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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10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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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23.27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6.6만자, 약 2만 단어, A4 약 42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27811671 |
3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요즘 연이어 재밌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도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바람에 일요일 오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다소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있는 책. 작년에 우리반이었던 학생이 있다. A군. A는 특별한 학생이었다. 굳이 단어로 설명하자면 애어른..? 말하는 투나 사용하는 단어, 좋아하는 노래, 책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취향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A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항상 그 학생의 책상 위에는 어려운 책들이 놓여있었다. 대통령의 역사, 뭐 이런 책들.. 쨌든 A군이 2학년 말 갑작스럽게 전학을 갔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다시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3학년이 되고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수업을 들어가는 반이었다. A를 교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책을 읽고 있었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요즘 나오는 소설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웬걸, 할매 어쩌구...? 음.. 싶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날 오후, yes24 홈페이지에서 이 책의 리뷰어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았고! 아이가 읽던 책이 어떤 책일지 궁금해져서(특히 A라는 그 특이한 학생이 선택한 책은 어떤 책일까 싶어서) 리뷰어 신청을 했고 운좋게 선정되었다.
만약 A라는 학생이 이 책을 먼저 읽지 않았다면 , 굳이 내가 서점에서 집어들 것 같지는 않았던 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왜냐, 너무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밥집 이야기. 라고 하면 그냥저냥 설명할 수 있겠지만 막연히 밥집 이야기라기보단, 할머니들의 삶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그리고 노중훈 작가의 글솜씨가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띄게 한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재밌어도 마음으로 웃곤 하는데(겉으로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로) 이 책은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미소를 짓다 못해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그만큼 노중훈 작가의 문체가 이 책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처음 실린 할머니의 사진을 보고 나도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국수 좀 그만 주세요"라는 멘트를 본 직후, 예상치도 못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얼마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 난 직감했다. '아 이 책을 읽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 몇 개월전 할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렸는데 이 책에는 온통 할머니 천지이니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덮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 대낮의 서울 시내 한 카페 밝은 조명 아래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 울컥할 일은 없었다.)
노중훈 작가가 찾아간 27곳의 식당. 위 사진만봐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간판이 없는 곳은 기본이요, 전화번호가 없는데 예약 손님만 받는 곳도 있고, 들어가자마자 메뉴 없다며 나가라고 하는 식당도 있다. 하지만 노중훈 작가 특유의 입담과 재치 덕분에 할머니들도 이내 진수성찬을 꺼내오신다. 그리고 노중훈 작가가 먹은 밥들은 다 하나같이 먹고 싶게 묘사되어있다.
사진은 또 어찌나 잘 찍으시는지, 배고플 때 읽으면 안될 것 같은 책이다. 나는 다행히 점심을 두둑히 먹고 소화가 안될 지경까지 이르렀을 때 이 책을 봐서 식욕이 생기진 않았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진 실력뿐만 아니라, 글솜씨에도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위에도 이야기했지만 일단 문체 자체가 너무 재밌다. 그런데, 맛을 표현하는 것은 백종원 저리가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단어로 다채롭게 맛을 표현할 수 있는지. 내내 감탄하면서 읽었다.
반찬도 그렇고 국수도 그렇고 전골도 그렇고 어머니의 음식은 맑은 샘물 같고, 나긋한 살랑바람 같고, 가붓가붓한 새털구름 같고, 느슨한 면바지 같고, 보송보송한 차렵이불 같다. P. 31
가장 반가운 '엔트리'는 곱게 갈거나 길쭉하게 채를 치지 않고 납작납작 썰어 부친 감자전이었다.(중략) 내 입에는 무결점의 '마스터피스'였는데, 어머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 한 판을 더 부쳤다. 첫번째 감자부침이 완벽하다 믿었던 내 철딱서니 없는 혀는 '세계신기록'을 경신한 두번째 감자부침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튀기듯 부치지 않고 녹녹하게 마감한 녹두부침 또한 내 이상형과 일치했다. P. 82
군만두는 인상파 화가들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르스름한 빛깔로 시선을 강탈하고, 물만두는 물기를 머금은 촉촉함으로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보습효과를 남기지만 찐만두는 이미 완성되기 전부터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인다. 왜냐고? 찜통에서 격렬하게 피어오른 김이 묽은 안개가 퍼지듯 주변을 잠식해가는, 그 수묵담채화 같은 풍경이라니. P. 232
어떤가? 비록 간판이 없는 허름한 식당일지라도, 테이블이 하나 밖에 없는 비좁은 식당일지라도, 위와 같은 맛깔나는 표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 곳이 어딜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멕시칸 멸치국수 집도 너무 재미있었고, 경이로운 가격의 분식집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저 분식집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가게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격에 장사를 하고 계신다. 간혹 비싸다고 느껴지는 집도 있었지만, 작가가 솔직하게 아무리 비싸도 이 가격에 나올 수 없는 퀄리티의 음식이 나옴을 이야기해준다. 국수 한 그릇에 4000원, 5000원. 일반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양이다. 이 할머니들, 양이 장난이 아니시다. 또 국수를 시켰는데 다른 메뉴가 쏟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 항상 국내여행을 하다보면 허름한 간판의 식당들은 괜히 꺼려졌는데, 다음엔 한 번 유의깊게 보고 지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로웠다. 마치 고향 할머니집에 놀러가서 할머니랑 떠들고, 여유롭게 국내를 노닥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을 가진 듯했다. 다만 한 가지 속상한 것은, 이 좋은 가게들이, 부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으면.. 했다. 작가가 최근까지 방문한 가게들도 있었지만 아마 많은 식당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한 할머니의 말씀을 빌리자면 워낙 손님이 없고, 항상 단골손님만 와서 코로나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이 분들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뿐만아니라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할머니들을 짝사랑하듯 그들의 흔적을 찾아나서고 발굴해서 세상에 남겨준 노중훈 작가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 비록 그 식당에 가서 직접 밥을 사 먹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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