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 생활은 비인간 동물과 지구에 대한 착취를 피하는 삶을 뜻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사소한 결정과 습관적 행동은 기후와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무례함과 잔인함 대신 친절함과 책임감을 선택하기로 한 이들을 위한 산뜻한 생활 안내서이다.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샴푸를 고르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서 오는지를 떠올려보는 일은 다른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는 적극적인 마음의 실현이다. 단번에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과 실패에 따른 자책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한 노력을 포기하고 싶어진다면 이 책이 건네는 실천법을 차근차근 따라가 보자. 완벽하진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작게나마 변화를 만들어낼 힘이 있다.
비인간 동물에게 잔인하지 않은 생활 방식, 크루얼티프리
― 만약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면 책임을 받아들이자!
지난 몇 년간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친환경 및 동물 보호를 추구하는 가치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육식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화장품, 패션 등 일상에서 가능한 한 비인간 동물을 학대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상품을 찾을 때 동물 복지, 비건 등과 함께 눈에 자주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크루얼티프리’다. 크루얼티(Cruelty) 프리(Free)는 본래 ‘잔인하지 않은’, ‘학대가 없는’이라는 뜻이다.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페타와 같은 동물 보호 단체는 동물에게 원료나 성분, 완제품을 실험하지 않은 제품을 승인하고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이 책 『크루얼티프리: 동물과 지구를 위한 새로운 생활』은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삶, 비인간 동물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소비 및 생활 방식 전반을 소개하는 안내서로서, 국내에서는 크루얼티프리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는 책이다. 크루얼티프리에는 비인간 동물을 기쁨과 활기, 슬픔과 공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더 이상 토끼 눈에 샴푸를 떨어뜨리고, 실험실 생쥐에게 억지로 분가루를 먹이면서 치사량을 측정하는 등 동물을 인간이 마음껏 이용하고 버리는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개념을 동물실험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삶으로 끌어와 잔인함이 아니라 친절함을 택함으로써 어떻게 비인간 동물에 대한 착취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며,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살지, 무엇을 입을지 등 우리가 내리는 사소한 결정이 생태계와 지구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 살핀다. ‘인간으로서 책임을 받아들이자’라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비인간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살리는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우리가 먹고, 입고, 쓰고, 버리는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
―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단순하게 따라 해보자!
이 책은 ‘동물에게 과연 권리가 필요한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우리 접시에 올라오는 고기는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동물원은 과연 필요한지, 보잘것없어 보이는 지렁이가 왜 그토록 중요한지에 이르기까지 동물을 떠올릴 때 한 번쯤 품어봄직한 궁금증과 생각해볼 문제를 친절히 설명한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은 특별히 동물을 사랑하거나 환경에 열정적으로 관심을 쏟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손쉽게 시도해볼 단순한 방법을 알려주며 실천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채식의 중요성을 말할 때 “육식은 비윤리적이고 야만적이야, 무조건 채식해야 해!”라고 강요하거나 잔혹한 상황에 처한 동물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는 충격 요법을 쓰지 않는다. 그는 먼저 축산업이 지구를 희생시키는 이유와 1인당 평생 1만 252마리의 동물을 먹는 현실을 이야기한 뒤 아주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이를테면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어떻게 아예 안 먹을 수 있지?” 하고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단계별로 시도해보자고 말한다. 고기를 덜 먹기(저녁식사 전까지 채식하기 또는 고기를 곁들임 음식으로 구성하기) - 어떤 종류는 먹지 않기(예. 소고기, 양고기) - 집약식으로 기른 고기 먹지 않기 - 육식을 완전히 끊기 - 생선을 먹지 않기 - 우유, 치즈, 달걀 빼기 - 동물 제품은 쓰지 않기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고, 새 플라스틱 용기를 사기보다 제로 웨이스트 숍을 방문해 세제를 리필하며, 비닐 라벨을 제대로 분리해 버리는 등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설파한다. 그는 잔인하지 않은 삶을 살며 비인간 동물과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은 완벽한 채식주의자의 전형은 아니라고 밝힌다. 30년 전에 산 정원용 가죽 장화가 낡았지만 아직은 쓸 만하니 버리기에는 애매하여 ‘낭비하지 않고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하기’ 대 ‘동물성 제품 피하기’라는 두 가지 원칙이 충돌하는 상황에 놓였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이러한 모순을 통해 저자는 정해진 규칙은 없으며 오로지 규칙은 개인 스스로 만들어나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디까지 갈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되 다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기후 우울 시대를 함께 건너기 위한 슬기로운 방법
― 내가 하는 일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느낀다면!
『크루얼티프리』는 비인간 동물과 지구를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들을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이미 삶에서 꾸준히 생활화하고 있지만 어느샌가 ‘기후 우울’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기후 우울은 기후 위기로 불안이나 분노,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증상이다. 카페를 갈 때 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배달 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직접 가서 포장해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노력을 아무리 해보아도 주변인의 무관심, 대기업과 선진국의 에너지 낭비 앞에 일순간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작은 실천이 과연 효용이 있을까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수치심을 안기도록 놔두지는 말자. 분명한 사실은, 여러분은 내키는 대로 먹고 사는 것 외에는 아무런 원칙도 없는 사람들보다 잘하고 있다”라고 응원하며 “스스로에게 친절하자. 여러분의 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고, 우리 중 누구도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떼는 작은 한 걸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휴식을 취할 시간을 갖고, 자신의 사기를 북돋아줄 만한 일을 해보자”라고 조언한다.
또한 이럴 때일수록 한 발짝 더 나아가 SNS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동물 보호 단체에 직접 가입하여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자고 권유한다. 이 책 속에는 세계가 나아지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는 자긍심과 해내었다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 그런 기쁨과 긍정의 기운이 담뿍 녹아 있다. 부디 이 기운이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가끔은 너무 느리다. 하지만 그래도 일어나긴 일어난다. 그런 변화는 세상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덕이다. 여러분과 나 같은 사람들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