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경영방식, 애플의 창조성, 애플의 마케팅 능력 등 바깥에서 보이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성공법칙을 다루는 책은 많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과 성공 드라마 역시 그렇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 신화는 따로가 아닌 하나라는 것, 그들의 성공 역시 우리 인생처럼 크나큰 위기와 참혹한 실패를 거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내외 IT기업과 CEO들을 명쾌하게 비교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한 IT 전문작가인 저자는 다각도로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또 스티브 잡스에 의해 간과됐던 애플, 애플에 의해 가려졌던 스티브 잡스의 진짜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책을 읽다 보면 애플이라는 ‘남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현실을 돌아보고 있는 자신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창조’ ‘혁신’이란 박제된 단어가 아닌 ‘와해성 기술’이 답이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게 따라다니는 단어는 창조와 혁신이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을 수식하는 이 상투적이고, 애매한 단어들이 진짜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창조와 혁신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과 그에 따른 일하는 방식’에 있다고 분석한다.
애플의 성공 과정을 보면 매번 공통적인 패턴이 나타나는데, 뭔가 새롭게 시작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의 경우 역시 그렇다. 사람들은 기존 시장을 주도하는 존속성 기술(sustaining technology)의 성공 법칙을 절대불변의 법칙처럼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막상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여는 와해성 기술의 제품이 등장해도 과거의 성공 법칙만을 기준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하버드대학교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말한 존속성 기술과 와해성 기술이 무엇인지와 그 사례는 책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애플은 제품을 개발할 때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물어보고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을 개량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 애플은 항상 실패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애플은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창조를 통해 더 큰 성공을 이뤄낸다는 경영방식을 가지고 있다. 창조와 실패는 따로 생각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창조를 외치지만 성공을 위한 도구로서의 창조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애플을 보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창조와 혁신의 실천적인 의미를 제대로 깨닫게 되기를 저자는 간절히 바란다.
애플은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든다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의 경우처럼 애플의 제품이 국내 대표기업의 제품과 비교되는 게 이젠 일상이 되었지만, 애플 제품의 경쟁력은 개별 제품이 아니라 해당 제품으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제품을 무조건 많이 팔아야 이긴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제품과 관련된 시장에 많은 참여자가 생기길 바라고, 그렇게 되게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 남들이 따라 만들 수 없는 고급 기능을 넣어 자기만 배불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제품을 이용해서 다른 개인과 기업까지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개인과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면 애플에게는 더욱 많은 수입이 자동으로 생기는 생태계다.
개인과 기업의 성장은 직선이 아니다
개인이든 회사든 직선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그래서 더욱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사례가 중요하다. 애플은 회생불능이라고 낙인찍힐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었고,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난 후 새로 세운 회사에서도 참혹한 실패를 경험했었다. 거듭되는 추락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왔고,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 엄숙한 기업, 안정적인 기업이 아니라 불안하지만 도전하고 모험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흠 하나 없는 완벽한 성공이 아닌 실패하고 빼앗기는 과정 속에서 성숙하고 성장하는 리더가 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여러 실패들이 어떻게 더 큰 성공의 자양분이 되었는지 따라가다 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원의 가족’을 생각한다
일벌레일 것 같지만 스티브 잡스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찾으라고 말한다. 애플로 돌아온 후 그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현재의 애플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잡스를 지원해주고 가장이 집을 비울 수밖에 없던 많은 시간들을 지탱해준 아내 덕분이라고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고백한다. 또 결혼 이후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하는 경영이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신처럼 소중한 가족이 있으므로 책임 있는 고용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직원에게 해고를 통지하면, 그가 가족에게 가서 자신의 해고 사실을 알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를 평가할 때 사람들은 애플에서 쫓겨나기 전과 돌아와 성공을 이룬 현재로 나누지만, 저자는 결혼 전과 결혼 후로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이런 얘기들을 알지 못한다면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내면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가 미혼모한테서 태어나 양부모에게 키워졌다는 것에서부터 한때 선불교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했고, 애플이란 회사명이 비틀즈가 세운 회사와 이름이 똑같아서 고민했던 것, 애플의 첫 제품인 애플 I 컴퓨터는 고작 175대밖에 팔리지 않았고, 앙숙인 마이크로소프트도 처음에는 최고의 파트너 관계였으며, 전화번호부를 직원들에게 던져 놓고는 컴퓨터 본체 크기는 전화번호부보다 크면 안 된다고 해서 직원들을 놀라게 했던 일화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은 강연을 들으러 왔던 학생이었다는 것, 스티브 잡스는 혼전에 지금의 부인이 아닌 사람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있었는데 딸을 인정하지 않아 파렴치한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일, 그와 반대로 결혼 후에는 집에서 쓸 세탁기를 사기 위해 가족들과 한달이 넘게 토론했던 일화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을 그린 애플의 첫 로고에서부터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던 초기 다른 회사들이 기능 설명으로 광고 지면을 채울 때 감성적인 사진으로만 구성하여 효과를 거두었던 광고 등 그동안 개발했던 각종 제품 사진들과 관련 자료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애플 & 스티브 잡스가 아닌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만나야 한다
애플 혹은 스티브 잡스, 둘 중 어느 한쪽만을 살펴보거나 키워드를 나열해 놓듯 핵심만 간추려 놓은 책에서는 속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없다. 십여 년간 수많은 IT 기업과 CEO들을 지켜보아온 전문 저자가 애플의 로드맵과 스티브 잡스의 말과 행동을 충실하게 살펴보고 분석해서 들려주는 때론 거칠고, 때론 우아한 스토리를 만나 보자.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지나온 길, 그들의 창조성과 디자인, 마케팅과 기획력, 시장을 만드는 방법과 잡스의 리더십까지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모든 것이 드라마처럼 재미있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