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국내작가
멤버 : 유현상(보컬, 리더), 김도균(기타), 박찬(드럼), 경호진(베이스)
김도균이라는 출중한 기타리스트가 이끌었던 백두산은 한국 헤비메탈의 초석을 쌓았던 그룹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 후반 브리티시 헤비메탈과 바로크 메탈을 혼합한 사운드로 헤비 씬의 주역이 되며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초창기 이들 사운드의 특징은 트로트 리듬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샤우트 창법을 구사하지만 한 편에 성인가요의 필이 진하게 느껴지는 보컬리스트 유현상의 창법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난다. 1집에 실린 ‘어둠속에서’, ‘애타는 마음''이 그 ‘뽕끼’를 전하는 대표적인 곡들. 하지만 짙었던 트로트 색채는 이들의 대표작인 1987년 두 번째 앨범 에서 그 비중이 크게 낮아진다. 1집에서 조금은 메탈 보컬이라기엔 어딘가 어색한 음성을 들려준 유현상은 이 음반에서 샤우트 톤의 진수를 드러내며 숨어있던 능력치를 한껏 분출했다. ‘Up in the sky'', ‘Women driving highway''는 일반인들이 ‘헤비메탈’하면 흔히 연상하는 금속성의 보이스 컬러가 잘 드러난 초창기 한국 메탈의 명곡. 절정에 오른 김도균의 기타 연주도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의 보석이다. ‘Revelation''의 속주를 비롯해, ‘And I can''t forget'', ‘The moon on the Baekdoo mountain''에서 마음껏 표현하는 테크닉은 분명 세계의 뮤지션들과 어깨를 겨룰 만한 것이었다. 허나 백두산은 김도균이 임재범과 함께 아시아나를 만들기 위해 팀을 빠져나가고, 유현상이 신인 여가수 이지연의 매니저가 되면서 해체됐다. 이후 김도균은 아시아나에서 국악과 메탈의 환상적인 조합을 선보였고, 유현상은 ‘여자야’로 트로트 가수로의 일대 변신을 이뤄냈다. 그렇게 끝난 것 같았던 백두산은 김도균, 한춘근, 김창식의 1집 라인업으로 1992년 세 번째 음반을 공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사랑할거야’, ‘너를 기다리네’와 같이 유약한 넘버들이 실린 이 앨범은 전성기의 파워가 현저히 감소했음을 증명한 셈이 되었고 다시 결합한 백두산은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 초창기 한국 헤비메탈이 가진 의무가 ‘외국 그룹 수준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보면, 백두산은 그 수입상으로서의 과업을 충실히 이수한 그룹이다. 그러나 한 켠에 자리했던 트로트의 냄새는 ‘한국적’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졌던 이들의 고민이다. 이들을 ‘철저한 모방자’나 ‘양다리를 걸친 모호한 이들’로 절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원래 첫 단추를 끼운 이의 고뇌는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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