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반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는건 대선때나 총선때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굳이 정치적 성향을 따지자면 무관심한 보수라고 볼 수 있겠죠.  부모님이 경상도, 충청도분이시고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몇일뒤에도 집에는 어김없이 위협적인 활자로 광주사태라고 인쇄된 조선일보가 배달되어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일하지 않은자는 먹지도 마라’,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잘 살수 있다’ 그리고 ‘복지는 인간을 나태하게 만든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당연한걸로 받아들이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고 직장을 몇 번 옮기게 되면서 우리사회의 구조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은 작가지망생이었던 여성이 생활고로 인해 굶어죽는 기사를 접했을때입니다. 북한도 아니고 해마다 쌀이 남아도는 나라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개탄스러웠고, 이건 사회구조가 뭔가 잘못되어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굶어죽은 여성은 정규직은 아니었지만 시나리오작업에도 가끔씩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럼 일을하면 최소한 먹고는 살아야 하는게 정상이 아닌가 싶은생각도 들고, 요즘처럼 청년실업이 문제가 될때는 일을 안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먹고는 살 수 있게 해줘야하는게 국가가 할일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기술이 발전해서 온갖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국민소득이 증가했다고해서 그만큼 행복해졌는가 싶은 의문도 들었습니다.  원시시대 호모사피엔스나 네안데르탈인도 동굴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을보면 먹을것을 나눠주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사회가 그들보다 풍요롭고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을까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과연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속에서 100명이 살고 있고 하나님이 100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자라게 했다면 과면 몇 명이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민소득 3만불 사회라면 우리가족이 4인이기 때문에 제 연봉은 1억을 훨씬 넘어야 정상일텐데 과연 나머지는 누가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중위소득 45%이하의 근로자 월소득이 200만원이 안되는 나라에서 열심히 일하면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런 양극화의 주범이 탐욕스러운 재벌과 소위 기득권이라고 흔히 욕하는 몇몇 집단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남들이 전세를 올리는 만큼 전세값을 올려받고 싶은게 인간의 마음이고, 법에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상가권리금을 떼어먹는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요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재벌보다 더 양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국은 인간이 가진 이기심이 극한으로 치닫지 못하도록 국가가 역할을 해줘야하고, 국가를 움직이는 사람이 제 역할을 바르게해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물질만능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가치관이 무너져내릴 것 같습니다.  마치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상황에서 노약자보다 빨리가서 구조대를 움직일 수 있는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구조물품을 사올 수 있는 돈많은 부자가 먼저 탈출하는게 당연시 하게되는 사회가 올것만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우리사회에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정의를 말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걸로 생각합니다.  사회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의 이탈은 경제적으로 사회빈민층으로 추락할 수 도 있다는 불안으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에서도 회사에서 쫓겨나게되면 닭을 튀기거나(그 닭 아님) 대리운전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면 부당한 지시에 맞서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닙니다. 사지선다에 재능을 가진 엘리트들이 결국 비리로 빠지고 국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가진자들이 꼭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현재와 같은 양극화의 영향으로 범죄는 점점 흉포화되고 있고, 묻지마 범죄가 가진자들에게 대한 분노의 성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담장을 높이고 CCTV를 달고 경호원을 고용한다면 그 삶이 교도소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습니다.  기껏해야 부를 이룬 방법이 정상적이지 않아 구속이 되었을 때 집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밖에 더하겠습니까

함께 사는 사회에서 아무리 가진돈이 많더라도 최저시급을 받는 직원에게 받는 서비스가 꼭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야근에 시달리는 정비공이 수리한 차를 탈지도 모릅니다.  그 차를 타고 경비절약을 위해 재생타이어를 장착한 차를 지나가다 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고, 그때 임시직으로 고용된 운전기사가 모는 엠블란스에 뒤늦게 실려 수고비를 더 주는 병원을 찾아다니다 뒤늦게 응급실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허구헌날 부당한 지시를 받아 자존감이 떨어진 레이던트의 응급처치를 받으며 정맥주사바늘이 동맥에 꽂힐지도 모릅니다.  중환자실에서 조금 더 월급을 올려받기 위해 내일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의 간호를 받을지도 모르고, 설령 죽음에 이르더라도 병사로 사망진단서가 나올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웃고 있는 사람들속에서는 웃을일이 많지만, 울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웃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기본소득은 우리사회가 양극화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비용보다는 훨씬 경제적일것 같습니다.  화타와 편작이 명의로써 후대에 존경을 받는 이유가 난치병을 치료해서가 아니라 그 동네 인근에 병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이 없을정도로 예방을 잘해서라고 들었습니다. 성남시에 직장을 둔 회사원으로 해가 바뀌기 전에 인도를 뜯어내는 풍경을 본지도 참 오래된것 같습니다.  아울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덜그럭거리는 보도블럭에 올라서서 재미를 느낀 기억도 아련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재명시장님이 펼치시는 여러 복지정책이 포퓰리즘이 아니라 가장 경제적인 정책이라 믿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의 혜택을 온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자리로 가시기를 바라지만 제가 표를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 보수니까요.  하지만 ‘내가 그렇게도 좋아?’ 라고 헛소리를 하고 다니는 저희동네 국회의원을 혼내준다고 약속하시면 표를 드리는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