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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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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6쪽 | 438g | 145*210*15mm |
ISBN13 | 9791191183030 |
ISBN10 | 1191183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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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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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즉 인간적 삶의 가능성은 삶을 보장하는 수단들을 합리적으로 예견하는데 달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삶(문명화 된 삶)이 바로 그 삶을 가능케 해주는 수단들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타산적인 수단들 너머로 그 수단들의 목적을 찾는다." - 조르주 바타이유, 『에로스의 눈물』 머리말 中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을 지켜내는 거대한 수단들이라면 민주주의, 자본주의,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과학기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조르주 바타이유'의 위 문장처럼 이것들이 더는 우리들의 삶을 가능케하는 수단이 아닌 것 같기만 하다. 이제 우리들은 이 수단들 너머의 새로운 가치를, 구체적 수단을 찾아야 할 그런 굴곡이 바뀌는 지점 어딘가에 도달해 있다는 생각에 압도되고 있는 느낌이다.
거대화된 자본은 노동을 더이상 창출하지 않고 사용하던 인간재료를 뱉어내고 있을 뿐이며, 부(富)는 극단적 양극화로 치달으며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양산되는 가난은 혐오와 모멸에 내몰려 인간 존엄이라는 허울좋은 언어만 남았으며, 이에 환멸을 가진 사람들은 엉뚱하게도 극우화된 포퓰리스트의 선동에 현혹되어 민주주의의 근간조차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정보기술의 급진성, 로봇화를 비롯한 무인화 등은 인간 노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치 이를 가속화시키려는듯 코로나19의 지구적 점령은 비접촉의 일상화를 강요하며 기술변혁에의 적응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변혁의 시기가 안고 있는 이같은 문제들'을 간과하고 그저 다가 오는 상황을 맞이해도 '인간적 삶'이라 부르는 것들이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에 익숙해져 전문가들조차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 낼 변화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현상유지 편향'"처럼 아무런 문제의식도 떠올리지 못하고, 피상적 인식 속에 그저 안주하는 삶이 계속 될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이기도 하다.
저자 '김만권'은 이 물음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여 문제들에 도사린 본질, 그 현상들을 꿰뚫어 새로운 수단들, 즉 인간 존엄을 지키며, 껍데기만 남아가는 민주주의 가치를 복원하고, 현실의 삶에서 작동 가능한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제도와 가치들을 사유한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마지막장인 6장에서 '인간다운 삶의 조건'인 새로운 수단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기계와의 긍정적 파트너십을 말하는 2장 '인공 지능은 인류의 적인가'를 제외한 3~5장은 21세기 오늘에 이르는 자본의 변화와 불평등 세계의 심화를 가져온 현상들을 과잉 친절이라할만큼 세세한 설명들을 통해 왜 지금 우리가 이 물음들을 숙의해야하는지를 성찰하고 있다.
A. 부불노동(不拂勞動)의 세계 - 고용감소, 승자독식, 하인경제
한국 사회가 구미 선진국가들의 자본주의 경제 발전단계를 그대로 쫓은 것은 아니기에 복지국가를 거치지 못했음에도 "네 삶은 네가 책임지는 것이다"라는 자본주의 지배윤리만을 빼닮은 우리 사회는 '공유경제' 또는 '플랫폼 자본주의'로 불리는 기괴한 자본 축적 체계에 맞닥뜨리고 있다. 저자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노동인 부불노동을 적시하며 "자본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부불노동이라는 노동착취의 잉여분이 자본축적인 것은 자본주의의 일반법칙이지 새로운 변화인 것은 아니다. 다만 오늘의 자본 축적 행태의 전형이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중대한 이해라 할 것이다.
"여러분은 독립사업자입니다, 여러분을 보호하는 일은 스스로가 해야합니다. (...) 생산수단의 소유 권리도 너에게 주마, 그러니 이제 관련 비용도 스스로 부담해라!" - 120, 121쪽에서
자본이 이제는 생산수단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거나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부를 축적한다. 이를테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콘텐츠는 이용자가 만든다. 콘텐츠 생산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혹은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택시나, 숙박시설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공유경제라는 이름 아래 부불노동의 댓가를 챙긴다. 아마 이보다 더욱 착취적인 것은 배달,택배 플랫폼 자본들일 것이다. 배달, 택배기사는 독립사업자로 계약하기에 자본들은 이들에게 소위 산재,고용,건강보험등 사회보장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용 장비, 도구, 유지비 일체도 노동자들이 떠안는다. 자본은 손도 안대고 코를 풀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자본가가 챙기는 구조이다.
전통적 산업자본은 일부라도 자본 재생산을 위해 생산재와 노동력 구매에 투자되었는데, 이제는 모두 자본가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이에 더해 "새 공장은 자동화 공정으로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는 스마트팩토리가 될 것"이라했다는 전기차 배터리 신설공장 뉴스기사처럼 자본의 유기적 구성에 있어서 인간 노동력은 거의 제로화 되고 있다. 천문학적 자본 투자가 있어도 고용은 발생치 않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오늘날의 기술 발전이라는 것은 "사회계층 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고 대부분의 인간은 쓸모없는 존재로 버려진다는 의미이다.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불안정한 비임금 노동자가 213만명 늘어나 613만명이 되었다는 2020년 국세청 보고서는 이미 한국사회의 현실적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자본구조의 변화로 인한 고용감소와 실업자 양산 추이의 문제와 병행하여 디지털 분야의 전형적인 승자독식 시장 양상은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네이버, 카카오 등....소위 울트라리치(Ultra-rich)를 탄생시키고 소득의 양극화를 첨예화시킨다. 국세청의 2017년 귀속분 통합소득 발표자료는 0.1% 상위 소득자가 하위 27%, 629만 5,000명의 소득만큼 벌고 있음을 보여준다. 21세기 자본주의는 이들 슈퍼, 울트라 리치들의 세계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자본의 이러한 독식 체제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과 고용절벽이라는 비상함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B. 거대 자본과 민주주의 퇴락
경제의 지구화, 초국적 기업 출현의 역사는 책에 미루기로 하고, 다국적 기업인 거대 자본은 이제 '제도로서의 기업'이 되었다고 진단하는 영국의 사회학자 '콜린 클라우치'의 말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일례로 GM이 군산자동차 공장의 폐쇄를 을러대며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과 노동관련 법규가 친기업적이지 않다고 협박하는 것처럼 기업이 제도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들은 일반 시민에 비해 훨씬 효율적으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당한 권력을 가지면서 자본축적지(地)인 해당 공동체에 충성할 아무런 의무도 지지 않는다. 결국 권력화된 거대 자본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제약을 부과한다.
한편 시민 삶의 안정성을 위한 공공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을 오직 이윤, 자본축적 논리에 기반하여 민영화하는 행태가 민주주의 무력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통신공사였던 공기업을 KT로 민영화하면서 "2002년에서 2014년까지 당기순이익 9조원을 벌면서 세 차례에 걸쳐 사상 최대의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을 퇴출하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주주배당" 잔치를 벌였다는 책의 사례는 특권을 추구하는 소수 정치배들과 거대자본의 추악한 결탁을 보여준다.
공공성은 민주주의 핵심가치인 평등성이라는 보편적 접근성의 의미를 지닌다. 반면에 민영화는 보통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배제되고 자본 권력의 이익 착취욕으로 불평등성을 심화시킨다. 여기에 기생하는 것이 바로 지금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이다. 정치권력이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를 외면한다고 선동하며 가치혼란과 갈등을 조성하고 마치 자신들이 공정성의 화신인 듯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곤 거대 자본이 잘 돼야 국민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아니 순진하기까지 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대기업 법인세 감면 법안을 순리라고 악을 써대며 꺼내놓는다. 이렇게 들어선 권력이 거대 자본가이면서 최고 권력자로 행세했던 극우 포퓰리스트의 대명사가 된 '도널드 트럼프'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심에 거대자본이 똬리를 틀고 있음이다.
C. 새로운 삶의 조건
자본은 더이상 필수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은 재료로 전락한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으며, 국가 경계도 없이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흐름들의 공간에서 작동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들이 추구하는 제2 기계시대의 기술들은 인간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회피하는 형식을 통해 자본축적의 극대화만을 도모할 뿐이다. 자본이 뱉어낸 인간 재료들을 기다리는 것은 노동을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노동윤리를 강요하는 플랫폼노동, 하인경제로 불리는, 아무런 사회적 안정장치도 없이 죽으라 일해야 생존이 가까스로 유지되는 푼돈 노동의 일자리이다.
"새로운 가난이 온다! 도와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세계에"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855만 7,000명이라고 한다. 여기에 독립사업자로 노동을 하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와 같은 불안정한 비임금 노동자를 더하면 1,468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국회예산정책보고서는 경제 1% 성장에따른 고용율 지표인 '고용탄성치'가 2018~2022년에는 0.3으로 감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감소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사회 전반의 인구가 '하인 경제'에 포함되거나 실직으로 가난한 계층으로 변화되는 것은 이제 지극히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소위 중산층으로 분류되던 계층은 사라지고 극소수의 부유층과 대다수의 빈곤층으로 구성되는 세계가 펼쳐지는 것은 단지 시간의 경과에 맡겨져 있을 뿐이다. 기업(자본)친화적 수구정치집단은 전체주의적 권력 야심에만 관심이 있을 뿐 민주주의 덕목의 훼손이나 인간 삶의 파괴에는 어떠한 이해도 없어 보인다.
이러한 세계에서 가난을 타락의 언어로 그려내려는 파렴치함, 이미 자본의 세습질서가 된 능력주의라는 망상적 몰염치에 기반한 사유는 필요치 않다.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어떻게 인간존엄을 지키고 생존권을 안정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겠는지에 지혜의 총력을 기울일 때다. 부불노동을 통해 이윤을 얻는 정보기업에 일명 '구글세'를, 상위 소득계층에 정액제 '부유세'를, 로봇등 인간을 대체한 기계에 '로봇(기계)세'를, 막대한 자본을 증여, 상속하는 거대자본에게 이에 상응하는 '고율의 증여, 상속세'를 부과할 수 있다. 2016년 미국 피터슨연구소는 국가별로 증여와 상속으로 부자가 된 비율을 조사했으며 전 세계 평균 30%에 비해 한국은 무려 7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또한 2013년 기준 상위 10%에 자산 66%가 집중되어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새로운 분배를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요구가 정치권력 집단과 거대 자본을 겨냥하여 본격화되어야 한다. 재원타령만 하는 수구집단의 헛소리에 현혹될 만큼 우리들에게 시간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구글세,부유세,로봇세,고율의 증여상속세 등 이들 재원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매년 21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사회 출발을 위한 '기초자본'을 지원 할 수도 있다. 2013년 영국노동당이 설계했던 아이 출생시 일정액을 지급하여 이자로 불린 후 특정 연령에 목돈을 지급하는 '베이비 본드'를 마련하여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초 재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어느 하나도 한국 정치집단은 선거 표를 얻으려는 것과 같은 시민 현혹을 위한 일회용 선전문구 이상의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국민 모두 이제 정치권력에, 거대 자본 집단에 요구해야하며, 관철시켜야 한다. 모든 인간이 같이 사는 세계이다. 거대 자본의 노예가 되어 사는 삶을 후손에게 물려줄 텐가
인공지능을 비롯한 제 2기계시대의 기술과 관련하여 기계와 인간의 긍정적 파트너십을 말하는 2장의 인간과 기계의 지배와 종속의 관계성이나, "대량실업에 대한 우려는 너무 지나친 반응일 수 있다.(63쪽)"는 저자의 주장과 같이 이 책 역시 분명 논쟁적인 내용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삶의 가능성을 보장하는 수단들을 합리적으로 예견하기 위한 역사적이고 분석적인 사유는 바로 지금 우리 모두에게 다가온 현실을 성찰하도록 하는 귀중한 단초(端初)를 제공하고 있다. 당분간 이 저술은 한국 사회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어야 할 필독서라 하기에 주저하지 않게 된다. 새로운 가난의 세계가 도래하는 것을 우리는 저지할 수 있으며, 삶의 안정성 속에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을 수도 있다. 감히 모든 이들이 이 책을 함께 읽고 실천하기 위한 연대 의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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