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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4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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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448g | 140*210*20mm |
ISBN13 | 9791189722340 |
ISBN10 | 1189722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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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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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를 대하는 방식이 그 사회의 척도라면,
간호라는 행위 자체는 인류애의 척도다.
이 책 <돌봄의 언어> 영국의 현직 간호사이며 작가인 크리스티 왓슨이 20년간 간호사로 일해온 기록이자 간호사로서 마주한 삶과 죽음, 돌봄에 관한 고백이다. 작가는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 소속 간호사로 20년간 일하며 현재 의학보건인문학을 가르치며 치열한 간호 현장과 뜨거운 예술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작품으로 <멀리 떠난 작은 새>, <여성, 여왕 아닌 왕이 되는 곳>이 있다.
간호사가 아니어도 우리는 누군가를 간호할 수 있고 반대로 간호를 받게 되는 경우도 경험한다. 굳이 병원이 아니더라도 가장 기본적으로 가족 중 누군가 아프면 돌보게 되는 것도 간호에 속한 것이니 우리의 생활에서 간호는 기본적인 영역인 것이다. 지금 나는 주부로 지내고 있지만, 간호사로 10년간의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 아이의 건강문제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오로지 내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자격으로 간호를 하며 몇 년을 보냈다. 그러니 간호를 직업으로도 행하기도 했고 환자의 보호자로서 간호를 받는 경험을 오랜 기간 해왔다 할 수 있다. 이젠 간호사로서의 돌봄이라는 것이 때로는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누군가를 다시 간호한다는 자체가 선뜻 쉽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가 사뭇 설레면서도 지나간 시간을 되짚으며 행여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작가 크리스티 왓슨은 꿈은 많았으나 딱히 어느 한 분야에 큰 재능을 보이지도 못했고 공부에도 큰 관심이 없었고 인생의 목표도 가지지 못한 상태로 10대 시절을 보냈으나 부모님이 항상 책을 읽도록 권했기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아마 이런 책에 대한 사랑이 있었으니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집을 나온 열여덟 살짜리를 받아주고 숙소를 제공해주는 곳은 지역의 봉사단체가 유일했고 요양원 봉사를 하며 간호사를 가까이서 보게 되었고 결국 간호사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된다. 간호학생시절 건강검진을 위해 자신의 채혈 과정에서 피를 보고 기절하며 과연 간호사를 할 수 있을지 본인도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정신과 병동의 실습과정에서 돌보던 환자의 자해 상처를 지혈하는 와중에 피를 보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이 그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됨을 경험한다. 그리고 정신간호의 중요성도 더 절실히 생각해보게 된다.
좋은 정신 간호사는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정신건강 서비스와 정신과 간호 분야가 NHS와 사회보장에서 가장 많이 예산을 감축당했고, 이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정신보건 서비스는 안전핀 없는 수류탄이다. 이 세상에는 악몽에는 우리를 지켜줄 드림캐처가 충분하지 않다. (P.89) |
소아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질환의 소아환자들을 만나며 중환자실을 업무를 배워나가는데 간호의 기술적 측면보다 더 중요한 환자와의 관계에 대해 큰 배움을 얻게 된다.
엄마와 아기가 물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간호사와 환자도 영원히 연결되어 있다는 갑작스러운 깨달음이 나를 간호사로 다시 ‘탄생하게 했다. 때로는 탯줄을 통해 혈액이 거꾸로 그럴 때도 있다. 타고난 간호사는 아니었어도 여러 탄생의 순간들을 경험하며 나는 조금씩 간호사가 되어갔다. 환희와 비극이 함께 간호사를 만든다. (P.120) |
나 또한 중호나자실에서 5년간의 근무를 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많이 접했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사소통이 원활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환자들에게 대화하듯이 말을 건냈고 면회시간에 보호자들의 간절한 모습을 보며 그들 모두 건강하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기원했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런 환경에서 정말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심하기도 했으나 나 또한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간호할 수 있음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또한 간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자신의 경력도 쌓아갔지만, 오히려 그 간호를 통해 삶의 위안과 위로를 받았다
간호사란 나의 업이 내 생명보조장치가 되어주었다. 훌륭한 동료들과 든든한 직업 안정성 이외에 이 일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있음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끔찍하지만 유용한 선물이다. 세월이 빠르다. 내 아이를 갖고 나니 이 일에 대하는 나의 마음이 달라지고 더욱 진지해졌다. (P.244) |
간호를 통해 얻는 것이 반드시 보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보조장치는 없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간호사의 업무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그만큼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처럼 극한 환경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정기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일선 동료들의 증언에 의하면 아직은 환경이 그렇게까지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그럴 시간도 없지만 말이다. 트라우마를 겪는 간호사들에 대한 이해와 돌봄의 부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차 세계대전 후 많은 군인이 ‘전쟁 신경증’이라고 불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받았지만, 전쟁터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군인들 바로 옆에서 수백 명의 여성 간호사가 일했지만, 전쟁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항상 남성에 관해서였다. (P.259) |
사실 간호 현장에서 겪는 비일비재한 사건·사고들은 알게 모르게 트라우마로 자리 잡게 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의료인 각자의 몫이며 그런 문제들이 쉽게 잊혀지거나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의료인 누구에게나 주기적인 상담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비단 간호의 영역은 환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보호자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간호는 경계가 명확하게 그어지기보다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탕으로 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가 대상이 된다. 작가는 암으로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간호를 해줬던 간호사를 통해 환자뿐만 아닌 가족 모두에 대한 간호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나는 간호란 간호사의 일반 업무뿐만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편안함을 제공하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것이 더 중요한 일이란 걸 배워왔다. 가장 취약한 동시에 의미 있는 타인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다는 건, 그리고 가족이 아닌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건 특권이다. 시가 그렇듯이, 간호에서는 은유적 의미와 직설적 의미가 서로 경계를 넘나든다. 가슴의 구멍은 구멍이다. 간호사는 그 중간에, 말 그대로 구멍을 고치는 의사의 기술과 환자의 근심과 상실이라는 은유적 구멍 사이에 있다. 간호는 돌봄과 연민, 공감을 표현하는 차별 없는 행위이고, 그래야만 한다. 또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상기해야 한다. (,P.274~275) |
간호의 현장에 있을 때 환자를 돌보는 것에도 지치고 힘들고 온 신경을 쏟기도 벅찬 나날들이 많았기에 가족의 돌봄까지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사실 가족 모두를 돌보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런 내가 환자의 보호자로 지내던 시간에는 간호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경험하기도 했다. 간호사가 환자와 그 가족 모두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의료체계에 갖춰질 수 있는 날이 빠른 시일 내에 오길 바란다.
작가가 영국 간호사기이기에 책 속에 언급된 영국 간호사들의 실상을 접하며 우리의 의료체계 속의 간호사의 위치와 비교를 해볼 수도 있었다. 또한 내가 간호사였던 그 시절을 돌아보며 나에게 부족했던 점,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생각했던 점, 그 당시 가졌던 꿈 등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나 또한 이 책의 작가처럼 간호사를 시작할 당시 동정이나 연민, 공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었기도 했고 여러 영역 중에 중환자실이 내게 더 맞다고 생각했기에 그곳에서 간호를 시작했다. 그곳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후에도 일반 병동이 아닌 특수 파트에서 근무를 했기에 사실 환자들과 공감을 쌓아가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업무이기보다는 순간순간 응급 상황에 대처하며 기술적으로 완벽을 요하는 곳에서 근무를 했기에 여러모로 정신간호 측면에서는 다가서는 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었다. 그런 나도 아이를 낳고 여러 변화들을 겪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도 좀 더 여유를 찾을 수 있었기에 잠시 잠깐 만나는 환자라도 좀 더 친근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환자의 보호자 입장이 되어서는 간호사들의 업무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최대한 나는 그들의 시간을 뺏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고 가끔은 그들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적고 나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거란 생각을 하며 다양한 상황을 경험했었다. 아이의 보호자로 병원을 드나들며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니 가족 돌봄간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으며 내가 다시 간호사의 길을 가게 된다면 가족 돌봄을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 책에서 접한 가족돌봄의 이야기가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간호사의 이야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의료와 간호의 역사 및 현 의료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 또한 포함되어 있기에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의료에 대한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영국이나 이곳 한국이나 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더 잘 보완되도록 해야할 것이다.
내게 ‘돌봄’이라는 단어는 대학교 시절부터는 건강과 관련된 단어였지만 이젠 이 ‘돌봄’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의 일상 용어가 되어 버릴 정도로 자주 접하게 된다. 그만큼 돌봄이라는 것은 병원 안에서만 국한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건강지킴의 최전선에서 돌봄을 행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노고와 간호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라며 좀 더 나은 의료환경의 개선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간호를 받아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분명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임을 상기해 본다. 이 책이 전하는 소중한 돌봄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으며 지금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해 애쓰는 간호사들과 앞으로 간호를 펼칠 사람들을 위한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읽는다면 간호사의 돌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기회가 되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일지라도 그런 간호사들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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