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자
국내작가
인문/사회 저자
1970년생으로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에 홀딱 빠져 어린 시절을 보냈다. 파랑새를 찾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이야기를 보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교훈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어린 마음에 ‘파랑새가 어떻게 집안에 있지’라는 이상한 궁금증이 남아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내 주위에 집안에서 파랑새를 기르는 집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파랑새’하면 동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새로 떠올린다. 동화가 던지는 교훈과 별개로 남아 있는 내 오인된 기억이다. 이는 ‘치르치르’가 ‘틸틸’의 일본어식 발음이라고 안 이후에도 여전히 책에서 보았던 ‘치르치르’로 기억하는 게으른 습관과 비슷한 일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정음사 세계문학전집과 삼중당문고, 글방문고 등을 섭렵하는 기쁨에 들떠 ‘도전’ 정신을 키워나갔으며 알 듯 말 듯한 이야기 세계를 즐겼다. 그래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인용하거나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라는 낯선 음감의 언어를 즐겨 사용했다. 대학 입학 환영회에 서‘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소감을 대신해 동기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오글거린다. 물론 이 기억으로 지금껏 문학을 공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자니 내가 읽고 느꼈던 ‘명작’에 대해 좀 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조금 더 진정성 있게, 그리고 조금 더 내 삶으로 이해될 수 있는 문학으로 공부하며 살아가기 위해‘ 명작’을 둘러싼 식민지 근대와 해방 이후의 문화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서강대 인문과 학연구소에서 ‘정전의 문화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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