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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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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2쪽 | 420g | 142*202*20mm |
ISBN13 | 9791190538480 |
ISBN10 | 1190538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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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20대엔 주로 소설을 읽었다. 종종 시집도 들춰보고..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되었다. 왜 나는 에세이를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내 생활반경은 비교적 협소했다. 단조로웠다고 삶이 쉬웠던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건 사실이다. 사회생활을 일찍 접은 미련이 남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것이 좋다
책의 저자는 꼬박 챙겨봤던 <다큐멘터리 3일>의 VJ를 거쳐, <유 퀴즈 온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깨우친 인생의 지혜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그녀의 겸손하고 따스한 시선들이 가득하다.
연탄 배달을 하는 노부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남편은 3년 전부터 투석을 받고 있어 하루를 쉬면 그 다음날 병원을 갈 수 없다. 배달하는 연탄이 내일의 병원비이기 때문에.
아침에 나와 밤에 무사히 들어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다행히 트럭을 몰 수 있는 만큼만 눈이 내려서, 아내와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어서, 내일 또 그런 하루를 살 수 있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남편. 열심히 살아도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의 굴레를 원망하지 않고 지금 이런 삶을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철학자 부부.
과연 나는 저런 상황에서 세상을, 배우자를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때로 고맙다는 말은 삶이 나를 종종 배반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상처 없고 고통없는 인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버텨 내다 보면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믿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포용의 말이 아닐까.(P279)
출장 중 모텔에서 인쇄소 사장님의 전화를 받은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3일내내 충무로 인쇄소에서 만난 사람들만 20명이 넘기에 기억이 나질 않았는데, 너무 절박한 목소리에 차마 기억에 나질 않는다는 말은 못했다고.
지인에게 본인에게는 전부인 거액을 사기 당했는데, 경찰도 변호사도 다시 찾을 수 없다는 말만 한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새벽에 자신에게 전화를 건 사장님. 자신에겐 그럴 힘이 없다고 하자 그는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았냐고, 누구도 그렇게 자신의 생을 궁금해한 사람이 없었다고..제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몇 시간을 통화한다.
인생의 가장 절망스런 순간에 자신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의지하려 했던 낯선이의 구원의 손길을 내치지 않고 저자는 오롯이 받아준다.
" 밖에서 보기에 별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 듯 보잘것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 있게 만든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지금껏 버텨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울산 3인 자살 미수 사건 재판의 판결문>
책을 2주일에 걸쳐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이야기마다 울림이 커서 종종눈물을 훔쳐내며, 마음을 꼭꼭 눌러가며 읽어나갔다.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추려내기가 힘들었다.
노숙자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매일 아침 2500원짜리 콩나물국밥을 만들고, 그들의 통장을 만들어주는 사장님, 고물을 주우며 삶을 윤이나게 가꾸는 사람들, 노인들을 위해 먼거리 왕진을 다니는 의사, 사명감 하나로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험하게 변했을까 싶은 잔인한 뉴스들이 매일 나오지만 아직 세상은 따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믿는다.
추워진 날씨,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이 책 추천해봅니다
내가 마주한 사람이 오늘 하루 내 앞에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과 적게든 크게든 연결돼서 내 앞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래서 내가 조금의 여유와 선의로 대한 것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세상이 덜 삭막해지지 않을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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