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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과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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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문학동네포에지-020

아이스크림과 늑대

이현승 | 문학동네 | 2021년 03월 30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46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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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52g | 130*224*5mm
ISBN13 9788954677806
ISBN10 895467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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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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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96년 [전남일보],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 등이 있다. 2012년 7회 솔뫼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현재 계간 [시작] 편집위원이다. 1996년 [전남일보],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 『생활이라는 생각』 등이 있다. 2012년 7회 솔뫼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현재 계간 [시작]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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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타이어」

출판사 리뷰

우리는 거리에서 노래하고
거리에서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마시고
거리에서 사랑을 하고 잠을 자고
그리고 거리에서 죽는다
서로의 몸속을 보여줄 만큼
거리는 이제 아주 사적인 공간이므로
투명인간들이 활보하는 거리에서
소년은 눈물을 훔친다 _「우는 아이」 부분

말없는 식사를 가로지르는 무뚝뚝한 금속성
가장 극심한 소외가 침대 위에 있듯이
네모반듯한 식탁 위에서 모든 사랑은 다 질투였을 뿐
모든 식욕은 다 굶주림이었을까요?
무방한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의심으로부터 놓여났다 _「동물성」 부분

때리면서 아프냐고 묻던 고참병
대답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고마웠다
아프다도 아니고 안 아프다도 아닌 괜찮습니다
도대체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들이란 뭐지? _「괜찮은 생각」 부분

2002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한 이현승 시인의 첫 시집 『아이스크림과 늑대』를 문학동네포에지 20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2007년 8월 랜덤시선 29번으로 처음 선보이고 14년 만에 입은 새옷이다. 3부 55편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의 운명, 이것이 우리와 소년의, 그리고 세계와 존재와 시간의 운명”이라는 해체적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면서도 생의 참혹에 대응하는 따뜻하고 은근한 유머를 놓지 않는다(강계숙). 어떻게 분명 있었던 것이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져가는지. 우리는 어떻게 그런 사태들의 한가운데를 함께 살아져/사라져가고 있는지. 아이스크림을 ‘I scream’으로 읽는 순간(정한아) 우리는 길 위에서 얼음조각처럼 녹아내리는 아이의 울음과 공명하며 깨닫는다. 투명인간들이 거리를 유령처럼 활보하고 있음을. “나는 햇빛, 나는 수증기, 나는 물방울./비로소 나는 당신의 내부에 있습니다.”(「도망자」)
거대하게 출렁이는 마실 수 없는 물들 앞에서 나는 목구멍에 소금을 처넣은 듯 목이 마르다(「해변의 여인」). 우주에 물고기 한 마리와 단둘이 남겨진 기분. 먹을 것이냐 외로워질 것이냐?(「기침 사나이」) 늘 배가 고픈 늑대의 식성 앞에서 가족들의 식사는 용맹하다. 악어의 입에 자신의 머리를 넣는 곡예사처럼(「늑대가 나타났다」). “핏물이 배어나더라도/모든 사람들이 매일같이 무신경하게 이를 닦”고 “입냄새를 지우고 거울 앞에서 이- 하며 한 번은 억지웃음을 짓”(「서사에 대한 모욕」)는 이 “가학의 도시에서 나보다 먼저 시민권을 얻은 저 권태의 새”(「뚱뚱한 그녀, 혹은 비둘기에게」). “일기(日氣)와 사람의 마음은 어떤 곡선을 그리면서 비껴갈까”(「피터팬과 몽상가들의 외출」). 시인은 유머를 생각한다. 유머는 강력한 이빨을 가진 자만의 것. 악어나 사자같이 물어봐 물어봐 하다가 정말 꽉 물어버릴 수 있는, 물어버릴지 모르는 자들의 것이다(「찰리의 저녁식사」). 또한 웃음은 보호막, 문지르면 더 잘게, 더 많이 일어나는 비누거품 같은 것. “나는 작은 거품들에 둘러싸인 비누가 손안에서 미끌거리는 것을 본다” “작은 웃음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웃음 속의 공포”를(「간지럼증을 앓는 여자와의 사랑」). 리턴, 리턴, 리턴, 그리하여 무한 반복하는 삶(「슈퍼맨 리턴즈」). 시인은 “통조림에도 고유번호가 있다는 사실에서/위안과 절망을 동시에 느낀다”(시인의 말). 손깍지를 풀면서 완성되는 기도. 연인들은 헤어지면서 사랑을 이해하고 지도는 만들어지면서부터 틀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깨진 유리병들은/어디에 저렇게 많은 금들을 감추고 있었을까”(「모래알은 반짝」).

도망을 이해하려면 말야
아이스크림을 봐
표정을 바꾸는 변검술사의 손놀림처럼
재빠르게, 혹은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있지
아이스크림이 녹지
아이스크림은 포효하고
아이스크림은 분노하고
아이스크림은 자살 협박을 하고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려

아이스크림은 도망을 이해할 수 있지
동물원을 탈주한 늑대처럼
아이스크림은 도주하지
아이스크림은 사라지지
가령, 날렵한 혓바닥은
흔적을 지우면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꼬리 같아
도망을 이해한다면 당신은 늑대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눈을 밝히겠지
늑대들은 새빨간 혓바닥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처럼 아이스크림은 녹아내리지

잽싼 손놀림을 가질 수 있다면
나는 완전히 투명에 가까워질 수 있지
잠시 흔들렸다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는 물주름
어느 날 위치가 바뀌어 있는 책상 위의 물건들처럼
혹은 아이스크림처럼, 또 늑대처럼 나는 사라지지

_「아이스크림과 늑대」 전문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문학동네 복간 시집 시리즈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하며

1.
2020년 11월 문학동네는 복간 시집 시리즈인 문학동네포에지를 시작하며 1차분 열 권을 우선으로 선보였습니다. 2021년 3월 2차분 열 권을 새롭게 세상에 내놓습니다. 문학동네는 일찌감치 이 작업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1996년 11월 ‘포에지 2000’ 시리즈의 펴냄 아래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그 명맥을 이어나가던 바 있습니다. “예민한 감성과 날카로운 직관으로 시대의 혼돈과 상처를 노래했던 젊은 영혼의 생생한 울림이 담긴 추억의 명시들을 독자 앞에 다시금 제시함으로써 빛나는 시의 정수를 확인하고자” 하려 함이라는 취지의 글이 떠오릅니다. 그 정신은 온전히 두고 그 매무새를 새로이 다지는 과정 가운데 문학동네포에지의 첫 행보를 내딛기까지 시간이 오래 좀 더디 걸린 것도 사실입니다.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현시되는 장을 여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선언한 책임과 의무의 말이 실은 얼마나 큰 무게인지 모르지 않은 까닭입니다. 시라는 무한과 시집이라는 열림을 끌어안으려는 데 있어 한껏 오므라들었다 힘껏 펼칠 줄 아는 시리즈라는 줄자,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은 아무려나 사랑에 있음을 이제는 깨닫고 온전히 그 순정에 기대어 용기를 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2.
문학동네의 구간 시집 시리즈인 문학동네포에지는 복간의 기저를 비단 문학동네에 적을 두었던 시집만을 필두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특징으로 합니다.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읽어둬도 참 좋으련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랜 시간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집들이 우리에게는 꽤 있었습니다. 문학동네포에지는 시간을 거슬러 찬찬히 행하는 시로의 이 뒤로 걷기를 통해 파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집을 발굴하고, 숨어 있기 좋았던 시집을 골라내며, 책장 밖으로 떨어져 있던 시집을 집어 서가에 다시 꽂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시사를 관통함에 있어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시의 독본들을 여러분들에게 친절히 제공해드릴 참입니다. 출발의 본거지는 제각각 달랐으나 도착의 안식처는 모두 한데로, 문학동네포에지 안에서 유연성 다해 섞이고 개연성 있게 엮인 가운데 한 차에 열 권씩 펼쳐질 시의 병풍은 저마다 다양한 개성으로 저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저마다 특별한 사유로 시리즈라는 줄자에서 보다 큼지막한 테두리로 우리를 시라는 리듬 속에 재미 속에 미침 속에 한껏 춤추게 할 것입니다. 특히나 귀하디귀하다 싶은 것이 시인들의 첫 시집임을 알아 그 최전방에 첫 시집들을 앞서 배치한 것인데 1차분의 김언희, 김사인, 이수명, 성석제, 성미정, 함민복, 진수미, 박정대, 유형진, 박상수 시인에 이어 새롭게 출간된 2차분 역시 김옥영, 이문재, 염명순, 안도현, 정은숙, 조연호, 김민정, 최갑수, 이영주, 이현승 시인의 첫 시집임에, 복간에 있어 첫 시집을 앞서 염두에 둔다는 원칙 역시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3.
문학동네포에지는 문학동네시인선과 책 사이즈가 같습니다. 세상의 시계와는 완연히 다른 시의 시간 속에 이 두 시리즈가 맘껏 뒤섞이는 난장 속에 시집 시리즈의 건강함을 기대하였고, 맘껏 뒤섞이는 자연 속에 시집 시리즈의 무구함을 기약한 것도 애초의 기획 의도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표지 디자인의 중심을 컬러에 놓은 것도 둘의 공통점입니다. 문학동네시인선이 핀 꽃이거나 필 꽃이라 할 때 문학동네포에지는 꽃이 있다 떨어진 꽃자리이거나 꽃 없이 진 꽃을 기억하는 등산로 앞 의자라 할 적에 그 컬러의 생겨먹음이 필시 달라야 할 것이라는 짐작이 내내 따라붙었습니다. 힘을 빼고 또 뺐습니다. 등을 펴고 또 폈습니다. 그렇게 비우고 그렇게 꼿꼿해지는 과정 속에 문학동네포에지는 파스텔톤의 열 가지 컬러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해설이 따로 실리지 않는 시집 시리즈, 추천사도 따로 박히지 않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약력과 시인의 자서와 시인의 시로만 꿰는 시집 시리즈, 시인의 시 가운데 미리 보기로 어떠한가 싶어 고른 한 편의 시를 책 뒷면에 새기는 일로 시집의 단장을 마치고 시집의 장단을 맞춘 시집 시리즈, 이에는 색보다는 물의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한 차에 열 권씩 출간하려는 작정은 예의 과정에서 비롯한 작정이기도 합니다.

4.
구석구석 모자람도 클 것입니다. 걸음마에 넘어짐은 자석 근처의 철심 같은 것, 하여 많은 분들이 넘어질 적마다 넘어졌구나 가리키시고 가르쳐주셔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음을 압니다. 모쪼록 새롭게 시작하는 문학동네포에지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사랑으로 지켜봐주시면 여한이 없을 성싶습니다. “사랑이란 죽은 이도 거의 소생시킬 수 있는 것”이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힘입어 “사랑이란 죽은 시집도 거의 소생시킬 수 있는 것”이란 우리만의 변주로 그이가 부추긴 ‘사랑의 함대’를 비유 삼아 오늘 이렇게 문학동네포에지라는 배를 물위에 띄워보는 바입니다.

기획의 말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초판 시인의 말

참혹해할 필요 없다.
늦은 일요일 쇼펜하우어로부터의 연락,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을지 모른다.

밤사이에 늘어난 환자의 전문 지식이
주치의의 처방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진열대의 빈자리는 금세 메꾸어질 것이며
나는 통조림에도 고유번호가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과 절망을 동시에 느낀다.
우리는 그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그 무언가가 텅 비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조금 우울해질 수는 있다.
괜찮다.

2007년 여름
이현승

개정판 시인의 말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일의 맛은 쓰다고 생각해서일까.
고된 일이 끝나면 몰려가 단것을 마시는 사람들,
단것을 들고 만화방창 피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도 모르게 선명해지는 느낌,
홀로 설탕으로 결정되어가는 그런 느낌.
화살보다 뾰족한 혓바닥들이 들이닥칠 것 같은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애써 끓인 찌개를 내놓으며 어때? 좀 짜지? 하는데
강한 짠맛보다 그 사이 엷은 단맛이 더 불편한,
그런 고집스러운 느낌으로 이 시집을 쓰고 건넜다.
나는 이걸 철학이라고 할까 고집이라고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까다로움이라고 하기로 했다.
괜찮다.

2021년 봄
이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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