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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분노

로런 그로프 저/정연희 | 문학동네 | 2017년 04월 05일 | 원서 : Fates and Furies 리뷰 총점8.4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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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7년 04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608쪽 | 758g | 140*210*35mm
ISBN13 9788954644860
ISBN10 8954644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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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세상엔 진실 아닌 말과 진실 아닌 침묵이 있다] 버락 오바마가 인생 소설로 꼽은 화제작. ‘운명’이란 시간의 흐름과 ‘분노’란 감정의 흐름이 교차하면서 남자와 여자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서로를 뜨겁게 사랑했지만 침묵의 균열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진다. 모든 이야기엔 두 가지 관점이 있는 법. 그게 인생이다. - 문학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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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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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폭발적인 서사,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 지적이고 독창적인 서술로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 “산문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1978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애머스트 칼리지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The Monsters of Templeton』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 폭발적인 서사,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 지적이고 독창적인 서술로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 “산문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1978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애머스트 칼리지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The Monsters of Templeton』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오렌지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9년 소설집 『섬세한 식용 새들Delicate Edible Birds』을 출간했다. 2012년에 발표한 두번째 장편소설 『아르카디아』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미국 문학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 작품은 미국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살롱닷컴의 설문에서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세번째 장편소설 『운명과 분노』를 발표했다. 아마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타임] [시애틀 타임스] [커커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최고의 책으로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 출간된 『플로리다』는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그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다음해 스토리 프라이즈를 수상했으며, NPR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운명과 분노』 『플로리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커먼웰스』 『헬프』 『비둘기 재앙』 『사랑의 묘약』 등...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운명과 분노』 『플로리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에이미와 이저벨』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커먼웰스』 『헬프』 『비둘기 재앙』 『사랑의 묘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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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분노와 용서의 신화가 만들어낸 운명을 말하다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 2017-12-20
1978년생 로런 그로프는 책과 글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자 “두려움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미국의 리버럴 알츠대학 중 최상위권인 애머스트 칼리지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한 여학생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책을 읽는 일이 아름답고 경이로왔다고 한다. 그런 사람의 꿈이 작가인 건 당연한 결말. 2008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과 두번째 장편소설 『아르카디아』은 뉴욕 타임스 등 각종 언론의 ‘올해의 책’으로 연달아 주목받았다. 『운명과 분노』는 그로프가 발표한 세번째 장편소설이다. 타임,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최고의 책으로 언급하기까지 하면서 그녀는 37살에 가장 유명한 미국 작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소설엔 2017년 최고의 해외문학에 손 꼽힐 만한 매력이 있다. 소설을 가득 채우는 셰익스피어의 변용과 그리스 연극의 오마주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하나. 두번째는 로런 그로프가 만들어 낸 두 가지의 신화와 인물상이다. 로토와 마틸드. 이들은 영혼부터 상반된 색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들이 만나 가졌던 청혼의 순간마저도 다르게 기억할 정도다. 로토가 기억하는 청혼의 대답은 “기꺼이”. 하지만 마틸드가 대답한 건 “싫어” 였다. 한 명에게는 ‘운명’이라 말할 수 밖에 없는 관계가 다른 이에게는 ‘분노’에 더 가깝다라는 모순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로런 그로프는 이 둘을 설명하기 위해 2부로 소설을 나눈다. 1부 운명은 로토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써내려간 연대기 형식을 취한다. 부자집 아들로 태어나 온화하고 빛나는 외모를 가진 로토는 자신의 첫 선택인 결혼으로 어머니에게 외면당한 채 가난하게 자신의 꿈인 배우를 향해 걷는다. 그러다 어느날 마틸드의 조언으로 극작가로 데뷔에 성공하고 명예를 쌓게 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운명이었던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고뇌하다 죽게 된다. 너무나 전형적인 오디세우스형 인물이다. 그에 비해 2부 분노의 중심은 마틸드에게 가 있다. 로토와 달리 마틸드의 시간은 로토가 죽은 이후에 펼쳐진다. 그 사이 그녀의 과거가 왔다갔다 하면서 퀼트를 짜듯 움직인다. 마틸드는 분노했다가 좌절하기도 한다. 분노로 가득 차 세상을 걷는 마틸드는 로토가 죽은 뒤에야, 자신의 삶으로 서술된다. 위대한 극작가로 삶을 마친 로토의 반쪽이자 모든 게 옳았던 현명한 ‘아내 마틸드’가 아니라 늘 주먹 쥔 손으로 세상을 향해 울부짖었던 실제 ‘마틸드’로서.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횃불로 그녀는 비춰주었고, 그녀의 중심에 선한 본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눈부신 빛처럼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 선물과 더불어 쓰라린 후회의 씨앗이, 실제 마틸드와 그가 그녀라고 믿었던 마틸드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이 뒤따랐다. 결국,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593p)

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해서 어린 나이부터 버림 받았던 소녀 마틸다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몸을 팔고, 매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 그녀의 손은 늘 주먹 쥐어 있었다. 작가 특유의 유려하고 세심한 문장들로 그 주먹쥔 손가락을 하나씩 푸는 식으로 사건은 전개된다.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지 어린 날의 오렐리와 복수를 하는 현재 마틸다를 마주하며 우리는 그녀의 생을 이해한다. 그리고 색깔 없이 살아온 그녀의 세계에 처음 색을 물들인 사람이 로토였다는 것을 그녀의 삶 속에서 발견해나간다. 그럴수록 그녀의 적막감과 고독이 선명해져 간다.

2부까지 다 읽고나면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마틸다임을 알 수 있다. 로토는 자신이 마틸드를 발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마틸드는 이미 그를 알고 있었다. 로토는 자신의 극이 잘되는 걸 당연히 여겼겠지만, 그 뒤에는 교정을 보고 세심하게 코치해주는 마틸드가 있었다. 로토의 연대기는 어쩌면 마틸드의 조정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극이었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완벽한 연극 말이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인생은 남편과 다르게 그녀가 올렸던 ‘볼룸니아’라는 제목의 희곡(셰익스피어의 ‘코리올레이너스’를 뒤집은 내용으로 추측되는)처럼 아무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고 조명이 비춰지지 못한 채 끝을 내린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말한다. 당연한 결과였다고. 그녀의 인생은 늘 그랬었다고. 그녀의 끝을 보며 우리는 마틸다가 아닌 자기 자신의 손을 보게 될 것이다. 마틸다의 인생과 우리의 그것이 뭐가 다를 바가 있을까. 『운명과 분노』는 그런 운명과 분노의 사이를 건너는 축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문장들로 펼쳐 보인 끝에야 우리에게 묻는다. 아무도 오지 않을 연극을 속절없이 올리고,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을 책을 써내려갈 우리의 손을 바라볼 자가 누구인가? 그 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책 속으로

--- p.590

출판사 리뷰

수줍고 말없던 소녀 로런 그로프, 글에서 길을 찾다

미국 뉴욕 주에서 태어난 로런 그로프는 어린 시절 가족들 외의 다른 사람과는 거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내향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독서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열성을 보였다. 책은 어린 그로프에게 꿈을 주었고,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주었다. 언제나 수줍던 그녀였지만 초등학생 때 학교에 J. R. R. 톨킨의 『호빗』을 애지중지 가지고 다닌다고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게도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 아름답고 훌륭한 책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그런 그녀의 꿈은 당연하게도 단 하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을 발표하며 그녀의 꿈은 현실이 된다. 작가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한 그녀는 소설집『섬세한 식용 새들』, 장편소설 『아르카디아』를 연이어 발표하며 미국 문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더욱 확고하게 새겼다. 그리고 『운명과 분노』로 완연한 전성기를 맞은 로런 그로프는 이제 다음 작품을 믿고 기다리게 하는, 신뢰받는 이름이 되었다.

“세상에는 진실이 아닌 말과, 진실이 아닌 침묵이 있다.”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침묵의 균열이 몰고 온 파국


소설의 막이 오르면, 찬기가 감도는 해변에서 한 쌍의 연인이 사랑을 나눈다.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 그들 중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 쪽은 남자다. ‘로토’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행운의 남자, 랜슬럿. 플로리다에서 생수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아버지와 한때 수중 극장에서 ‘인어’로 활약했던 아름다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비상한 기억력을 자랑하는 똑똑하고 잘난 아들로 부모님과 고모 샐리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열네 살 때 아버지가 돌연 세상을 떠나면서 로토의 삶도 시련을 맞이한다. 어디에나 삶을 집어삼킬 수 있는 어둠이 존재함을 알리며, 세상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큰 저택을 팔고 바닷가 작은 집으로 이사한 로토의 가족. 그곳에서 로토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마약과 성(性)에 눈뜨지만 그의 탈선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머니가 그를 북쪽의 사립 기숙학교로 보낸 것. 그곳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던 로토는 연극배우라는 삶의 목표를 찾고 서서히 열정과 자존감을 회복한다. 바사 대학교에 입학한 로토는 큰 키와 매력을 뽐내며 수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하는 학교의 유명인사가 된다.

그런 그에게 운명의 사랑이 나타난다. 대학에서 하는 마지막 연극에서 햄릿 역할을 멋지게 해낸 날, 뒤풀이 파티에서 로토는 키 크고 매력적인, ‘얼음여왕’이라 불리는 마틸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인파를 헤치고 그녀 앞으로 간 로토는 묻는다. “나랑 결혼해줄래?” 두 사람은 만난 지 두 주 만에 결혼식을 올린다. 그들의 나이는 고작 스물두 살.

가족도 없는 어린 며느리가 탐탁지 않았던 로토의 어머니는 결혼을 반대하며 경제적 지원을 끊고, 로토와 마틸드는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벌이고 뜨겁게 사랑을 나누며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둘의 결혼을 은근히 질투하며 두 사람이 곧 헤어질 거라고 장담하던 친구들도 어느덧 두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배우를 꿈꾸는 로토의 커리어는 별 진전이 없고, 마틸드 혼자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며 남편을 지원한다. 그러나 행운의 남자 로토의 불행은 오래가지 않는다. 서른 살이 되던 해, 좌절감에 빠져 있던 그는 자신이 새벽에 별생각 없이 써내려간 희곡을 칭찬하며 드디어 그의 진정한 재능을 찾았다고 기뻐하는 아내의 격려에 힘입어 배우에서 극작가로 진로를 변경한다. 그리고 아내의 말처럼 그가 쓴 연극은 연이어 성공하고 그는 유명 극작가로 이름을 날린다. 좌절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로토는 믿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마틸드. 그녀 역시 운명은 로토의 편이라는 징표였다. “이 세상 온갖 좋은 것을 다 합져놓은 여자”, 로토는 자신의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람, 성인(聖人)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좋던 어느 날, 로토는 예전에 마틸드가 일했던 아트 갤러리 행사에 초대를 받아 갔다가 아내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결혼생활을 지탱했던 믿음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걸 느낀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깨닫는다. 지금까지 마틸드가 침묵하고 있었음을. 그가 모르는 또다른 그녀가 내내 그의 옆에 있었음을.

모든 이야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모든 관계에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거짓에 싸여 있는 사랑이, 진실일 수 있을까?


소설이 커다란 전환을 맞는 후반부가 시작되면 독자들은 남편 로토가 생각했던 선한 마틸드가 아니라 분노에 찬 마틸드를 만나게 된다. 분노의 근원은 한참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녀가 ‘오렐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로. 생선 장수인 어머니와 석공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네 살 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파리에서 매춘부로 일하는 외할머니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열한 살이 되던 해,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번에는 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는 외삼촌의 집으로 보내진다. 낮선 땅에 홀로 선 그녀는 이름을 스스로 마틸드로 바꾼다. 그러나 오렐리라는 작고 상처받은 아이는 사라지지 않고 마틸드의 내면에, 그리고 훗날 로토와 마틸드의 관계에 지워지지 않는 균열을 남긴다.

“비극, 희극. 그것은 오로지 관점의 문제다.” _본문 304쪽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문제. 태양의 위치에서 보면 결국 인류란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는 그저 회전하며 깜박거리는 빛일 뿐이다. (…) 구체적인 것은 한곳에 초점을 맞출 때에야 보인다.” _본문 69쪽

이 소설은 첫눈에 사랑에 빠져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남편의 관점(‘운명’)과 아내의 관점(‘분노’)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하나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 보는 방향을 달리했을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이런 것이었으리라. 모든 이야기, 모든 관계에는 서로 다른 측면,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나 『운명과 분노』는 단순히 상대주의적인 입장에서 한 사건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관점 차이를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만들어낸 사회적이고 존재론적인 조건들을 탐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로토와 마틸드, 두 사람의 운명이 어긋난 것은 그들이 더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대방에게 충실했다. 이들의 관계가 파국을 맞은 이유는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함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백들이 두 사람의 삶의 조건 자체에 내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인기 있고 능력 있는 백인 남성과, 부모 없이 불우한 삶을 살아온 여성. 태어나는 순간부터 벌어진, 그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은 단순한 시점의 차이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삶의 경험적 차원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로토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특권을 인식하지 못한다. 따뜻한 햇살 속을 걸어온 그는 마틸드의 그늘을, 그녀가 걸어온 어두운 길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같은 세상을 다르게 본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세상을 살아온 것이다.

사랑과 결혼이라는 신화……
낡은 신화를 무너뜨리고 우리 시대의 신화를 써내려가다


“이것은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심연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 하나의 위대한 피조물이었다. 내러티브라기보다는 돌연 귓가에 밀어닥친 파도였다.” _본문 180쪽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운명과 분노』는 신화적인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소설 곳곳에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Fates and Furies’로 ‘Fates’는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세 여신’, ‘Furies’는 ‘분노의 세 여신’을 가리킨다. 이중 운명의 실을 잣고 거두는 세 여신, ‘모에라이’ 자매는 로토의 이야기를 주관한다. 무서운 외모에 가혹한 복수와 정의를 관장하는 분노의 세 여신, ‘에리니에스’ 자매는 마틸드의 이야기를 주관한다. 이따금 대괄호 속에 삽입되어 등장하는 짧은 논평들은 소설이 가진 운명론적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등대로』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물과 사건에 대해 전지적 시점에서 첨언하는 이 목소리는 그리스 연극의 ‘코러스’를 연상시킨다. 소설의 시작과 끝을 모두 알고 있는 해설자이자 예언자인 셈이다. 이러한 장치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어떤 더 크고 강력한 존재가 소설 속 캐릭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소설 속에 있으면서도 소설 밖을 향하는 그 문장들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미스터리의 조각들은 플롯에 긴장과 흥미를 더한다. 그리고 마침내 ‘분노’ 부분에 이르러 마틸드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비밀들이 풀려나오는 순간, ‘운명’ 부분에 흩어져 있던 수수께끼 같은 말의 조각들은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고,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이야기의 파도에 휩쓸리는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옛날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여자는 자신의 회로를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스위치를 올려 최대한의 빛을 밝히기 위해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한다고. (…) 반박이 뒤따를 것이다. (…) 그녀는 자기 삶의 핵심에는 사랑이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물론 그 안에는 기막히게 멋진 사랑이 있었다. 열정과 마법. 로토, 그녀의 남편. 오, 그렇지. 그가 있었다. 그럼에도?그렇다!?그녀의 삶의 합은 그 사랑의 합보다 훨씬 더 컸음을 그녀는 깨닫는다.” _본문 p.363

만약『운명과 분노』를 하나의 신화로 읽는다면, 이 신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고전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아마도 로토일 것이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해 끝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남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은 운명적인 사랑까지, 그는 전통적인 신화의 영웅들을 닮았다. 그러나 마틸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환되면서 앞서 쌓아올린 안정적인 신화는 무너지고, 진실이라는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신화, 관습을 따르지 않는 전복적인 신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틸드라는 여성이 있다.

이 소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마틸드의 이야기일 것이다. 로토가 본 마틸드가 아니라, 그가 알지 못했던 진짜 마틸드의 이야기. 로토의 이야기 속에서 마틸드는 남편과 함께일 때만 빛나는 것처럼,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이 그녀의 소명이자 기쁨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분노’ 부분에서 그녀가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독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로토와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지 않는 독자적 실체로서의 그녀를 만나게 된다. 천사도 성인도 아닌, 마음속 깊이 분노를 품고 그 분노를 동력으로 삶을 위태롭게 버텨내는 여자.

이 소설이 신화라면 그것은 앞면에 쓰인 사랑과 성공의 신화가 아니라, 한 여자가 뒷면에 써내려간 불안과 분노의 신화다. 이것이 아마도 로런 그로프가 쓰고 싶었다는 ‘전복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전복적인 이야기’의 의미일 것이다. 『운명과 분노』는 독자를 향해 이렇게 말하는 소설이다. 자, 여기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아니, 당신이 보는 것이 정말로 그저 사랑 이야기인가? 좀더 가까이 와서 보라. 좀더 귀를 기울여보라. 이것은 마지막까지 들어야 알 수 있는 이야기. 이제 운명의 여신들이 노래를 시작한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로런 그로프의『운명과 분노』를 읽는 동안 그 누구에게도 이런 작가가 있다, 이런 소설이 있다, 말하지 못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소설이니 줄거리 요약에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거니와 그 주제적인 측면을 통과하는 단어들의 난감함이 예컨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정의하라 할 때처럼 막막한 것이기도 하여 차라리 묵묵부답이 수월하기도 했던 까닭이다. 그러니까 사랑,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 그러니까 결혼, 그러니까 비밀과 거짓말, 그러니까 사람, 그러니까 복수와 악수…… 그 밖에도 이 소설의 문제적 키워드는 바다 위 물거품처럼 무궁무진한데 어쩌면 그 물방울의 부풀었다 사라짐이, 그 투명함의 있다 없음이 문학이라는, 나아가 예술이라는 장르의 원형을 상징하는 바가 아닌가 하였다. 쓰고 보니 뭔가 거창한 듯해도 사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주먹 쥔 손 아니면 편 손 안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법, 뒷배에 그 무엇을 삼키고 있든 소설의 으뜸가는 멋이야 재미나게 읽히는 맛이라 그 지점에서 보건대 이 소설은 가히 최고라 할 만하다. 크게 두 부로 나뉜 단순한 구조 속에 남자의 시점인 ‘운명’은 시간의 흐름으로 여자의 시점인 ‘분노’는 감정의 흐름으로 빠르게 잘 읽히는데 이는 섬세하고 정확한 묘사로 이뤄진 짧고 굵은 단문의 힘 덕분이 아닌가 한다. 문장의 꼬리가 치고 나간 대목마다 부서진 사유들이 무너진 벽돌처럼 쌓여 있음을 속속 확인하게 되는 바, 그 막막한 처음에서 그러나 그 평등한 평평함에서 『운명과 분노』가 끝끝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다름 아닌 ‘차이’ 같다. 그리하여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에 오늘도 우리는 실패하고 있지는 않나, 되묻는 소설만 같다. _김민정(시인)

누가 사랑의 역사를 기록할 사관이 되는가? 목소리를 가진 쪽이, 더 오랫동안 살아 있는 쪽이, 더 강력한 이야기의 주인이 마침표를 찍는다. 사랑을, 제도에 포획된 사랑을 당신은 운명이라 부를까, 분노라 부를까. 당신에게 운명이었던 그것은 당신의 파트너에게도 그러했는가. 갑자기 이해할 수 없게 변해버린 인물이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순간 우리가 보는 것은, 신화라고 불리던 고대의 이야기에서부터 변치 않고 이어진 여성의 사랑의 역사다. 그녀들을 사랑하는 존재들이 운명적인 파괴를 몰고 오는 세계의 주인공들. 그렇게 분노는 운명이 된다. _이다혜(북칼럼니스트, 씨네21 기자)

그녀의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시작점에도 불구하고, 로런 그로프는 점점 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운명과 분노』는 지금까지의 것을 모두 뛰어넘는 성취다. _워싱턴 포스트

로런 그로프는 산문의 거장이다. 『운명과 분노』는 완전히 전성기에 있는 그녀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보여준다. _시카고 트리뷴

눈부시게 뛰어난 소설. 첫 페이지부터 인물과 문체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은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광범위한 관심을 드러내는 이 소설은 평행하게 진행되는 두 가지 신화로서의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열정과 배신, 회개와 징벌, 가슴 저리고 충격적인 비밀들은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을 찾고 싶게 만든다. 로런 그로프는 강력하고 우아한,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중 하나다. _제스 월터(소설가)

로런 그로프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닌 작가이며, 『운명과 분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담하고 야심찬 소설이다. 희극과 비극, 적절히 배치된 지적인 요소들과 뚜렷하게 빛을 발하는 재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거짓말에 싸여 있는 사랑이 진실할 수 있는지 묻는 장난스럽고 매혹적인 독서. _피플

우리는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들의 가능성에 매혹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반대편에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화려한 커플이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_마리클레르

암시, 이미지, 인물들에 대한 퍼즐 조각, 그리고 플롯의 긴장감을 조율하는 그로프의 솜씨는 전율을 자아낸다. 시처럼 콸콸 솟아나는, 그녀의 단어, 구절, 문장들도 마찬가지다. _보스턴 글로브

섹스, 분노, 그리고 복수로 가득한, 플로리다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은 지금까지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_월 스트리트 저널

『운명과 분노』는 비밀들을 꽉 쥐고 있는 주먹으로 시작한다. 일단 이 주먹이 펴지면, 비밀들이 마술사의 비둘기처럼 풀려나온다. _일렉트릭 리터러처

일상의 가장 익숙한 순간조차도 위엄 있게 만든다. (…) 그로프의 글은 빼어나며 계시적이다. _USA 투데이

언어와 플롯과 그리스신화가 한데 휘몰아치는 가운데, 그로프는 진정한 사랑의 종말을 강렬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 때로는 촉촉하고, 때로는 도전적이고, 때로는 외설스럽고, 때로는 음울한 그로프의 다양한 문장은 페이지마다 단어를 폭풍처럼 쏟아낸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힘은 말해지지 않은 것에 있다. 매혹적인 마법의 묘약 같은 책. _퍼블리셔스 위클리

황홀할 정도로 좋다. 그로프의 언어는 정밀하고 시적이고 풍부하며, 세속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칭송할 만하다. 그로프는 독창적인 작가다. 그녀의 소설은 대담하며 관행을 따르지 않는다. 글은 아름답고, 힘있게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스스로 대단한 작품으로 이름 올릴 것을 요구하며 현대의 결혼에 대한 이 이야기를 속세로부터 들어올린다. _뉴요커

수십 년간의 우화 같은 결혼생활을 통과하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흥미진진하며 가슴 저리는 질주…… 이 모든 관계의 미스터리와 결함, 환희를 이해하기 위해 작가는 독자에게 깊이 참여하고 관여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을 읽어라. 즐겨라. 그리고 질주가 끝났을 때는 슬퍼하라.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이 이야기는, 결코 가라앉지 않길 바라는 폭풍과 같다. 놀랍고, 격렬하고, 다음 돌풍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평온함을 주머니처럼 달고 있다. 그로프는 인물들을 깨끗이 씻어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기에, 어느 인물에 더 호감을 갖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끝에 가서 모든 인물이 결함을 갖게 된다면, 모든 인물들은 일종의 고귀함 역시 마찬가지로 갖게 된다. _O, 오프라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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