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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0년 12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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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수, 무게, 크기 | 420쪽 | 764g | 153*224*30mm |
| ISBN13 | 9791164136452 |
| ISBN10 | 1164136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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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마이클 샌덜의『공정하다는 착각』을 덮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분노도 감탄도 아닌, 불편한 정직함이었습니다.
이 책은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해 온 말들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어, 그 말들이 어떤 세계를 만들어 왔는지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질문은 사회를 향해 던져지는 듯 보이다가도, 결국 독자인 나 자신에게로 되돌아옵니다.
그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공정함이라는 단어를 도덕적 면죄부처럼 사용해 왔는지를, 그리고 그 언어가 불편한 책임과 질문을 얼마나 오랫동안 미뤄왔는지를 말입니다.
노력과 성취를 강조하는 말들이 사실은 불평등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진 위로의 언어였다는 사실 앞에서 이 책은 독자가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공정하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고, 질문을 멈춘 자리에서 마음이 아주 평온하고 아늑한 상태로 누려왔다는 사실을 샌델은 은근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불편함은 외부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결과는 공정하다.”
이 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희망의 언어처럼 보입니다.
샌델은 이 문장들 속에 숨어 있는 도덕적 잔인함을 가만히 끄집어냅니다.
만약 성공이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라면, 실패는 온전히 개인의 무능과 게으름의 증거가 되고 맙니다. 이때 인간은 더 이상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와 결과로 평가되는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그렇게 능력주의는 어느새 성공한 자에게는 오만을 허락하고, 실패한 자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굴욕을 안기는 윤리가 됩니다.
문제는 이 윤리가 사회의 구조나 제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일상적인 시선과 언어, 판단의 습관 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말, 스스로를 설명하는 기준,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잣대가 어느새 공정함과 자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질문은 이것입니다.
과연 나는 공정함을 말하며, 누군가의 삶을 너무 쉽게 재단해 온 것은 아니었는가.
열심히 했느냐, 능력이 있느냐,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 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전제가 따라붙습니다.
지금의 너는 네 몫이다라는 냉정한 판단입니다.
샌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능력주의가 단순한 사회 제도가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도덕적 태도임을 분명히 합니다.
태어난 가정, 부모의 학력, 성장 환경, 시대적 조건까지 이 모든 요소를 제거한 채 너의 성취는 너의 공로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공동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게 됩니다. 그렇게 사회는 연대의 공간이 아니라, 각자 계산서를 들고 서 있는 고립된 개인들의 집합으로 변해 갑니다.
샌델의 문제 제기는 제도 개혁을 넘어 겸손의 윤리를 요청합니다.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나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는 인정, 그리고 그렇기에 뒤처진 이들을 향한 연대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자각. 이것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가깝습니다.
공정함을 말하기 전에, 먼저 서로가 빚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일 말입니다.
마이클 샌델의『공정하다는 착각』은 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판단을 늦추는 용기를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저의 언어로 말하자면, 이 책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의 오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불편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에게 꼭 필요한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화두, ‘공정’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신간 《공정하다는 착각》의 원제는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능력주의의 폭정: 과연 무엇이 공동선을 만드나?)’로 지난 9월 출간됐다.
현재 ‘공정’이라는 말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가 아닐 수 없다. 가령 기업은 ‘공정 채용’ 문제로 혼란에 빠져 있고, 정치권에선 ‘공정 경제’ 관련 법안으로 떠들썩하다.
책에서 샌델 교수는 “우리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개인의 능력을 우선시하고 보상해주는 능력주의 이상이 근본적으로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노력한 대로 받는다’는 능력주의 이상이 허구라고, ‘공정함은 곧 정의’라는 통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러고 보면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비되는 것처럼 이미 사람들은 스타트 선상에서부터 각자 다른 조건에서 시작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이나 교육을 많이 받은 집안에서 자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를 갖기 마련이다. 이는 곧 부의 세습이요, 자본의 대물림이다.
여기서 우리는 ‘능력주의적 경쟁에서 비롯된 불평등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한다. ‘그렇다’라고 답변한다면 당신은 능력주의 옹호론자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지점에서 경주를 시작하느냐 그리고 훈련, 교육, 영양 등등 똑같이 접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코로나19 시대 강남 엄마들은 신이 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선행 학습과 고액 과외를 맘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수업하다 보니 학력 격차도 점점 심해지는 모양이다.
샌델 교수는 특유의 문답과 예시로 독자들을 논리의 향연으로 이끄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신간 역시 그가 펼치는 논리 전개는 스스로 생각하기, 스스로 실천하기에 이르는 소크라테스식 해법이 주된 방식이다. 이제 교수와 함께 능력주의와 관련한 철학과 윤리 문제를 살펴보기도 하자.
책은 2019년 3월 미국에서 터진 대형 입시 스캔들로 시작한다. 33명의 부유한 학부모들은 자녀를 명문대에 넣기 위해 입시 부정에 가담했다. 윌리엄 싱어라는 브로커는 학부모들에게 거액을 건네받아 SAT 답안지를 조작하거나 가짜 체육특기생을 만들어냈다. 그는 무려 8년간 2500만 달러를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월 한국에서도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켜주겠다며 학부모들에게 입시 컨설팅 명목으로 거액을 받고 고교 성적증명서 등 서류를 조작한 일당이 적발됐다.
이 스캔들은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분노는 단지 ‘특권층 부모들이 불법적 수단으로 자녀들을 명문대에 입학시켰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누가 앞서가고 있으며, 그것이 왜 허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만들어냈다. 샌델 교수가 이번 책에 착안하게 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력과 재능 만으로 누구나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미국인의 믿음은 더 이상 사실과 맞지 않는다. 기회 균등에 대한 담론이 과거와 같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라 볼 수 있다. (중략)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들을 돕는 방안으로는 무마될 수 없다. 사다리 자체가 점점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51쪽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샌델 교수는 1980년부터 하버드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쳐오면서 해가 지남에 따라 학생들의 의견이 바뀌는 것은 없는지 살펴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에 따르면 1990년대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현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덕이며, 자신이 기울인 노력에 따라 얻은 것’이라는 신념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한다. 능력주의는 전혀 공정하지 않으며 승자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을 주는 가혹한 현실이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에 따르면 능력주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견 불일치는 공정성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성공과 실패 또는 승리와 패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도, 그리고 자신보다 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승리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도 문제다.
저자는 오늘날 민주사회의 정치 담론 중심에 있는 ‘자유시장 자유주의’와 ‘복지국가 자유주의’를 비교 분석한다. 이에 따르면 두 사상 모두 성공관에 있어 능력주의와 구별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능력을 정의의 기반으로 삼는 일에 반대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적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경제 불평등을 줄이려는 정부 노력에 반대하면서 자유시장이 각자에게 걸맞은 보상을 해준다고 보았다. 또한 소득이나 부의 재분배를 반대하기 위하여 “시장은 능력에 대한 보상과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와 반대로 롤스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며 계층 차이에 따른 불이익을 완전히 보상해 주는 체제라 해도 정의로운 사회로 부르기에는 불충분하다”면서 “재능의 차이는 계층의 차이 만큼이나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우연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부자는 돈을 벌 만한 자격이 있어서 번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해 재분배를 옹호했다. 하이에크와 롤스 모두 ‘경제적 보상이 개인의 자격에 근거하면 안 된다’고 봤다. 이처럼 두 사람은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가져야 한다’는 능력주의 신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샌델 교수의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능력주의자들이 초래하기 쉬운 오만과 굴욕에 벗어나 공동선을 만들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을 주된 비판 대상으로 삼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좌파 엘리트들의 능력주의적 태도와 기술관료적 통치가 세계화에서 낙오된 패자들을 제대로 품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능력주의의 폭정’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원한 것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통한 ‘분배적 정의’만이 아니라, 스스로가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존중’인데 그것을 미처 읽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파고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이 제시하는 대안은 ‘일의 존엄성’ 회복이다. 이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수가 전제하는 것은 ‘시장의 성과는 각자가 공동선에 기여한 것의 참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다’는 논리를 뒤엎는 것이다. 시장의 낙인에서 벗어나 우리가 공동선에 진정으로 가치 있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 - 343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바람직한 공정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샌델 교수는 ‘운’이 주는 능력 이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연대하며, 일의 존엄성을 더 가치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곳이든 일정 능력은 필요로 하는 법. 다만 능력을 극대화되어야 할 이상으로 보기보다 일정 관문을 넘을 수 있는 조건으로만 보는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어떤 기준을 정해놓을 필요가 있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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