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휘몰아치는 역사 속에서 나를 지키려는 의지를..
평점8점 | c*******7 | 2003-08-17 | 신고
중학교 3학년때였다. 좋은 책에 목말라 무작정 찾아갔던 서점에서 1시간여 동안 눈에 잘 띄지 않는 서가를 뒤지던 중..'대지의 아들'이라는 강렬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준비되어 있는 책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내가 뽑은 책은 종이가 누렇고 표지에는 이것저것에 긁힌 자국까지 평소같아선 눈쌀을 찌푸리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책을 고르는 방식대로 몇 페이지를 읽어 본 후 그 자리에서 난 대지의 아들 1,2권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3권은 없는 상태였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기까지를 이토록 장황하리만치 밝히는 이유는..대부분의 독자들이 국내작가든 외국작가든 잘 알려진 저자나 무슨무슨 상 하는 타이틀이 붙은 책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현실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몰라도 한국에서 이 책은 광고나 하다못해 지면의 한 줄의 홍보조차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훌륭한 작품의 저자 또한 때로는 졸작을 내놓기도 하고 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명작들이 언론의 홍보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스물 세 해를 살면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바로 옆에 두고 언제든지 꺼내어 읽고싶은 책 중의 하나가 '대지의 아들'이다. 이 책의 저자 야마사끼 도요꼬는 '대지의 아들'을 집필하기 위해 구상 8년, 현지 취재 3년이라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취재에 착수한 1984년 당시의 중국은 지극히 폐쇄적이고 공산주의 적인 국가로 외국인 특히나 일본인 작가의 취재는 일급경계의 대상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어려움을 뚫고 자료를 조사하고 이 책을 쓴 작가의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용은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해방이었지만 어찌됐든 일본 입장에서는 패망인 것이 사실이다. 중국 침략의 일환으로 다수의 일본 농민들이 가족들을 이끌고 중국 본토로 이주했고 주인공 역시 그들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패망과 동시에 소년은 가족을 잃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이 휘몰아치는 인생에 홀로 뛰어들게 된다. 그는 자신의 삶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기술자로서의 성공과 가족을 이루는 작은 행복도 누리게 된다. 총 세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마지막 반전이랄까, 다시 한 번 주인공으로 하여금 역사의 무게 만큼이나 무거운 결정을 요구하고 그는 자신의 신념과 지금껏 살아온 행로에 따라 드넓은 '대지'를 선택함으로써 더 이상 원망과 슬픔의 땅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게 해준 '대지'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속에서의 관계, 더불어 한국과의 관계까지.. 나로 하여금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든 작품이다. 지금껏 과학에 묻혀 지낸 내가 여전히 동양의 근현대사나 그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묻어버리지 못하는 것도 '대지의 아들'에 대한 감동과 애정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도로 설명하면 '대지의 아들'을 선택하려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역사적인 측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나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함께 놓여있는 그들의 과거를 함께 돌아볼 생각만 있다면 '대지의 아들'은 리뷰를 보는 수고 그 이상의 감동으로 답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거기에는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장대한 대자연이 나타났다. 일심은 그 대자연에 감격했다......"저는 이 대지의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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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저는 이 대지의 아들입니다.
평점7점 | s********i | 2001-09-12 | 신고
한 7년 전인것 같다. 그 당시에 한창 일본 작가에 빠져 열심히 일본작가의 글을 읽은 시절이었다. 책 대여점 한쪽 구석에 먼지가 켜켜이 쌓인 이 책을 발견하여 뭔지 모를 끌림에 다섯권을 한번에 빌려 읽게 되었다. 몇일을 정신없이 잠도 제대로 자지 않으면서 읽은 이책의 소감은 한마디로 굉장하다 였다. 진짜로 여류작가가 그것도 일본 작가가 쓴 것일까 싶을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과 깊은 역사적 통찰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일품인 책이 었다. 그 후 어느 지인께서 일본 문예춘추에 나온 작가의 기사를 읽어 주셨는데... 일본내에서도 상당한 인지도와 인정을 받는 작가중에 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용은 태평양전쟁을 겪는 어느 일본인 소년의 성장기 라고 할 수 있는데 가족과도 모두 헤어지고 중국인 양부모와 중국에 살며 일본인이라 차별을 받으며 어렵게 성장하여 결국은 인정을 받으며 나중에는 어렵게 찾은 자신의 친 여동생의 장례식에서 일본인 친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내용이다. 제목의 대사는 여동생의 유골를 강물에 흘려보내면서 일본으로 같이 갈 것을 권하는 아버지에게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거두 절미하고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저는 이 대지의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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