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의 실제적 목적은 무엇일까?
2016년 3월 2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하 [테러방지법])이 야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태의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이 법은 9·11 사건 직후 2001년 11월 국정원의 발의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처음 제출되었고, 이후로도 수차례 발의되었으나 유신정권과 공안정국의 부활을 걱정하는 국내외 시민단체들과 국가인원위원회 등 시민사회의 효과적인 저지에 매번 가로막혀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131명이 사망한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 박근혜 정권은 유럽의 테러 정국을 [테러방지법] 추진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2016년 2월 23일, 그전까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청와대의 지속적인 압력에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했다. 야당들은 9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시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이처럼 이 법안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가 광범위하게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를 방지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 안전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도입된 [테러방지법]의 실제적 목적은 무엇일까? [테러방지법] 통과 다음날인 3월 3일 이목희 더민주정책위의장은 “20대 총선에서 승리해서 [테러방지법]을 폐기하거나 개정하겠다”며 “테러방지법의 폐기 또는 개정을 총선 공약 제1호로 하겠다”고 밝혔다. [테러방지법]은 이미 지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생생한 현재의 문제이며 또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대테러전쟁의 배당금을 챙기는 기업들은 누구인가?
전쟁은 항상 사람들에게 부를 안겨주었다. 첨단 무기에서부터 건설과 군대 급식에 이르기까지 전쟁은 그야말로 상업적인 노다지였다. 하지만 솔로몬 휴즈가 이 책의 광범위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듯이 대테러전쟁의 화신들은 사기업의 역할을 극적으로 확장했다. 이들은 한때 정치인과 국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적 정책에 시장의 힘과 시장의 이념을 쏟아 붓고 있는 중이다.
이 터무니없는 수익 사업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민간 기업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이라크 침입을 가능해 보이게끔 만드는 보충부대의 공급이든, 국가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간주되는 사람들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일이든 수익 사업에 열중한다. 솔로몬 휴즈는 최전방에 용병을 공급하는 민간 업체, 주요 군사 시설과 VIP들을 보호하는 안보 업체, 수감자와 법률 집행, 미디어의 지배력, 그리고 국내외에서의 정보 수집을 조사해 나간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민간 부문과 민간 부문의 로비스트와 판매원 부대가 모든 종류의 개입에 대한 실질적이고 도덕적인 장벽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개입은 고문과 재판 없는 감금에서부터 시민 대중에 대한 총괄적인 감시와 노골적인 전쟁까지를 아우른다.
이에 반해서 국가는 ‘업무상 비밀’이라는 구실로 작성한 계약서에 따라 자신들이 승인한 업무들에 책임져야 할 순간이 되면 언제나 그렇듯이 회피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계약업체로부터 투자 자금의 효율성과 가치를 획득해야 할 때면 한없이 무능해진다.
대테러전쟁의 배당금을 챙기는 기업들은 누구인가? 다시 말해, 정치인들이 하고 싶어 하는 ― 때로는 이들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 것과 실제로 가능한 것 사이의 간극을 열심히 메우는 기업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우리의 정치적 의사결정자들과 얼마나 밀접한 사이인가? 그들은 전달해 주기로 계약한 것을 실제로 전달해 주고 있는가? 그리고 도덕적이고 경제적인 대가는 얼마나 되는가? 휴즈는 정부의 가장 더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계약업체들의 섬뜩한 기록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도 양심적인 것과 진실한 것을 가장 높은 기준으로 요구하는 공적인 삶의 영역들을 상업적인 손에 양도하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배를 채운 자들은 정치인, 군인, 사업가들이었다
테러는 냉전 이후의 국제 질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이다. 9·11 이후 전 세계 시민들의 애도의 물결은 ‘복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전쟁의 폭음에 묻히고 말았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001년 10월 7일, 9·11 테러에 대응하여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고, 알-카에다를 파괴하며, 탈레반이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것을 단념하게 할 것이라는 명분으로 미국과 영국에 의해 실시된 ‘항구적 자유 작전’은 이후 테러에 대한 전쟁의 모체였다. 이후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라덴을 반인반수의 괴물로 선전했던 언론과 정치인들의 공작은 전 세계적인 애도의 분위기를 테러에 대한 공포와 등치시킨 후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무력 공격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정치적 연금술이었다. 실제로 테러에 대한 전쟁은 사담 후세인을 처형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폭사시켰지만 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IS(이슬람국가)가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다.
9·11 이후 미국과 영국의 온갖 주장들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라크에는 생화학무기가 없었고,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연결 고리는 모호했다. 보이지 않는 적을 척결하기 위해서 영국과 미국은 대중들의 눈앞에 살아 있는 적을 데려다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상의 괴물을 현실로 소환하는 이 기괴한 영웅 신화에 가까운 전쟁은 많은 대가를 요구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갔고, 수많은 사람이 인권과 자유를 박탈당했고, 누군가는 영문도 모른 채 피를 흘려야 했다. 결국, 그들만의 전쟁을 위해 전 세계 시민이 희생양으로 동원되어야만 했다.
이 전쟁으로 배를 채운 자들은 정치인, 군인, 사업가들이었다. 이들은 냉전의 종식 이후로 사라져 가던 이데올로기 전쟁을 부활시켰고, 군사 및 안보 분야를 민간 기업으로 이양해 안보산업복합체를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자기네들의 위신을 높이고 배를 불리면서 호의호식했다. 이러한 복잡한 대테러전쟁의 진행 과정과 그것의 양태를 추적하기 위해서 저자인 솔로몬 휴즈는 냉전, 9·11, 이라크 점령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일련의 연대기를 작성한다.
이 책의 구성
전반부는 대테러전쟁의 발단 단계로서 주로 민간 업체들이 정치인들을 설득해 국가의 군사 및 안보 영역을 사영화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그러한 사영화가 결과적으로 무력을 앞세운 대테러전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분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장에서부터 5장까지는 수용시설의 사영화, 군사기지의 사영화, 미래 전략 급유기 사업, 국제적인 군사 개입을 통한 국가건설, 대테러전쟁에서의 민간 용병 투입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후반부는 대테러전쟁의 확장과 그것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6장에서 9장까지는 언론을 통한 선전 활동, 사설 첩보 요원을 통한 정치적 공작, 민간 안보 업체가 불법적으로 자행한 감금, 고문, 범죄를 비롯해 최첨단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정보 수집 활동 및 감시 등을 다루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대테러전쟁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그것을 해부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그것이 탐욕, 기만, 위선, 부정부패, 고문, 폭력 등으로 얼룩져 있었음을 폭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