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생각 버리기 연습》을 압도하며 ‘단사리 열풍’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베스트셀러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이 한국에서만 50만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그 인기에 힘입어 MBC스페셜 '명상, 마음에 근육을 만들다' 편에서 스님의 주요 사상이 집중 소개된 사례에서 보듯,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나 적게 소유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 진정한 자유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넓게 형성되었다. 그런데 정리 되지 않은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사실 주변 물건부터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책이 있다.
2009년 12월 일본에서 출간되어 블로그와 카페, 관련 동호회를 달구며 이른바 ‘단사리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불과 1년 7개월여 만에 50만 부에 육박하고 있는 베스트셀러《버림의 행복론_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라離》, 원제는‘단사리(일본 발음은 ‘단샤리’)’다. 단사리는 글자 그대로 ‘끊고, 버리고, 이별하다’라는 뜻의 조어로서 집착을 버리고 심적 평온 상태를 유지하는 요가의 수행법의 하나인‘단행斷行.사행捨行.이행離行’에서 유래했다. 즉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다보면 자연스레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NHK 신년 특집방송‘인생 대청소를 하는 사람들’ 방영작
《버림의 행복론》은 NHK 방송의 신년특집 방송 ‘인생 대청소를 하는 사람들’에서 심층적으로 다뤄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일본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단사리하다’,‘단사리언(단사리 마니아)’과 같은 조어를 탄생시키며, 2010년 10대 유행어로 선정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야마시타 히데코는 놀랍게도 원래 평범한 주부였다. 대학 시절 심취했던 요가 철학을 집 안 정리와 살림에 접목시켜 직접 실천하고 효과를 보았고, 이 방법이 입소문을 타고 주변에 널리 알려지면서 직접 정리가 필요한 가정집을 방문해 컨설팅을 해주기에 이른다. 그리고 전문 강연자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클러터 컨설턴트’라고 말한다. 조금 생소하게 들리지만‘클러터 컨설턴트’란 잡동사니와 불필요한 물건으로 가득 차 발 들여놓고 싶지 않은 집이 휴식과 재충전이라는 집의 본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직업이다. 저자 스스로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직업이라고 말하는 이 직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일본의 평론가들은 각종 신상품으로 넘쳐나는 소비사회와 많은 물건을 수용 보관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일본의 좁은 집, 물건을 사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욕구와 주변을 말끔히 정리 정돈해야 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강박관념 사이의 모순에서 찾는다.
평범한 주부였던 야마시타 히데코는 이 모순을 해결할 방법을 대학 시절 심취했던 요가 철학에서 구했다. 요가는 인도어로‘몸을 조각한다’라는 뜻이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몸의 군살을 제거해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신체를 만드는 운동으로 인기가 높지만, 원래 의미대로라면 불필요한 살을 제거해감으로써 숨겨져 있던 내 몸의 원래 상태를 되찾아가는 수행이다. 말하자면 운동을 통해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원래의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 요가다. 저자 야마시테 히데코는 물건 정리도 요가와 마찬가지 원리로 본다. 지금 현재 나에게 맞지 않는,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물건을 과감히 버리고 치우다 보면 주변은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들로 채워지고, 결과적으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아가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를 알게 한다는 것이다.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와 자유를 되찾게 하는
생활 속의 ‘인생 리뉴얼’ 실천 지침서
비단 일본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도 ‘단사리’가 필요하다. 풍요의 시대 많은 사람들은 버려도 괜찮은 물건들을 껴안고 산다. 개선하고 싶은 열망은 강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누구나 하나쯤은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빠지면 입겠다고 모셔둔 바지를 버리지도 입지도 못해서 계절을 묵힌 경험, 언젠가 읽으리라 쌓아둔 먼지 뽀얀 책들에 둘러 싸여 발 디딜 틈도 없을 것 같았던 일, 값비싼 돈을 지불하고 산 고급 제품이나 선물로 받은 물건을 장롱 깊숙이 넣어두고 언젠가 특별한 날을 위해 쓰려고 하다가 아예 잊어버렸던 경험…. 심지어 우연히 그 물건이 발견되면‘이런 게 있었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아닌, 이렇게‘고이 모셔둔 물건’들이 집을 가득 채우고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선물로 받은 유명 브랜드의 컵을 상자에 넣어 蓼장 속에 간수해 두었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컵은 도넛 가게에서 경품으로 받은 컵일 수 있습니다. ‘왜 안 쓰지·’라고 물으면 ‘아까워서. 그리고 이렇게 좋은 물건은 쓰기가 좀 그래’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잠재의식에서 ‘나에게는 유명 브랜드의 컵이 어울리지 않아. 그런 레벨이 아니야’라고 스스로 비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나에게 절실히 필요하지도 않고, 그다지 어울리지도 않는 물건에 둘러 싸여 질식할 것 같지는 않은지 쓰지도 못하면서 언젠가를 위해 모셔둔 물건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럼으로써 오히려 나를 잃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한다.
지금 ‘’현재, 바로 ‘여기’에, ‘나’에게 필요한 것만 남기기
그렇다면 나에게 꼭 맞는 물건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을 치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있어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야마시타 히데코는 정리의 원칙을, 시간적으로는 ‘지금 현재’, 공간적으로는 ‘바로 여기’ 그리고 주체는 ‘물건’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물건을 정리해나가면 된다고 한다. 과거에 아주 잘 썼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과감히 버리고, 언젠가 쓰려고 모셔뒀지만 쓸 일이 거의 없어 보이는 새 물건은 그 물건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주거나 꼭 필요한 곳에 기증하는 것이다. 공간적으로도 ‘바로 여기’가 기준이다. 즉 자기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고 처분할 수 있는 가용 범위 내의 물건만 남기도록 한다. 한편, 아직도 잘 쓸 수 있는 새 물건이지만 나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은 아깝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역시 처분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그 물건과 자신 사이의 관계가 ‘살아 있을 때’에 는 남겨 두고, 이미 끝난 ‘죽은 관계’일 경우에는 미련 없이 버리라는 것이다.
단사리는 단순히 청소나 정리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깝다’, ‘쓸모 있을까’, ‘쓸모 없을까’라는 식으로 물건을 축으로 생각하지 말고, ‘이 물건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일까’라는 질문, 즉 주인공은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므로, ‘물건과 나와의 관련성’을 축으로 물건을 취사선택하는 기술입니다
물건을 어느 정도 남기는 게 적당한지는 생활 방식이나 직업에 따라 다르고 딱 잘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콘트롤할 수 있는 범위’의 분량이 적당합니다. 컨트롤할 수 있는 분량이란, 지니고 있는 물건의 소재를 전부 파악할 수 있고, 철저히 활용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해나가다 보면, 서랍장도 넉넉해지고, 공간에도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수납박스나 도구를 새로 살 필요가 없다. 그리고 단사리를 실천하다보면, 자연스레 물건을 일부러 버리지 않아도 자신에게 꼭 맞는 물건만 엄선해서 들일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떨칠 수 있게 된다.
못 버리는 사람의 세 종류. 현실도피형·과거집착형·미래불안형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물건을 버리길 주저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다음의 세 가지 유형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보관인지 방치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든 삶을 사는 사람은 크게 3가지 유형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집 안을 정리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집을 더욱 필요 없는 물건으로 채우는 ‘현실도피형’, 과거의 추억에 얽매여 과감해지지 못하는 ‘과거집착형’,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모든 것을 보관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미래불안형’이 그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끌어안고 있는 먼지 쌓인 물건들은, ‘정체운’이나 ‘부패운’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비단 ‘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보기만 해도 인상부터 찌푸려지는 복잡한 집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만일 위 세 가지 성향을 지녔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부정적 에너지에 의해 좌지우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러한 상태로 스스로 개선해나가야 한다.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바로 자기 자신뿐이기 때문이다.
물건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버림의 행복론》은 무조건 적게 소유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무소유’의 철학을 전파하는 책이나 시중에 흔한 정리 수납책이 아니다. 저자는 단사리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는 물건이 포화 상태인 곳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물건이 부족하고, 때로는 너무 비싸 구할 수 없는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물건이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분량만큼 있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분수를 안다는 뜻입니다. 단사리가 그러한 사회를 이루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