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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스민 제주4.3 이야기

허은실 글/고현주 사진 | 문학동네 | 2021년 04월 02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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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4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486g | 153*224*14mm
ISBN13 9788954678360
ISBN10 89546783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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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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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로 활동했고, 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대학 3학년 무렵, 선물 받은 최승자의 시집 『내 무덤, 푸르고』를 읽고 시에 눈뜨게 되었다. 백석, 김수영, 파블로 네루다, 최승자를 시적 스승으로 생각한다. 청각, 후각, 미각이 예민하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동음이의어 개그... 1975년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작가로 활동했고, 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대학 3학년 무렵, 선물 받은 최승자의 시집 『내 무덤, 푸르고』를 읽고 시에 눈뜨게 되었다. 백석, 김수영, 파블로 네루다, 최승자를 시적 스승으로 생각한다. 청각, 후각, 미각이 예민하고,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동음이의어 개그를 자주 구사한다. 청각은 예민하지만 귀가 나빠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

2018년 제주로 이주한 후 4. 3 관련 증언을 기록하며 시로 쓰는 일을 이어오고 있다. 문명과 역사, 체제와 이념의 폭력 속에서 음소거된 목소리를 듣는 일, 문서가 누락한 이름들을 부르는 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려 한다. 지은 책으로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산문 『내일 쓰는 일기』 『그날 당신이 내게 말을 걸어서』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이 있다.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서귀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워너비였던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음악선생을 잠시 하다 인생에 깊은 깨달음이 있어 뒤늦게 사진을 공부하러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정치인포츄레이트를 찍으며 대학원학비를 마련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뻔뻔하게 얻어먹다시피 하면서 겨우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꿈은 ‘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서귀포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워너비였던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음악선생을 잠시 하다 인생에 깊은 깨달음이 있어 뒤늦게 사진을 공부하러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정치인포츄레이트를 찍으며 대학원학비를 마련했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며 뻔뻔하게 얻어먹다시피 하면서 겨우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아하게 꿈은 ‘늘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이다. 지금 그 꿈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2018년부터 제주4. 3 유품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4. 3의 역사가 당대의 집단기억으로, 문화적·시대적 상징으로 자리잡는 계기를 만드는 데 예술가로서 작은 역할이나마 하고자 한다. 일곱 번의 개인전과 국내외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 『꿈꾸는 카메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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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허은실, ‘에필로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진과 시, 인터뷰로 만나는 제주4.3 희생자의 삶
기억의 시침을 70여 년 전 그날로 돌려놓는 사물들


민간인 희생자 3만여 명, 소리 없이 묻혀진 죽음과 비극. 올해로 73주년을 맞은 제주4.3의 희생자 유품을 사진과 시, 인터뷰로 기록한 책 『기억의 목소리』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현주 사진작가가 유품 사진을 찍고, 허은실 시인이 인터뷰를 기록하고 시를 썼다. 유족들이 간직하고 있는 4.3 관련 유품 22점과 수장고에 보관된 신원불명 희생자의 유품 5점까지, 총 27점의 사물을 중심으로 만나는 제주4.3의 이야기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희생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유가족들이 간직해온 소소한 사물을 통해 4.3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되짚는다는 것이다. 쌀 포대로 안감을 댄 저고리, 사후 영혼결혼식을 치른 젊은 남녀의 영정 사진, 토벌대를 피해 산에서 지낼 때 밥해먹은 그릇, ‘한국의 쉰들러’라고 불렸던 아버지의 성경책…… 70여 년 전 당시 제주 곳곳에서 말없이 참혹한 현장을 지켜봤던 사물들이다. 『기억의 목소리』에서는 수십 년 세월의 풍파를 거쳐 보존된 유품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4.3 희생자의 일상을 조명하며 아픈 역사와 사람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고현주 작가는 2018년부터 제주4.3 관련 유품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역사라는 이름 아래 왜곡되거나 소외되었던 개개인의 삶을 조명하고 온전히 애도받지 못한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4.3을 ‘사물’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유족의 보따리 속에, 궤 속에 오랜 세월 보존되어 있던 사물들의 서사를 하나씩 마주하며 카메라로 담아냈다.

2018년 제주로 이주한 허은실 시인이 이 작업에 함께했다. 때로는 남겨진 사물과 사람의 눈으로, 때로는 떠나간 영령의 마음으로 쓴 시는 70여 년 전 제주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간다.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시는 그 시절을 살았던 구체적인 존재를 한 명 한 명 호명한다. 그들이 생전 했던 일, 살아서 맺었던 애틋한 관계, 일상에서 사용했던 사물은 지극히 평범했기에 이 평범함은 더 큰 슬픔으로 증폭되어 전해온다. “숟가락을 놓는 것”은 “당신을 눕히는 일”이었고(「녹슨 한술」 중에서), “밤새 미싱 돌아가는 소리”에 “아들은 키가 자랐다”(「미싱」 중에서). 그의 시 속에서 사물과 인간이 맺는 소박하고 내밀한 관계가 4.3이라는 아픈 역사와 맞물려 더 크게 부각된다.


한평생 그 자리에 놓여 있는 슬픔들
말년까지 충격과 아픔 떠안고 살아야 했던 4.3 유족의 이야기


물려받은 것은
텅 빈 궤 하나와 기일뿐이어서
죽은 이들 먹이기 위해
산목숨 이어온 시간이었다

가을이면 애련애련 옹이가 저려와
궤를 열면 어둠 속에 웅크린
일곱 살이 있다
_허은실, 「몰쿠실낭 궤」 중에서

사물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참혹한 학살의 순간에 대한 증언으로 이어진다. 궤 짜는 일을 하던 윤만석의 아버지는 집에 있던 멀구슬나무로 궤를 짜던 중 느닷없이 군인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동네 사람들이 모두 잡혀갔다. 친구 아버지가 주민들이 모두 집결한 자리에서 공개처형을 당하고 며칠 후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 채 목포형무소로 끌려가 ‘내란죄’를 이유로 형을 살아야 했고, 큰 부상을 입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시 고작 일곱 살이던 윤만석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되어 동생들을 먹여살려야 했다. 책에 실린 사물에는 4.3 당시의 긴박함과 아픔의 세월이 스며들어 있다. 생필품에 지나지 않았던 사물이 유품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 겨울 우리는 지상을 떠났습니다
그 밤 뜨거운 총알이 우리 몸을 통과했습니다
그해 당신 스물 나는 열일곱

희,
무덤 속에서 비로소 잡아보는
손,
다행이에요
따뜻해서
_허은실, 「이제,」 중에서

안순실 시아주버니 내외의 영혼결혼식 사연은 애달프다. 4.3 때 아버지와 함께 희생된 시숙이 어머니 꿈자리에 나타나 ‘내 일기장에 보면 뭐가 있다’고 말해 잠에서 깨자마자 일기장을 찾아보니 과연 시숙의 연애편지가 나왔다. 편지의 수신인을 추적해보았지만 그 집안도 이미 4.3으로 몰살된 후다. 하나 남은 조카에게 사진을 받아 그는 두 사람의 영정 사진으로 영혼결혼식을 올려주었다. 선산으로 모셔와 같이 한 무덤에 합장시켰다. 무덤 속에서 비로소 손잡은 두 사람은 몸을 잃은 채 영정 사진으로만 그곳에 남아 있다.

“멸치떼가 밀려와서 덤으로 죽듯이 그렇게 죽었어요. 터진목이라는 덴데, 여기서 460여 명이 학살됐어. 1948년 11월부터 이듬해, 그 이듬해까지. 그때 내가 여덟 살이었는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3형제, 고모까지 다 학살되는 현장을 직접 봤어요. 죽음은 그렇게 간단했어요.” _강중훈 유족 인터뷰, 66쪽

그 시절, 제주도민은 너나없이 모두 피해자였다. 부모와 형제를 눈앞에서 잃은 이들에게 4.3은 너무나 큰 상처이기에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고, 어렵게 입 밖으로 나온 이야기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유족들은 ‘학살의 간단함’에 대해 입 모아 이야기한다. 순식간이었고, 이유를 몰랐고,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왜 희생당해야 했는지 모르는 상태로 노구가 되었다. 유족 양남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평생 지극히 모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이야기하다 “저도 이제 일흔아홉인데 잊어버려야죠, 뭐……”라며 말을 줄인다.

심지어 ‘빨갱이’ ‘폭도’ ‘도피자 가족’이라는 누명을 쓰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유족들은 4.3사건을 입에 올리지도 못하고 관련 유품을 전부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김두연은 4.3으로 희생된 아버지와 형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전부 태워버렸다. 강중훈은 생전 일본에서 장사를 하셨던 아버지의 가계부를 넘겨보다 안에 기록된 이름의 주인들에게 혹여 해가 될까 쓰인 페이지를 전부 찢어버렸다. 이 책에 기록된 유품 20여 점은 그럼에도 태워지지 않고 끝내 남은 것들이다. “무덤 속에서도 살아남고” “망각보다 오래 살아남아” (「 그러나 나는,」 중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물들은 잃어버린 개인의 역사를 발굴하고 조각난 생애를 잇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토록 염원했던 ‘평화’의 의미를 다시 묻는 오늘
‘죽은 자’와 ‘산 자’를 잇는 목소리


해마다 유채꽃이 만발하는 4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다. 성산일출봉, 함덕해수욕장, 섯알오름, 다랑쉬오름, 정방폭포, 표선해수욕장 등 제주의 대표 관광지로 알려진 이 아름다운 공간이 70여 년 전 집단학살터였다는 것을, 발 딛는 땅마다 한 맺힌 영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허은실 시인과 고현주 작가는 『기억의 목소리』 작업을 통해 개인의 일상이 깨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이고 절망인지를 전하고자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역사의 실마리는 사물에 있었다. 벌써 오래전 희미해져버린 그리운 얼굴이지만 그 사물에 묻은 흔적만은 하나같이 선명하게 기억했다. 어머니가, 아버지가, 형님이 생전 쓰시던 물건을 이야기하면서 헝클어진 기억의 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묻어둔 아픔이 하나둘 드러났다.

사진작가는 사진 찍기 전 기도를 했고, 시인은 시 쓰기 전 삼배를 올렸다. 유족과 유품을 마주할수록, 사건을 직접 겪지 못한 후손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고 감당하기 힘든 진실의 무게에 기록하는 자의 두려움은 더 커졌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4.3의 참혹함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생존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고, 한 명이라도 더 만나지 않으면, 한마디라도 더 듣지 않으면 4.3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을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더 가까이, 더 깊이 아픈 역사를 추적했다.

2021년 3월, 4.3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들과 일반재판 수형인들이 전부 무죄 판결을 받고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이 한 권의 책에 담긴 ‘기억의 목소리’가 세상에 더 울려퍼져야 한다. 책 표지에 실린 동백 저고리 사진에는 ‘기억’과 ‘평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 평화를 소망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반대 감각 또한 기억해야 한다고, 허은실 시인은 말한다. 저마다 기구하고 각별한 사연을 가진 채 남겨진 사물들이 전하는 ‘삶’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다시 봄이 오는 제주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를 기억하는 일에 함께해달라고, 이토록 소중한 평화의 가치를 오래오래 잊지 말자고, 4.3의 피와 눈물이 밴 사물들은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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