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구성
1. 총론: 한국 고전소설의 개념과 특질
한국 고전소설의 시기적 범주와 한문소설의 포용 문제, 몽유록의 장르 문제를 살피고, 소설이 추구하는 명제로서 인간과 신의 관계에 관한 존재론적 물음들을 탐색한다. 고전소설이 보여주는 삶의 원리에 대한 의문을 <명주보월빙>, <숙향전>, <춘향전> 등을 통해 풀어나간다. 고전소설의 정신사적 전개 양상이, 초월주의적 존재론과 미학을 구현한 신성소설에서 현실주의적인 세속소설로 이행되어 왔음을 확인하며, 이는 전근대적인 것을 속성으로 한 공동사회의 문학으로부터 근대적인 이익사회의 문학으로 이행되는 과정임을 밝힌다.
2. 한국 고전소설의 발생
<금오신화>가 한국 고전소설의 최초 작품이라는 통설을 수정하면서 고전소설의 발생기를 나말여초로 보고, <최치원>이 왜 설화가 아니라 소설인지, 그리고 설화와 전기소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소상히 살펴본다. 또한 나말여초 전기소설의 창작 상황, 장르적 위상, 전기소설 발생의 사회역사적·정신사적 조건, 창작주체, 언어?문화적 요인 등을 탐구한다.
3. 한국 고전소설의 하위 장르와 유형
현존하는 1,000여 종이 넘는 고전소설의 유형 분류를 하는 목적은, 유형 분류를 통해 고전소설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가능할 뿐 아니라 개별 작품들 사이의 편년화와 유형 상호간의 비교를 통해 고전소설사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기에 따라 한글소설·한문소설로 나누고, 작품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신성소설·세속소설·중간 계열로 나누며, 일정한 시대와 작가군과 동일한 세계관 등을 기준으로 한 역사적 장르종(전기소설, 몽유록, 영웅군담소설, 대장편소설, 판소리계 소설)을 탐구한다.
4. 한국 고전소설의 작자
소설 창작 행위를 사회적으로 떳떳하게 인정받지 못하였던 조선시대의 작자들을 드러내고, 지금까지 밝혀진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고전소설 주요 작자를 신분 계층별, 성별로 나누어 살핀다. 여성 작자의 등장과 공동창작 행위에 대한 단서를 통해 작자층의 확대와 전문화 과정을 보여준다.
5. 한국 고전소설의 독자
흩어져 있는 고전소설 독자들의 유형성을 확인하고 시대별 경향을 살핀다. 옛날 소설 독자를 이해하기 위하여 당시의 독서 환경과 독서 방식을 들여다보고, 소설 창작과 수용의 전 과정에 독자가 참여하면서 역할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현상 속에서 오늘날 네티즌과 흡사한 면모를 발견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상하, 남녀, 노소에 관계없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던 소설 독자들, 그리고 소설 수용의 시대적 추이와 변화 양상을 읽는다.
6. 한국 고전소설의 주제
조선조 소설의 주제적 특성은 유교 이념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 유교 이념의 강화 경향을 보이는 것을 구심적 주제, 그로부터 일탈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원심적 주제라고 하면, 고전소설 작품은 거의 이 두 주제의 일직선상에 위치한다. <춘향전>, <창선감의록>, <홍길동전>, <구운몽>을 이러한 주제 중심으로 살펴보고, 강한 이념성에 지배되는 ‘강한 계몽의 서사’가 한국 고전소설의 주제적 특징임을 이야기한다.
7. 한국 고전소설의 모티프
고전소설을 구성하는 모티프의 가장 중요한 특질은 환상성이다. 여기에 고전소설의 독특한 미학적 원리와 정신사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예언적 모티프, 이인異人과 귀신의 출현 모티프, 연애와 혼사장애 모티프, 음모 모티프, 군담軍談 모티프 등을 자세히 살피고, 역사가 말하지 못한 당대의 문화사적?풍속사적 관련 양상과 숨은 의미를 이 모티프들을 통해 밝힐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8. 한국 고전소설의 작품 구성 원리
전기소설, 영웅소설, 판소리계 소설, 대하소설 등 동일한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의 구성 원리를 살피고, 동일 장르의 작품 안에서 인물 형상과 서사 전개가 비슷한 면모를 띠는 이유를 분석한다. 유형적 성격이 강한 한국 고전소설은, 개인에 의해 창작되더라도 그 작품이 속한 장르에 의해 ‘구성’된다고 할 만큼 장르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는 각 장르의 생성 기반, 향유층의 성격, 미의식, 세계관 등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9. 한국 고전소설의 세계관
고전소설에 제시된 세계관을 살펴봄으로써 당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였고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떠했는가를 이해한다. 고전소설의 세계관을 크게 초월적·종교적(이원론적) 세계관과 세속적·물질적(일원론적) 세계관으로 구분하고, 전자는 유교·불교·도교 사상의 작품 중심, 후자는 판소리계 소설 및 한문 단편 중심으로 하여 이러한 세계관이 형상화된 모습을 검토한다.
10. 한국 고전소설의 표기 형식과 유통 방식
구비적 속성이 강한 ‘이야기’와는 달리 ‘소설’은 소설책이란 기록된 매개물로 작가와 독자가 만난다. 어떤 문자로 표기하였는가에 따라, 그리고 인쇄 수단에 따라 고전소설을 분류할 수 있다. 또한 고전소설의 비상업적 유통과 구비적 유통, 상업적 유통 방식과 함께 제작 방식을 세밀히 들여다본다.
11. 한국 고전소설과 인접 장르의 관련
문학사의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장르들은 서로 부딪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 장르의 출현을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 장르 교섭은 ‘혼란’의 표지가 아니라 ‘생성 중인 또 다른 질서’로 볼 수 있다. 다른 어느 것보다도 이러한 장르 교섭의 한복판에 있는 소설 장르의 특성을 중시하여, 고전소설과 여러 인접 장르--즉 설화·야담·전 등의 산문장르, 시조·가사 등의 시가 장르, 판소리 장르--와의 복합적인 교섭 양상을 살펴본다.
12. 한국 고전소설 비평의 양상
한국 고전소설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비평은 패관소설의 효용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본격소설에 대한 다양한 논의로 발전되었다. 한국 고전소설사에서 비평의 양상을 살피기 위해 소설이 이념적?사회적으로 논란거리가 된 시기를 살피고 정치 공간의 논변으로 확대된 소설에 대한 비평적 견해와 발언들을 실록에서 찾는다. 나아가 소설 비평이 본격 비평으로 전개되는 잡기류 저서들과 소설의 서발문의 실제를 살피면서, 근대적 형식비평과 구조비평의 가능성을 엿본다.
13. 한국 고전소설의 현대적 의의
고전의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거나 재정립되기도 한다. 고전소설의 현대적 계승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작품의 시간을 초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보편성을 계승 발전시킬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일이 필요하다. <서유기>와 <삼국지>의 현대적 계승, <춘향전>의 영화화와 <심청전>, <흥부전>, <이춘풍전> 등의 마당놀이의 재해석, 역사드라마 등을 살펴보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대화의 장으로서 고전소설의 미래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