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통에서 상대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 yes!
-영 맘에 안 드는 상사 앞에 가서 상사가 좋아하지 않는 나의 얘기를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조리 있게 해야 할 상황을 앞두고 있다면.....
-만나면 얼굴을 마주보기도 부담스러운 상대에게 차마 입조차 떼기 어려운 부탁, 또는 협상을 해야 한다면....
-외부 인사와 중요한 간부가 다 모인 자리에서 스피치를 해야 한다면....
마치 공기처럼 있는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다. 회사에서도 보고하기, 보고받기, 프레젠테이션, 회의 등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우리의 평판, 경력, 인생을 좌우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는 상대의 입에서 YES를 듣기보다는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상대는 내 말을 이해 못하거나, 오해하거나, 거절하기 일쑤다.
‘상대로부터 원하는 YES를 쉽게 들을 수 있는 소통의 비결은 없을까?’
‘만일 모든 소통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원리가 있다면 그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각 세부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어눌한 엔지니어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중간관리자를 거쳐 인사와 전략 담당 임원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학습과 경험을 거치며 저자가 도달한 소통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었다. 이 책은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살피고 현업에서 적용하며 소통을 연구해온 저자가 내 놓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소통의 각론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근본 원리를 이해할 것을 권한다. 특히 점잖은 인간 속에 들어앉은 도마뱀의 뇌에 주목한다. 도마뱀의 뇌란 거친 자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해 오던 시대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뇌로서 포유류가 진화 과정에서 도마뱀으로부터 갈라져 나오기 이전부터 공유한 기능이라서 붙인 이름이다. 생존이 최우선의 목적이었던 100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존이라는 인간의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기에 최적화된 이 도마뱀의 뇌가 합리와 이성의 밑바탕에서 크게 우리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며, 이 도마뱀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아는 순간 우리의 소통 역량은 질적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다.
탁월한 커뮤니케이터, 제갈공명의 사례로 보는 소통의 WHISPer 원리
저자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도마뱀의 뇌에 소통하는 방법을 WHISPer(속삭이다라는 뜻, 즉 도마뱀의 뇌에 속삭이는 원리)로 정리했다. 이 원리를 삼고초려의 고사에 대입해 보자.
유비가 제갈량을 처음 만나는 장면은 꿈은 크되 세력은 초라한 유비가 최고의 참모장을 구하는 세기의 채용 면접이었다. 삼국지의 백미 중 하나인 삼고초려의 현장에서 제갈량은 동서고금의 위대한 커뮤니케이터들만이 알고 있던 비기秘技인 WHISPer 원리로 유비를 사로잡았다.
-Wake up, 도마뱀의 뇌를 깨워라
두 번이나 허탕을 치게 만들어 상대의 애를 태운다. 상대의 관심을 일깨우는 데 성공했다.
-Hot, 튈 듯이 생생하라
조조나 손권에 비교해 최약체인 유비 진영이 추구해야 할 미래상을 세 발 솥의 이미지를 빌려 '정족지세'라는 생생한 그림으로 제시했다.
-Interest 이익을 보여주어라
무력만 있지 지략을 갖춘 군사軍師가 없는 유비 진영의 문제를 설파하고 자신을 대안으로 부각시킨다. 유비가 안달하지 않을 수 없다.
-Story 이야기로 전하라
유비의 창업 동지인 관우, 장비를 견제할 수 있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우두머리인 유비가 세 번 찾아가 무릎 꿇어 모신 제갈량을 뉘라서 무시할 수 있겠는가.
-Persona 정체성을 만족시켜라
유비에게 한실 종친이자 어질고 현명한 선비들이 갈구하는 명군明君의 자질을 갖췄다며 정통성을 부여하여 자아까지 만족시켰다.
소통의 5가지 원리와 4가지 전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라
협상 공부만 열심히 했다고 해서 바로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 실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협상의 기술과는 다른 능력이 필요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와 간간이 섞이는 주장, 설득 등 소통의 모든 요소를 넘나들며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통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기술보다는 원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모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이익에 민감한가 아닌가, 소통의 주된 흐름이 일방향인가 양방향인가를 기준으로 주장, 대화, 설득, 협상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만약 이익에 민감하면서 양방향성이 강하다면 협상이고, 이익에 민감하지만 일방성이 강조되면 이는 설득이다. 양방향성은 달리 보면 대칭성이다. 마찬가지로 정보 중심의 소통은 그 대칭성의 여부에 따라 ‘주장’과 ‘대화’로 나뉜다. 그리고 좌상귀로 갈수록 W(wake-up)과 H(Hot)의 원리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우하귀로 갈수록 S(Story)와 P(Persona)의 원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I(Interest)는 모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재료이므로 공통적인 토대가 된다.
복잡한 소통에 맞닥뜨리면 스스로에게 두 가지만 묻자. 지금 내가 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는가 그리고 내가 일방적으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가 양방향의 소통을 시도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에 대답을 하면 지금 내 이야기가 어느 분면의 소통인지 분명해진다.
책은 이런 기본 틀을 가지고 소통의 원리와 그에 상응하는 뇌의 구조, 그에 맞는 소통 원칙과 실제 사례를 종횡으로 넘나들며 설명한다. 무엇보다 소통 원리가 어떻게 우리 뇌에 수용되고 반응을 이끌어 내 지에 대해 주장, 대화, 설득, 협상 등 상황에 맞게 과학적 발견과 예화를 들어 원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첫 번째로 꼽을 만한 이 책만의 미덕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협상, 회의, 까다로운 상사와의 소통 등 비즈니스에서 많이 직면하는 소통 상황별 준비와 대처 방법을 근거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하고 비즈니스는 물론 동서고금의 예화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이 책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아래는 질문의 효과와 방법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소개된 예화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배재학당에 입학하기 위해 미국인 선교사와 구술 면접을 한다.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평양입니다."
"그래? 평양은 여기서 얼마나 되나?"
"8백리 정도 됩니다."
"그러면, 평양에서 배우지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는가?"
"하나 여쭙겠습니다. 미국은 여기서 얼마나 멉니까?"
"응? 글쎄... 8만 리쯤 될까." "선생님은 가르쳐 주시러 8 만리를 오셨습니다. 학생이 배우러 8백리를 못 오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