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시대를 여는 통일 선행 학습
겨레말큰사전편찬사업회가 기획·감수한 청소년을 위한 북한 말 사전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2005년부터 남북 공동의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직접 기획하고 감수한 책이다.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자료와 북한의 문화어 사전인 『조선말대사전』을 바탕으로 표제어를 엄선하였고,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연구사들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모두 감수한, 믿을 수 있는 청소년용 북한 말 사전이다.
어렵고 낯선 북한 말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 북한 말을 표제어로 선정하기 위해 북한 말 전문가와 현장 교사가 저자로 만났다. 필자인 정도상은 소설가이자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회의 결성부터 함께 해 온 북한 말 전문가이고, 박일환은 교사로서 오랫동안 청소년들 곁에 있었던 시인이자 작가이다. 필자들은 전체적으로는 북한 청소년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어휘를 위주로 하되 북한의 생활 문화 전반을 두루 알 수 있는 말들로 표제어를 선정하였다. 표제어 100개와 이와 연관된 2~3개의 북한 말을 함께 소개하고 있기에 청소년들은 이 책을 통해 300여 개의 북한 말과 그 말이 품고 있는 북한의 생활·문화를 만날 수 있다.
말은 사실과 경험, 생각을 표현하는 소중한 도구이며, 지식과 문화를 보존·전승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남북한 청소년들이 서로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남북 교류는 인정과 존중, 호감 속에서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가 향후 문화적·정신적 통일을 위 한 중요한 토대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_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광호
학교생활부터 일상생활까지, 주제별로 선정한 북한 말
낯설고 먼 북한을 우리 곁으로 바짝 당겨 오다!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학교와 교육 분야의 말로 북한 청소년들의 학교생활을, 2부에서는 정치와 사회 분야의 말로 오늘날 북한 사회의 모습과 장마당을 비롯한 경제생활을, 3부에서는 의식주 분야의 말로 북한의 음식, 의복 등을 살펴보았다. 4부에서는 문화와 체육 분야의 말로 문화생활과 체육 경기를, 5부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여가 활동 등을 살폈다. 각 부 안에서는 앞에서 말한 내용이 이어지는 뒤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배경지식이 되게끔 단어의 순서를 정리하였다.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단순히 사전식으로 말과 뜻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언어 사용 맥락 안에서 북한 말과 그 뜻을 전달하며, 말을 디딤돌 삼아 북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문화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표제어인 ‘초급중학교’나 ‘직통생’을 통해 ‘소학교 → 초급중학교 → 고급중학교’로 이어지는 북한의 학제와 학교를 졸업한 후의 북한 학생들의 진로를 살펴보고(22~25쪽), ‘서비차’를 통해서는 휴대 전화 보급에 따라 차량으로 물건을 유통하는 일이 활발해진 북한 사회의 변화를 살핀다(94~95쪽).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가리키는 말인 ‘타치’를 소개하며 북한 사회에서 역시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거나(186~187쪽), 셀카를 찍은 다음 보정하는 어플인 ‘봄향기’가 인기 있다는 내용(188~189쪽) 등 역시 일상의 풍경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청소년들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생활 문화를 두루 알 수 있다.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청소년들의 흥미를 고려해 각 부의 앞부분에 만화를 배치하였다. 영상 동아리 친구들인 영호, 나은, 유민, 아영은 남북 정상의 만남을 전하는 뉴스를 보다가 북한 말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어 또래 친구들에게 널리 공유하기로 한다. 인터뷰, 퀴즈 등 다양한 활동으로 영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은 만화는 표제어를 설명하는 본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만화를 시작으로 각각의 표제어를 따라가다 보면 청소년들은 어느새 스스로가 평화와 통일 시대를 열어갈 주인공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오래 떨어져 있었던 사이 남과 북의 말이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며, 그마저도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금세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둔다. 남북한의 언어가 더 멀어지기 전에 서로의 말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징검돌이 되어 줄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를 통해 평화 시대를 여는 첫걸음을 시작해 보자.
신나는 평화·통일 수업을 위한 안내서
300여 명의 현장 교사 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현장성을 높이다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출간 전 300여 명의 현장 교사 자문단의 검토를 거쳤다. 자문단 선생님들은 책의 내용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지를 살펴 검토 의견을 주었고, 이 의견들이 책에 꼼꼼하게 반영되어 현장성을 높였다. 다음은 이 책을 먼저 읽은 청소년과 선생님의 반응이다.
“‘뚜꺼먹다’라는 말이 재밌고 웃기면서도 친근했어요. 우리도 은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저 말을 보고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 사라졌거든요. ‘북한 친구들도 우리와 별다를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었어요.“ _○○고등학교 1학년
“학교생활과 관련된 말과 북한 청소년들의 일상사가 흥미로웠고, 『겨레말큰사전』의 핵심을 청소년의 눈높이를 고려해 엄선하고 다듬은 노력이 느껴져 교사로서는 참 고마웠습니다. 남북한 언어를 배우는 국어 시간은 물론 역사나 사회 과목과 통합 수업을 할 때 이 책을 활용하려 합니다.” _○○중학교 교사
이 책을 먼저 읽은 청소년들은 북한 말과 북한에 관심이 생겼고 북한의 청소년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서로의 말을 알아 가는 것에서부터 평화와 통일에 관한 관심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반응이다. 또한 이 책을 먼저 읽은 교사들은 믿을 수 있는 저자들이 쓴 책으로 다양한 평화·통일 수업을 할 수 있어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남북한 청소년 말모이』는 학교 현장에서 북한 말 골든벨 퀴즈, 통일 주간 글쓰기 대회, 통일 후 공통의 맞춤법이나 표준어 제정과 관련된 토론 수업 등 다양한 평화·통일 수업을 시작할 수 있는 안내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작가의 말
남북한의 청소년들이 서로 친한 벗이 되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벗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고등학교 시절, 외국에 있는 친구들과 펜팔을 하면서 서툰 영어로나마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남북한 청소년 여러분들이 서로의 말을 알아보는 ‘말모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로의 말을 알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북의 청소년들은 모두 세종 대왕이 창조한 한글을 사용하고 있으며 수천 년 동안 어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이어져 온 민족의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로 만나면 통하지 않을 것이 없겠습니다만, 사용하고 있는 낱말이나 풍습이 약간씩 다른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고, 또 여러분이 통일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_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부이사장 정도상