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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인 소설집

[ 양장 ]
윤보인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9월 08일 리뷰 총점6.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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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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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376g | 128*188*20mm
ISBN13 9788932022321
ISBN10 893202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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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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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저자 : 윤보인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뱀」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년 9월 첫소설집 『뱀』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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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고개를 숙이자, 거기에 뱀 한 마리가 나른한 듯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뱀은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혓바닥을 길게 내밀고 있다. 여기에 숨어 있었다니. 여자는 뱀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조금만 더 손가락이 닿는다면 꼬리가 잡힐 것이다. 아니, 토실하게 살이 오른 뱃가죽이 먼저 잡힐 것이다. 무엇이 먼저 잡히든지 어서, 저 어두운 곳에서 빼내고 싶다고, 더는 축축한 곳에서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여자는 불안한 듯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나 뱀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이 닿을 수 없는 깊숙한 곳으로 멀리 달아나버린다._「뱀」

썩은 사과를 입에 물고 있었지. 하마터면 그걸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어. 피터가 게시판에 흔적을 남기고 간 거야. 거기엔 그의 그림이 올라와 있었지. 박쥐를 그린 그림이었어. 날개를 펼치고 있었어. 섬세하고 강렬했지. 박쥐들은 저수지 위를 날아가고 있었어. 섬뜩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피터는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고 오직 그림들만 올려놓았어. 오랫동안 목말랐던 나는 몇 시간이고 그의 그림에 의존해야만 했어. 그러는 동안, 직감할 수 있었지. 그가 박쥐를 찾기 위해 떠났다고 말이야._「악취」

일상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 고통이라는 것. 시간이라는 것. 슬픔이라는 것. 절망이라는 것. 어느 날 절망이 절망을 먹고 있다. 절망이 사라진다. 슬픔이 슬픔을 먹고 있다. 슬픔이 사라진다. 시간이 시간을 먹고 있다. 시간이 사라진다. 고통이 고통을 먹고 있다. 고통이 사라진다. 사랑이 사랑을 먹고 있다. 사랑이 사라진다. 일상이 일상을 먹고 있다. 일상이 사라진다. 소용돌이친다. 역겨워서 삼킨다. 역겨워서 토해낸다._「일요일」

“가끔 소음을 피하기 위해 오빠하고 무작정 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보기도 했어요. 그러나 늦은 밤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죠. 그러다가 알렉세이 선생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그분을 뵈러 극장으로 찾아갔어요.”
그녀는 끝내 자신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았다. 오히려 소름 끼치게 냉정했다. 그때 조명이 켜졌다. 동시에 무대 위로 많은 배우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저마다 맡은 배역 속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들은 허공을 쳐다보며 서로 다른 동작을 표현해냈다. 순간 나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 소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마임이라는 장르를 택한 것일까._「바실리 사원」

잠시 후 무대 오른쪽에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흰색 무복을 입은 남자가 고요한 자태로 서 있다가 가볍게 발돋움했다. 명주 수건이 흔들렸다.
저 명주 수건. 누군가의 목을 감싸던 흰색 명주 수건.
죽음으로 이끌던 저 수건.
숨을 죽였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으나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저것이 살풀이춤인가.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춤인가.
어디선가 징 소리와 함께 구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_「살풀이춤」

출판사 리뷰

추천평

이러한 특징은 윤보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선명한 의미의 축조가 아니다. 그는 의미를 초월한 의미, ‘언어가 지워진 자리에서 생기는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윤보인의 작품은 적지 않게 현실의 중요한 지점들을 건드린다. 심지어 그녀의 소설에서는 매향리의 폭격까지도 서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형상화되는 방식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흡사 마임이나 살풀이춤의 동작을 닮아 있다. 정념이나 이미지의 지나치게 격렬한 때로는 지나치게 완만한 배치를 통하여 정치적인 동시에 미학적인 효과를 겨냥한다. 현실적인 것에서 현실을 빼내고, 인간적인 것에서 인간을 빼낸 그 텅 빈 공간 속에 진짜 현실과 진짜 인간은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 이러한 새로운 미학적 진전이 뚜렷한 작가적 자의식에 바탕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윤보인은 무척이나 믿음직한 아방가르드이다.
이경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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