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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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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

기사라기 가즈사 저/김윤수 | 라임 | 2021년 01월 29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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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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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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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308g | 153*215*20mm
ISBN13 9791189208707
ISBN10 1189208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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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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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1983년에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났다. 2009년 《번데기의 꿈》으로 제49회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 가작, 《미스터리어스 세븐》으로 제7회 주니어 모험 소설 대상, 2011년 《노래하는 개구리 공주》로 제4회 일본 아동 문학가 협회 신인상을 수상해다. 지은 책으로 《래빗 히로》《두 친구는 책을 아주 좋아해!》《생일 모임은 공룡을 불러서》 외 다수가 있다. 《오늘의 급식》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첫 작품이다. 1983년에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났다. 2009년 《번데기의 꿈》으로 제49회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 가작, 《미스터리어스 세븐》으로 제7회 주니어 모험 소설 대상, 2011년 《노래하는 개구리 공주》로 제4회 일본 아동 문학가 협회 신인상을 수상해다. 지은 책으로 《래빗 히로》《두 친구는 책을 아주 좋아해!》《생일 모임은 공룡을 불러서》 외 다수가 있다. 《오늘의 급식》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첫 작품이다.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작가 형사 부스지마』, 『짐승의 성』,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한밤중의 베이커리』, 『코코로 드립』, 『완전한 수장룡의 날』, 『마음도 저금할 수 있나요?』, 『방귀 해파리』, 『밀가루 학교』, 『49일의 레시피』, 『너를 위한 해피엔딩』 등이 있다.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작가 형사 부스지마』, 『짐승의 성』,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한밤중의 베이커리』, 『코코로 드립』, 『완전한 수장룡의 날』, 『마음도 저금할 수 있나요?』, 『방귀 해파리』, 『밀가루 학교』, 『49일의 레시피』, 『너를 위한 해피엔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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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오늘 급식 메뉴 뭔지 알아?”

미키_ 친구랑 이제 그만 화해하고 싶어. : 사과의 마음을 담아! 새콤달콤 젤리
모모_ 어린애 같은 내 모습이 너무 싫어! : 역시 급식이 최고! 달짝지근 마파두부
미쓰루_ 짝사랑하는 친구 누나에게 고백할 거야. : 첫사랑의 설렘! 두근두근 흑당 크림빵
마사토_ 공부도 운동도 아쉬운 나, 이대로 괜찮을까? : 도전하는 즐거움! 영양 만점 마카로니 수프
기요노_ 어떻게 하면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을까? : 찐한 초콜릿 맛 용기! 완벽 충전 초코우유
고즈에_ 전학을 가서도 지금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아. : 우정의 약속이 스민 폭신폭신 크레이프

갖가지 고민에 감싸인 같은 반 친구들,
달콤 쌉싸래한 여섯 가지 성장의 맛!


사랑, 우정, 성적, 미래…… 다채롭게 담아낸 우리들의 고민 이야기

『오늘의 급식』은 갓 중학교에 입학한 미키, 모모, 미쓰루, 마사토, 기요노, 고즈에 총 여섯 아이들이 겪어 나가는 1년의 학교생활 이야기이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특별할 청소년들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젤리, 새콤달콤 차가운 화해의 맛」은 친구와 다툰 미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사업 부진 때문에 도쿄에 살다가 외할머니네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미키는 공립 중학교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거리를 둔 채 늘 이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친구 고즈에와 다투고 마는데……. 친구와 다투면서 느끼는 날것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 공감을 더하고, 젤리를 매개로 한 화해의 순간을 뭉클하게 그려 냈다.

「마파두부, 보드랍고 달달한 성장의 맛」은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모모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키가 작고 동화책을 좋아하는 모모는 어린애 같은 자신의 모습이 콤플렉스다. 친구들만 어른이 되고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어른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도도하고 새침하게 보이려는 말투는 친구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 아무리 어린애처럼 보여도 맵디매운 정통 마파두부보다 부드럽고 달달한 급식 마파두부가 더 좋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내 본모습을 인정할 때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전한다.

「흑당 크림빵, 두근두근 아릿한 첫사랑의 맛」은 짝사랑앓이 중인 미쓰루의 이야기이다. 미쓰루는 책을 읽고 함께 감상을 나누면서 관계를 쌓은 시오리 누나를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한 시오리 누나가 등교 거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쓰루는 그런 누나에게 힘이 돼 주고 싶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저 누나가 좋아하는 흑당 크림빵을 손에 쥐여 준다. 사랑에 서툰 순수한 소년의 진심 어린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 독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마카로니 수프, 어정쩡함을 날려 버릴 결의의 맛」은 ‘학교 인기 짱’ 마사토의 이야기이다. 마사토는 재미있는 성격에 말주변도 좋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사실 남모를 고민이 있다. 공부는 최악인 데다 운동도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라 언젠가 이 인기가 사그라들까 봐 불안한 것! 자라면서 내 진짜 모습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청소년의 어지럽고 복잡한 심리를 밀도 있게 서술하고, 마음만 먹으면 ‘아주 작은 계기’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초코우유, 짜릿할 만큼 강렬한 용기의 맛」은 전교 1등 기요노의 이야기이다. 기요노는 공부는 잘하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반에선 늘 외톨이다. 급식으로 나오는 초코 분말을 반 친구들에게서 한가득 얻을 수 있는 마사토의 인기가 그저 부러울 뿐. 그런데 어느 날, 교내에서 열리는 하쿠닌잇슈 대회에 마사토와 고즈에와 팀을 이뤄 참여하게 되는데…….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을 어려워하는 소심한 아이의 마음을 내밀하게 서술했다. 초코우유의 진한 단맛처럼 반짝이는 용기를 품고 마침내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이 가슴 벅차다.

「크레이프, 한 겹 한 겹 포개지는 약속의 맛」은 전학을 앞둔 고즈에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전근으로 가족이 함께 이사를 가게 된 고즈에는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전학을 가서도 지금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친구들과 헤어지는 일은 청소년에게 견딜 수 없이 큰 사건이다. 다가오는 이별에 무척 슬퍼하지만,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며 멋지게 받아들이는 다섯 친구의 우정을 함께 응원하게 된다.

복잡다단한 청소년의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낸 성장 소설

『오늘의 급식』에는 다양하고 솔직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부유했던 과거의 기억에 갇혀 친구와 자신 사이에 급(級)을 나누는 미키의 태도는 퍽 이기적이고, 좋아하는 누나 앞에서 더 이상 동생이고 싶지 않다는 미쓰루의 독백은 꾸밈없는 사랑이 절절히 묻어 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탐구하는 마사토의 고민은 진중함을 넘어서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고민마다 등장하는 급식 메뉴는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되어 주기도 하고,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하고, 힘든 순간에 응원과 위로를 건네주기도 한다. 청소년의 맑고 행복한 삶을 응원하는 저자의 태도가 음식마다 촘촘히 배어 있어, 주인공에게 가 닿을 때 따뜻한 온기로 아이들을 포근히 감싸는 것이다.

주인공 여섯 학생들 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도 주목할 만하다. 미키와 고즈에가 화해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도모카, 늘 혼자 있는 기요노에게 먼저 다가가 친근히 말을 건네는 야마자키, 마사토의 남모를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응원을 건네는 원어민 교사 라미레스 선생님……. 누구 하나 모난 인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악역은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은 바로 인정하고, 서로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은 도와주려 애쓰는 인물들을 통해 선한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이렇듯 『오늘의 급식』은 ‘급식’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활용해 청소년들의 고민들을 유쾌하고 그려 내었고, 진심 어린 마음만 있다면 무엇이든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개개인의 에피소드를 입체적으로 담아내어 청소년 독자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전하고, 나아가 성숙과 배려의 마음이 한 뼘 자라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젤리, 새콤달콤 차가운 화해의 맛

아빠의 사업 부진으로 도쿄에 살다가 시골 외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오게 된 미키. 근처에 있는 공립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자꾸만 도쿄에서의 생활이 눈에 아른거려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싸구려 급식은 입에 맞지 않고, 점심시간마다 시끄럽게 떠드는 남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던 어느 날, 미키는 7월 칠석을 기념하는 대나무에 ‘세이린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적고, 친구 고즈에가 이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급식으로 나온 프라이드치킨은 얼핏 봐도 퍼석퍼석했고, 야채수프 위에는 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마지못해 맨 빵만 조금씩 뜯어 먹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은 마사토가 살가운 척을 하면서 다가왔다. “저기, 미키. 그거 안 먹을 거면 나 줄래? 치킨 말이야.” 프라이드치킨은 이 학교에서 엄청 인기 있는 메뉴인 듯했지만, 나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먹어.” “저, 정말? 정말로?” 마사토가 깜작 놀라 되물었다. “나 준다고? 프라이드치킨이야, 프라이드치킨! 너, 주고서 후회하기 없기다!” 자기가 달라고 해 놓고선 왜 저렇게 법석인지. 나는 마사토 목소리가 시끄러워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심술궂은 목소리가 날아와 귀에 꽂혔다. “우리 학교 급식이 그렇게 싫어?” 고개를 휙 돌리자 고즈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아니라 입맛이 좀 없어서…….” “억지로 거짓말할 필요 없어. 너, 부잣집 애들이 다니는 학교의 고급 급식만 먹어서 이런 싸구려 급식은 안 먹고 싶은 거 아냐?” -20~21쪽에서

마파두부, 보드랍고 달달한 성장의 맛

키도 작고 동화책만 읽는 모모는 자기가 어린애 같은 것이 큰 콤플렉스이다. 큰마음을 먹고 맵디매운 중국집 전통 마파두부를 먹어 보기도 했지만, 입안이 홀라당 데이고 배만 아플 뿐이다. 어릴 적부터 같이 동화책을 읽던 미쓰루는 더 이상 동화책을 읽지 않고, 친구들은 매운 마파두부가 맛있기만 하다는데……. 모모는 친구들만 모두 어른이 되고 자신은 뒤처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동화책을 읽고 있는 미쓰루를 발견한다! 미쓰루도 모모처럼 하루빨리 어른이 되려고 아등바등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모는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던 응어리가 사라지는 기분을 느낀다.

“미안……. 그런데 너, 이거 빌리려고 했던 거 아냐?” 나는 머뭇거리면서 포클 책을 내밀었다. 하지만 미쓰루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저번에 네가 말했던 게 생각나서 잠깐 훑어본 것뿐이야.” “너, 엄청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아니라니까.” 미쓰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나는 또 움츠러들었다. 그런데 그때 미쓰루가 나직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야, 생각해 봐. 이렇게 덩치 큰 중학생이 초등학교 중학년용 동화책을 읽고 있으면 안 이상하겠냐?” 아, 그렇구나…….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미쓰루는 동화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미쓰루의 표정과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문득 오늘 미키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치는 어른인 척하는 내가 화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미쓰루도 마찬가지였던 거다.

나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미쓰루를 슬며시 올려다보았다. 미쓰루는 골난 얼굴로 내 시선을 어색하게 피했다. 어쩌면 미쓰루도 서둘러 어른이 되려고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와 다르게 미쓰루는 겉모습이 점점 어른처럼 변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보다 더 초조해져서 커진 몸집에 내면을 맞추려고 어른처럼 행동하고, 좋아하던 동화책도 안 읽고……. 그러니까 나 혼자서만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바동거렸던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 입에서 멋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야, 절대로 안 이상해!” - 51~52쪽에서

흑당 크림빵, 두근두근 아릿한 첫사랑의 맛

미쓰루는 친구 마사토의 누나인 시오리 누나를 짝사랑하고 있다. 두 사람은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고, 미쓰루는 시오리 누나와 매일 책 감상을 주고받으며 짝사랑의 마음을 키워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에 진학한 누나가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시오리 누나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시오리 누나는 나를 발견하고 잠시 놀란 듯하더니 이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왜? 혹시 마사토가 무슨 부탁이라도 하던?” “아, 아뇨! 누나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서요.” 시오리 누나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는 모른 척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방에서 흑당 크림빵을 꺼내 누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빵? 이건 왜…….” “그게, 전에 누나가 좋아한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요. 먹어 본 지 오래됐을 테니까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어, 어제 만났을 때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때 좋아했던 급식이라도 먹어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말할지 여러 번 생각하고 왔는데 바보같이 횡설수설했다. 얼굴이 점점 다라오르는 게 느껴졌다. 역시 고등학생인 누나의 기운을 좋아하는 음식으로 북돋으려 하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었던 걸까? 마사토라면 단박에 통했을 텐데. 나는 시오리 누나의 표정을 보려고 흘끔거렸다. 왠지 반응이 별로인 거 같아서 차마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누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설마 빵도 안 먹고 동아리까지 하고 온 거야? 나한테 주려고?” “그건 걱정 마세요. 결석한 친구 것이 남아서 가져온 거예요. 제가 빵은 다 먹었어요.” 이번에는 재빠르게 준비해 둔 대답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배에서 엄청나게 크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나도 처음 들어 볼 만큼 무지무지 큰 소리로! -77~78쪽에서

마카로니 수프, 어정쩡함을 날려 버릴 결의의 맛

재미있는 성격, 화려한 말주변으로 학교에서 인기 최고인 마사토. 걱정이라곤 없을 것 같지만 사실 남모를 고민을 품고 있다. 공부와 운동 모두 어영부영이라, 이러다가 친구들이 모두 자신을 떠나갈까 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진짜 내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기분……. 그러던 어느 날, 마사토는 평소 만담을 잘 받아 주는 원어민 교사인 라미레스 선생님에게 이런 고민을 툭 털어놓게 된다. 선생님은 마사토의 유쾌함에 가려져 있던 진중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주 작은 계기’만 있어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고 응원을 건넨다.

오늘 급식은 코페 빵, 브로콜리를 버무린 미트볼, 그리고 마카로니 수프였다. 그중에서 마카로니 수프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알파벳 모양의 작은 마카로니가 들어간 콩소메 수프로, 그 안에 들어 있는 메추리알이 특히 맛있다. 나는 수프를 빤히 들여다보면서 메추리알이 몇 개 들어 있는지 세다가 문득 무언가를 보고 말았다. 수프에 떠 있는 알파벳 마카로니가 낯익은 순서로 늘어서 있었다. C, H, A, N, G, E? "미치하시, 이거 혹시 체인지 아냐? 체인지.“ “왜 그렇게 쓸데없이 발음만 좋냐? 응, 체인지 철자가 맞네.”

역시……. 옆에 앉은 신고도 고개를 빼고 내 수프 그릇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야, 네가 어떻게 체인지 스펠링을 다 아냐? 근데 이거 엄청난 확률 아니야?" 엄청난 정도가 아니지. 딱 이 철자 순서대로 마카로니가 늘어선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 아닐까? 기적적, 아니면 운명적?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게 바로 그 ‘아주 작은 계기’인 게 아닐까? 이게 계기가 아니면 뭘까? 이러면 변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마치 몸에 들어 있는 작은 스위치가 달칵 켜진 것처럼 울적했던 기분이 단숨에 급상승했다. -103~104쪽에서

초코우유, 짜릿할 만큼 강렬한 용기의 맛

기요노는 학교에서 전교 1등일 만큼 공부를 잘하지만,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에 늘 외톨이이다. 그런데 교내 하쿠닌잇슈 대회에 마사토, 고즈에와 한 팀이 되어 참여하게 된다. 마사토와 고즈에는 모두 활발하고 사근한 성격에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아이들로, 기요노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다. 기요노는 그런 친구들이 불편하면서도 마음속으로 남몰래 부러움을 품는다. 그런데 어느 날, 기요노는 학원 수업을 마치고 마사토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며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변해야 할 것은 바로 자신의 태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마사토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시고 싶으면 마시면 되잖아. 우유 양을 조금만 해서 분말을 섞으면 되는데. 그러면 엄청 진한 초특급 고농축 초코우유가 되는 거 아냐?”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마사토를 바라보다가 그만 아주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마사토 말이 맞았다. 그렇게 간단한 방법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초등학생도 알 법한 일인데. 내 멍청함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어쩌면……, 내가 아예 처음부터 포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이렇게 단순한 방법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걸지도. 난 절대 마사토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갑자기 마사토가 키득거렸다.

“정말 몰랐냐? 넌 머리는 엄청 좋으면서 꽤 허당 같은 데가 있어. 그래서 재미있단 말이야.” 개구지게 웃는 마사토를 보면서 나는 묘하게 기쁨을 느꼈다. 공부만 하는 재미없는 녀석이라는 말은 들어 봤지만 재미있다는 말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말해.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작정 다 마셨더니 너무 달아서 죽을 뻔했으니까.” 농담 어린 그 말에 나는 또 한 번 깨달았다. 하긴, 말했으면 됐을지도 모른다. 나도 좀 줘, 하고. 돌이켜 보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 본 적도 거의 없었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워하는 마사토와 고즈에를 부러워하면서도,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적극적으로 먼저 행동한 적은 없었다. 내가 교실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모두가 나를 멀리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가가려고 하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이것 역시 초특급 고농축 초코우유를 만드는 방법만큼이나 단순한 일이다.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게 믿기지 않을 만큼. - 121~123쪽에서

크레이프, 한 겹 한 겹 포개지는 약속의 맛

고즈에는 아빠의 전근으로 가족이 함께 이사를 가기로 결정이 나자 마음 한쪽이 복잡해진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를 떠나는 것도, 좋아하는 학교 급식을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것도 슬프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 전학을 가서도 꾸준히 연락한다 한들 몸이 멀어지는 이상 우정이 지속될 리 없을 텐데……. 그런데 고즈에의 전학 사실을 알게 된 미키가 다정한 목소리로 고즈에를 부른다.

“그 크레이프, 나 주면 안 돼?”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키가 급식을 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 친구들도 깜짝 놀라서 미키를 빤히 쳐다보았다. 굳이 못 줄 건 없었지만, 나는 일부러 짓궂게 물었다. “음, 너 하는 거 봐서. 내가 이거 주면 넌 뭐 줄 건데?” “아무것도 없어.” 미키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이렇게 귀한 메뉴를 거저 달라고 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뻔뻔하…….” “미안, 다시 말할게.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미키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미키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대신에 2년 뒤, 3학년 때 졸업 메뉴로 나온 디저트를 가지고 널 만나러 갈게. 상하지 않게 냉동해서, 주말에 전철 타고. 약속할게, 꼭!” 미키의 눈빛은 자못 진지했다. 나는 미키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채고 가슴이 떨렸다. 내가 남몰래 바라던 그 우정의 약속을 지금 미키가 하려는 것이다. 네가 전학 간 뒤에도 절대 널 잊지 않을게. 우리는 영원히 친구야. 그런 약속을. -163~16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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