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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방 예찬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부 침대에 관하여

장클로드 카우프만 저 / 이정은 | 행성B잎새 | 2017년 01월 20일 | 원제 : Un lit pour deux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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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17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406g | 140*210*20mm
ISBN13 9791187525127
ISBN10 11875251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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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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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저자 : 장클로드 카우프만
1948년생. 현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소장이자 소르본 대학교 교수다.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들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한 사회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사회학자로 유명하다. 광범위한 심층 면담과 설문 조사 방법을 즐겨 쓰며, 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해 ‘부부관계 전문가’로도 불린다. 『각방 예찬』에서는 선뜻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침대’를 중심에 놓고, ‘혼자...
역자 : 이정은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외국인을 위한 불어 교육’ 전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며,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한국어와 프랑스어도 가르친다. 옮긴 책으로 『사람이 고프다』 『크리스토프 아담의 에클레어』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아르센 뤼팽 전집』이 있다. 개인 블로그: blog.naver.com/hino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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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중세 이래 부부들이 망설여 온 말
“우리, 따로 잘까?”
150여 커플이 털어놓은 부부 침대 이야기

타인의 집에 갔을 때 들여다보면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침실이다. 설령 부모라도 결혼한 자녀 집의 침실에 들어가는 건 결례다. 침실은 무척 내밀한 공간이다. 그 안에 침대가 있어 더욱 그렇다. 침대는 은신처의 안쪽에 위치한 은신처이자 여러 은신처 한가운데에 있는 은신처다. 『각방 예찬』은 그동안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부 침대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침대는 부부관계의 핵심이면서 부부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모순적인 상징물이다. 이 모순은, 사람은 저마다 사랑을 꿈꾸고 곁에서 자신에게 신경 써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 자율적인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도 바란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각방 예찬』은 ‘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고민하는 150여 커플(부부)의 목소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냈다. 화제로 좀처럼 꺼내는 않는 ‘침대’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저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30년 넘게 부부관계를 연구해 온 ‘부부관계 전문가’다.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해 낸 것들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세한 사회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사회학자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 그는 “더 잘 사랑하려면 떨어져서 자야 한다”고 말한다. “같이 자는 한 침대는 사랑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부관계의 목격자, 침대

침대는 섹스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랑을 나누고, 다투고, 웃고, 울고, 고뇌하고, 기뻐하는 등 아주 많은 일이 벌어지는 작은 ‘세계’ 그 자체다. 그 과정에서 부부관계는 흥망성쇠를 겪는다. 이 책은 특히 침대와 부부관계 관련성에 주목한다. 침대는 부부관계의 모든 것을 지켜본 목격자다. 다른 그 어떤 사물보다 부부관계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침대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애정 욕구와 기본적인 개인적 안락에 대한 열망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장소다. ‘혼자’와 ‘함께’가 투쟁하는 곳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침대에 다른 이가 있으면 말을 할 상대방과 발을 덥혀 줄 보온 물주머니는 생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와 타협할 것들도 생긴다. 일단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고, 자리를 내줘야 하고, 때를 가려 움직여야 하며, 소리도 너무 크게 내지 말아야 한다. 둘이 함께 자려면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자신의 태도를 은밀히 조정하고 자신을 통제해야 한다. -32쪽

부부 생활 초기에는 함께 자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자각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가까워져 한 몸이 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머지않아 곧 ‘개인’이 다시 고개를 든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혼자 안락하게 있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잠 좀 잡시다, 잠 좀!

큰 갈등 요인 중 하나가 ‘잠’이다. 잠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면 큰 잘못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부부관계도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코골이. 많은 부부가 배우자를 다정다감하고 배려가 깊은 사람의 표본처럼 말하며 거의 완벽한 부부관계를 묘사했지만, 코 고는 소리가 별안간 정적을 뚫고 들려와 아름다운 밤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토로한다. 코골이 남편을 둔 두 부인의 말만 들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가끔 맹수가 으르렁대는 것 같아요. 내 침대 속에 표범이 한 마리 있는 거죠.”
“부부관계가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때가 언제냐면,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드는 느낌이 살인 충동일 때죠.”

그럼 잠을 잘 자면서 부부관계도 잘 유지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바로 각방 쓰기다. 인터뷰에 응한 에르민은 각방 쓰기가 현실적으로 “가장 건강하게 부부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잘 잘 수 있도록 각방을 쓰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장 건강하게 부부관계를 지속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잠이 얕아요. 아이들을 낳은 후엔 더 그래요. 혼자 자야만 잘 잘 수 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해에 걸쳐서 침대를 140, 160센티미터짜리로 바꿔 봤어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처럼 이불도 따로 써 봤죠. 왜냐하면 사랑하는 우리 남편은 이불을 몸에 둘둘 말아 누에고치처럼 자는 습관이 있거든요. 나이가 들고는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코골이로 변했고요. 사랑 때문에 괴로운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잠을 못 자는 게 어째서 정상이라는 거죠? 생각해 보세요! 그래서 우리는 각방을 쓰기로 결정했어요. -143쪽

한방 쓰기라는 독재

하지만 대부분 부부는 각방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부부 침대를 떠나는 것은 부부관계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짜 부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자야 해’, ‘서로 정말 사랑하면 함께 자야지!’, ‘이제 더는 함께 자지 않으니 우리 부부관계는 죽어 버린 거야’라는 생각들에서 비롯된 죄책감 말이다. 또한 각방을 써 부부관계가 끝나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도 압도당한다. 편안해지고 싶은 욕구와 부부 규범에 대한 집착이 대립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부부가 배우자에게 말하거나 배우자와 의논해 보지 못한 채 비좁고 유일한 부부 침대에서 잠을 설친다.

각방을 쓰고 싶으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배우자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잘 자는 배우자인 경우엔 더 설득하기 어렵다. 아이들만큼이나 순진하게 부부는 반드시 함께 자야 한다고 완고하게 믿는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주변 사람들과 가족, 친구들을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남편한테는 그게 일종의 터부 같은 거예요. 그건 ‘그 사람들 각방 쓴대’라는 끔찍한 이미지인 것이고, 주변 사람들도 확실히 거기에 일조하죠. 시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나를 편히 자게 하려고 소파에서 잔 사실을 알아챈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때 그분 표정을 보셨어야 해요(남편이 아주 늦게 잘 예정이었고, 저는 그 다음 날 아주 중요한 마감이 있었죠)!” -167쪽

“처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남편은 상처를 받았어요. 거부당한 느낌이라고 하더군요. 각방을 쓰기 시작하긴 했지만, 나는 그이의 불만스러운 얼굴을 덤으로 견뎌 내야 했죠. 남편도 나한테 자기와 다른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고 자신을 돌아봐야 했고요.” -169쪽

각방 쓰기는 새로운 삶의 스타일

하지만 각방을 쓰는 부부들은 각방을 써도 부부간의 애정이 약해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도리어 각방을 쓰면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기꺼이 시간을 내어 주지 못하게 하던 짜증거리가 전부 제거되어 서로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생활이 다시 꽃피고, 이로 인해 다른 방식으로 감정이 형성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각방 쓰기가 사랑을 감소시키지 않고 그 반대의 효과를 낸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각자 편하게 자게 된 이후로는 정말 살맛 나요! 불평하며 깨는 일도 더는 없고요. 저녁에 각자 자기 침대로 들어가기 전에 짤막한 애정 어린 휴식 시간도 더더욱 즐기죠.”(파니) “그런다고 해서 우리 사랑이 방해받는 일은 없어요. 오히려 자기 침대로 서로를 초대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카트린) “정말 좋죠! 둘 다 밤을 잘 보낼 수 있고, 저녁 또는 아침에 서로 연애하듯이 만날 때면 더 행복해요.”(로제르) -135쪽

“내가 사랑하는 남자하고 밤을 (또 삶을) 나눈 지가 거의 11년째예요. 그런데 이제는 함께 밤을 보내는 일이 견디기 힘들어요. 나는 잠이 아주 얕아서 남편이 깨어나는 순간 바로 그 소리를 들어요. 밤에 조용히 자기 위해서 둘이 함께 쓰는 이 침대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질 뿐이에요. 하지만 이런 희망은 마치 상대방을 저버리거나 사랑이 식은 것처럼 아주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죠. 함께 자야 한다는 이 신화는 어째서 이렇게 깨기 힘든 건가요?” -97쪽

각방 쓰기는 현재 노년기 부부들 사이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고,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도 점차 늘고 있다. 사적인 영역에서도 전반적으로 점점 더 개인주의가 강화된다는 점을 볼 때 이런 추세는 전혀 놀랍지 않다.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때에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먹고,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홀로 시청한다. 그러니 잘 때에도 똑같이 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각방 쓰기는 그저 서로 잠을 좀 더 잘 자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고, 부부로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 중 하나일 수 있다. 당장 각방 쓰기를 시도하기 어렵다면 침실은 같이 쓰되 침대는 따로 쓰는 방법도 있고, 함께 자는 날과 따로 자는 날(일주일 중 이틀만 같이 잔다거나)을 정하는 방법도 있다. 부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다.

중세 이래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느냐 각방을 쓰느냐 사이에서 망설여 왔다. 그것은 가까이 있고자 하는 욕망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욕망 간의 갈등이기도 하다. 이 갈등에서 벗어나려면 각자 마음속에서 두 욕망을 적당히 중재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흔들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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