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책 읽기'- 돌베개의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최근 들어 청소년 출판에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들이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진정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청소년 도서가 보여줄 수 있는 빛깔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여전히 길이 불분명한 미로 속을 모두가 헤매고 있는 듯하다. 이는 물론 입시 위주의 청소년 교육이 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는 현실과 서로 맞물려 있다.
이번에 돌베개출판사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책 읽기'의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 한국의 근현대를 대표하는 문필가들을 중심으로 '작가별 수필 선집'을 기획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각종 영상 매체의 홍수 속에서 획일화된 지식과 정보를 남들보다 빠르게,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모두들 그런 지식과 정보만을 강조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생각하는 책 읽기',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책 읽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과도한 욕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모양의 그릇이냐에 따라 그 안에 담겨지는 물의 모양이 달라지듯이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정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에 따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지는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청소년기는 바로 풍부한 감성과 깊이 있는 인성의 그릇을 만들어나가는 시기이다.
돌베개출판사는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 풍부한 감성과 인성을 키워줄 수 있는 책들로 청소년 도서의 새로운 빛깔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청소년들에게 '생각하는 책 읽기',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책 읽기', '섬세하고 깊이 있는 책 읽기'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 첫 시도가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이다.
<수필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
수필은 개성 있는 작가의 심경이나 체험, 이상, 철학, 교양, 취미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해 깊이 있는 사색과 진지한 삶의 관조를 드러내는 생활 속의 문학이다. 피천득은 「수필」에서 "수필은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아니하고 속박을 벗어나고서도 산만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 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시와 소설이 '허구적 창작'인 반면, 수필은 실제 있었던 일들을 토대로 삶의 진솔한 모습들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으며,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사색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적립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장르이다.
또한 수필에는 자유롭고 다양한 글쓰기가 시도될 수 있다. 그래서 그 종류만 해도 서정성 짙은 감성적 수필부터 자연과 인간 사랑을 주제로 잔잔한 감동을 수반하는 명상 수필, 마음을 훈훈하게 적시는 정겨움이 담긴 인생 체험 수필, 지성적인 수필, 사회 종교 철학 역사 시사 기행 등 주제가 있는 수필 등등 다양하다.
이렇듯 다양한 수필 작품들을 한권 한권에 담아놓은 돌베개의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는 수필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 수필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작가별 선집>
지금까지 청소년을 위한 수필 모음집은 대개 입시용 읽기 자료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 수필이나 외국의 주요 수필, 또는 현대 유명 작가들의 수필 중에서 1~2편을 모아 맛보기로 읽고 넘어가는 식이었다. 하지만 한 인물의 사상과 문장을 제대로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사람이 쓴 각기 다른 스타일의 수필들을 여러 편 동시에 읽어봐야 한다.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는 바로 이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또한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 사상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맞서나갔는지, 그들의 진솔한 모습이 담긴 수필들을 통해 삶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제시해 줄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좋은 수필을 써온 근현대의 문필가들을 선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뛰어난 인물이 선정되었다고 해도 그들의 작품 중에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작품들을 분량에 맞춰 고르는 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어떤 수필들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와 함께 과연 청소년들이 어떤 수필들을 읽어야 하는가 등의 과제를 두고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기획위원과 편집부에서는 1년여의 기간 동안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돌려 읽고 수십 차례의 토론을 거쳐 5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차로 선정된 인물들이 바로 신영복, 문익환, 조지훈, 이태준, 정지용이다.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스승 신영복 교수의 깊고 진솔한 사색의 기록부터 우리 사회의 낮은 곳,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함께 통일 세상을 열어 가고자 했던 문익환,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한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조지훈, 구인회를 결성하고 『문장』 편집자로서 한국문학의 흐름을 주도했던 이태준,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우리 시를 한국 현대시의 대열에 올려놓은 모더니스트 정지용까지 그들의 삶의 체험이 무르녹아 있고, 우리 글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주옥같은 수필 작품들을 한권 한권에 모았다.
특히 근대 인물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수필 속에 담긴 옛 표현과 표기법들을 최대한 살려주고자 했다. 이는 비록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옛 표현들로 인해 책 읽기의 어려움을 다소 겪게 되더라도, 작가가 썼던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들을 그대로 살려내야만 당대의 시대적 분위기와 작가의 사상, 표현력 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책 뒤에 상세한 '용어 사전'을 덧붙였다.
<우리말과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용어 사전'과 '인물 약전'>
*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시리즈에는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수려한 문장과 다채로운 언어를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용어 사전'을 달았다. 특히 역사 용어, 인물, 지금은 잊혀진 근대어와 방언에 대한 해설을 상세히 달았으며, 사전적인 의미 외에 본문 속에서 저자가 어떠한 의도로 그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문장 표현상의 해석이 덧붙여져 있다.
*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뿐만 아니라 그가 살다간 시대를 함께 조망해보는 '인물 약전'을 실었다. 쉽고 재미있게 엮어져 있는 인물 약전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 시대상과 이를 토대로 탄생한 문학작품 및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풍부해질 것이다.
지식인의 지절(志節)을 강조했던 조지훈은 문사철(文史哲)을 겸비한 선비이자 시인, 역사학자로서, 주로 고전적 풍물을 소재로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했다. 높은 민족 의식과 기개, 고전과 전통에 대한 해박함, 삶의 지혜와 해학이 번득이는 27편의 수필들을 통해 조지훈의 사상과 역사관, 문학세계 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그가 지식인의 현실 참여 일환으로 남겼던 사회와 정치, 교육에 대한 다양한 비평들(「교육과 정치」, 「인물대망론」 등)도 수록했다. 「돌의 미학」, 「지조론」등 대표적인 수필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번득이는 유머와 재치를 엿볼 수 있는 글들(「포호삼법」, 「근대 명언초」 등)도 수록했다. 다채로운 글들을 통해 조지훈의 향취와 기백을 느낄 수 있으며, 술에 관한 재미난 일화를 통해 작가의 유쾌한 삶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 주택, 의상, 음식 등 우리 고유의 맛과 멋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과 그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유행어와 사자성어에 대한 독특한 의견 등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