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은 토끼다. 

그런데 책 속 배경인 학교의 토끼는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에 귀에는 늘 이어폰을 꽂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존재감 없는 전학생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곰은 토끼와 이웃집에 살며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어간다. 둘은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 음악적 경험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등교를 하고,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는 친한 친구가 된다. 

 곰과 함께 등교하는 길에서 토끼는 비둘기 무리를 만나는데, 대화에 끼지 못하고 이어폰에 의지한 채 앞만 보며 걸어간다.  

곰은 토끼를 수다쟁이라고 생각하지만, 반 아이들에게는 생각이 많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괴짜' 라 놀림 받고 따돌림 당한다. 

 학교에서 토끼의 책상은 쓰레기가 쏟아져 있는 등 언제나 어지럽혀져 있다. 

토끼는 익숙하게 정리하고 수업을 준비한다. 

곰은 그런 토끼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다른 친구들의 시선 때문에 토끼와 친하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침묵을 택하며 방관한다. 

 화장실에서 비둘기 무리가 노란 얼굴의 토끼를 옆에 두고 수군댔다. 

"요즘 누가 얼굴을 노랗게 칠하고 다니니? 촌스럽게." 

 토끼의 노란색은 화장이 아닌 본연의 색깔이지만 비둘기들에게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기분 나쁜 일이 있는 날이면 토끼는 옥상에서 혼자 외로운 점심시간을 보낸다. 

혼자 있는 토끼를 바라보는 곰은 마음이 좋지 않지만 말을 걸거나 함께 밥을 먹기도 부담스러워한다. 토끼와 친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될까 봐서. 

어느 날, 토끼는 자신을 험담하고 저주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반 아이들의 놀림에도 항상 꿋꿋했던 토끼는 책상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교실에서 뛰쳐나가 오전 내내 돌아오지 않고, 교실의 분위기는 싸해 진다.

옆 학교에서 학교 폭력으로 옥상에서 뛰어내린 학생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곰은 토끼가 그 친구처럼 된다면, 만약 그렇다면 여태 까지 방관자였던 자신 때문일까 봐 스스로 '미련 곰탱이'라고 자책하며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곰의 걱정과는 달리 토끼는 다행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곰은 안도감을 느끼며 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너도 그 애들과 다를 거 하나 없다"라고 정곡을 찌르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날 밤, 토끼와 곰은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사람을 함께 쫒아 냈던 일을 계기로 다시 서로에게 가까워지게 된다.  

 모두가 싫어한다고 해서 토끼의 행동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토끼는 새로운 친구들과 아직 공통점을 찾지 못해서 가까워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스스럼없이 말을 하게 되는 계기가 없어서 일 수도 있다. 

토끼가 곰과 이야기할 때 수다쟁이가 되는 걸 보면 원래 말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도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에도 토끼 같은 친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갖지 못해서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는 사람 말이다. 

얼마 전 엄마로부터 우리 반의 한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집에서 내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내가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아서 나랑 얘기 하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꽤 의외였다. 

엄마는 그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니 내게 말을 걸어보라고 하셨었는데 내 반응은 "8번이나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었어요!"였다.

 그 애도 전학 온 친구였다. 전학 온 지 1년이나 지났는데 친구를 사귀는 게 아직도 어려워 보인다. 그 때 내가 좀 더 다가갔더라면 지금 쯤 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토끼처럼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곰처럼 후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같은 반 된 지 8개월인데 이제 와서 친해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토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토끼 혼자 옥상에서 점심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다른 친구들은 토끼가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줄 생각도 못했던 것처럼, 우리 눈엔 말이 없는 조용한 친구로 보일 뿐이지만 혼자서 어려운 시간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나도 내 주변의 토끼들에게 귀를 기울여 봐야겠다. 

어쩌면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 것이다. 이 책에서 왕따를 당하는 토끼도, 그걸 모른 척하는 곰도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토끼는 왕따를 당해서 힘들고, 곰은 토끼에게 말을 걸고 싶은데 말을 걸면 비둘기들이 똑같이 자신도 괴롭 힐 까봐 토끼에게 말을 걸지 못한 것이 힘들 것 같다.

 여름방학, 곰의 집 옆으로 이사를 온 토끼는 곰과 같은 반, 같은 학교이다. 비둘기들이 왜 토끼를 따돌림 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끼가 정말 불쌍하다. 만약 내가 곰이라면 비둘기들이 괴롭혀도 왕따를 당하고 있는 친구와 놀았을 텐데… 토끼와 곰은 옆집이라서 같이 학교에 가지만, 학교에 가면 토끼와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토끼는 왕따를 당해도, 아무한테도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서 견디는 것이 정말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왕따를 당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힘든 것을 조금 덜어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토끼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비둘기들은 토끼를 따돌릴까?

비둘기들이 토끼를 뒷담해도 토끼는 아는 척하지 않는다. 점심시간은 토끼가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이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급식을 먹는데 토끼는 늘 혼자다. 곰이 먼저 토끼에게 말을 걸면 좋을 텐데.. 곰은 비둘기들이 자신도 괴롭힐 거라는 생각에 말을 걸지 못한다.

 학교가 끝나면 토끼와 곰은 다시 말을 건다. 아마 토끼도 학교에 다니기 싫을 거다. 그걸 참고 학교를 다니는 토끼는 정말 대견한 것 같다. 토끼 부모님은 장사를 하는데, 일찍 나가서 자정이 넘어야 들어온다.

그날밤,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고 있는 한 사람이 와서 고양이를 발로 차고 간다. 난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검정 비둘기 일거라는 생각도 했다. 검정 비둘기는 마음씨가 나쁘니까 고양이를 발로 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학교에 갔다. 검정 비둘기가 “너 토끼랑 친구 맞잖아?” 라고 말을 하니까 곰은 친구가 아니라며 화를 냈다. 토끼도 괜히 곰에게 미안할 것 같다. 자기만 아니었으면 곰이 화를 낼 이유가 없으니까. 애들은 토끼가 음악 듣는 척 하면서 우리 말하는 거 다 듣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토끼는 진짜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나와 곰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토끼. 애들의 말처럼 토끼는 정말 무심하고 차가운 표정 없는 아이인 걸까. 아니다. 내 생각에 토끼는 정말 착하고 마음씨 좋은 친구 일거다. 애들은 토끼가 옥상위에 있다고 했다. 작년 옆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린 일이 있었다. 곰은 서둘러 옥상으로 갔다. 토끼는 정말 옥상에서 뛰어내릴까? 정말 그러면 안되는데...

 검정 비둘기가 곰을 조용히 부르더니 자기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았다. 그리고 반성을 했다. 며칠뒤, 곰은 학교에 가서 먼저 토끼에게 인사를 했다. 곰이 먼저 용기를 내서 토끼에게 인사를 해주니까 나도 기분이 좋았다. 만약 내가 토끼를 만난다면, “토끼야 너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나도 너 마음 잘 알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곰과 친하게 지내 그리고 싸우지마~ 라고 말을 해 주고싶다. 만약 내가 곰도 만난다면 “곰아 너도 그동안 힘들었겠다… 앞으로는 모두모두 사이좋게 지내 라고 말을 해 주고 싶다.이 책을 읽으니 이 세상에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