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출판사 맥스위니스!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책을 만드는 그들만의 유쾌한 고군분투
문학 계간지가 갖는 지루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도로 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문학 계간지 『맥스위니스』. 1998년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출판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과 만들어냈던 이 계간지가 현재 미국 문학계에서 인정받고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계간지와 이름을 같이 하는 미국의 출판사 〈맥스위니스〉의 책 만드는 과정을 작업자들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책 『왜 책을 만드는가?_맥스위니스 사람들의 출판 이야기』가 2014년 미메시스의 첫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맥스위니스의 아이디어와 기획력, 추진력, 시스템, 제작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볼 수 있다.
맥스위니스는 문학과 예술에 기반을 둔 4개의 정기 간행물과 단행본을 출판하고 있는 소규모 출판사이다. 이들은 새로운 작가 발굴은 물론 정형화되지 않은 문학의 스타일을 찾아가며 미국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출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그들이 어떻게 이 일을 이렇게나 크게 벌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맥스위니스』제1호부터 제31호까지 그리고 그 외의 정기 간행물이나 단행본을 작업한 사람들을 모두 모아 책 만들던 당시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그들이 당시 각 호의 간행물이나 단행본을 만들 때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부터,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그걸 어떻게 해결해 갔는지 그리고 어떤 성취감을 맛보았는지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는 기획, 섭외, 편집, 제작, 배포, 마케팅 등 다방면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그들의 노하우와 출판 철학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책을 만들어 나가는 동안 느끼는 당황스러움과 막막함은 유머와 재치로, 그리고 성취감은 한없는 기쁨과 만족감으로 회상된다. 그들에게 영감을 준 다양한 도판과 메모 및 제작 단가, 책 출판에 쓰인 일러스트의 과정 이미지 등을 보며 그들의 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다.
맥스위니스 출판사는 어떤 곳인가?
1998년 소설가 데이브 에거스의 기획으로 처음 세상 빛을 본 문학 계간지 『맥스위니스』 제1호를 시작으로 점점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출판사 맥스위니스는 현재 문학 계간지『맥스위니스』(현재 제44호 발행), 인터뷰 및 서평 월간지 『빌리버』, 계절마다 독립 영화 및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DVD 『홀핀』 등의 정기 간행물과 여러 신인 및 중견 작가들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내고 있다.
디자인으로라도 텍스트를 보호해야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책을 물리적 대상으로 대하는 즐거움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 동안 들이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책을 소중히 하고, 늘 옆에 지니는 무언가로 있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늘 가지고 싶어 하는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갖가지 장치와 새로운 콘셉트 디자인으로 책의 물성을 강조했다. 〈맥스위니스〉는 이렇게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책에 기울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그 속에 들어 있는 텍스트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그들의 고군부투가 시작된다. 가난한 신생 출판사가 좋은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책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작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인쇄업자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맥스위니스가 그들의 인재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관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작은 사무실은 출판 실험실! 우리는 새로운 시도에 흥분한다
출판 경험이 없어서일까? 그들은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다. 책의 제목은 의미가 있어야 하고, 표지와 본문은 분리되어야 하고, 출판 기념회는 형식을 갖추고 지적인 분위기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4도 인쇄는 비용이 크니 되도록 삼가야 하고, 편집권은 지켜야 하고, 아마추어의 이미지는 책의 격을 떨어뜨리고, 책에는 일관된 맥락이 있어야 하는 등등의 책에 대한 권위적이고도 일반적이고, 고정적인 생각은 이들 앞에서 매우 하찮아진다. 본문이 표지에서부터 시작하기도 하고(123~129면), 〈맥스위니스〉라는 제목은 기획자의 개인적인 사연이 있는 어떤 인물의 이름일 뿐이고(96~99면), 어린이 책은 교육적이기는커녕 오히려 도발적이며(262~263면), 책의 날개를 사용해 만화경을 만들기도 하고(160~165면), 책 속에 책이 숨어 있기도 하다(230~235면). 이런 시도는 결국엔 제작과도 깊게 연결이 되는데 그들은 해외 출판사와 거래하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어 싼 값으로 좋은 질의 인쇄물과 가공물을 얻는 것에 매우 만족한다. 이런 출판의 불문율 같은 것들을 다 깨고도 많은 독자들에게,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받는 노하우는 이 책 곳곳에 숨어 있다.
퇴짜 맞은 원고 받아요! 정형화되지 않은 원고를 찾을 수 있다면 기꺼이!
미국의 작가들 사이에서 〈맥스위니스〉 하면 떠오르는 말은 바로 〈퇴짜 맞은 원고〉이다. 많은 작가들이 퇴짜 맞은 자신의 원고를 스스럼없이, 또 의기소침한 마음을 극복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기획자 데이브 에거스의 재치 있는 이메일 덕분이다.(5~9면) 자신이 기획한 『맥스위니스』의 개요와 의도를 설명한 그 이메일에는 다른 동료작가들에게 끊임없이 전달해 달라는 부탁이, 책이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포함되어 있다. 그 이메일을 받고 어떤 잡지인지 호기심에 들뜬 작가들은 〈맥스위니스〉에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맥스위니스〉 역사의 시작이다. 그리고 현재 이 출판사는 많은 작가들이 투고하기를 원하는 출판사가 되었다. 이는 신인작가들부터 미국 문학계에 주요 역할을 하는 작가들까지에게도 다 같다.
그들이 그들만의 출판 과정을 공개하는 이유
기획자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발단이 되어 시작된 소규모 출판 그룹 〈맥스위니스〉는 이제 수많은 단행본과 정기 간행물을 출판하는, 그리고 독자들이 기다리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로 발전했다. 〈맥스위니스〉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행적을 과시하려는 것도 아니고, 더 유명해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한 권 한 권 책에 들이는 열정만큼, 더 많은 출판사들이 더 좋은 책들을 출판할 수 있도록 성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문학과 예술을 공유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그리고 전자책에 종이책이 잠식당하지 않고 책의 고결함과 문화를 지켜나갈, 출판에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고무시키기 위한 것이다. 기획자 데이브 에거스의 아래의 말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책이며, 또한 미래의 출판인들에게 책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가를, 그리고 책을 제작하는 수단이 그들에게 얼마나 열려 있는가를 알려 주기 위한 책이다. 새로운 그리고 아마도 ? 적당하게 - 덩치가 작은 출판사들이 예의 그 변함없이 조촐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생겨나고 심지어 번성하기를 희망하면서, 우리는 이 책 전체에 걸쳐 출판의 과정을 이야기하고 보여줄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공개할 것이다. -데이브 에거스(소설가, 편집장)
왜 책을 만드는가?
이 책의 원래 제목은 Art of McSweeney’s이다. 기본에 충실한 이 출판사의 성격을 보여 주는 가장 명확한 제목일지 모른다. 미메시스에서는 이 책을 통해 출판사 〈맥스위니스〉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노하우를 책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 즉, 작가부터 발행인과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팅과 제작업자들까지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국내의 출판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왜 책을 만들고 있을까? 여러 출판사들이나 책을 만드는 소규모 집단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그 대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맥스위니스〉 사람들의 출판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질문과 답변을 한 번 더 환기시키고, 책에 대한 최초의 열정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