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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하루 한 점만 보아도,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 현암사 | 2011년 05월 27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8점
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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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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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03쪽 | 498g | 148*210*30mm
ISBN13 9788932315904
ISBN10 893231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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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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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의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공저) 가 있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1998년 초판...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의 운영위원이자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꽃피는 삶에 홀리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 『다, 그림이다』(공저) 가 있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뽑히기도 했다.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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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하루 한 점만 보아도,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과 글의 만남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마음씨가 곱고 정이 깊은 그림들이라서 그렇다.
말쑥한 그림은 부럽고 어수룩한 그림은 순해서, 볼수록 그리움이 사무친다.
…정 깊은 우리 옛 그림은 정 주고 봐야 한다. 아름다운 것은 예다운 것이고 예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옛것의 아름다움이 새것의 아름다움이 되려면 묵은 정을 돌이켜야 한다.
그 정을 찾아 베풀고 싶은 소망이 이 책에 도사리고 있다. 정 나눌 짝이 하마 그립다.
공감하는 그대여, 보라. 그림 밭을 일군 옛 사람의 붓 농사가 어이 저토록 풍요로운지.” _본문에서

팍팍한 세상살이에 잠시 틈을 내어 문화의 향기를 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늘었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찾아 작품을 관람하거나 답사와 배움터 등에 직접 참여하고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문화 프로그램의 쏠림 현상도 심한데다, 엥겔지수가 올라가는 형편 속에서 ‘그림의 떡’에 아쉬운 사람들에게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넉넉한 책 한 권은 얼마나 반가운 여유가 될까?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구성은 단순하고 따스하다. 책 표지에 부제 삼아 적은 ‘하루 한점만 보아도, 하루 한 편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처럼 아침저녁으로 아무 쪽이나 펼쳐 멋진 그림 한 점 보고, 맛난 글 한 편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일용하는 양식 혹은 건강보조식품처럼 아침저녁으로 잠시 그림을 읽는 (5분간의) ‘황홀한 여유’를 가져보자. 비록 얇은 지갑이지만 비싼 그림 내 것처럼 펼쳐보며 값진 그림과 글을 누릴 수 있다면 일상은 더욱 두꺼워지리라. 바로 그게 그림을 향유하는 즐거움이라고 필자는 말한다.
공교롭게도 매화 피는 봄날 그림(전기의〈매화초옥도〉)에서 시작해 절기가 순환하여 다시 봄을 기다려 매화를 찾아 나서는 그림(작가 미상,〈파교 건너 매화 찾기〉)으로 끝맺게 구성된 책 속에 컬러로 수록한 그림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회화들로서 한국 근대 미술사를 기술할 때 꼭 언급하는 명화부터 쉽게 보기 어려운 낯선 그림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어 각 그림에 2쪽 씩 짧으나 은근한 해제의 글을 붙였다. 글은 대개 해당 그림의 특징이나 속뜻, 화가의 배경, 관련된 한시, 문장에 쓰인 곰살맞은 우리 고유어의 뜻 등을 간략하고 담박하게 풀이해두었다. 딱히 해당 계절이 드러나지 않는 그림들도 있으나 책을 읽다보면 절기가 지나가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요사이 인기 높은 TV프로그램〈명작 스캔들〉이나 ‘명화의 비밀’ 같은 제목이 붙은 책처럼 미술에 얽힌 세세한 정보나 흥밋거리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작품의 미술사적 배경이나 형식적 분석은 손철주의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물론 그림을 그린 이의 배경이나 작품의 성취, 드러난 것과 드러내지 않은 의미에 대해 기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관심은 그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와 속뜻, 그 정서와 공감에 관한 것이다. 한참을 고민했던 책 제목안 중 마지막까지 경합하던 가제 ‘그림은 그리움이다’와 같이 어떤 정취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여운 깊은 그림을 되새겨보고 그 넘치는 흥을 글로 적은 것이다. 그 흥에 독자들도 덩달아 즐거우라고.
한 편의 예를 들어보자. 아래는 책표지에도 쓰인, 신윤복이 그림 〈처네 쓴 여인〉을 소개하는 198쪽의 「헤어진 여인의 뒷모습」편 전문이다. 이 그림 아는 사람은 다시 반갑고 처음 보는 독자는 고개 주억거리며 읽을 가편이다.

너덜너덜한 벽 해묵은 기와집. 담벼락 샛길로 여인이 걸어간다. 얼굴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에 처네를 썼다. 옥색 치마가 겅둥해 속바지가 나왔다. 분홍신은 어여쁘고 작달막한 키, 펑퍼짐한 엉덩이는 수더분하다. 요즘 여자의 몸매와 달리 나부죽한, 천생 조선 아낙이다.
뒷모습여서일까, 어쩐지 처연한 느낌이다. 낙관에 그린 때가 적혀 있다. ‘을축년 초가을에 혜원이 그리다.’ 을축은 1805년이고, 혜원은 신윤복의 호다. 도장에 새긴 글씨는 ‘입부’다. 신윤복의 자가 입부다. ‘삿갓 쓴 사내’가 ‘처네 쓴 여인’을 그린 셈이다. 그린 이도 그려진 이도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이 또한 공교롭다.
헤어져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은 하냥 시름겹다. 현대 시인 이형기가 읊기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지만, 그 아름다움은 차마 드러내지 못할 쓸쓸함의 반어다. 이별해본 남녀는 안다. 뒷모습에서 속울음이 터져 나온다. 얼굴이야 기어코 돌리지 않는다. 하물며 저 여인의 사연은 가리개에 감춰져 있다.
석별의 길 아니라도 홀로 가는 길이 외롭다. 쓸쓸한 여인은 그러나 한편 사랑옵다. 달래어 위로하고픈 마음이 난다. 처네에 숨긴 그녀 얼굴, 동글반반할까 초강초강할까. 그림이라도 여인의 앞모습이 궁금하다. 청나라 시인 진초남은 못내 호기심을 품은 모양이다.

등 돌린 미인 난간에 기대네,
섭섭해라, 꽃다운 얼굴 안 보여
불러 봐도 돌아서지 않으니
어리석게도 그림 뒤집어서 본다네
-「뒷모습 미인도에 부쳐」

아서라 말자. 얼룩진 눈물자국 보이면 더욱 안타까우리.
(고유어의 뜻풀이는 책 속에서 확인하세요)

입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라! 고운 그림과 우미한 문장의 여운이 세 배가 된다

"옛 시인과 옛 화가의 심정이 무릇 살갑다. 넘치는 욕심은 시와 그림을 망친다. 모자라기에 애타고, 덜어내기에 미덥다. 가냘프면 설렌다. 만개 아닌 반개한 꽃이 향기가 짙고, 떼 지은 꽃가지보다 외돌토리 가지가 마음에 오래간다. 쓰고 그리는 이만 그럴까. 읽고 보는 이도 말은 끝나되 뜻이 이어지는 서화에 흥이 돋는다. 여운은 남김이 아니라 되새김이다."
-본문에서

다른 자리에서 손철주는 “나는 뻔한 그림이 싫다. 뻔한 그림이란, 자연을 과장하거나 삶을 가장한 그림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좋은 그림은 너도 나도 좋아하지만, 너도 나도 좋아한다고 좋은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익숙한 그림이 아닌 낯선 그림, 반듯한 그림이 아닌 뭔가 넘치거나 모자란, 그래서 살가운 여운이 스민 그림에 대한 손철주의 편애는 이 책에 꼽아 실은 그림에서도 드러난다. 〈소나무에 기댄 노인〉의 익살, 〈공산무인도〉의 서툼, 〈달및 매화〉의 촌스러움, 〈낚시질〉의 휑함, 〈소용돌이 구름〉의 별남, 〈탁족〉의 실감, 〈돌아가는 그림〉이 거침, 〈숲속의 달〉의 스산함, 〈계산포무도〉의 떨림, 〈서생과 처녀〉의 수수함, 〈표피도〉의 고행의 붓질 등에 주목하는 손철주의 섬세한 심미안은 옛 그림 감상법의 또 다른 경지로 이끈다.
손철주는 또한 옛 그림에 담긴 옛 삶과 풍경의 보편성과 구체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가 화가들이 사군자·식물과 동물·바다와 달빛 등을 그린 까닭, 적막한 풍경과 은자의 고적한 삶, 옛적 농사 짓고 일하는 사람들의 풍속과 변천, 말로 전하지 못하는 남녀의 애틋한(때로는 노골적인) 연정, 가족이나 벗의 화목함과 다복함을 그린 그림을 읽어줄 때 그것은 ‘좋았던 옛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오래 묵어 오늘도 되새길 삶의 문리가 된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그림 책의 빼어난 재미는 손철주의 문장에 있다. 우리 시대 꼽히는 문체주의자이자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한 그의 문체는 감히 말하건대 이 책에서 절창을 뽐낸다. 나긋하고 느긋한, 때로는 질박하고 때로는 꼿꼿한 그의 글 무늬는 해박한 전거와 한시, 뜻을 얼추 짐작할 수 있어 평소 써먹어도 좋을 우리 고유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짧은 글임에도 흥성하고 넉넉하게 읽힌다. 산문임에도 대단한 운율감, 한자말과 우리말을 적절히 활용한 절묘한 구어체, 과장되지 않고 적절한 영탄과 익살, 정보와 비평의 설득력 있는 어울림, 특히 중년 남성의 글쓰기라는 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의 독자(특히 여성 독자층)와 공감대를 이루는 유연하고 농염한 감각은 득의의 경지를 보여준다. 문기와 물기가 두루 배인 문체가 어디 또 있는가. 가령 이런 문장을 보라.

양귀비꽃 피는 오월이다.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투정할 꽃이 양귀비다. 모란이 ‘후덕한 미색’이라면 양귀비는 ‘치명적인 매력’이다. 그 고혹적인 자태는 그러나 쉽게 보기 어렵다. 함부로 키우다간 경을 친다. 열매에서 나오는 아편 때문이다. 무릇 아름다운 것은 독이 있다.
현재 심사정이 그린 양귀비가 이쁜 짓 한다. 낭창낭창한 허리를 살짝 비틀며 선홍색 낯빛을 여봐란 듯이 들이민다. 아래쪽 봉오리는 숫보기마냥 혀를 스스럽게 빼물었다. 벌과 나비는 만개한 꽃을 점찍어 날아든다. 그들은 용케 알아차린다. 저 꽃송이의 춘정이 활활 달아올랐다. 날벌레와 꽃의 정분이 이토록 농염하다.
청춘남녀의 사랑인들 다르랴. 끌리고 홀리기는 마찬가지다. 김삿갓은 사랑의 인력을 두둔한다. ‘벌 나비가 청산을 넘을 때는 꽃을 피하기 어렵더라.’ 하여도 안타까움이 어찌 없을 손가. 꽃은 열흘 붉기 어렵고 지기 쉽다. 양귀비의 꽃말 또한 ‘덧없는 사랑’이다. 고려 문인 이규보가 한숨짓는다.

꽃 심을 때 필까 걱정하고
꽃 필 때 질까 맘 졸이네
피고 짐이 다 시름겨우니
꽃 심는 즐거움 알 수 없어라
-「꽃 심기」

나비는 꽃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벌은 꽃에서 꿀을 얻는다. 짧지만 황홀한 사랑이다. 사랑의 덧없음은 그저 인간사일 뿐, 독이 든 아름다움이기로서니 꽃을 탓하랴.
-「덧없거나 황홀하거나」편(본문 24쪽)

손철주의 깨끔하여 군더더기 없는 단문은 읽기에도 좋다. 특히 입말로 소리 내어 읽을 때 단아한 문체와 구성진 정서는 리듬을 타고 몸을 흔들게 만들고 흥을 더한다. 그래서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는 옛 책읽기처럼 ‘가락과 장단’의 독서로 이끈다. 집 안에 모셔두기보다는 가지고 다니며 읽기를 권한다. 보도자료 끝 쪽에 세세한 차례를 일부러 덧붙였다. 제목들만 소리 내어 읽어보아도 이 책의 멋을 미리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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