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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0년 08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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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2쪽 | 544g | 142*220*30mm |
ISBN13 | 9791196874964 |
ISBN10 | 1196874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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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 느낀 것은 ‘공유경제’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공유 경제를 “이윤이나 대의를 위해 자산이나 서비스를 빌려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앱 기반 기술의 집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공유경제와 긱경제라는 용어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긱경제라는 단어의 뜻은 이 책에서 자세하게 설명되지는 않지만, '기업들이 정규직을 채용하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사람과 임시로 계약을 맺고 고용하는 경제 형태'를 말한다. 사실상 비정규직과 동일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태스크래빗, 우버, 에어비앤비, 키친서핑이라는 4개의 공유경제 플랫폼을 예시로 들어 공유 경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고 있다. 먼저 개인 심부름 서비스인 태스크래빗은 사람의 노동력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우버는 한때 대한민국에서도 잠시 이슈가 되었던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기사의 개인 차량이나 기사가 렌트한 차량을 ‘공유’하여 승객을 실어나르는 시스템이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호스트가 숙소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마지막으로 키친서핑은 요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셰프를 고용해 원하는 곳으로 불러 요리를 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셰프의 재능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기존 경제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처럼 떠받들어지고, 놀고 있던 자산을 공유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노동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공유경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78명의 사람들을 만나 이러한 공유경제의 허점과 허상을 지적한다.
태스크래빗과 우버는 사실 ‘공유’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태스크래빗의 설립은 설립자 리아 버스크 부부가 집에서 키우던 개의 사료가 떨어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스크는 ‘이웃 중에 마트에 간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에게 사료를 대신 사다줄 것을 부탁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태스크래빗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노동력을 ‘공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옛날 이웃끼리 돕던 정다운 사회를 재현’했다는 태스크래빗 웹사이트의 설명과는 더더욱 멀리 떨어져 있다. 의뢰인은 돈을 주고 태스커를 ‘고용’하고, 태스커는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일을 할 뿐이다. 우버도 마찬가지로 승객은 돈을 주고 차량을 타서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뿐이다. 이는 택시와 다를 바가 없다. 누가 택시를 기사의 차를 공유하는 공유경제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플랫폼들이 ‘공유’라는 원래의 가치에서 벗어나 ‘고용’에 더 가까워지는 순간,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태스크래빗은 ‘상사’가 없는 노동을 강조했지만, ‘의뢰인’의 평점이 태스커의 향후 의뢰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태스크래빗의 시스템으로 인해 태스커들은 의뢰인에게 최대한 잘 보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상사’와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지만, 주어진 의뢰의 15% 이상을 거절할 경우 알고리듬에 의해 배제되는 시스템에 따라 노동자들은 사실상 대부분의 일을 강제로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의뢰인들이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처음 말했던 것과 다른 일을 시키거나, 성희롱을 하더라도 쉽게 그것을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은 기존의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조금도 진전된 바가 없다. 우버 역시 일정하지 않은 출퇴근 시간, 승객의 무리한 요구나 성희롱, 사실상 강제로 일을 수주해야 하는 강제성 등에서 태스크래빗보다 나을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태스커나 우버 기사들을 ‘종업원’이 아닌 ‘독립사업자’라는 명목 하에 산재보험이나 직원 복지 같은 현대 기업들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다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의 비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결국 공유경제라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와 같이 실상을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개살구일 뿐, 과거 산업시대에나 행해졌던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는 엄청나게 발달한 기술과 동력으로 자본가들의 공장에서 준수한 품질의 공산품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자 수많은 수공업자와 기술자들이 직업을 잃고 공장의 노동자로 모여들었다. 그 당시 노동자들의 삶은 복지나 보험은커녕 기본적인 휴일이나 휴식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삶이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길이 없던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해야 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떠돌아다니고 있었기에 대체할 인력이 충분했던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대우를 개선하지 않았다.
현재의 공유경제가 이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태스크래빗과 우버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상은 그저 원하지 않는 시간에, 원하지 않는 일을, 원하지 않는 만큼 하더라도 그 일을 하거나, 아니면 그 일을 아예 하지 않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위에서 과거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처럼 태스크위버의 노동자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하거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자본이 없어 어떻게든 수입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심지어 박사 학위가 있는 고학력자라 할지라도- 태스크래빗과 같은 공유경제 플랫폼은 노동자들의 대우를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일을 하고자 하는 노동자들은 넘치는 상황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최소한의 복지나 보험조차 보장하지 않는 21세기의 공유경제 플랫폼은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지난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온 역사를 역행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에어비앤비는 앞의 두 플랫폼보다는 ‘공유’라는 뜻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여행지나 출장지에 가서 잠시 지낼 숙소를 구하기 위해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잠시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는’ 것으로 의뢰인은 저렴한 가격에 숙소를 구하고, 호스트는 자신의 집을 이용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자신의 ‘집’을 ‘공유’한다는 처음의 형태에서 벗어나 오로지 집을 빌려주기 위해 집을 사는 사실상의 불법 숙박업소의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오로지 에어비앤비로 돈을 벌기 위해 대여섯 채의 아파트를 구매해 단기임대를 위한 숙소로만 사용하는 행태가 빈발하고 있다. 그것이 법에 저촉됨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의 경우는 태스크래빗이나 우버와는 달리 사실상의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는 아니므로 ‘노동자’에 중점을 둔 위의 비판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역시 공유경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 이상 에어비앤비는 ‘집’이라는 자산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자본가가 ‘호텔’에 투자를 하여 수익을 얻는 기존의 숙박업을 변칙적으로, 혹은 불법적으로 뒤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정리하자면 공유경제, 그중에서도 태스크래빗, 우버처럼 탄력적인 노동과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노동자들을 끌어모으는 일부 플랫폼의 행태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그로 인한 전혀 보장되지 않는 노동자의 안전, 전혀 규칙적이지 못한 노동자의 근무시간, 부상이나 사망과 같은 산재에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같은 어두운 일면을 상사가 없고, 출퇴근 시간이 달리 없고,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짓말로 속여넘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설령 속지 않는다고 한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속아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이용해,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현대의 공유경제 플랫폼은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달콤한 거짓만을 말하는 21세기 경제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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