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이주민이 기원후 1500년경 3억 명을 넘어서는 동안 아프리카 인구는 같은 시기까지 4,7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는데, 이러한 편차는 무엇 때문에 나타난 것일까? 그 원인을 아프리카 자체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 현재까지의 지질학, 생물학, 생태학, 인류학적 발전과정을 추적하면 그 문제에 관해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저자의 생각은 이 방대한 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과 상식을 원한다면, 이 책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인격체로 대하며 이해하고자 하는 시선으로 아프리카라는 대륙의 탄생과 생김새, 그 안에 공존하는 자연과 인간의 오래된 역사를 접한다면 아프리카에 관한 총체적 인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특성을 한마디로 하면, 아프리카는 무척 오래된 땅이라는 이야기다. 지질도, 식생도, 환경도, 지리도, 인간도 어느 대륙보다도 훨씬 더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의 역사는 인간과 생물과 지리를 모두 포괄하는 ‘시원(始原)의 역사’다. 그래서 이 책은 아프리카의 역사를 인간이 아니라 자연으로 시작한다. 지은이는 아프리카 자체를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하고 일대기를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프리카 역사에 관한 상식적이거나 단편적인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런 목적을 위해 이 엄청난 분량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비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관한 총체적 인식을 얻고자 한다면, 아프리카의 정체를 통찰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 노력의 출발점이자 목적지가 될 것이다.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아프리카를 통찰하는 균형 잡힌 역사 서술
기존의 아프리카 역사 서술은 서구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의식을 바탕으로 해왔다. 아프리카인 스스로 문명을 형성할 능력이 없어 대륙 외부의 영향을 받아왔다고 보는 유럽 중심주의적 역사 서술은 아프리카를 끊임없이 ‘타자화’하고 ‘주변부화’하면서 다른 세계와 아프리카를 분리해왔는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 정책)과 그 뿌리가 같다.
유럽 중심주의적 제국주의 시각에서 다루어진 아프리카 역사는 대개 고대 로마의 지배를 받은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 역사, 중세 시기 유럽 세계와 맞선 이슬람권의 북아프리카 역사,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에 의해 분할된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서구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의 이미지를 띤다. 여기에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다. 적도의 울창한 삼림, 열대의 짙은 어둠, 아프리카인의 피부색을 넘어 아프리카는 아주 특별한 형태의 어둠, 인간의 어둠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암묵적인 낙인이 찍혀 있다. 이러한 서술은 온전한 아프리카 역사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내부의 시선으로 역사를 읽는 경우는 어떨까? 서구에서 진보적 사관을 배워온 아프리카 출신의 학자들은 아프리카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인류의 고향인 이곳 사람들은 순수하고 순결한 사회를 이루며 살아왔지만 서구에 의해 강제로 개방되고 착취당해왔다고 보고 이를 고발한다.
그러나 저자는 아프리카가 다른 세계로부터 오해와 학대를 받아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인류가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진 채무와 의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프리카에서 행해진 야만적인 행동들은 비단 아프리카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아프리카만의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공통적으로 처해 있는 운명이라 말한다. 무엇보다 저자의 아프리카 역사 서술에서 가장 큰 미덕은 인간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간을 둘러싼 구체적인 역사 사건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역사와 더불어 그 근저에 면면히 흐르는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 담담하면서도 아프리카를 타자화하지 않는 저자의 글을 통해 아프리카는 비로소 자신의 역사 기록을 온전히 갖게 된 것이다.
기록된 역사를 통틀어서 보면, 아프리카가 다른 세계로부터 심하게 오해와 학대를 받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그보다는 인류가 아프리카에 진 채무와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서구의 관념에서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이다. 그럴듯한 별명이지만, 사실 그것은 아프리카와 그 주민들을 다른 세계의 인류와 떼어놓으려는 끈질긴 성향의 잠재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 말에는 분명히 이중적 의미가 있다. ‘검은 대륙’은 단지 아프리카 적도의 울창한 삼림, 열대의 짙은 어둠, 아프리카인의 검은 피부, 이 대륙에 관한 지식의 총체적인 부족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별명은 아프리카가 아주 특별한 형태의 어둠, 인간의 어둠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암묵적인 낙인을 찍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아프리카에서 인간의 잔인함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인간이 본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프리카가 다른 세계보다 더 야만적이고 덜 문명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야만적으로 행동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세계 다른 지역의 사건들이 거듭 증명하듯이 그것은 아프리카만의 현상이 아니다. 사실 문명 ― 문화적인 행동의 표현 ― 이란 인간의 역사에서 짧은 기간에만 지속된 특성에 불과하다. ― "책머리에"(6~7쪽) 중에서
학제간 연구 성과가 망라되어 있는 아프리카에 관한 총체적 보고서
인류 이전에 아프리카 역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자는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ies) 성과를 토대로 여러 학문 분과를 넘나들며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역사에 다가간다. 지질학, 지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농업경제학, 기생충학을 망라한 방대한 학문 영역을 종횡무진 오가며 대륙의 형성과 생명의 탄생, 초기 인류의 출현과 진화의 역사를 엮어나간다. 더불어 다양한 역사 기록물과 문학 작품 등을 토대로 20세기 현대사까지 이어지는 아프리카인의 역사를 촘촘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다소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는 아프리카인의 역사를 차분하고 서정적인 어조로 들려준다.
과학과 인문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인위적인 학제간 장벽을 무너뜨리고, 포괄적이고 명료하고 깔끔하게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를 써내려간 이 책에는 아프리카 역사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천의 글]
차분하고 서정적인 어조로 아프리카의 아름다움과 오랜 뿌리를 선명하게 그려낸 탁월한 책 -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근의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생생하고 알기 쉽게 쓴 아프리카 역사의 모든 것 - 이코노미스트
포괄적이고 명료하고 깔끔한 책.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위적인 학제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인문학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점이다. - 휴스턴 크로니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