은 논의의 전제로서 어렵지 않게 끌어올 수 있으나, 히트곡의 비의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센디는 히트곡의 비의성을 직접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앙리 살바도르’라는 샹송 가수가 부른 노래 〈그저 그런 노래〉와 〈히트곡〉의 노랫말을 다루면서, 우리가 즐겨 듣는, 또는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노래가 진부한 남녀 관계(또는 ‘시장쟀 상품’과 ‘소비자의 영혼’이 맺고 있는 관계)처럼 구조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달리다’와 ‘알랭 들롱’의 듀엣 곡 〈말, 말, 말〉(〈파롤레, 파롤레, 파롤레parole, parole, parole〉)에서 한층 심화되어 나타난다. 히트곡들은 자신이 시장에서 어떻게, 왜 성공을 거두는지, 어떤 이유에서 히트곡이 불리고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 〈말, 말, 말〉이란 노래는 ‘말’과 ‘노래’가 서로 다투는 한 편의 연극과 같다. 노래(달리다가 부르는 노래)는 말(알랭 들롱이 읊조리는 말)에게 ‘텅 빈 말뿐’이라고 나무라면서 노래와 말의 사랑싸움에서 최종 승리자가 된다. 그러나 ‘말, 말, 말’이 일곱 차례 되풀이되면서 끝나는 대목에서 “히트곡이 매번 다시 시작되고 반복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즉 히트곡이 되기 위한 중요한 비밀 중 하나인 “반복”이란 욕망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35쪽)

‘반복’을 통해 ‘열광의 시험’을 치르는 히트곡
히트곡은 노랫말과 함께, 노랫말의 저편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그렇게 하여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재탄생시키기 위한 반복을 연출한다. 노래는 유일한 것과 상투적인 것, 비교 불가능한 것과 대체 가능한 것, 영혼과 상품이 서로 관계 맺게 한다. 특히 진부함과 특이함이라는 호환 불가능한 특질을 하나의 매듭으로 경이롭게 엮는다. 키르케고르의 철학소설 『반복』에서 노래의 구조에 관한 인상적인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복’의 은유로서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유행가’를 언급하며 노래를 환기시킨다. 주인공 콘스탄틴 콘스탄티우스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 약속을 하지만 약혼을 파기할지 유지할지를 두고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 그는 과거의 사건을 되살리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그는 과거의 호시절을 되살려낼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자 예전에 갔던 베를린으로 여행을 떠나 연극을 관람한다. 하지만 그가 깨닫는 것(“되돌아온 기억ressouvenir”)은 반복은 불가능하다는 사실뿐이다.

명백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콘스탄틴과 함께 거기서 잠시 멈춰 설 필요가 있다. 화자가 상투성, 진부함의 반복과 마주친 그곳은 바로 ‘소극(익살극Posse)’이 공연되는 버라이어티쇼 대중극장이기 때문이다. 그 시험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가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것, 즉 유일성, 특이성이 출현한다. (본문 45-46쪽)

콘스탄틴이 실패를 경험하며 봤던 소극은 뉘른베르크 판화(서민 풍속 판화, 프랑스의 경우 에피날 판화)에 비견할 만하다. 이 판화는 당시의 유행곡을 묘사하기도 했다. 판화 속 “종이를 오려 남자와 여자 모습을 만들었던 어린 시절, 그 남자와 여자는 아담과 이브보다 더 일반적인 남자와 여자”였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상투적 표현으로 가득한 저 현기증 나는 일반성. 키르케고르는 소극 관객은 “더없이 식상한 일상을 지켜봄으로써 비범해진다”고 말한다. 요컨대 소극이나 에피날 판화의 진부함 앞에서 미학적 규범은 흔들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유일한 존재가 된다. 아무리 귀 기울여도 새로운 가능성이 없이 보일 때, 느닷없이 가장 깊숙이 숨겨왔던 것들이 우리 내면에서 끌려나오듯. 히트곡이 히트곡 자신의 진부함을 시험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케케묵은 상투어 한가운데서 마치 바람처럼 후렴구가 시작되는 것을 들으면서, 막힌 곳을 관통하는(히트곡의, 히트곡을 위한 열광/막힘engouement) 경험을 하면서, 우리는 히트곡 안에서 불가능성을 노래하고 흥얼거린다. 비할 데 없는 도취의 특이성을 만나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멜로디 ? 차이를 생성하는 반복침입의 기이한 힘
센디는 영화의 위대한 장면들에서도 히트곡의 논리를 사유한다. 그가 먼저 예로 드는 영화는 알랭 레네의 〈우리는 그 노래를 알고 있다〉다. 이 영화에는 세르주 갱스부르의 〈떠난다고 말하려고 왔어〉라는 노래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멜로디” “되돌아오는 멜로디”라는 귀벌레의 특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음악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했던 테오도르 라이크는 자신의 저서 ??잊히지 않는 멜로디??에서 세실리라는 환자의 임상 사례를 든다. 그녀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자신이 아기를 가지려면 먼저 인도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라이크는 치료 과정에서 〈노래의 날개 위에〉를 듣다가 그녀의 사고를 이해하게 된다. 그 노래에 “황새가 인도에서 아기를 데려온다”는 구절이 있고, 황새의 날개에서 비행기 날개로 이어지면서 “날개”라는 낱말이 불러일으킨 환유의 힘 또는 연상 작용으로 인도여행의 강박을 갖게 됐다고 보았다. 갱스부르의 노래 〈떠난다고 말하려고 왔어〉는, 라이크가 말한 “잊히지 않는 멜로디”라는 강박을, 음악의 고유성을 묻는 질문 속에서 “되돌아오는 멜로디”가 전달하는 무의식적인 숨은 의미를 찾는 데 급급했던 심리학자 라이크가 보지 못한 것을 오히려 완벽하게 보여준다. 이 노래는 영화에서 네 차례 띄엄띄엄 등장하며 재생 시간도 각각 다르다. 이 곡은 결국 노래에서 대사로, 대사에서 노래로, 한 순간에서 다른 순간으로,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순환한다. 갱스부르의 히트곡은 다른 모든 히트곡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규칙을 말해준다. 차례차례 이 인물 저 인물의 입을 빌려, 번번이 뚝 끊기면서 출몰하는 노래들은 유령처럼, 귀신처럼 등장인물들을 괴롭히러 온다. 커다란 고통(토르멘토니)을 심어주면서, 반복침입r?iterruption[차이를 만드는 반복된 침입의 기이한 힘 또는 이 힘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센디의 신조어(본문 60쪽) 참조]을 형성한다. 히트곡은 중간이 잘려나간 채, 반복해서 이곳저곳에서 들리면서 어떤 차이의 힘을 생성하여 머릿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시장과 영혼’의 상동관계·음악의 범죄학/경제학 개론 1
프리츠 랑의 〈M〉은 아동성애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로, 히트곡의 영혼이 어떻게 시장과 결탁해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영화에서 살인범 M이 등장할 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리그의 유명한 모음곡 〈페르귄트〉 중 ‘산왕의 궁전에서’라는 곡이다. 사람들은 M을 찾지만 그는 드러나지 않는다. 용의자가 “흔적을 남기지 않기에” 누구라도 용의자가 될 수 있다. 선정적인 황색신문에 편지를 보낸 용의자는 대도시 익명의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발터 벤야민은 파리 상점가를 거니는 산책자는 “한편으로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자기를 주시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야말로 용의자 그 자체”가 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숨어 있는 존재”가 되는 야릇한 변증법의 상황에 놓인다고 썼다.

M은 분명 살인범Meurtrier(M?rder)의 첫 글자 M이겠지만, 음악Musique의 M이기도 하다. M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멜로디M?lodie, 강박적인 동기Motif, 또한 시장March?이나 상품Marchandise의 첫 글자 M일 수도 있다. 여기서 상품은 살인범에게 들러붙어 있는 그 음악처럼 소리로 들릴 수도 있고, 진열장을 바라보는 미래의 희생자들 모습이 상품들과 뒤섞여 비치는 쇼윈도처럼 눈에 보일 수도 있다. (본문 73쪽)

결국 프리츠 랑의 영화에서 도시 공간을 순환하면서 사람들 사이를 맴도는 멜로디, 사람들을 떠나지 않는 그 멜로디는 똑바로 M으로 쓰든 상품의 첫 글자인 W(독일어에서 ‘상품’은 Ware다)로 뒤집어서 거꾸로 쓰든, 그 글자를 지닌 사람의 영혼과 정신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교환과 대체, 뒤틀린 환유와 순환·음악의 범죄학/경제학 개론 2
센디는 〈39계단〉에서 〈사라진 여인〉을 거쳐 〈의혹의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히치콕의 서스펜스 영화들 역시 음악적 강박에 대한 범죄학/경제학 개론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히치콕은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상기시키는 히트곡의 기능뿐 아니라 그 교환과 대체, 뒤틀린 환유와 순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39계단〉에서 미스터 메모리는 한번 들은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기억술사이며, 살인 누명을 쓴 리처드가 찾는 인물이다. “39계단”의 실상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이 사내는 영화 마지막에 스파이의 총에 맞고 죽으면서, 모든 비밀을 풀어놓는다. 죽은 기억은 상품이 되는데, 돈만 치르면 뮤직홀에 들어가 그 기억의 기계 작동을 보며 감탄할 수 있다. 살아 있는 기억은 은밀히 감춰져 있으나 일하고 작업할 때 살아 움직인다. 영화에서 리처드가 기억을 떠올리게 길을 활짝 열어준 것은 기계의 시그널 음악, 미스터 메모리의 등장을 알리는 노래, 단속적이지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멜로디다. 〈사라진 여인〉은 아이리스와 길버트가 열차에서 실종된 ‘프로이 부인’을 찾는 내용이다. 여인은 보이지 않고 열차 유리창에 ‘프로이’라는 글자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 흔적도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잠시 보였다 사라진다. 결국 아이리스와 길버트는 프로이 부인을 찾아낸다. 그때 길버트는 그녀로부터 ‘비밀 정보’가 담긴 노래를 전해 듣는다. 길버트는 그 노래를 잊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잊고 만다. 그 노래를 기억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대신 어떤 결혼행진곡이 떠오를 뿐이다. 결혼 축가가 무의식적으로 그저 그렇게 암호 노래를 대체한 것이다. 〈사라진 여인〉은 한 음악 상품이 다른 음악 상품을 대신하고 대체하는, 음악 상품의 교환을 보여준다. 〈의혹의 그림자〉는 미망인 살인마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스펜스 영화로, 주인공 찰리라는 여자는 외삼촌 찰리를 존경하고 흠모하지만, 나중에 가서 그가 잔혹한 살인마임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에 이르는 매개체가 짤막하게 끊겨서 떠오르곤 하는 〈유쾌한 미망인〉이란 왈츠곡이다. 여조카 찰리는 이렇게 말한다. “그뢷지만 무슨 곡이죠? 참 이상해요. 머릿속에 가끔 노래가 하나 떠올라요. ?러면 곧 누군가가 같이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노래가 머리에서 머리로 건너뛰는 것 같아요. 찰리 외삼촌은 이 노래 아세요?” 머리에서 머리로 건너뛰는 노래, 이 대사는 더 이상 한 개인의 기억으로 한정된 경제에 속한 것이 아니라, 확장된 가족들을 모이게 만든 식탁 주변으로 텔레파시의 매개체, 즉 거리를 둔 애정, 연속적 상기, 연쇄적 모티브나 동인 또는 동기가 된다. 마치 곡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독자적인 움직임과 영혼을 부여받은 곡조들이 집합적 영혼 속을 떠돌게 되는 것이다.

자본의 은밀한 찬가
히트곡의 특성이 이러하다면, 히트곡은 어떻게 자신을 확장하여 널리 퍼져나가는 것인가? 센디는 ‘자본의 은밀한 찬가’라는 장에서 음악 상품으로서 히트곡이 어떻게 폭넓게 자기를 확장해가는지 보여준다. 제인 버킨이 부른 〈금지된 멜로디〉에서 “이 멜로디가 떠올리게 하는 건 / 절대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가사를 통해 히트곡의 비밀에 “검열”이라는 항목을 추가한다. 음악의 역사를 보면 멜로디 자체가 검열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검열의 대상은 항상 말과 이미지였다. 노래는 스스로를 금지시키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되돌아올 때 어떤 힘(잠재적 정동affet en puissance)을 분출시킨다.(본문 98쪽)

이러한 힘을 지닌 히트곡은 공식적인 찬가가 되기도 하고. 한 개인의 내적인 찬가가 되기도 한다. 정신의 시장에서 히트곡을 검열하는 것, 금지하는 것, 히트곡이 사람들 마음속에 머물면서 계속 되살아날 권리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영혼에 들러붙는 히트곡의 가공할 힘을 인정하는 것이다. 노래는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귀벌레, 내면의 찬가로서, 억누를 수 없고 강박적이며 영원히 반복된다.

거기엔 일종의 찬가내밀성inthymnit?[내밀성intimit?과 찬가hymne를 결합해 만든 조어. 의미상 ‘내면의 찬가’로도 옮길 수 있다-옮긴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찬가의 내밀함이 있다. 이것은 프루스트Proust가 말한 대로 “[우리] 사랑의 국가” 또는 우리 욕망의 국가를 만든다. (본문 101-102쪽)

‘돈’과 ‘명성’의 찬가
센디는 결말부에 이르러 히트곡이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돈’과 ‘명성’을 노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가 “재담(농담/실언)과 무의식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밝힌 치환과 교환, 거래의 과정이, 복잡한 정신의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히트곡들이 시장에서 어떤 이유를 창출하고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대중음악 상품이어서가 아니라 귀벌레이기 때문이며, 끊임없이 자가 증식하면서 음악에 빠진 우리의 영혼에 무수한 사본으로 존재하는, 떠나지 않는 멜로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센디는 이를 설명해주는 개념적 모델을 칸트의 미학이론에서 찾는다. 칸트에게 있어, 음악에서 작동하는 것은 “미적 관념과 지성의 표상들”이 교체되고 상호 교환되는 유희이다. 이 관념과 표상은 결국 무엇에 관해서도 사유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오직 대체Wechsel만 이어질 뿐이다. “강렬한 즐거움”을 주지만 어떠한 “반성의 여지도 남겨놓지” 않는다. 관념과 표상은 대체에 스스로를 내맡길 뿐이다. 이 양상은 사용 가치는 없고 교환 가치만 있는 “화폐”와 다를 바 없다. 실제 많은 히트곡들이 이런 비밀을 스스로 노래하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의 〈돈Money〉, 아바의 〈돈, 돈, 돈Money, Money, Money〉, 빌리 조엘의 〈쉽게 번 돈Easy Money〉, 엘비스 프레슬리가 리메이크한 〈머니 허니Money Honey〉 등, 진일보한 자본주의 시대에 어울리는 이 히트곡 형태의 우화가 주는 교훈은 결국 화폐 교환의 일반성이다. 그러나 히트곡은 폐쇄적으로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온다. 되돌아와 자신의 명성을 노래한다. 명성은 돈과 같은 사물이 아니기에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재산, 그렇기에 특별한 재산이다. 명성은 과거의 것, 더는 대체하거나 교환할 수 없는 것, 더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사후적으로 결집한 것이기에, 다른 무엇보다도 듣는 이에게 고유한 것이 되고, 듣는 이 자신의 것이 된다. 이 재산은 그냥 재산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형태를 갖춘 삶이다. 즉 히트곡은 하나의 삶이 된 것이다. 아이린 카라의 〈명성Fame〉은 이렇게 노래된다. “내 이름을 기억해줘 - 명성 - 난 영원히 살 거야 - 날아오르는 법을 배울 거야 - 저 높이…… - 천국까지 날아갈 거야 - 불꽃처럼 하늘을 밝힐 거야 - 난 영원히 살 거야 - 베이비, 내 이름을 기억해줘 - 기억해줘, 기억해줘, 기억해줘…….”(본문 116쪽) 히트곡은 이렇게 자신의 생존을 노래하면서, 히트곡 자신이기도 한 자기 기념의 구조를 이룬다. 히트곡은 명성 그 자체이며, 스스로를 칭송하는 명성으로 생존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매순간 다른 히트곡으로 대체되면서, 고유한 어떤 정동을 분출한다.

히트곡은 세계를 일주한다, 그 음악을 듣는 이와 더불어
우리는 히트곡을 듣고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대량으로 제작, 배포되는 이 음악 생산품에 담긴 퇴색한 가사, 낡은 말들 앞에 귀머거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으면서, 음악 상품들―우리가 자기도 모르게 검열을 가하는―로부터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에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음악 상품들은 언제든 다시 나타난다. 우리가 이 노래들을 불러내거나 욕망하지 않을 때, 가장 예상하지 못할 그때 다시 나타난다. 이 되돌아오는 멜로디는 그렇게 되돌아온다. 우리 안으로, 우리 의지에 반해서, 우리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온다. 이런 멜로디는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 접근시킨다. 자아로의 접근, 가장 진부한 것을 통해 자신의 가장 특이하고 가장 깊이 숨겨진 부분으로 다가가기. 진부함과 상투성의 경험 속에서 그 길이 열린다.(본문 125쪽) 우리는 세계적인 히트곡들을 들으며 세계를 일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문제를 일주했다고 느낀다. 히트곡이 지닌 비밀스러운 구조에 젖어, 자본과 자아가 공모하는 가운데, 그 상투성과 진부함 속에서 유일무이한 것을, 장소 없는 장소, 내 안에 있으나 내게 속하지 않는 내부에 잉여적 잔여가 있다고 느낀다. 히트곡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엑스쿨투라’ 총서에 관하여
‘엑스쿨투라’는 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문학동네가 새롭게 선보이는 인문 총서다. ‘쿨투라Cultura’란 애당초 ‘갈아엎다’ ‘농사짓다’ 등을 뜻하는 라틴어로, 오늘날 다양한 함의를 지닌 ‘컬처culture’란 용어의 모태가 되는 말이다. 이 총서는 무거운 관념의 외투를 벗고 다른 사유가 가능한 세계로 홀가분하게 지적 여행을 감행하자는 요청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무한정 외연이 커진 ‘문화’는 다시 질문되어야 한다. 무엇이 ‘문화’인가, ‘문화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의 이면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가. 미학적인 것, 정치적인 것, 인간적인 것, 이 모두를 포괄하는 담론의 자리가 필요하다. 기존 학계에서 놓쳤던 낯선 주제, 다가올 날을 예비했던 과거의 명저, 첨예한 논점의 최신 담론까지 다양한 저작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발 디딘 땅을 갈아엎어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 학문의 소임이라면, 이는 보석같이 잘 다듬어진 담론만으론 불가능하다. 문화의 텃밭‘에서(Ex)’ 캐낸 사유, 문화의 교차로에서 찾아낸 ‘미지의(X)’ 담론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하학적 완결성과 엄정성을 넘어 꿈틀대는 생활세계로, 현대의 도취적이고 마비적인 외관을 넘어 측면의 가능성과 내부의 복잡성으로 파고들려 한다. 이를 위한 담론의 장이 ‘문학동네의 엑스쿨투라’이다.

추천평

그렇다면 마치 감미로우면서도 고통스러운 ‘보이스 피싱voice fishing’과도 같은 저 모든 반복적인 후크송hook song들 속에서,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귀를 떠나지 않고 강박적으로 파고드는 저 모든 ‘귀벌레Ohrwurm’들의 공격 속에서, 우리가 히트곡들의 관tube을 여행하고 관통하여 도달하는 곳은 어디인가. 혹은, 이 물음을 조금 다르게 바꿔 반문의 형태를 취해보자면, 벤야민의 산책자fl?neur/promeneur들은 이제 제각기 자신들의 스마트폰과 MP3 플레이어에 귀를 꽂은 채 그 ‘귀벌레’들을 일종의 배경음악BGM 삼아 도시를 배회하는 숙주와도 같은 방랑자들로 ‘환골탈태’하지 않았나. 그러나 이러한 ‘정세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오래된’ 조건들이 있다.
'최정우(비평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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