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지구의 생태 역사와 인류의 사회경제사를 함께 다룬 최초의 종합적 환경 역사서
20세기 초 진작부터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총체적인 경제 활동이 주변 환경에 기이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연어는 더 이상 화학물질로 찌든 하천을 거슬러 상류로 이동하지 않았다. 공업지대를 휘감은 공기는 화석연료의 연소로 발생한 검댕들로 더러워졌고 바람을 타고 멀리 시골에까지 퍼져나갔다. 스모그는 매년 수천 명의 도시인들에게 호흡기 질환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이미 1900년대에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지적되었다. 첫째는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로, 과거 400만 년 동안 지극히 완만했던 인구 성장이 18세기에 이르러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급속한 증가 추세가 꺾일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둘째 원인은 1760년대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주에너지원이 생물체(나무)에서 무생물체(화석연료)로 대체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전 세계 지성인들의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지난 세기에 진행된 환경 변화의 규모와 그로 말미암은 악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좀더 정확히 인식하는 일이다. 둘째는 우리 인간들의 총체적이고 무모한 활동으로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기 전에 문제를 현명하게 풀 수 있는 인류의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이 책에서 맥닐 교수는 20세기를 꼼꼼히 성찰하고 먼저 환경 변화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해 제시했으며, 이어서 그 변화에 어떻게 적절히 대처할지에 대해 놀라운 식견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 제1부에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권역들―암권, 토양권, 대기권, 수권, 생물권 등―에 인류가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저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가졌던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 사이의 상호관계를 검토한다.
한 권으로 읽는 20세기 환경과 환경 관리의 역사
인류는 처음 지상에 출현했을 때부터 주위 환경을 오염시키고 변모시켰다. 불을 사용하면서 고의든 과실이든 초원과 삼림을 불태웠으며 사냥을 일삼아서 일부 동물종을 멸종 위기에 빠뜨리고 경작을 하면서 토질을 망쳤던 적도 무수히 많았다. 인구가 증가하고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런 환경 훼손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되었던 18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환경오염과 환경 훼손은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현상에 그쳤으며, 이후에 빚어진 지역적?범지역적 환경 파괴의 규모와 비교할 때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1500년 전 세계가 생산한 (1990년 달러 기준) 연간 GDP는 약 2400억 달러 정도였다. 1820년에는 그 수치가 6950억 달러로 늘어나서 1500년 대비 2.9배가 증가했고, 1900년에는 약 2조 달러에 이르러 1500년 대비 8.3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1900년 2조 달러에 불과했던 전 세계 GDP가 불과 50년 후인 1950년에는 5조 달러를 가볍게 넘어섰으며 다시 세기말에 이르면 30조 달러에 이르렀다. 1900년대부터 시작해서 불과 한 세기 동안에 무려 15배나 불어난 것이다.
이런 급속한 경제 성장은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진행되었는데, 1500년경 4억~5억 명으로 추산되었던 인구가 1820년에 두 배로 증가한 10억 명에 이르렀다. 1900년 16억 명을 기록했으며 20세기 말에는 거의 60억 명에 근접하게 되었다. 불과 한 세기 동안 거의 네 배나 더 불어났으니 환경에 미치는 압력 역시 그만큼 가중되었을 것이다.
또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사용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동력용 에너지원의 역사는 인간 근육, 가축, 풍력과 수력의 시대를 거쳐서 산업혁명과 함께 석탄의 시대를 열었으며, 20세기에 들어서는 석유와 원자력의 시대를 불러왔다. 맥닐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20세기 100년 동안에 그 이전 1000년 동안 사용했던 에너지를 다 합친 것보다 무려 10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20세기는 이처럼 불과 한 세기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GDP는 무려 14배, 인구는 4배, 에너지 사용량은 13배나 증대시켰다. 세계 각국은 그처럼 갑자기 불어난 인구를 제대로 먹여 살리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복지와 물질적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을 것이다. 20세기 들어서 전례 없이 환경오염이 심화되었던 것은 바로 이런 국가 간의 경쟁이 강조된 때문이기도 했다.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 그리고 에너지 사용의 급증은 20세기 심각한 환경오염의 빌미가 되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약 경제 개발과 인구 증가, 에너지 사용에 비례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증대되었다고 한다면 20세기의 인류는 그야말로 온통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맥닐 교수가 이 책에서 ?시하는 20세기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인류는 20세기의 전반 50년 동안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을 경험했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은 그 피해를 무난히 극복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대도시 대기오염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 그리고 공업단지 대기오염의 선두주자로 각각 널리 알려졌던 런던과 피츠버그는 1950년대부터 대기질이 급속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 도시들은 석탄 대신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종으로 하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획기적인 대기질 개선에 성공했다. 두 지역 모두에서 도시의 탈집중화가 진행되고 자동차의 품질 개선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획기적으로 저감되었다는 점도 크게 기여했다. 비단 런던과 피츠버그뿐만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들과 영국의 글래스고, 독일 루르,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일대 등 주요 공업지대들 역시 연료 전환과 공정 개선, 그 밖의 교통 정책 개선 등을 통해 오염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멕시코, 인도 등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여전히 도시와 공단들에서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수질오염의 경우도 상황은 거의 비슷했다. 선진공업국들은 일찌감치 19세기부터 각종 수질오염 문제에 시달렸고 또 일부 지역에서는 물 부족으로 커다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독일의 라인 강, 영국의 템스 강, 일본의 와타라세 강, 미국의 시카고 강 등 오염이 극심했던 선진국 강들은 1960년대 이후 수질오염에서 무난히 탈출한 반면 인도의 갠지스 강 등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수자원들은 여전히 심각한 수질오염의 질병을 앓고 있다.
20세기는 또한 수자원의 확보와 편리한 이용을 위해 초대형 공사들이 전례 없이 많이 자행된 세기이기도 했다. 이집트의 아스완 하이 댐, 미국의 후버 댐, 중국의 싼샤 댐 등 수많은 댐 건설 사업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중국 등에서 빚어졌던 대규모 관개 사업, 미국의 미시시피 강 일대, 북유럽의 라인 강 하구, 이탈리아 포 강 유역의 하천과 물길 정비 사업 등 그 목록은 끝없이 길다. 이런 사업들은 사업 내용과 지역에 따라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는가 하면 또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20세기의 중요한 환경 문제에는 각종 전염병들이 야기하는 질병에서 인류를 보호하는 공중보건 문제와 삼림 파괴, 수산자원 감소,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생물종다양성 감소 등의 사안들도 포함된다. 이 책에서 맥닐 교수는 이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20세기 인류가 어떻게 그것들을 심화시켜왔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공과 좌절을 경험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경제, 도시화, 과학기술, 사상의 키워드와 환경
맥닐 교수가 이 책에서 단순히 지난 세기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의 역사만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려 깊은 역사학자의 눈으로 왜 20세기에 들어서 그런 환경 변화와 환경 훼손 행위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당대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경향들에 주목했다. 그는 20세기 환경에 가장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동인으로 인구 성장과 도시화, 에너지, 과학기술, 경제, 사상과 정치 등 7가지 요소를 선택해 검토했다.
20세기의 급격한 인구 성장이 식량과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원의 생산과 사용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환경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오늘날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맥닐 교수는 지난 세기 동안 인구는 겨우 4배 증가한 데 비해 이산화탄소와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각각 17배와 13배가 증가했고 수자원 사용량 역시 9배나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서 단순히 인구 증가로만 20세기의 환경 변화를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구 증가가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던 것에 못지않게 때로는 토양침식을 완화시키기도 했고, 또 20세기 후반에 심화된 열대 지방의 삼림 파괴는 인구 증가와 거의 상관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20세기의 환경 변화에는 인구 성장과 도시화보다 에너지 체제와 과학기술 발전, 그리고 경제 체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이 책의 한 중요한 결론이다. 맥닐 교수는 한 장을 할애하여 이런 사회경제적 요인들과 환경 변화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는데, 부유한 국가들과 가난한 국가들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일찍부터 에너지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경제 구조가 정착함으로써 심각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감수해야만 했지만 또한 그런 경제 개발로 얻은 부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부터는 각종 환경 문제들에 본격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었다. 이에 반해서 가난한 국가들에서는 삼림 파괴, 사막화, 토양침식 등이 더 심각한 환경 문제가 되었으며 21세기에도 그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기술 변화와 에너지 사용의 패턴은 국제적인 분업화 현상을 불러와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국제화하는 추세를 불러오기도 했다.
20세기에 등장했던 수많은 사상과 정책, 정치 구조의 소용돌이 속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사람들의 강박관념과 오랜 기간 동서 간에 빚어졌던 냉전 체제에서 기인하는 안보 불안이 환경 파괴와 환경오염을 심화시켰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결론이다. 이 두 요소는 서로 연계되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와 정책들을 좌지우지했는데, 녹색혁명이 그런 냉전 체제의 간접적인 산물이었다거나 변형된 민족주의가 인도·중국·소련·중앙아시아·남아메리카 등에서 심각한 환경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맥닐 교수의 분석은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에서는 지난 세기 전 세계를 풍미했던 일련의 이념들, 즉 제국주의, 탈식민지화 그리고 민주화 등 이런 정치적 동향들이 환경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흥미진진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19세기부터 본격화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경영은 자국과 자국 기업주들을 위해 돈을 벌고 또한 모국에 그런 전략물자들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식민지에서는 가급적 많은 농업 생산과 자원 확보를 위해 환경 파괴와 환경 훼손이 자행되었다. 20세기의 전반기는 세계 도처에서 그런 제국주의적 횡포가 다반사로 빚어졌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선진국들의 식민지 지배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서서히 막을 내리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에서 탈식민지화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새로 독립한 국가들 역시 과거 그들의 지배자들이 추진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나, 수단, 인도 등지의 주요 대형 사업들은 식민지 시대의 전통을 충실하게 따라서 시행되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코트디부아르 등 재정이 취약했던 국가들은 때때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목재와 광물 등을 가급적 빨리 외국에 팔아치웠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쿠데타로 권력을 얻은 허약한 지도자들이 교대로 정권을 이어갔는데 그들은 다음 독재자가 등장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소련권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탈식민지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아랄 해의 목줄을 쥐었던 구체제의 수자원 관리 체계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에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20세기 후반 전 세계적으로 번졌던 민주화는 과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70년대의 민주화 열풍은 그리스와 이베리아 반도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와 동아시아에서, 1990년대에는 동유럽 일부와 아프리카에까지도 그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런 민주화 추세는 일부 국가들에서 환경운동을 부추겼으며, 그 결과 칠레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과 폴란드 공산주의 체제에 일정 부분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맥닐 교수에 따르면 그런 정권들은 국가 권력을 확보하고 경제 성장을 최대화하기 위해 오염을 집중적으로 유발하는 산업의 유치와 생태적 고려 없이 오직 자원 채취만을 탐하는 경제 체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한다.
권위주의 정권이 환경 및 생태와 관련한 정보들을 엄격하게 통제했던 것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민주화는 그런 정권들이 향유하던 정보 통제의 고삐를 풀어주었으며 따라서 온갖 종류의 환경 문제들이 외부에 공개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다국적기업과 재벌기업, 정부와 공기업, 군대 등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던 심각한 환경 문제들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때로는 민의에 밀린 정부가, 또 때로는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서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도 민주화가 환경 보전에 기여한 공로다.
하지만 민주화가 반드시 환경에 긍정적인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맥닐 교수는 일반대중의 일상적인 소비 패턴에서 유발되는 일부 환경 문제들은 민주화 체제에서 더욱 악화됐음도 냉정하게 지적했다. 또한 민주화는 산업재해나 핵 관련 사안 등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일부 특정 환경 문제에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따라서 토양침식이나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사안들은 언론과 일반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한국, 서구 환경의 역사 150년을 단 한 세대에 뛰어넘다
맥닐 교수는 20세기 환경의 역사를 두루 살피는 데서 우리나라의 사례를 별도로 검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곳곳에서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하면서 전반적인 시대 조류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경제 개발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60년대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을 착수하면궼부터다. 당시의 우리나라에 대해서 맥닐 교수는 “1960년에 (한국인은) 평균 수준의 가나 국민들보다도 가난했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이어서 맥닐 교수는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은 전 세계 부유한 국가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빈곤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서술하면서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우리 국민의 위대함 역시 강조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던 것은 당시 동아시아의 전반적인 추세에 부응하는 것이었으며 이에 따라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한 각종 오염 문제들이 심화되었던 것 역시 여타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는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의 추세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맥닐 교수에 따르면 그런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화에 따른 영향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 구조가 이미 산업화했거나 또는 사회나 국가가 환경의 질을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던 시기와 지역에서는 인구 증가가 추가적인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에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체로 1890~1970년 미국과 일본, 서유럽 그리고 1960년 이후 러시아에서 나타난 현상이 그런 사실을 입증해준다. 중요한 산업체가 별로 없었던 사회의 인구 증가는 도시 폐기물과 국내적인 매연 문제 등을 제외한 오염 문제에 훨씬 덜 영향을 미쳤다.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했던 한국(1960~1990년)이나 러시아(1930~1960년) 등에서는 산업화의 속도나 유형이 미치는 영향력과 비교해서 인구 증가의 영향력은 훨씬 적었다”(428~429쪽).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급속한 산업화 추진으로 야기된 환경오염은 대단히 심각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의 문제는 급기야 토양오염과 이웃나라들에게까지 전해지는 산성비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1950년 이전에는 화학물질에 의한 토양오염의 악영향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 이후 점점 더 많은 지역의 토양이 오염되었다. 토양오염 문제는 1975년 이후 유럽과 북아메리카, 일본 등에서 번창했던 중공업이 한국, 타이완, 브라질 등으로 이전되면서 크게 불거졌다. 대도시와 공업단지마다 토양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었던 것이다”(91쪽).
“1980년대에는 그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동아시아에서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가 새로 부상했다. 여기에서는 먼저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서 비롯된 산성비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고 보고되었다. 1996년에는 일본의 일부 지역에 내리는 산성비의 절반이 중국에서 비롯된다는 보고도 있었다. ……1990년대 동아시아의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는 유럽의 기준으로 본다면 그 규모나 정치적 중요성 면에서 그리 심각하지 않은 편이었다”(189쪽).
우리나라 도시화의 추세는 세계적인 경향과 비교할 때 과연 어떤 특징을 가질까? 맥닐 교수의 검토에서 우리는 도시화의 시작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나라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처럼 늦게 시작된 도시화가 급속한 경제 성장과 맞물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된 것이 지난 20여 년 동안의 우리나라 사정이었다.
“도시 인구가 국가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최초의 나라는 17세기 네덜란드로 당시 국제무역의 번창과 지역 농업의 비이상적인 융성이라는 두 성장 엔진 덕분이었다. 국가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서 생활했던 최초의 국가는 산업화한 영국으로 1850년경이었다. 미국은 1920년경에 넘어섰으며, 일본은 1935년, 소련과 멕시코는 1960년, 한국은 197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85년 무렵에 각각 그 수준에 도달했다. 1998년에는 전 세계가 대체로 그런 수준에 이르렀다”(441쪽).
아마도 급격한 산업화는 사회적으로 빈부 격차를 크게 벌리는 일차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산업화가 상대적으로 천천히 진행된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그런 사회적 충격을 흡수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주자들에서는 빈부 격차의 팽창 역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포디즘이 불러온 사회적 충격은 처음에는 미국에서 1912~1945년에 관찰되었으며, 이어서 서유럽에서는 1925~1960년, 일본에서는 1950~1970년에 나타났다. 한국과 타이완에서는 그런 충격이 1980년 이후에 목격되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는 어느 정도의 투쟁이 수반되었다. 일부 계층은 포디즘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린 반면, 또 일부 계층은 연속 조립 생산이 갖는 냉혹한 효율성 경쟁에서 밀려나 추위와 기아의 세계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489쪽).
맥닐 교수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미 우리나라는 통합된 세계 경제 속에서 중요한 한 위치를 치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역동적인 경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지속적인 경제 발전은 앞으로 우리나라 환경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중 그 누구도 향후 생태적 위기가 어떤 식으로 언제 얼마나 심각하게 닥칠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누가 그런 일을 가장 심각하게 경험하게 될지는 예측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런 생태적 문제들에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거에도 부유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은 오염, 토양침식, 또는 어장 붕괴 등으로 빚어지는 악영향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확보하고 있었다. 단지 대단히 심각한 재난이 닥칠 때에만 손실을 입을 뿐이었다. 물론 누가 부유하고 누가 가난한지에 대한 개념도 변하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그들은 1960년에 평균 수준의 가나 국민들보다도 가난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은 전 세계 부유한 국가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사실은 빈곤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동시에 그런 노력의 과정에서 때때로 생태적 문제들을 악화시킨다는 점도 깨닫게 된다. 한국 역시 1960년 이후 경제 기적을 위해 도시의 심각한 대기오염, 유독성 오염물질의 하천 방류, 그 밖에 많은 불쾌한 상황을 초래하는 등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인들은 심각한 생태적 혼란을 극복하는 데 가나인들보다 훨씬 더 좋은 위치에 있다. 그들이 훨씬 더 부유하기 때문이다”(545~5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